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3

식이 2021. 12. 16. 04:03 Posted by 해양장미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2

 

 

 

 

 

1) 우리가 먹는 신 맛의 종류는 대략 다음과 같은 산입니다. 사과산(=말릭산=말산), 구연산(=시트르산), 유산(=젖산=락틱산), 초산(=아세트산). 이 산은 서로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해두면 좋습니다.

 

 사과산은 새콤한 사과나 딸기, 복숭아, 자두, 포도 등에 들어있습니다. 대다수 과일의 새콤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커피 생두에도 좀 들어가 있지요. 사과산의 맛은 나의 경험으로는 홍옥이나 황옥 사과를 먹을 때나 상파뉴를 마실 때 두드러집니다. 신 걸 못 먹는 사람은 홍옥 같은 사과는 먹기 힘들어하지요. 사과산은 신 맛이 강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사과산 맛을 좋아합니다.

 

 구연산은 시트르(Citric)산입니다. 시트러스에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레몬, 라임, 영귤, 청귤. 그리고 사과산을 가지고 있는 과일들은 구연산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 생두에도 있고요. 커피 원두를 볶을 때 미디엄 정도에서는 사과산과 구연산에서 비롯된 풍미가 두드러지곤 합니다. 하이까지도 어느 정도 그렇고요. 그런데 시티부터는 확 줄어들고, 볶은 향기가 강해지지요.

 

 우리가 먹는 유산은 대략 유산균에 의해 생깁니다. 요거트, 잘 익은 김치, 레드 와인의 산미는 유산에서 비롯됩니다. 본래 포도에 들어있는 신 맛은 사과산이나 주석산이 주성분인데요. 레드 와인을 양조할 때는 말로락틱 발효를 통해 사과산을 유산으로 바꿔줍니다. 화이트 와인 중 샤르도네 품종은 말로락틱 발효를 하기도 합니다. 다른 신맛보다는 부드러운 산미입니다. 그런데 이 유산은 우리 구강 내에서도 뮤턴스균에 의해 생기는데, 그 때는 치아우식의 원인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세트산은 식초의 신 맛입니다. 자극적인 향과 강한 신맛이 있지요. 화학적으로 만든 순도 높은 아세트산은 어는점이 낮아서 빙초산이라 부릅니다. 빙초산은 희석해서 먹어야 하고요. 식초는 보통 초산균에 의해 생깁니다. 김치가 시면 산도가 높아져 유산균이 죽고 초산균이 번식한 거고요. 술도 시어버리면 식초가 됩니다.

 

 요리할 때 식초 대신 레몬즙이나 라임즙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식초도 종류가 많고요. 요리에 따라 잘 골라서 써야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2) 흔히 광어(넙치)는 큰 광어가 맛있다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 상식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큰 광어가 확률적으로 맛있긴 한데 장점만 있는 건 아니기도 하고, 꼭 큰 광어가 작은 광어보다 맛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광어 맛은 계절차가 가장 큽니다. 광어는 동절기에 맛있고, 하절기에는 맛이 떨어집니다. 가을이 되면 맛이 좋아지다가 봄이 오면 맛이 떨어지지요. 그리고 개체차도 큰 편이라 그냥 맛있는 광어가 맛있습니다. 맛있는 광어가 걸리는 건 운입니다. 개체차는 다른 모든 조건보다 우선합니다. 다만 여름에 최고의 광어를 먹는 건 아무리 맛있는 개체가 걸려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큰 대광어의 경우 확률적으로 작은 광어보다 맛은 맛있습니다. 그런데 대광어 특유의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광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회로 먹는데, 광어 살은 조금 질긴 편입니다. 그 저작감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저작감은 돌돔(줄돔)이나 조피볼락(우럭)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요. 광어의 경우 작은 광어는 괜찮은데, 큰 광어는 좀 진짜로 질겨집니다. 그렇다고 먹기 힘들 정도는 아닌데, 씹을 때 유쾌함이 살짝 떨어지는 정도고, 나보다 치아나 잇몸이 안 좋은 분들은 더 먹기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차돌박이와 우삼겹은 비슷한 부위로 취급되며, 실제 같은 양지 부위이긴 합니다. 그런데 굳이 보자면 차돌박이와 우삼겹은 좀 다릅니다.

 

 일단 우삼겹이라 부르는 부위는 업진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등급이 높으면 업진살이라 부르고, 등급이 낮은 건 우삼겹이라 부르면서 정형을 좀 다르게 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업진살은 한우 같은 경우 등급이 높아지면 근내지방이 많아져서 마블링이 많이 낍니다. 이 경우에는 근육 바깥의 지방을 줄이고, 근육 위주로 정형을 해서 채식주의자도 좋아하는 살살 녹는 업진살로 팔고요. 등급이 낮은 업진살은 근육 바깥쪽 지방을 좀 더 붙여서 정형해 우삼겹으로 파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의 사진은 돼지삼겹입니다.

 소고기의 지방 부위는 크게 피하지방, 근간지방, 근내지방이 있습니다. 근간지방은 근육과 근육 사이의 지방이고, 근내지방은 근육 안쪽의 지방입니다. 하나의 근육 바깥에는 근막이 있고, 근막 바깥쪽에는 근간지방이 있고, 근간지방을 넘어 다른 근육이 있는 게 쇠고기의 구조입니다. 다른 동물도 다리가 있는 동물이라면 대체로 이런 구조일 것입니다만, 소는 체격도 크고 근내지방도 생기게끔 비육하기 때문에 이 특성이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근막은 질깁니다. 그리고 근간지방은 단단하고 잘 녹지 않습니다. 대조적으로 근내지방은 부드럽고 잘 녹습니다. 그래서 큰 근육 덩어리에 근내지방 마블링이 잘 형성된 고기는 부드러운데, 작은 근육끼리 붙어있으면서 근간지방이 발달한 고기는 질기고 단단합니다. 이런 차이는 소등심에서 두드러지는데, 얼핏 보기에는 윗등심이 훨씬 마블링이 발달해 있지만 실제로 부드러운 건 마블링이 적은 아랫등심이지요. 윗등심은 작은 근육이 여럿 붙은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차돌박이는 쉽게 이야기하면 근간지방에 해당합니다. 근간지방을 포함하여 주변에 살이 붙게 정형합니다. 근간지방이기 때문에 단단한 지방이라, 얇게 정형해서 먹어야 합니다. 두꺼우면 단단하고 질겨서 먹기가 힘들어지는 부위입니다. 대조적으로 업진살은 등급이 높으면 근육 바깥의 지방을 떼어내고 근내지방 위주로, 좀 더 두껍게 정형해서 먹지요.

 

 

 

 

 

4) 소 등심을 세 부위로 나누면 윗등심, 꽃등심, 아랫등심입니다. 소 머리쪽부터 두 부위로 나누면 윗등심과 아랫등심이고요. 윗등심과 아랫등심은 같이 등심으로 부르기는 하지만 다른 부위라 생각해도 됩니다. 꽃등심은 윗등심 중 아래쪽, 아랫등심 중 위쪽이라 할 수 있고요.

 

 윗등심은 목심과 가깝고 다양한 근육으로 되어있고, 마블링이 많고, 살치살과 떡심이 붙어있습니다. 떡심은 떼어놓는 경우도 있고요. 아랫등심은 상대적으로 마블링이 적고, 새우살과 알등심으로만 되어있습니다. 아랫등심에서 꼬리쪽으로 더 내려가면 채끝이 됩니다. 채끝 아래에 있는 몸 안쪽 살은 안심이고요.

 

 영어로는 윗등심은 척아이롤이고, 꽃등심과 아랫등심은 립아이입니다. 흔히 등심으로 알려진 서로인은 채끝이고요. 립아이는 실제로 소갈비의 윗부분이기도 합니다. 립아이에 갈비뼈까지 붙여서 정형한 걸 토마호크라고 하지요. 뼈가 있다는 점에서 종종 포터하우스/티본/엘본과 혼동되곤 합니다만, 토마호크는 등심 + 갈비 + 갈비뼈, 포터하우스/티본/엘본은 채끝 + 안심 + 등뼈입니다. 엘본과 티본의 차이는 엘본이 티본보다 안심이 작게 붙은 부위고요. 포터하우스는 티본보다 안심이 큽니다.

 

 소 등심은 화려한 마블링으로 눈길을 끄는데, 그렇게 진한 기름 풍미나 육향을 가진 부위는 아닙니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소고기를 많이 안 드신 분들은, 비싼 등심을 먹어보고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스테이크로 주로 먹는 등심, 안심, 채끝은 비교적 담백하고 살덩이가 크고 부드러운 부위입니다. 강렬한 쇠기름 풍미에 진한 육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른 부위를 드시는 게 좋고요. 소를 많이 먹다 보면 등심이 맛있습니다.

 

 

 

 

 

5) 소갈비 중 꽃갈비는 가장 비싸며 생으로 구워먹기 적합합니다. 화려한 마블링, 강렬한 지방 풍미와 강한 육향, 진한 맛을 가지고 있지요. 매우 좋아하는 부위입니다. 단점은 원체 생긴 게 맛있게 생겨서, 생긴 것만으로는 품질을 알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있겠네요. 앞에서부터 6~8번 갈비뼈입니다.

 

 본갈비는 생으로 구워먹어도 손색은 없는 부위인데, 양념갈비구이를 해 먹기 가장 적합한 부위입니다. 1~5번 갈비뼈입니다. 가격은 꽃갈비와 참갈비의 중간.

 

 마지막으로 참갈비는 저렴한 갈비 부위로, 찜이나 탕을 주로 해먹습니다. 꽃갈비나 본갈비에 비해 살도 적고 마블링도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 찌거나 탕을 하면, 기름이 너무 많은 건 별로 좋지 않지요. 그래도 참갈비도 LA갈비로는 유통됩니다. 저렴하니까 부담 적게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우 갈비를 구매할 땐 소매업자들이 이 이름을 그대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업적인 이름을 복잡하게 붙여두곤 하니까 잘 보고 사야합니다.

 

 

 

 

 

6) 요리를 할 때 생각해야 할 것중 하나로, 고체로 된 음식물 내부에는 열이 잘 전도되지 않는다는 걸 꼽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겉은 타고 속은 안 익기 쉽다는 건데요. 그래서 실제로 요리를 할 때는 순수하게 굽는 요리를 제외하면 대체로 대류열을 이용하게 됩니다. 유체로는 물, 기름, 공기를 쓰지요.

 

 가정 요리를 할 때 기름을 아끼는 사람이 많은데, 어떤 요리는 기름을 아끼면 제대로 요리가 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볶음밥이나 부각 같은 요리입니다.

 

 볶음밥은 크게 나누면 수분이 많은 볶음밥과 유분이 많은 볶음밥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부족한 상태로 밥을 볶으면 수분이 그냥 날아가서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그러니까 Fried Rice를 만들려면 밥을 어느 정도 충분한 기름에 튀겨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고온의 대류열을 전달할 수 있어 밥 안에 있는 수분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쌀이 부드럽게 익습니다. 미미하게 뻥튀기스럽게 익어야 잘 볶은 밥도 딱딱하지 않단 말이지요. 아니면 대부분의 한국식 볶음밥처럼 쌀의 수분을 날리지 않은 상태로 볶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수분이 날아가지 않으면 밥이 딱딱해지지 않지요.

 

 

 

 

 

7) 흔히 녹차를 불()발효차, 홍차는 발효차, 우롱차는 반발효차 같은 식으로 이야기합니다만. 엄밀한 의미로 발효를 하는 차는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를 하는 흑차 계열이나 보이차 중 숙차뿐입니다. 홍차나 우롱차는 찻잎에 있는 산화효소를 이용해 제조한 차입니다. 산화효소가 촉매가 되어 찻잎에 있는 폴리페놀을 산화시키지요. 폴리페놀이 산화됨에 따라 차탕의 색은 녹색에서 홍색을 지나 흑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생찻잎의 산화효소는 찻잎이 물리적으로 파괴되면 활성화되는데, 열이 가해지면 파괴되고, 건조해져도 불활성화됩니다. 그래서 갓 완성된 차의 산화 정도는 찻잎에 얼마나 물리적인 대미지가 가해졌는가, 열을 가했다면(살청=殺靑) 언제 가했는가, 건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가, 건조 이후 민황(悶黄/闷黄)같은 작업을 했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녹차는 흔히 불발효차라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적잖은 경우 틀린 표현입니다. 상기하였듯 발효라는 표현도 틀렸지만 산화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차도 아닙니다. 실제 녹차를 수확하면 수확과정에서 무조건 물리적인 대미지가 생기기 때문에 느리게나마 산화가 시작되고요. 실제로는 녹차를 제조할 때 열을 가해 효소를 죽이기 전에 잎을 시들리는 위조, 녹차의 경우 약하게 위조하기 때문에 탄방이라 구분해 부르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생찻잎을 그냥 채엽해 말리면 채엽해서 담고 운반하고 너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대미지가 생기고, 건조되면 또 건조되는 과정에서 대미지가 생겨서 느린 속도로 산화가 일어납니다. 그렇게 생찻잎을 그냥 말려서 만들면 백차가 됩니다. 녹차는 조금 위조하다가 열을 가해서 산화를 막는 방식이고요.

 

 물론 탄방/위조는 녹차의 제다법으로 필수가 아닙니다. 일본 녹차는 탄방/위조를 하는 비율이 낮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더 향긋한 녹차를 만들기 위해 많이들 합니다.

 

 

 

 

 

8) 요새 파키스탄산 식용 핑크솔트가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요. 보기에 좋으니까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엄밀히 보면 핑크색은 이물질입니다. 아마 붉은 산화철이 주성분인 흙이 섞여서 핑크색을 띠는 걸로 보입니다.

 

 사람은 어차피 적혈구에 산화철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가임기 여성은 월경으로 혈액을 잃기도 해서 철을 좀 먹어도 괜찮습니다. 모자라면 문제가 되지요. 너무 먹어도 문제가 되긴 합니다만, 먹어서 철분과잉이 되는 경우는 철분 영양제를 과도하게 먹지 않는 이상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핑크솔트가 흰 암염보다 더 맛있을 거라거나, 먹어서 몸에 좋다거나 그런 기대는 안 하시는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어디서나 내륙 지역은 옛날부터 암염을 먹어왔는데, 전통적으로는 불순물 없는 흰 소금을 고급품으로 쳐왔습니다. 예외적으로 핑크솔트는 색이 예쁘니까 고급품으로 팔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주얼이 괜찮으니까 식용 말고도 핑크솔트 플레이트 같은 것도 팝니다.

 

 

 

 

 

 

9) 떡국용의 썰린 가래떡을 사먹다 보면 어떤 떡은 딱딱하고 질기고, 어떤 떡은 부드럽게 녹아버리는데요. 이 차이는 주로 함수율에 의한 것입니다. 딱딱하고 질긴 떡은 수분이 적은 떡이고, 너무 퍼지는 떡은 수분이 많은 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딱딱한 떡은 불리거나 익히는 시간이 더 길어야 조금 부드러워집니다.

 

 이러한 수분 차이는 처음 떡을 반죽할 때의 가수율과, 가래떡을 뽑은 후의 건조도 차이로 생길 것입니다. 가래떡은 뽑은 후 건조시키지 않으면 슬라이스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말려서 써는데, 어느 정도 말리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냉동고가 없던 옛날에는 완전히 건조시켜서 보존성을 확보했었지만, 현대에는 보통 적당히 말린 후 냉동보관하고 있지요.

 

 

 

 

 

10) 쇠고기를 익힐 때 온도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쇠고기를 구워 먹을 때 신경써야 할 일이고, 쇠고기 부위 중 적잖은 부위가 구워 먹거나 스테이크로 먹는 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구워 먹기엔 너무 질긴 부위가 많거든요. 근막이 많은 부위도 있고요. 1등급 이상의 한우 수준으로 근내지방이 많이 나오게 비육하면 좀 더 구워먹을 수 있는 부위가 많아지긴 합니다만. 대신 한우는 스테이크를 하기에는 기름이 너무 많고 근육 크기가 작아 부적합한 편입니다.

 

 일단 근육을 구성하는 액틴은 66도 이상에서 변성되어 질겨집니다. 그게 웰던이지요. 그런데 웰던으로 익어서 질겨진 이후에도 계속 물이나 수분이 많은 소스에 넣어 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점차 수용성 단백질 성분을 잃으면서 근섬유가 풀어져서 연해지다가 나중에는 잘게 부서져 버리지요.

 

 고깃국, , 스튜 등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물을 쓰지 않으면 이 정도로 익히는 건 어렵습니다. 그냥 가열하면 쇠고기가 수분을 다 잃고 나면 타버리거나 말라비틀어지니까요.

 

 쇠고기 찜이나 스튜는 숙성해가면서 시간을 두고 만들면 매우 맛있어집니다. 대중적으로는 쇠고기를 넣어 끓이고 숙성해가면서 먹는 카레가 있겠네요.

 

 

 

 

11) 미국산 쇠고기와 호주산 쇠고기는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주산 쇠고기의 경우 와규로 수입되는 건 미국산 프라임급에 견줄 만큼 마블링이 많지만, 실제 특성은 전혀 다릅니다. 맛있는 쇠고기 요리를 만들고 싶으면 서로의 특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호주산 쇠고기는 미국산 쇠고기에 비해 반추동물 특유의 풍미가 강합니다. 다른 고기와 비교하면, 쇠고기와 육질이 비슷한 고기 중 말고기는 냄새가 거의 없고, 양고기는 소고기보다 냄새가 강한데요. 국내산 쇠고기는 말고기처럼 냄새가 별로 없는 편인데, 대조적으로 호주산은 양고기처럼 냄새가 있는 편이고, 미국산은 그 중간쯤 됩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주로 뭘 먹이느냐에 의해 결정되는데요. 호주산 쇠고기는 상대적으로 생풀을 많이 먹습니다. 쇠고기는 생풀을 먹을수록 냄새가 강하고 풍미가 진해집니다. 그리고 쇠고기에 근내지방을 만들려면 영양가 있는 곡물 등을 먹이고 베타카로틴을 덜 먹게 해야하는데요. 호주에서는 소의 성장기에는 방목을 하고, 비육을 할 때는 울타리를 치고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생풀과 함께 보리나 밀을 주로 먹게 합니다.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비육을 할 때 옥수수, 콩 사료를 주로 먹게 되고요.

 

 그러니까 한우고기와 미국산 쇠고기, 호주산 쇠고기를 비교하면 내 생각에는 현재 대략 다음과 같은 특성입니다.

 

 호주산 쇠고기는 긍정적인 풍미와 부정적인 풍미가 모두 강한 편이고, 질긴 정도도 가장 질깁니다. 허브, 과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레시피에 어울립니다. 소금과 후추만 쓰는 심플한 스테이크에는 보통 미국산이 낫습니다. 카레처럼 향료가 많이 들어가는 요리에 쓰면 맛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레시피가 복잡해질수록 결과물이 좋은 편입니다. 살의 자체는 셋 중 제일 맛있습니다. 주관적으로 1:1:1 비교평가할 때는 호주산이 제일 맛있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 부정적인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뿐. 풍미가 좀 있고 야생적인 맛을 좋아할 때는 우선적으로 선택할만합니다.

 

 한우는 부정적인 풍미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고, 동시에 살의 긍정적인 맛도 약합니다. 가장 연하고 기름이 많습니다. 근 몇년 사이 한우는 좀 심각할 정도로 저며굽는요리에 특화되고 있는데, 기름이 너무 많고 근육이 작아서 스테이크에도 안 어울리고 끓이는 요리 하기엔 기름이 너무 많고 비쌉니다. 예외적으로 한우조차 기름이 안 붙는 우둔, 목심쪽 부위만 이리저리 활용할 만 하고요. 전각같이 그나마 저렴하고 그나마 기름적은 부위는 불고기하긴 좋습니다. 저며구워 먹을때는 수입산 쇠고기보다 맛있습니다. 그리고 나쁜 냄새가 없는 편이라 내 생각에는 흑후추 사용이 강제되지 않습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둘의 중간이라 할 수 있는데, 실제 요리에 전천후로 쓰기엔 가장 좋고 특히 스테이크에는 별로 대안이 없습니다. 소금과 후추만으로 스테이크를 만들 때, 어지간해서는 미국산 프라임 등급이 제일 낫습니다. 한우에 비하면 부정적인 풍미가 더 있을수는 있는데, 그 이상의 긍정적인 풍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산보다 연하고요. 다만 살 자체가 가진 맛의 선명함이나 깊이는 대체로 호주산만은 못합니다. 근내지방을 논외로 하고 붉은살만 이야기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레시피는 한우와 비슷하게 적용 가능합니다.

 

 

 

 

 

12) 우리나라에서 구매할 수 있는 쇠고기 부위 중 가격 대 성능비가 가장 좋은 부위는 척아이롤과 부채살이라 생각합니다. 수입육 기준입니다. 한우는 논외. 한우는 곰거리 제외하면 몇 년 전부터는 어떻게 해도 가성비가 안 나옵니다. 국내산 쇠고기 가성비는 이제 육우에서 찾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 부위들이 가성비가 좋은 건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척아이롤은 목심과 윗등심을 의미하는데, 목심 부위는 국거리고 구워먹기엔 너무 질깁니다. 윗등심 부위는 보기에는 마블링이 많이 생기지만 살치살 부위는 결도 다르고 구워보면 구워지는 것도 늦게 구워지고, 등심쪽에는 서로 다른 작은 근육이 많이 붙어서 근막이 많습니다. 먹으면 근막은 씹히지 않고 입 안에 남지요.

 

 척아이롤은 가급적 마블링이 많은 높은 등급을 사는 게 좋고, 목심과 등심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살치살이 붙은 쪽이 등심인데요. 위 사진에서 결이 사선인 부위가 살치살입니다. 살치살은 결도 다르고 특성도 다르고 좀 질기니까 떼어서 따로 취급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지방과 근막이 많은 부위는 먹을 때 신경써서 먹거나, 아니면 아예 제거해주면 더 먹기 좋긴 합니다.

 

 부채살은 살코기 자체의 품질은 일품입니다. 아랫등심이나 채끝 못지 않지요. 그 이상인 경우도 있고. 그런데 문제는 이 부위는 일반적인 정형을 하면 가운데 길게 힘줄같은 근막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덩어리째로 사면 아예 부위 전체를 감싸고 있는 바깥쪽 근간지방과 근막부터 난적이고요.

 

 고기 정형 좀 할 줄 아는 분은 부채살을 다듬으면서 중앙 부분 근막까지 다 제거해주면 되긴 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먹긴 어렵지요. 문제는 부채살의 특징입니다. 부채살의 살 부위는 안심이나 채끝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이 익히면 맛이 없고, 미국산 프라임등급이라도 지방이 많지 않은 부위라 일단 봐서 지방이 아예 없으면 블루에서 레어 정도로 먹을 때 맛있습니다. 그런데 블루/레어로 익히면 중앙 부분 근막은 먹을 수 없습니다. 대조적으로 중앙부분 근막은 웰던 이상으로 오래 익히면 부드러워져서 약간 오도독한 느낌으로 먹을 수 있게 되는데, 부채살을 그렇게 웰던으로 익히면 고기 부위는 진짜로 맛이 없습니다. 이게 부채살이 평가를 못 받는 이유인데요.

 

 권장하는 방식은 구워먹을 때는 가위로 중앙 근막과 살코기를 분리해서 살코기는 블루에서 미디엄레어 정도로 먹고, 근막 부위만 바싹 익혀서 먹거나 하는 겁니다.

 

 물론 부채살은 전천후로 많이 쓰이는 부위고, 수분이 많은 요리를 할 때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부채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미디엄레어 이하로 구워먹는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한우처럼 부채살까지 근내지방이 많이 끼는 경우는 논외. 그러면 익히는 정도를 더 익혀야 하지요.

 

 

 

 

 

13) 고기를 구울 때 원칙적으로는 생고기를 잡은 집게로 익은 고기를 잡으면 안 됩니다. 생고기 표면은 오염된 상태일 수 있는데, 고기를 굽게 되면 오염원이 소독됩니다만 생고기를 집었던 집게를 통해 구운 고기에도 오염이 번질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집게를 구분해서 쓰지 않게 되는 면이 있으니까, 오염 가능성이 낮은 고기를 쓰는 게 당연히 좋고요. 나는 좀 찜찜할 때는 생고기를 쥔 집게 머리 부분을 불로 굽습니다. 그러면 소독이 되지요.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게, 집게의 세트인 가위는 불로 구우면 안 된다는 겁니다. 칼이나 가위같은 날붙이에는 불을 대면 안 됩니다.

 

 보통 스테인리스 집게는 오스테나이트계 스틸로 만들고, 칼이나 가위같은 날붙이에는 마르텐사이트계를 씁니다. 오스테나이트계는 부식에 강한 대신 연합니다. 그러니까 강도나 경도가 보기보다 낮습니다. 오스테나이트계 스틸은 취급할 때 단단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대조적으로 마르텐사이트계 스틸은 열처리를 해서 경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날붙이를 만들기에 적합한데요. 이렇게 열처리해서 경도를 확보한 날붙이는 스테인리스건 탄소강이건 불을 대면 열처리가 풀려버립니다. 즉 경도가 현저하게 떨어져버린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날을 유지할 수 없고, 쉽게 날이 나가게 되지요.

 

 열처리가 풀리는 온도는 대략 150도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칼날은 워낙 얇아서 불꽃을 대면 순식간에 온도가 올라가서 열처리가 풀려버립니다. 그러니까 칼이나 가위는 뜨거운 물에 씻거나 하는 건 상관없지만, 끓는 기름에 빠뜨리거나 해도 안 됩니다.

 

 

 

14) 내가 어렸을 때는 설탕에 식소다를 첨가한 건 뽑기라고 했고, 포도당을 사용한 걸 달고나라고 했습니다. 요새는 뽑기를 달고나라고 통칭하는 것 같은데, 이 명칭 변화에 의아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다만 지역마다 이름이 달랐다고는 합니다.

 

 요새는 뽑기 키트도 나오던데 사실 뽑기를 해먹는 데 키트같은 게 굳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눌러서 모양을 찍으려면 그런 게 필요하긴 합니다만, 원래 꼭 그런 식으로 먹던 건 아닙니다. 사실 맛으로 치면 눌러서 모양찍은 건 완전히 굳어서 맛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뽑기는 다 굳기 전에 먹는 게 맛있습니다.

 

 뽑기를 만들 때 필요한 건 큰 스테인리스 국자, 백설탕, 식소다, 중앙부에서 불꽃이 나오는 쿡탑입니다. 원래 80년대에는 연탄불에 아이들도 직접 해먹던 게 뽑기입니다. 연탄불을 쓰면 애들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만들기가 쉽고요. 요새는 가정용 가스렌지는 중앙부에서 불이 안 나오니까, 나오는 부루스타나 캠핑용 버너를 쓰는 쪽이 쉽습니다. 그래도 근성으로 해드시는 분들은 어떻게든 인덕션에서 황설탕으로도 해드시던데 사람이 궁하면 어떻게든 다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플라스틱 국자에 시도하면 안 됩니다

 뽑기는 그냥 설탕을 약불에 녹이면 되는 요리입니다. 다만 태우지 않는 게 포인트입니다. 생각보다 잘 안 녹기 때문에 불을 좀 크게 하거나 불에 너무 가까이 대면 탑니다. 타면 실패고요. 설탕이 타서 국자에 붙으면 잘 벗겨지지도 않습니다. 백설탕이 잘 되고 황설탕으로도 안 되는 건 아닌데, 백설탕보다는 잘 안 됩니다. 완전히 녹으면 소다를 넣어주면 됩니다.

 

 뽑기 놀이를 하려면 누른 다음 모양을 찍고 핀셋으로 모양을 파냅니다만, 원래 꼭 그렇게 먹었던 건 아닙니다. 80년대에는 국자에 소다를 넣은 후 부풀어 오르면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그대로 떠 먹곤 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먹는 게 더 맛있습니다. 긴 디저트용 소형 스푼 같은 걸 이용해 먹으면 됩니다. 그밖에 또 한 방식은 소다를 좀 많이 넣어 충분히 부풀린 후 설탕이 충분히 담긴 통에 뽑기 덩어리를 던져넣고 굴려가면서 겉면만 굳힌 다음 먹는 건데요. 이 형태는 원래 빵이라고 불렀습니다. 뽑기는 다 굳으면 맛이 없는데, 빵은 덩어리가 져있기 때문에 겉은 좀 굳더라도 속은 여전히 굳지 않은 상태라, 그 상태로 먹으면 맛있습니다. 다만 소다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쓴맛이 좀 있는 편이라, 그 맛이 싫다면 덜 부풀더라도 소다를 덜 넣어야 합니다.

 

 

 

 

15) 인천에서 기원한 요리가 여럿 있습니다. 대략 자장면, 쫄면, 아구를 말리지 않은 생아구찜, 그리고 계란빵이 있는데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계란빵은 인천이 기원입니다. 인하대 후문 쪽에서 발명된 풀빵이라고 하지요. 예전에는 동절기 인천에 계란빵 파는 곳이 많았는데, 노점이 줄어들면서 이젠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계란빵은 원래 팥소가 들어가던 풀빵에 팥소 대신 계란을 넣고 구운 겁니다. 그런 식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모양은 평범한 풀빵 모양입니다. 아마 작정하고 개발하려고 한 레시피였다면 틀 자체가 평범한 풀빵 모양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16) 팥소가 들어간 풀빵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화빵 계열보다 붕어빵이 인기가 좋습니다. 내가 먹기에도 붕어빵이 더 맛있는데요. 적당히 잘 구운 붕어빵은 표면적을 늘려서 생긴 마이야르와 속의 촉촉함이 잘 공존된 편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적당히 잘 구운 붕어빵이 국화빵보다 맛있는 이유는 같은 부피 대비 표면적이 더 넓어서 그렇다는 게 나의 견해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 면적이 넓다는 겁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겉면에 마이야르가 많이 일어난 프랑스 빵 계열을 대중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게뜨.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지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곡물이 구워진 구수한 풍미 자체는 좋아합니다만, 딱딱하고 수분이 적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체질적인 이유도 있고 문화적인 이유도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정도 수분이 많은 음식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붕어빵 같은 건 그야말로 적당히, 수분이 많이 남게 구우면서 마이야르도 많이 만든 빵이라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굳이 보자면 빵보다는 과자류에 가까울지도 모르지만요.

 

 

 

17) 무게감이 가벼운 케잌류를 좋아합니다. 시폰케잌과 마들렌을 좋아하는데요. 시폰으로 만든 쇼트케잌도 좋아하고요. 케잌의 무게감에 대한 선호는 각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파운드처럼 좀 묵직한 걸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요.

 

 그런데 시폰케잌은 구울 때 전용 틀이 필요합니다. 시폰케잌은 가운데 구멍이 난 모양이지요. 폭신하고 밀도가 낮은 케잌이라서 구울 때 가운데에도 열공급을 하기 위한 구멍입니다. 도넛에 구멍을 뚫어 튀기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어떤 이유에선지 근래 종이로 된 1회용 시폰케잌틀에 시폰케잌을 구워서 종이틀째 판매하는 게 곧잘 보입니다. 문제는 내 생각에는 종이틀에 구운 시폰케잌은 맛도 떨어지고 먹기도 불편하다는 건데요. 시폰케잌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인건비가 비싸져서 이렇게 된 건지. 종이틀에 구워놓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18) ‘맵다는 감각이 통증이라는 건 대체로 들어서 알고 계실 겁니다. 사람의 몸은 모든 자극이 특정 역치 이상이면 통증을 느끼게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렬한 빛을 보면 눈에 통증이 느껴지지요. 너무 크고 날카로운 소리를 들으면 귀가 아프고요. 어떤 감각이건 사람은 통증을 느낍니다.

 

 캡사이신은 뜨거움을 느끼는 역치를 낮춥니다. 그러니까 원래 일정 이상의 온도에서만 우리 몸은 뜨겁다라고 느끼는데, 캡사이신은 그보다 더 낮은 온도. 즉 우리의 체온 정도에도 뜨겁다라는 감각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이 캡사이신의 느낌을 맵다고 인지하게 학습되어 있습니다.

 

 물론 캡사이신만 매운 게 아닙니다. 겨자나 와사비, 마늘도 맵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은 모두 뜨거운매움에 속합니다. 반대로 차가운매움도 있지요. 민트에 많이 들어있는 멘톨이 그것입니다.

 

 멘톨은 반대로 차가움을 느끼는 역치를 높입니다. 원래 일정 온도보다 낮은 것에만 차갑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감각을,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차갑게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맵다는 감각에 속합니다.

 

 멘톨은 피부에 적용 시 냉찜질을 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파스에도 많이 쓰이고, 기호성 문제인지 치약에도 쓰입니다. 음식에도 쓰이는데 역시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민트 레시피는 민트초코겠지요. 나는 민트초코와 파인애플이 들어간 피자도 잘 먹습니다. 최애는 아니지만.

 

 

 

 

 

19) 통칭 슈크림은 정식 명칭이 커스터드입니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흔히 슈크림볼이나 베이비슈’, 그냥 라고 부르는 그것의 이름이 슈 아라크렘(chou à la crème)입니다. 여기에 원래는 커스터드가 들어가다보니, 커스터드를 일본에서 슈크림으로도 부르게 되었다고 추정하며 그 말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온 것 같습니다. 프랑스어로 chou는 양배추라는 뜻인데, 슈 아라크렘의 모양이 양배추 모양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고요. 커스터드를 만들 때 양배추는 안 들어갑니다. ‘커스터드라는 말은 대체로 롯데나 오리온에서 만드는 카스타드에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거기 커스터드가 들어가지요. 그런데 근래엔 슈 아라크렘에 커스터드가 아닌 휘핑크림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스터드를 만드는 게 더 손이 많이 가거든요.

 

 커스터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샛노란 거고, 하나는 거의 흰 겁니다. 커스터드는 계란 노른자와 버터, 우유, 설탕, 약간의 밀가루, 바닐라 등으로 만드는데 유지방이 많이 들어갈수록 더 흰색을 띠고, 더 생크림에 가까운 맛이 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슈크림빵을 사면 거의 샛노란 커스터드가 들어있었는데, 요새는 그런 것보다는 흰색에 가까운 게 많지요. 노란 건 델리만주 같은 데 들어있고요.

 

 커스터드는 디저트에서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타르트지 등에 넣어 구운 건 에그타르트. 용기에 담고 위에 설탕을 담고 직화로 설탕을 구워 녹인 건 크렘 브륄레입니다.

 

 

 

 

 

20)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는 사프란입니다. 사프란을 키워보면 사프란이 왜 비싼지 알 수 있는데, 사프란은 크로커스의 한 종류에서 나오는 암술로 꽃 하나에 암술이 3개씩 달리는데, 그 암술을 모은 게 사프란이라 요리에 쓸만큼 수확하려면 꽃을 어마어마하게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다 손으로 따야 하고요. 꽃 자체는 볼만한 편이고 키우기 어렵진 않아서 땅이 남아도는 분한테는 추천합니다.

 

 사프란 다음으로 비싼 향료는 바닐라입니다. 바닐라는 친숙하기 때문에 그리 비싼 향료라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진짜 바닐라는 맛있고 비쌉니다. 나는 특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잘 만든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비싸지만 매우 맛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마카롱 집에서도 나는 바닐라 마카롱을 꼭 먹어보는 편입니다. 잘 하는 마카롱 집은 바닐라 마카롱을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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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신전 2021.12.16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리 관련 포스팅은 항상 놀랍고 방대해서 읽으면 즐겁습니다.

    혹시 궁금한게 생기시면 인터넷으로 파고들어서 알게 되시는걸까요? 웬만한 요리책보다 훨씬 깊이가 있어서 어떻게 습득하시는지 궁금해집니다

    • 해양장미 2021.12.16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궁금한 게 생기면 일단 인터넷으로 찾아보긴 합니다. 바로 답이 나올 때도 있고, 나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알게 된 것도 많습니다.

  2. 프마수스 2021.12.16 1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 차돌박이와 우삼겹 중 차돌박이 쪽이 더 맛있는 이유가 이거였군요...

    6) 볶음밥 관련해서는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한국식 볶음밥은 비빔밥에 더 가깝다는 통설은 조리시 유분보다 수분을 이용한 대류를 사용한다는 의미겠군요?

    11) 근래 한우 씨숫소 종자의 덩치가 2배 가량 늘었다고 하는데, 이게 '한우는 저며먹는 로스구이 형식에만 지나치게 특화 되고 있다'는 말씀과 닿아있지 싶습니다. 사진을 봐도 비만인 것 같거든요. 최근 들어 한우의 종자관리가 더 잘 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맛이 더 획일화 되었다고 느끼는 원인이겠고요.

    12) 부챗살을 매우 선호하는 입장에서, 그냥 2번 나누어 구워먹는 방식을 사용 중입니다. 고기가 평타 이상일 때, 먼저 블루레어나 레어로 구워서 가운데를 남긴 채 한 번 부드러운 고기부위만 먹고, 힘줄 부위를 다시 웰던으로 익히면 힘줄도 맛있어집니다.

    14) 일본에도 설탕을 가열하다 소다를 넣어 부풀리는 간식이 있기에, 저는 언어순화 작업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별개로 국립국어원은 그 폐단이 상당하다 생각합니다.

    16) 바삭한 붕어빵을 좋아하는데, 제가 사는 지역은 이제 기름진 잉어빵 밖에 없어서 슬픕니다.....기간이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15년 전까지만 해도 붕어빵도 열세긴 했지만 지분이 있었는데, 10년 전 쯤부터 급속도로 밀려버렸습니다.

    • 해양장미 2021.12.16 13: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3) 네. 차돌박이는 그 자체로 풍미가 좋은 편이기도 합니다.

      6) 볶음밥이 원래는 전자렌지도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 자연적으로 나온 요리입니다. 밥을 기름에 볶아두면 잘 상하지 않게 되고, 식은 밥을 다른 수분이 많은 재료와 함께 볶으면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지요. 원래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먹다가 일품요리화된 건 상대적으로 나중 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볶음밥은 수분이 많은 편이지요.

      11) 씨숫소의 덩치가 커지면 체격이 커지니까 근육도 더 늘어서 그것 자체로는 더 맛있는 스테이크용 쇠고기도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근래의 한우는 더 많은 마블링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고, 이게 저며굽는 요리에 특화되는 주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블링이 많은 쇠고기는 다른 조리법에 쓸 일이 없잖아요.


      12) 좀 두껍게 정형된 부채살은 나누어서 조리하는 게 맞을겁니다. 다만 저는 그런 경우에는 힘줄은 안 먹고 그냥 버립니다. 근막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요.

      14) '뽑기'는 그 누른 그림을 핀셋으로 긁어 뽑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 것 같은데요. 설마 국립국어원은 그 이름에도 일본이름 같다는 망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생각하고 싶습니다.

      16) 아. 하긴 요새 잉어빵이 흔하지요. 잉어빵이 인기가 더 많고요. 대체로 구분 안하고 붕어빵이라 부릅니다만. 붕어빵 틀에 잉어빵 반죽으로 굽는 경우도 많고요.

      잉어빵은 반죽 특성상 적절하게 잘 구워야 맛있습니다. 설구우면 맛이 없어요. 제 생각에는 잘 구워주는 쪽이 맛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너무 구우면 퍽퍽하고.

    • 프마수스 2021.12.16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11) 사진을 보면 느낌이 강호동이나 김준현 같은 체형을 가진 개체가 아니라, 유민상 같은 개체라고나 할까요;;? 이 이상의 표현법이 안 떠올랐습니다...원인은 마블링 때문이겠죠.

      14) 제가 말을 좀 헷갈리게 적었는데 '뽑기'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어라고 생각해서 교정 하려든다기 보다는 '뽑기'가 일본음식의 국내명, 우리 음식은 '달고나'라 생각해서 '간편하게 설탕을 가열해서 만든 간식=달고나'로 통일 하는 것 같다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립국어원 폐단을 별개라고 적은 이유가 그것이고요.

      근데 '언어순화'라는 게 참 다방면에서 해악을 끼치기에 제가 전달하려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그쪽이 보편적인 이미지지요. 단어를 자의적으로 외국잔재로 몰아붙이는 측면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단어에 현실을 끼워맞추는 폐단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미국회사 상품인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라 생각하니까, 거기 나온 음식은 순우리말처럼 생긴 달고나여야 한다는....

      16) 동의합니다. 잘 구운 잉어빵은 약간의 찰기가 있는 풀빵류 반죽(?)을 사용하는 길거리음식의 최고봉이라 할 정도로 맛있습니다. 다만 붕어빵 같은 가벼운 느낌이 없다는 게 아쉬울 뿐...잉어빵 쪽이 더 든든한 느낌이 있지요. 그나저나 인천도 잉어빵이 지배하고 있군요. 붕어빵 마니아는 슬픕니다. ㅜㅜ

  3. 玄狼(현랑) 2021.12.16 1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왜 민황(悶黃)을 뜬금없이 간체자로 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인장께서는 간체자를 쓰시지 않으셨는데...

    • 해양장미 2021.12.16 17: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1. 문서를 작성할 때 중국차 제다법 문서에서 긁어 붙였더니 그리 되었습니다. 정체자 표기를 병기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황에 대한 정보가 잘못 알려져 있어서, 정체자로는 검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玄狼(현랑) 2021.12.16 1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1. 뭐... 전 정자체가 편해서 그걸로 서치하는 편입니다. 중화권 웹에서는 번체/간체 둘다 써도 잘 나오니까요.

      1-1 '悶'이 한문에서는 어둡다, 답답하다로 쓰여서 '응?' 했는데, 중국어 사전을 뒤져보니, '답답하다' →'공기가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 → 공기를 통하지않게 하다'로 뜻이 확장되었더군요.

      2. 저는 띄기의 단맛을 아주 약하게 느끼는 터라 어렸을 때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대전 쪽) 선천적으로 못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지만.

      3. 고기에 민트를 첨가해 잡내를 없앤다는 건 옛날에 모 학습만화책에서 봤지만, 정작 그렇게 요리한 걸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한국에선 민초나 민트 껌, 박하사탕 같은 게 흔한 탓에 (웃자고 모 게임 캐릭을 놀리는 밈이지만), 민트 파이를 괴식으로 취급하더군요.

    • 해양장미 2021.12.16 17: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 띄기가 '뽑기'의 해당 지역 언어였던가요? 뽑기에만 그러하신가요?

    • 玄狼(현랑) 2021.12.16 17: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 포도당 달고나를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그게 있다는 사실도 요즘 들어서야 알았는데요.

      4. 갓 나온 가래떡은 뜨겁고 말랑하니 맛있죠. 보통 플라스틱 트레이에 일정하게 잘라서 말려두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은가요?

    • 해양장미 2021.12.16 18: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 음, 그러니까 다른 캔디류는 달게 느끼십니까?

      포도당 달고나는 80년대에 사라졌습니다. 그러니까 그 이후에 태어난 분들은 먹어볼 수 없었지요.

      3. 고기에 민트는 가장 대표적인 게 양고기에 민트젤리입니다. 호텔부페 같은 데 가면 양갈비 구이에 민트젤리를 먹을 수 있는데요. 저는 양갈비 구이에는 홀그레인머스타드보다 민트젤리를 좋아합니다.

      4. 자른 가래떡을 사다 보면 좀 많이 마른 것도 있고, 설 마른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 완전히 마른 건 잘 유통되지 않고요. 많이 마른 건 불려서 조리해야 하다보니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玄狼(현랑) 2021.12.16 1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 유독 달고나만 그렇네요...

      3. 왜 이름이 '민트 젤리'인 걸까요. 영미권에서 젤리와 잼을 혼용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 해양장미 2021.12.16 1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 그렇군요. 그럴 수도 있군요.

      - 실제로 젤리인걸요. 잼은 과일을 졸인 거고.

  4. 익명 2021.12.17 1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해양장미 2021.12.17 14: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 경험적으로 광어는 자연산이건 양식이건, 크건 작건 상관없이 개체별 맛 차이가 큽니다.

      생선이 원래 개체별로 맛 차이가 나는 경향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광어에서 그런 현상을 분명하게 느낍니다.

      13) 인천에서 개발된 것 외에도 인천 화교들이 들여온 것들이 있지요. 예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동안 타국과 꽤 고립된 생활을 했었는데, 화교들은 그래도 바깥과 교류가 있는 편이었던 게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익명 2021.12.17 1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 해양장미 2021.12.17 1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제가 먼바다 광어를 딱히 먹어본 적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요. 대체로 제가 먹어본 자연산 광어들은 인천 근해에서 잡혔을 것 같습니다.

  5. 익명 2021.12.17 1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해양장미 2021.12.17 19: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 다른 고기는 소만큼 부위를 많이 안나눕니다. 소는 덩치가 큰 생물이고, 고기도 좀 더 질기고 맛도 진하기 때문에 더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 중화요리사들이 중화웍에 볶음밥을 할 때는 화력도 워낙 고화력이고, 기름도 많이 씁니다. 제대로 볶으면 밥알이 충분히 빠른 속도로 튀겨지게 됩니다.

      - 천일염도 불순물이 많으면 잘 보면 이물질이 있고, 물에 넣으면 개흙 같은 게 떠오릅니다. 관련하여 위생관리가 충분히 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 대왕카스테라는 이름은 카스테라지만 경화되지 않은 유지 들어가는 게 시폰에 가깝다고 압니다. 시폰틀에 굽지 않으니까 좀 주저앉겠지만요. 팥알의 카스텔라는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 민트초코에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 향이 치약향과 비슷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박하사탕 같은 경우 그렇게까지 호불호가 갈리지 않지요.

  6. 알팔파 2021.12.18 2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해양장미님은 짜장면에 식초 넣어먹는 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짜장면 짬뽕 모두 식초를 한스푼 넣은게 덜 느끼해서 맛있습니다.

    • 해양장미 2021.12.19 0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장면에 식초를 넣는 분들도 있는 건 알고 있고, 해보면 의외로 맛이 괜찮다고는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먹어본 적이 없네요.

      저는 조금 새콤하게 먹고싶으면 단무지에 식초를 조금 쳐서 곁들여 먹고 있습니다.

      짬뽕에 식초를 넣는거야 똠양꿍처럼 동남아에는 신맛과 나는 탕면이 있으니까 잘 어울릴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