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바꾸는 시장과 미래

경제 2019. 6. 26. 14:58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G8NvzYuQM4E

 


 

 이마트 주가가 오늘 장중 14만원이 깨지면서 상장 이후 최저가를 경신했습니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이마트의 주가는 우리나라 정치/사회/문화의 아주 많은 것을 반영하고 있는데요. 관련하여 알아볼수록 이 사회가 변화해가는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이마트 주가가 내려가는 시기는 이마트만 나쁜 게 아닙니다. 내수시장 전반이 총체적으로 안 좋다고 이해해도 됩니다.


 

 긴 시기로 보면 이마트 주가는 몇 번의 급락과 반등을 겪었습니다. 이번 하락이 사상 최악이긴 한데,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관련하여 여러 번 이야기를 해 왔는데, 기존 포스트들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쿠팡의 1.1조 당기순손실, 국내 유통업과 이마트

자영업자 수난시대 - 언제까지 나빠지기만 할까요?



 

 근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페미니즘입니다.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모두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혜화역 시위 같은 건 겉으로 보이는 일각에 불과합니다. 페미니즘은 아주 큰 규모의 트랜드고,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온라인쇼핑이 예전부터 발달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선식품 온라인쇼핑이 근래 들어 추가적으로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그 이면에 있는 것은 여성 취업자의 증가와 전업주부의 감소입니다. 물론 출산율의 저하와 1인가구의 증가도 있습니다. 출산율저하 및 1인 가구 증가는 여성취업자 증가와 전업주부 감소라는 현상과 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예전부터 시장의 낮은 여성의 것이고 밤은 남성의 것이었습니다. 여자들은 낮에 식품, 의류, 화장품을 주로 소비했고, 남자들은 밤에 주류를 많이 소비해 왔지요. 그런데 전업주부가 근 몇 년 사이 줄었습니다. 전업주부가 줄어드니까 낮 시장이 잘 될 수가 없습니다. 낮에 누가 물건을 사러 다녀야 뭐가 되지요. 화장품이고 식품이고 안 팔리는 겁니다. 여기에 탈코르셋 소리 하는 래디컬 페미니즘까지 겹치니까 화장품 로드샵이 줄줄이 망했고요. 식품도 사러 다니는 여자들이 적어지니까 온라인 신선식품 쇼핑이 증가한 것입니다.


 

 여성취업의 증가 이면에 페미니즘이 있습니다.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입니다. 여성 취업을 증가시키기 위해 페미니즘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진성 페미니스트가 여성취업을 증가시키려고 하기도 합니다.


 

 여성취업을 증가시키면 GDP가 증가합니다. 고용율도 올라가고요. 복지비용은 줄어들고, 세수도 -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준조세인 건보 및 국민연금 재정이 - 늘어납니다. 정부는 여성 취업을 증가시킬 만한 동기가 있는 거지요.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OECD의 다른 나라보다 낮은 편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박근혜 때부터 추진한 게 여성취업의 증가입니다. 기존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전업주부를 줄이고, 짧은 시간이라도 일하게 한 것이지요. 동시에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했습니다. 이 정책방향은 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변하지 않았고, 훨씬 더 강도 높게 진행되었습니다. 수십 번도 더 이야기했지만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박근혜와 문재인은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문재인 쪽이 훨씬 더 급진적이고 막무가내고 강도 높긴 합니다만.


 

 그리고 지금은 시장이 완전히 박살났지요. 처참하게 깨졌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보다정도의 생각은 권력자들도 슬슬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인정은 못 하고 책임도 못 지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책 방향을 갈려면 사람을 갈아야 하는데, 사람을 못 가니까 방향도 못 바꿉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일단 생각해봅시다. 전업주부의 살림 행위가 경제적 가치가 없을까요? 물론 주부노동은 임노동이 아니라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가 무척 어렵긴 합니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그다지 일관성이 없다 보니, 어떤 페미니즘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과대평가해왔던 반면, 어떤 페미니즘은 주부라는 것의 존재의미 자체를 부정해왔지요. 그 중 근래 대세가 된 건 주부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급진적인 파벌입니다만, 단언컨대 잘못된 쪽이 대세가 된 것입니다. 전업주부가 생산하는 효용이 있고, 그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거나 표준화하긴 매우 어렵습니다만, 그 동안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데 전업주부들은 일정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업주부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급진적으로) 밀어붙이다보니, 가시적인 임노동자 숫자는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경제 현실은 그저 그런 쪽의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동자 숫자의 증가와 무관하게 총노동시간은 늘지 않기도 했고요. 이런 실패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게 유통의 변화와 상권 및 소상공인들의 몰락, 그리고 출산율의 급락이겠고요. 지원 정책이 여성에 집중되다 보니 남성의 고용 상황은 나빠졌고, 젠더 갈등이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큰 정책 방향을 바꿔야합니다. 지금의 이 방향은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지속 불가능합니다. 전업주부가 줄어드는 추세와 출산율의 급락 추세도 비례관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는 주부가 좀 더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내수 시장의 성장과 유지에도 주부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꼭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전개되는 래디컬 페미니즘은 남성 전업주부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성이 돈을 못 벌면 결혼도 출산도 없다는 것도 또 한 번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유통 산업만 놓고 보면 현재 출혈 경쟁중인 신선식품 배송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적으로 나는 어제 모처에 온라인 쇼핑으로 한우 배송을 소량 시켰고, 시킨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받아볼 수 있었는데요. 내가 입수한 가격과 배송 시간, 배송처와 내가 받은 곳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판 쪽에서 확연히 적자를 봤을 겁니다. 도저히 이익을 볼 수 없게 팔고 있어요. 이런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겁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별로 발생하고 있지 않은데 - 준 디플레이션이라 봐야 하는 불경기입니다. - ,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때 진짜 인플레이션이 오게 되지 않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연말에 바닥을 좀 잡는 것 같다가, 이후 몇 달째 계속 추가 하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여기가 바닥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는데요. 아주 나쁜 시기고 정부의 정책적 문제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계속 이런 식으로 해도 시간이 지나면 경기라는 건 때가 되면 다시 올라가긴 합니다. 근 며칠 환율을 보면 단기적인 위기는 어찌 지난 것 같기도 하고요. 나는 큰 문제가 없는 한 늦어도 내년엔, 그러니까 총선쯤이 되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고요. 어쩌면 아주 큰 반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요. 정책이나 내용의 개선 없이 시대흐름 잘 타서 경기가 크게 반등하게 되면, 그 다음이 진짜 위기가 될 겁니다. 지금은 진짜 위기가 아니고요. 온다면 문재인 퇴임할 때쯤이나 그 다음쯤에 큰 위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위기를 제대로 두들겨 맞은 후에야 이 페미니즘을 어쩔 수 있을까요.

 추천 브금

 

https://youtu.be/psqEfVdJN_Q

 



 작년 11, 손정의가 쿠팡에 거액을 추가 투자했다는 소식은 나에게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아마 관련 소식에 관심이 있던 분들 중 다수는 나처럼 의아함을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손정의가 무엇을 생각하고 쿠팡에 추가 투자를 했는지를 여러 모로 생각해봤습니다만, 현재의 잠정적인 나의 결론은 손정의의 오판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연관하여 나는 올해 이마트의 소액주주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이마트의 주식을 보유한 적이 없었고요. 이번 포스트에는 국내 유통업계의 변화 양상과 기존 유통업계들의 우점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해볼까 합니다.


 

 우선 2010년대 우리나라 유통업 이야기를 약간 해보자면, 00년대에 승천하던 대형할인마트의 성장은 10년대 들어 대형마트의무휴무제가 시행되고, 준대형마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온라인 및 홈쇼핑이 활발해지면서 꺾인 상황입니다. 그와 함께 일반적인 소매점 경기도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경향이 있지요.

 

 그런데 온라인 쇼핑이 딱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2000년대가 되면서 우리는 즉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게 되었지요. 온라인 쇼핑과 대형할인마트는 거의 유사한 시기에 같이 성장했습니다. 그렇지만 대형할인마트는 10년대 들어 강제적인 규제를 당했고,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지는 못하고 있으며, 1가구당 구성원 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사회 변화에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쿠팡, 위메프, 티몬 등은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본래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었습니다. 한시적인 할인 상품 및 음식점 이용권을 제공하던 곳이었지요. 그런데 소셜커머스는 과당경쟁에 시달렸고, 소셜커머스를 통해 홍보하고 자리를 잡으려던 음식점들은 할인가로 찾아왔던 손님들이 할인되지 않은 가격으로는 다시 오지 않으려 하게 되는 걸 겪게 되었습니다. 그에 수많은 소셜커머스들이 문을 닫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남은 소셜커머스들은 점차 오픈 마켓처럼 변하게 되었습니다.

 

 오픈 마켓화된 소셜커머스가 배송 경쟁에 뛰어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출혈 경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몇 년 동안 대형마트들은 힘든 시기를 맞이했었지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 기업들의 이익입니다. 위메프와 티몬은 창업 이후 단 한 해도 흑자를 낸 해가 없습니다. 이미 완벽한 자본잠식에 빠진지 오래이며, 점차 더 적자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쿠팡은 손정의에게 2015년에 10억 달러, 그러니까 1.1조 이상을 투자받았으나 순식간에 다 까먹고 2018년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작년에 2.3조 정도를 손정의가 또 투자했지요. 그러나 작년 한 해 동안에 1.1조를 추가로 까먹었습니다.


 

 기존 오픈 마켓은 나을까요? 일단 11번가는 답이 없습니다. 만년 심하게 적자입니다. 옥션과 G마켓은 이베이가 소유하고 있고, 이미 한 회사로 합쳐놓은 상태입니다. 여긴 그나마 조금씩 흑자를 봅니다. 인터파크도 흑자를 보는 해가 많은 편인데, 근래의 인터파크는 점유율이 많이 줄었고 콘서트 티켓이나 여행권, 도서 등에 특화된 곳이 되어서 사업 모델이 좀 다르다고 해야겠습니다.


 

 한편으로 최근에는 새벽배송이 시끄럽습니다. 마켓컬리가 유명해졌던가요. 그런데 마켓컬리도 이미 완전한 자본잠식 상태고, 실제 새벽배송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입구가 닫혀있어서, 방문자가 들어가려면 요건이 있는 세대를 호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객이 잠든 새벽에 호출을 하게 되면 문제가 되지요. 실제 호출해서 문제가 된 케이스도 있다고 압니다. 보통은 경비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경비실에 항상 사람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배달원은 경비원을 계속 기다릴 수 없으니까 물건을 경비실이나 공용현관 앞에 두고 간다거나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현관비번을 기입하는 란이 있다는데, 이는 해당 아파트의 보안을 떨어뜨리는 요안이 되기에 언제든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쿠팡의 경우를 다시 이야기해보자면, 매출 신장세는 무척 빠릅니다. 그런데 적자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독특하게도 배송 체계를 직접 구축하고 있는데, 그 투자 규모를 보면 본격적으로 물류업에 뛰어들고 있다고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물류업이 블루오션이냐하면 아닙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 물류업은 더할 나위 없는 레드오션입니다.

 

 쿠팡의 물류업 투자가 마냥 아주 터무니없는 건 아니긴 합니다. 왜냐하면 물류량 전반이 늘어나는 걸 감안해 보면, 기존 물류업체들의 가격결정권이 점차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현재 우리나라의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이 44%, 한진과 롯데가 각각 12%, 우체국이 7% 정도를 점유한 과점시장이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하위 업체들의 배송 서비스 품질이 너무 나빴기 때문인데, 쿠팡처럼 자체적인 물류 체계를 갖추면 배송비용이라거나 서비스 품질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쉽긴 합니다.


 

 문제는 투자 대비 이익인데요. 쿠팡은 이미 지난 5년 사이에 3조원 이상을 날렸습니다. 회계와 경영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현금 또는 현금성자산을 사용해서 대지, 창고, 차량 등을 구매하는 것 자체는 손실이 아닙니다. 현금 1억으로 1억짜리 집을 샀다고 순자산이 감소한 게 아니잖아요? 그것과 똑같습니다. 집을 사는 과정에 비유해보면 세금, 부동산 복비, 인테리어 및 수리비용 중 주택 가치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 인부들 짜장면이나 음료수나 술 사준 비용, 계약 시점부터의 감가상각 같은 게 손실입니다. 쿠팡은 이런 걸로 3조 넘게 날렸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3조 넘게 날린 걸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유통업 전반이 그렇지만, 특히 오픈마켓은 해자(moat)를 가지는 사업이 아닙니다. 게다가 비용이라는 면에서 쿠팡과 같은 형태의 유통은 비효율적입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체가 배송하는 쪽이 비용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포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형할인마트의 배송 시스템은 대체로 추가적인 포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동네 배송이니까, 마트에 있는 물건을 바구니 같은 데 실어서 배달만 해 주면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국에 대형할인마트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오프라인 기반이 없는 쿠팡 같은 경우 결국 택배로 물건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시스템이라, 제품을 포장해 보내야 합니다. 하나하나 포장하는 데 박스와 포장재, 그리고 인력을 소모해야 한단 말이지요. 그래서 쿠팡이 아무리 투자를 해도 대형마트보다 물류비를 줄이는 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이 관련하여 예전부터 골판지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쿠팡은 매출을 올려서 청사진을 만들어낸 후, 그것으로 투자를 계속 받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왔습니다. 투자를 많이 하니까 매출이 올라온 것이기도 한데, 이건 대단히 불안정한 사업 모델입니다. 초기매출 성장세가 가파른 스타 스타트업들이 결국 이윤을 충분히 내지 못하면서 침몰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현재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자본을 많이 소모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자본소모를 줄이고 흑자를 보려고 할 경우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무척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원천적으로 온라인 상점은 오프라인 상점에 비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할인마트의 경우 미끼상품이 있더라도, 그 미끼상품까지 가는 동선에 다른 상품들을 배치함으로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품을 할인한다고 해서 갔다가, 마트에 온 김에 시식 코너에서 시식을 한 후, 그 시식한 상품을 구매해 본 경험은 거의 누구나 있을 겁니다.


 

 대조적으로 온라인 상점에서는 체리피킹이 쉽습니다. 아무리 이런저런 상품을 화면 구석구석 보여줘도 소비자는 사려는 물건만 사게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물건을 고르는 데 필요한 동선이 없기 때문입니다. 괜히 온라인 상점들이 누적적자가 심하고 자본잠식이 심한 게 아닙니다. 미끼상품만 팔리면 그 어떤 마켓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마트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이마트는 글로벌 유통공룡업체들의 습격을 00년대에 모두 이겨냈습니다만, 강제휴무가 시행되고 사회주의적 트랜드가 대형할인마트를 적대한 이후엔 여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마트는 단 한 해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이익을 창출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나는 대형할인마트라는 사업 모델 자체는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형할인마트의 주 고객이 기혼 중산층 가족이었다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대형할인마트를 이용할 만한 중산층 가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겠지요. 1인 가구는 굳이 대형할인마트까지 이용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온라인 쇼핑이나 편의점이 더 친하지요. 서민 가구도 준대형마트나 SSM,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게 더 낫습니다. 그리고 남은 중산층은 점차 소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할인마트보다는 복합쇼핑몰이나 창고형 할인마트를 이용하는 게 나은 선택이 됩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도 관련하여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지요.


 

 쇠퇴하는 동네에서는 대형할인마트가 점점 사라질 겁니다. 작년에 이마트는 인천 최초의 대형할인마트이자 제4호점이었던 이마트 부평점을 폐점했습니다. 갈산역에서 멀지 않은 그 자리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게 되었지요. 무언가가 사라지고 대체된다는 건, 그 대체된 게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거라 기대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마트 없애고 주상복합 짓는 게 돈이 된다는 겁니다.


 

 나는 지금이라도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통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건 당연한 것인데, 대형마트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로 보는 이마트와 신세계그룹의 상속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무거운 상속세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 무거운 상속세는 국가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우리나라 서민들은 상속세를 낼 일이 없고 부자에 대한 질투심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상속세가 경제 전반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잘 모르고, 상속세를 낮추고자 하는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과세체계 전반은 부자에게만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렇게 누진이 심한 사회주의적 체계는 그 자체로 복합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마트의 경우 이명희 회장이 18.22%, 정용진 부회장이 10.33%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희는 1943년생으로 고령이기 때문에 정용진은 지분을 증여받건 상속받건 해야 합니다. 이 승계에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지요.



 재벌들이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가 주가를 낮추는 겁니다. 재벌의 재산은 대부분 주식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주가가 낮아지면 재산평가액도 줄어들고 그러면 증여 또는 상속시 세금도 줄어듭니다. 주가를 낮추기 위해 굳이 주가조작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너가 기업 주가를 낮추는 건 쉬운 일입니다. 실제 지난 1년간 이마트의 주가가 어떻게 변했는지 볼까요.


 

 보시다시피 거의 반토막났습니다. 반토막날 일이 딱히 없었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코스피 전반의 하락, 대형할인마트 사업의 쇠퇴와 매출 감소, 쿠팡의 증자와 매출 성장 등이 있겠습니다만 그것만으로 반토막날 정도로 엉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마트의 PBR0.6배 정도에 불과하며, 작년 ROE5.48%로 딱히 크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익은 줄었지만 매출액은 재작년 대비 15342억원 증가하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나는 이마트가 승계작업을 위해 주가가 낮아져 있는 상황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소액이나마 이마트 주식을 모았고, 얼마 전 나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공시가 올라왔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이 평단가 172,000원에 주식을 14만주 장내매입했다는 뉴스가 그것입니다. 정용진은 책임경영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습니다만, 나는 염가에 추가지분확보를 한 것이 우선적이라 이해합니다. 이번에 정용진이 확보한 주식은 전체 주식의 0.5% 정도였지요. 만약 이마트가 진짜로 주주가치를 위하려 했다면 자사주 매입을 했을 겁니다. 이마트는 배당성향이 높지 않은 회사입니다.


 

 높은 상속세율이 우리나라에 끼치는 악영향 중 하나를 설명하자면 위와 같습니다. 승계를 앞둔 기업 오너가 주가관리를 상방으로 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작업을 할 거면 하방 작업을 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되지요. 이렇게 하면 당연히 전반적인 주주들이 손해를 봅니다. 너무 많은 기업이 이런 상황을 맞이합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가치투자/장기투자를 잘 하지 않는데, 오너가 주가의 상승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하나의 주된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개인 주식투자자들은 투기적인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지요.


 

 근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에 대한 논박이 뜨거운데, 이 후보자의 경우 오로지 내부정보를 주식거래에 사용했느냐, 투자한 관련 기업을 재판한 게 문제가 없느냐가 논점일 뿐입니다. 나는 잠정적으로 관련 문제에서 이 후보자를 유죄추정하기 어려우며, 처음에 보도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 후보자 부부는 탁월한 성적을 거둔 투자자는 아니었으며, 현 정권이 내세운 다른 후보자들이나 김의겸 전 대변인 같은 사례와 비교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후보자일 확률이 높다고 잠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트를 작성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했던 소리 중 심각하게 수준이하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판사는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에 투자해선 안 된다는 식의 헛소리들이 많았지요. 나는 자칭 자유보수정당의 의원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제정신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자 코어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미선 후보자 부부는 특정 기업에 장기적인 가치투자를 한 것으로 잠정하는데, 현 시점에서 근거가 불충분한 의혹들에 무죄추정을 적용한다면 부동산에 투자한 통상적인 다른 정치인 및 임명직들보다 시장경제에 바람직한 투자를 한 셈입니다. 그리고 결국 논란 끝에 이미선 후보자는 보유주식을 모두 팔았는데, 이건 정말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한 국가에 있을 만한 해프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가치-장기투자가 일반적이지 않은 한국에서 자금은 주로 부동산에 흘러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높은 편이 아닙니다만, 전반적인 유동성이 유동자산이 아닌 비유동자산에 흘러들어가고 기업보다는 부동산에 돈이 모이는 상황은 시장경제에 정말 안 좋은 겁니다. 즉 높은 상속세가 시장경제를 악화시키고, 부동산에 돈이 모이게 하는 하나의 주된 요인이란 말이지요.

 


 다소 장문의 포스트에서 복합적인 주제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장경제가 더 활성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부유해져서 더 나은 삶을 누리길 바라며 본문을 맺습니다. 관련하여 이런저런 영양가 있는 의견들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근래의 4대 악제(나쁜 제도)로 도서정가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대형마트 의무휴업, 그리고 도로명주소제를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나쁜 한 가지를 꼽자면, 저는 도서정가제를 꼽겠습니다.

 

 도서정가제가 큰 문제가 되는 건, 이 제도가 결과적으로 독서율과 도서구매율을 떨어뜨리고 영세출판사와 서점을 줄이는 가운데, 도서관 장서수도 줄이고 출판되는 도서 총량의 양과 질까지 줄임으로 결국 국민의 평균적 지적수준 및 정서함양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확률이 대단히 높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도서정가제에 찬성하는 일부 출판사나 서점을 보면, 그 통찰력 없음과 어리석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됩니다. 단기적으로 이익 보는 사람이 개중 없진 않겠으나, 아닐 쪽이 훨씬 많은데 장사하는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멍청하면 사실 이익 보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 물론 법안을 만들고 제정한 사람들의 대책 없는 어리석음과 불통, 고집스러움은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제도인 가장 큰 이유는 이게 재고처리를 불가능하게 하는’, 도무지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악제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땡처리 없는 장사는 없는 법이고, 현실적으로 장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재고처리인데 이걸 못하게 하는 악법을 다 보다니 참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 가능한 게 인생사라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진 것임에는 틀림없는 듯합니다.

 

 장사할 때 재고처리는 그냥 중요한 정도가 아닙니다. 상품이라는 게 원래 시장에 내놓기 전에는 잘 팔릴지 안 팔릴지 분명하게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상인은 안 팔리는 제품을 할인해서 처리합니다. 제 때 재고를 정리하지 않으면 새 상품을 생산할 수도, 들여올 수도 없습니다. 책을 좀 사시는 분들은 좀 사기만 해도 그게 얼마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진열할 때 구간 도서가 너무 많으면 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의류, 신발 등이 괜히 아울렛이 있는 게 아닙니다. 책도 옷이나 신발정도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는 게 은근히 유행이나 시대를 많이 타고, 시일이 지나면 악성재고가 쌓이는 상품입니다. 잘 팔리는 책은 여러 쇄를 찍지만, 안 팔리게 되면 초판도 소화 안 되는 게 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도대체 망상을 해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이런 법을 만들 수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갑니다. 이 어이없는 제도 아래에서는 소매상이 실질적으로 모든 재고부담을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떠안아야 합니다. 심지어 새 책은 중고책으로도 못 팔게 해놨던데, 진짜 이런 악법을 만들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면 나랏일을 하면 안 됩니다. (사실 어디서건 중요한 일은 안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 어떤 국가도 구간 서적에 대해 정가제를 적용하지는 않는데, 그게 괜한 게 아닙니다.

 

 이 제도가 지속될 경우, 소매상은 거의 확실하게 팔 수 있을 정도로만책을 납품받아야 합니다. 소매상은 손님 반응이 어떻건 앞으로도 계속 가격을 결정할 수 없으니까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생산자나 납품업자 또는 본사가 소매상 및 대리점에 가격통제를 하는 경우 자체는 사실 흔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새 상품에 한하지 재고에 그럴 수는 없는 겁니다. 제도가 이모양이어선 소매상이 반품 협의라도 거치고 납품을 받아야 할 텐데, 그럴 힘이 있는 업체는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현실적으로 대형서점 뿐이고 이런 게 관례화될 경우 영세 출판사 및 영세 서점은 필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될 겁니다.

 

 규제는 그 규제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경우, 철저한 약육강식에 의해 규제의 피해를 약자가 덮어쓰게 되어버리는 결과가 나옵니다. 특히 이런 식으로 비상식적이고 권위적인 규제가 있을 경우 사태는 매우 나쁘게 흐르기 쉽습니다. 실제 이미 도서정가제 직후부터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도서 공급가액이 바로 인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기사를 하나 링크합니다.

 

도서정가제, 동네 서점 쥐어짜기신호 되나’ (링크)

 

 기사의 사진과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불광문고는 오프라인 서점으로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동네서점이라기엔 제법 큰 규모임에도 저런 일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결코 영세출판사도, 영세서점도 구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아 있는 것마저 모두 몰살시킬 확률이 대단히 높은, 더할 나위 없이 멍청하고 사악한 제도입니다.

 

 물론 가격 자체의 평균적 인상이 주는 문제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실 출판사 입장에서 중요한 건 책을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파는 게 아니라, 초판을 다 팔고 재판을 찍어서 많이 파는 겁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점점 출판시장이 작아지는 현실에서, 이런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게 되면 전체 도서시장의 규모 자체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덜 팔리는 책을 주로 사보는 사람들이 이번 도서정가제의 주 피해 소비자가 될 텐데, 재고부담을 늘리고 도서구매율을 떨어뜨릴 이번 정가제는 보다 더 도전적인 책을 내는 데 악재로 작용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도서시장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한편으로 도서 정가를 재책정하는 것으로 도서할인을 대체하겠다는 발상은 터무니없습니다. 유통 구조상 소매상이 아닌 공급자가 가격을 계속 결정하게 하는 건 어리석음을 넘어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일단 시장에 풀려나간 책, 초판도 다 안 팔린 책을 공급자가 뭐 하러 일부러 가격을 내려 다시 책정하겠습니까. 되지도 않을 소리입니다. 현실적으로 재인쇄 할때나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새 ISBN 받아서 가격 조정할 수 있는데, 이미 2쇄 들어간다는 건 안 실패한 책입니다. 악성재고는 어쩔 도리가 없는 거죠.

 

 실제 각국의 책값 비교를 보면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나라의 책값이 도서정가제를 안하는 나라보다 무조건적으로 높습니다.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경쟁은 어쨌든 가격을 떨어뜨리긴 하거든요.

 

 더구나 이번 도서정가제는 이북에도 적용되며, 도서관에도 적용됩니다. 이것은 정말 영세서점, 영세출판사 구한다는 명분도 전무하고, 그저 도서관의 장서수와 이북 판매량을 줄일 뿐입니다. 아마 제본업, 중고서점 하시는 분들만 요즘 싱글벙글 할 겁니다. 혹시 아직도 웃고 있는 출판업자들이 있다면, 아마 금방 아, 내가 바보였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 확률이 높겠고요. 결국 이 악제는 우민화 정책이자 문화말살정책이 될 겁니다. 발의하고 변호하는 사람들이야 꽉막혀가지고는 절대 인정 안 하겠지만요.

 

 중요한 건 이런 악제가 선의와 정의로 포장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통치와 정치, 규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결과입니다.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결과에 대한 통찰력이 없는 바보 멍청이들은 절대 정치나 큰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본인이 선의가 있다고 본인의 행동 또한 선한 결과를 낼 것이라 믿는 바보들이 권력을 쥐면 정말 큰 사고를 치는 법이지요.

 

 마지막으로 이 사태의 주범 인터뷰를 링크합니다. 책이 유효기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 사람의 망상이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든 것 같습니다.

 

‘[단독]도서정가제 만든 최재천 의원 "책은 생선과 다르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