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 관련 몇 가지

사회 2019. 8. 29. 17:07 Posted by 해양장미


 최대한 간단히 씁니다.

 

 오늘 판결은 향후 우리나라 경제, 사법, 정치, 사회 전반에 복합적인 악영향을 끼칠 겁니다. 경제면에서 어떤 악영향이 있느냐 하면,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CEO도 아니고 회장도 아닌데요. 그가 하는 일은 외부 비즈니스, M&A 같은 겁니다. 그런데 근래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육성을 하려 했었지요. 그리고 여기서 이재용의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하면서 1차로 비메모리 육성을 막았고요. 2차로 이번 판결이 막았습니다. 참고로 삼성전자만 문제냐 하면 아닙니다. 근래 하이닉스도 파운드리 관련 M&A하나를 포기했습니다. 내가 몇 달 전에 하이닉스가 현금 없어서 채권 발행한 건 관련 포스트를 한 적이 있는데요. 내가 보기엔 지금 하이닉스 돈 없습니다. 재작년 작년에 번 거, 노조한테 보너스로 너무 줬습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돈은 있는데, 그 돈을 사용해서 뭘 할 수 있는 이재용의 운신폭이 좁아졌습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면 되는 거 아니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미 삼성전자는 권오현이라는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체제로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재용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요.

 

 묵시적 청탁 문제는 무죄추정원칙과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모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하여 몇 가지 오해들이 있는데, 묵시적 청탁과 같은 개념이 성문법에 있거나 죄형법정주의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경우에는 문제가 적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경우가 전혀 아니고요.

 

 본 판결은 이재용이 무죄냐 유죄냐를 가리는 판결이 아닙니다. 이재용이 무죄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집행유예가 나온 2심 판결도 어차피 유죄였습니다. 관건은 형량이고, 이 형량을 높이려니 묵시적 청탁 같은 형법 교과서에도 없는 개념이 날조 삽입되는 겁니다.

 

 한편으로 이재용이 이 범죄에 연루되게 된 본질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상속세 문제가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상식적인 상속관련 룰을 가지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문제는 생기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재용을 엄히 처벌하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왜 이재용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이재용이 엄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지간해서는 죄를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들고, 죄를 지으면 규정에도 없는 수준으로 엄하게 처벌하는 것. 그야말로 옛이야기에 나오는 폭정인데요. 그런 폭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외 우리나라에는 차등의결권주가 없는 등 상법적 문제도 있으나 본문에서는 생략.

 

 무죄추정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가 망가지면 권력을 쥐면 무죄, 권력을 잃으면 유죄가 됩니다. 극단적으로 가면 니 죄를 니가 알렸다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권 들어 성인지 감수성에 이어 묵시적 청탁 같은 개념이 대두되면서 법치가 망가졌는데요. 이렇게 되었으니 이 정권의 권력자들은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앞으로 뭐든 더 집요하게 할 겁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O44APD 2019.08.29 17: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치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가 묵시적 청탁이라는 요술 방망이 가지고 증거나와라 뚝딱 한셈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판사의 정치적 성향 , 지역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질수도 있다는 확률이 생겨버린다는건데 이렇게 할거면 피고인도 판사를 선임할 권리를 얻어내야합니다.

  2. 2019.08.29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해양장미 2019.08.29 1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해외취업은 권장사항으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거 다 빼고 봐도 잠재성장률이 안좋습니다. 지소미아도 이번에 크고요.

      총체적으로 나라 상황이 악화일변도인데, 그 속도도 제 예상보다 더 빠릅니다.

  3. 순다랜드 2019.08.29 18: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뇌물죄에 관하여 '묵시적 청탁'은 일찍이 대법원 판례에 의해서 확립된 개념입니다.

    "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공여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은 물론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도 가능하다.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나 양해 없이 막연히 선처하여 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하거나 직무집행과는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하여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에는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공무원이 먼저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할 것을 요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타인에게 일정한 의사를 표시하여 일정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 그 의사표시는 묵시적으로도 가능하고, 이는 민법, 형법, 행정법, 국제법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인정되는 개념이며, 게다가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하는 개념이지요.

    따라서 이번 판결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묵시적 청탁 개념 자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제가 인용한 대법원 판결에서 나온 묵시적 청탁의 조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합니다.

    • 해양장미 2019.08.29 1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형법에서 묵시적 의사표시의 인정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뇌물죄에 있어 묵시적 청탁 개념이 공정하게 잘 적용되는 건 원천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잣대가 일관적이기 어렵고, 판사마다도 의견이 많이 다르게 됩니다. 오늘 판결에서도 갈라졌고요. 판사 구성이 어떤가에 따라 판결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는 법 체계라면 올바른 재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판례로 묵시적 청탁 개념이 있었으므로 그것을 인정하고 볼 때는, 제 의견은 오늘 판결의 소수의견 쪽에 가깝습니다.

    • 페네트라티오 2019.08.29 2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묵시적 청탁이 법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명확하게 제시되어있지 않습니다. 삼성이 승계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는 묵시적 청탁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봅니다. 소수의견에서도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견해가 있었고 말이죠.

      묵시적 청탁은 특정한 무엇을 제외하고는 전혀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 상대끼리 불가해한 금품의 거래 등이 있는 등에 지극히 지엽적으로 적용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삼성 정도되는 기업과 청와대는 다른 이해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리고 그 이해관계=부정한 관계인 것도 당연히 아니고요.

  4. 2019.08.29 1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리카아메 2019.08.29 1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희한합니다.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부정청탁을 했는데 박근혜는 또 이재용에게 강요,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같은 날 발표한 판결 안에서 이렇게 모순될 수가 있는지...

  6. 라데아 2019.08.29 1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대한 간단히 언급하겠다는 말씀이 묘하게 와닿네요. 저는 어디서부터 언급을 해야할지 막막하지만요.

    선동가들이 이 나라의 많을걸 망쳐놨네요. 정치, 경제, 법치까지. 뭐 교육은...그냥 생략합니다.

  7. 2019.08.29 1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8. 가챠가챠 2019.08.29 2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법연구회 사람들로 대법관을 채울 때부터 이 판결은 어느정도 결과가 보이는 상태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굉장히 어이없는 판결이고 깝깝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재용 입장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본다면 국외재산도피혐의는 무죄받으면서 그래도 최악은 면한 것 아닌가 생각은 드네요.

    별개로 현 정권 사람들은 이렇게 사법부를 망쳐놓고 정권 뺏기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게 나라의 모든 면을 망치는 그들이 대가를 치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광야에서 권력없이 서로 분열하고 헐뜯고 구르는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 해양장미 2019.08.30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이게 본질적으로 사법부의 힘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권이 사법부가 힘을 키우는 데 협조하면서, 의회가 약해지고 사법부가 강해지는 현상이 생겨난 것이지요.

      이 의회약화 - 사법부 강화는 최근 전 세계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정치학적으로 보면 민주정의 후퇴입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를 곧잘 위배하는 경향이고, 영미법 요소를 형법에 점점 더 수용하면서 사법부의 힘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데요.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9. 윈브라이트 2019.08.31 04: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이재용이면 미쳐버릴거 같습니다. 감옥 나와서 문재인 비위를 그렇게 열심히 맞춰줬는데, 그 분이 임명한 사법부는 가차없이 이재용을 감옥에 보내버려야 직성이 풀리려나 봅니다. 경제 힘들다고 불러서 투자하라고 윽박지르고, 미세먼지 수치 높은 날에 청와대 야외에 불러서 사진 찍고, 반일선동해야되니까 수출 전선에서 방패막이로 써먹고, 이제와서 토사구팽해버리네요.

    • 해양장미 2019.08.31 1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재용쯤 되는 사람이 이 고통과 굴욕을 그냥 넘어갈 거 같진 않습니다. 당장은 버티고 견뎌야겠지만, 그러고 나면 뭔가 하겠지요.

  10. 2019.08.31 1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해양장미 2019.08.31 14: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판결에 현 시점 청와대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들어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좀 이전에 대법관들을 편향적으로 넣으면서 이리 된 거라 보고요.

      반미감정 부추기는 건 원래 그들의 본색이라고 생각합니다.

      탄핵을 하려면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180석 정도는 따야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목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