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인파가 몰렸던 여의도 근방

사회 2013. 10. 6. 20:15 Posted by 해양장미

 사적인 이야기를 본 블로그엔 잘 쓰지 않지만, 어제는 정말 좀 질렸다.


 나는 여의도 불꽃축제가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 한강을 통행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동작대교부터는 거의 지나갈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이 온통 자리에 텐트까지 치고 자전거 도로는 물론 길을 점령하고 있었고, 그 행렬은 내가 확인하기론 최소한 양화대교까지 이어졌다. 동작대교에서 양화대교까지의 한강변 길이는 8.2km 정도. 도저히 지나갈 수 없다고 판단하여서 용산 근처에서 빠져나가려는데 사람들이 한강변으로 가는 길에까지 온통 자리에 텐트를 치고 있고, 들어오려는 인파가 너무 많아서 정말 많이 고생했다.


 살면서 나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을 어제 처음 봤다. 월드컵 때도 이렇게 사람이 한 곳에 몰리진 않았었다. 사람들은 경찰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고, 무단으로 길을 점거하고 (...) 몰려들었으며 공권력은 수가 많은 사람들을 제어하지 못했다. 무단횡단은 기본이었고, 한강변으로 들어가기 위해 수km 이상 줄을 선 모습이나 대교 위의 통행 가능한 길을 가득 메운 모습 등을 볼 수 있었다. 이 날 어지간한 대도시 하나를 채우고도 충분할 인구가 여의도 근방의 좁은 공간에 몰려 있었다. 당연히 폰도 안 터지고, 곧 어찌 움직이기도 어려워졌다. 집에는 제 때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밀려왔다.


 이후 백만 인파를 뚫고 탈출한 소감은 황당하고 끔찍했다 정도. 나중에 들어보니 공식 부상자가 겨우 33명밖에 안 되었다는데, 아마 일정 수위 이상의 부상이나 치료받은 사람만을 의미할 것이다. 가벼운 타박상이나 찰과상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으면 참으로 이상한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제때 빠져나왔다. 사실 나는 불꽃을 꽤 봐온 편이다. 내가 사는 지역이나 옆 동네 등에서 매년 불꽃놀이를 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터지는 불꽃을 많이 봤다. 그래서 그런지 나로서는 불꽃을 보기 위해 길에 텐트까지 치고 엄청난 인파 속에서 긴 시간을 기다리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는 이 날 서울 인구의 1/10 정도가 저 좁은 공간에 몰렸다. 그런 곳에서 시민의식이나 질서 등은 충분하지 못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명박 청계천의 기묘한 정치적 성공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서울시민들은 축제와 놀이공간에 지나치게 굶주려 있다. 이 사회가 가져 온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렸던 불꽃축제로 또 한 번 확인했다면 과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