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이명박 취임과 광우병시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해처럼 기억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사실 그 해 가장 큰 국내정치 이슈는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통제와 국제투기세력과의 전투 및 흑역사 그 자체인 KIKO사태, 그리고 전 국민을 어이없게 만들고 정권의 기반을 뒤흔든 한반도 대운하 및 4대강이었습니다.

 

 이성을 가진 사람이 지금 한반도 대운하 안건을 본다면 다들 정신 나간 발상이라 할 겁니다. 물론 그건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광우병시위로 알려진 2008년 촛불시위는 실제론 학교자율화 문제로 인한 학생들의 소규모 시위로 시작하였고, 광우병 건으로 확대되긴 했으나, 현재의 통상적 인식보다는 제법 많은 안건이 겹친 시위였습니다. 문제가 단순히 쇠고기에 머물렀다면 그렇게까지 시위 규모가 크고 장기화되긴 어려웠을 걸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반도 대운하는 당시 촛불시위의 최고 주요 안건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 당시 촛불시위는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한반도 대운하 포기를 선언하는 이명박대통령의 6.19 대국민담화와 함께 거의 끝났고, 적잖은 경우 괴담과 선동으로 인한 시위로 폄하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실질적 성과가 꽤 있던 시위였다고 판단합니다. 광우병괴담은 근거가 부족했고 정치적 선동인 면도 많았으나 당시 쇠고기 협상내용엔 어느 정도 문제는 있었고, 한반도 대운하는 정말 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후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바뀌면서 또 많은 절차적, 실질적 문제를 일으켰고 박근혜정부 때 실시한 2013년 감사에서도 4대강은 대운하 사업이었음이 지적되었지만, 어쨌든 대운하 자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감사 관련 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79&aid=0002489708

 

 나는 한반도 대운하가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깊은 불신과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 데 다른 무엇보다도 큰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뻔뻔하게 해대고, 안한다 하면서도 4대강을 심한 절차적 문제를 일으켜가며 강행하는 데 완전히 질려버린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거든요. 나도 그랬고요. 애초에 대운하 이야기 때문에 강 주변 부동산값이 폭등하고,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거기에 투기했다는 소문이 많이 돌았고 테마주들은 수십 배씩 폭등했었으니 민심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대운하 건에서 가장 말도 안 되는 게 남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리프트와 조령터널 및 다른 안건들이었는데... 나 역시 저 정신 나간 정부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발상이었습니다.


 

 화물선을 리프트로 올려서, 산을 뚫은 선박용 터널을 지나게 한다는 것이었거든요. 해운에 대한 기초지식만 있어도 다들 어이없어했습니다. 공사비는 둘째 치고, 리프트와 터널을 통하는 것보다 그냥 바다를 돌아가는 게 더 빠른데다, 리프트와 터널 이용료도 꽤 부담하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이후 4대강까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서 이명박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은퇴 후 소탈한 모습을 보이던 노무현의 인기가 반대급부로 좋아졌습니다. 또한 노무현은 민주주의 2.0 같은 정치토론사이트까지 만들고, 노사모가 촛불시위에 자금을 제공했던 정황 등이 밝혀지기도 합니다. 당시 이명박은 노무현의 인기와 행보에 위협과 배신감을 느꼈던 걸로 알려졌고, 결과적으로 표적수사를 한 끝에 노무현은 자살하게 되지요.

 

 이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끝없는 증오와 적대의 정치가 펼쳐집니다. 정권 내내 MB심판의 목소리가 뜨거웠고, 친이는 이명박정부 인사 다수가 잡혀 들어가고 박근혜가 패권을 쥐면서 몰락합니다만, 이후 친박 VS 친노 구도가 되었고 모두들 알다시피 친박은 삼권분립위반과 국민주권위반, 임기 중 긍정적 평가 및 성과 0으로 완전히 침몰하였고 이젠 친문이 된 친노만이 남아 또 포퓰리즘 독재를 펼치는 중입니다.

 

 2007년에 국민들이 이명박에 원한 건 이런 미래가 아니었습니다. 대운하를 주장하던 이명박정부는 10년 후엔 4가구 중 1가구는 요트를 가지고 놀 거라 이야기했습니다만, 실제로 건설된 유일한 뱃길인 경인아라뱃길엔 자전거와 캠핑만이 존재감이 있을 뿐이고 마리나를 이용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소수입니다. 시민들이 기대하던 이성적이고 유능한 정부는 없었고, 몽상을 밀어붙이던 투기세력이 있었지요.

 

 현재 문재인정부의 각종 몽상도 한반도 대운하 레벨까진 아닙니다만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대운하급 망상과 최순실 게이트에 항체가 생긴 시민들이다보니 문재인의 독단정도는 귀여운 건지,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의 어이없는 만행에 내성이 너무 강해진 게 아닐까요. 이토록 둔감한 정치 감수성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출직은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정치 2017. 9. 8. 18:09 Posted by 해양장미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신도들이 주로 저지르는 문제의 핵심을 이야기하면 책임입니다. 정치인이 선거로 오른 자리는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 사람이 선의로 뭘 했건 어쩌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포츠 팀 감독이 결과로 말해야하듯, 선출직도 결과로 말해야합니다.

 

 그러나 박사모나 노빠, 문빠 등은 그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마치 그들이 책임에서 면제되고 지배만이 허락된, 제정일체의 신성한 군장처럼 떠받들고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매도하며 정신 나간 언행을 반복합니다.

 

 박사모는 아직도 걸핏하면 태극기를 흔들며 교통을 마비시키고 국가의 상징을 모독하고 있긴 합니다만, 여하튼 세가 많이 줄었고. 제정신 유지 중인 시민들이 맞이하고 있는 가장 큰 정치적 문제는 문재인에 신성을 부여하려는 광신도들이라 하겠습니다.



 어제부턴가 사드배치가 되면서 시끄럽습니다. .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과 민주당은 책임질 게 있습니다. 말과 태도를 바꿔도 너무 뻔뻔하게 180도 바꿨거든요. 권력자들이 이럴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건 불신입니다. 그들이 통찰력이 없고 권력에 대해 탐욕스러우며 무책임하다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지만, 이번 말바꾸기로도 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문재인은 사드에 대해 말바꾼 적이 없다고 우기고 있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헛수고일 뿐이지요.


 사람들은 민주당에서 사드반대를 했고, 전자파 등 여러 괴담을 퍼뜨리며 선동해대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고, 문재인도 여러 번 복잡하게 말을 바꾸긴 했지만 사드에 반대입장을 여러 번 표명한 것 역시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쪽은 예나 지금이나 일관적으로 핵실험, 미사일 실험을 해왔고 김정일 건강악화 이후엔 딱히 멈춘 적도 없었는데,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말은 어찌하여 이렇게 극적으로 바뀌는 것인지, 그들에게 최소한의 신뢰와 진실함과 통찰력이 있긴 한 건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약 1년 전의 영상을 잠시 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NqxwrwC6rlM

https://www.youtube.com/watch?v=ok2TiqWVl4c

 

 그나마 끝까지 망상을 고집부리는 것보단, 정말 없어 보이고 멍청해 보이긴 하지만 이제라도 사드를 배치하는 건 잘한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말 바꾸기와 오판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임이 좋을 것이며, 뻔뻔한 말 바꾸기를 광신도로 숨기기에 급급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물론 머리가 너무 나빠서 작년 일도 기억 못 하는 사람들도 꽤 있긴 할 것 같습니다만....

 

 문재인은 한 치 앞도 못 보는 사람입니다. 1년 전에 문재인은 북쪽에 무조건 대화하자고 하면 문제가 개선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망상을 밀어붙였지요. 그토록 판단력이 없는 겁니다. 문재인 광신도들은 정권의 개, 돼지, 나팔수이자 파시스트고요. 적당히 좀 했으면 합니다.

 

 한편으로 이번 사드배치는 노무현 정권의 지지기반이 무너질 때와 양상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권이 크게 흔들리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이라크전 참전이었지요. 이라크전 참전도 외교적으로는 올바른 판단이었지만, 노무현은 그 결정을 지지자들에게 온전히 납득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노무현의 지지기반사상 중 하나는 반미였으니까요. 그 때도 노빠들은 전투를 벌였고, 노무현의 지지기반을 깎아먹었습니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문빠들이 훨씬 더 공격적이고 광신적이며 문재인 지지율이 노무현 지지율보다 높고, 반대세력은 약하긴 합니다만 구조와 양상은 같습니다. 이는 책임질 수 없는 선동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보고 권력을 쥔 권력자가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하는 대가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