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사람들의 대한민국, 언제까지 갈까요?

사회 2019. 7. 9. 15:55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LO12nqeFmi8

 


 

 우리나라는 선진화가 된 후에도 일본과 함께 비만자 비율이 매우 낮은 나라입니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이야 많지만, 서구 기준에서 비만이라 할 만한 BMI 30을 넘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는데요. 우리나라에 비만이 적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결국 주거문화가 큰 이유라 생각합니다.


 

 대도시에서 발아한 나는 어릴 땐 시골 사람들은 살이 잘 찌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농사를 열심히 지으면 보통 살이 많이 안 찌긴 하는데요. 인구밀도가 낮은 시골 지역이라고 다 농사를 짓는 건 아닙니다. 의외로 고도비만은 시골에서 많이 생깁니다.


 

 미국엔 비만자가 많지요. 그건 미국의 음식문화와 관련이 있기도 하지만, 미국의 주거환경도 큰 이유입니다. 미국 사람들 중엔 비교적 한적한 단독주택에서 사는 사람이 많은데요. 그런 주거환경에서는 고도비만이 되기 쉽습니다. 대조적으로 한국 대도시에서는 고도비만이 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살면 보통 어느 정도 이상은 걸어야 합니다. 부천이나 서울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일수록 더 걸어야 할 필요가 생기는데, 차를 몰고 다니기 힘드니까 대중교통을 많이 타게 됩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도 걸을 때가 많습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나 다가구 같은데 사는 사람은 1층에 거주하지 않는 한 계단도 오르내려야 합니다. 이런 생활조건에서는 살이 찌더라도 그럭저럭 걸어 다닐 만한 정도 이상은 안 찝니다. 조금씩 걷는 게 칼로리 소모가 대단한 건 아닙니다만, 걷기도 힘들 정도로 살이 찌면 좀 빼거나 최소한 체중 유지는 하는 방향으로의 노력을 하게 된단 말이지요. 생활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시골은... 진짜 깡촌에서 며칠이라도 지내보신 분들은 알 텐데요. 어디 걸어 다니기 참 안 좋습니다. 걸어 다니기엔 도시가 좋고요. 시골은 진짜 아닙니다. 인도도 잘 없고, 위험하고, 걸어 봐야 볼 것도 없고, 가로수도 높은 건물도 잘 없어서 진짜 그늘도 없는 곳이 시골입니다. 날 저물면 깜깜한 건 덤입니다. 우리나라 대도시는 밤 산책하기도 좋은 편인데, 세상에 그런 곳 얼마 없습니다.

 


 그렇게 걸을 일이 없으니까, 시골에서 이동할 땐 자차가 기본입니다. 서울 살면 잘 못 느낄 테지만 지방 대도시도 자차 없으면 매우 불편한 지역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자차만 타고 다니고, 보이는 건물은 다 1층인 환경에서, 딱히 몸 움직일 일까지 없게 살면 살이 정말 잘 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현재 생활양식이 언제까지 유지될까요? 나의 생각엔 이미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악화될 수 있는 여지가 좀 복합적으로 있는데요.


 

 일단 페미니즘이 여성 비만 비율을 높일 확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성 비만율이 매우 낮은 나라인데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외모 압박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근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은 외모 압박을 벗어나는 것을 넘어, 속칭 탈코르셋이라 하는... 아가씨를 아저씨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까지 퍼지고 있다 보니 비만을 줄이는 데는 영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탈코르셋을 어중간하게 시도했다가 시선을 많이 받게 되면 바깥 행동을 더 줄일 수도 있는데, 그러면 당연히 안 좋기도 합니다.


 

 래디컬 페미니즘은 정서적인 면에서도 사람을 살찌기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에 빠지면 옥시토신의 분비가 줄어들고 코티솔의 분비가 늘어날 수 있는데, 그러면 살이 찌기 쉽게 됩니다. 반대로 아예 마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쪽이건 좋진 않아요.


 

 또한 페미니즘 유행은 비혼인구를 늘리고 있고, 1인가구의 증가를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1인가구로 살면 살이 찌거나 반대로 마르기가 쉽습니다. 1인가구가 균형 있는 식사를 지속적으로 챙기기는 다인 가구보다 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고칼로리 식사로 살이 찌거나, 잘 안 먹어서 마르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달음식시장의 성장과 신선식품 온라인몰의 확장도 사람들이 살이 찔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해당 시장의 발달 트랜드는 1인 가구의 증가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면 무언가 먹으려고 할 때가 많습니다. 식사를 할 때는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기억을 대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로울 때 사람은 거짓 배고픔을 느끼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정에 전업주부가 있느냐, 식구가 어느 정도 숫자냐. 전업주부의 음식솜씨나 성향이 어떠한가. 이런 건 한 가정의 식생활에 전반적으로 많은 영향을 줍니다. 예전에는 어쨌든 가정에 주부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주부가 일을 하더라도 주부의 역할을 최소한은 했지요. 누군가의 어머니로, 또는 아내로 살아온 그 여자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에 기여한 것이 있습니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이젠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와 연관이 있겠지만 나는 최근에 도시에서 장독대, 그러니까 큰 항아리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질 좋은 항아리를 파는 곳도 잘 보이지 않고요. 전반적으로 항아리의 소비가 별로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메주를 보는 것도 전보다 어려워졌습니다. 십 년 전만 해도 할머니들이 집에서 장을 담가 먹고 관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의 춘추가 이젠 너무 많아졌습니다. 몇 년 전엔 버려진 장독대가 많아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젠 별로 그런 것도 보이지 않고요. 주택의 건축양식도 달라져서 장독대를 쓸 만한 집이 줄어들기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이 정도로 비만인구가 의미 있게 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한 방향으로 수렴하는데다, 앞으로 일어날 큰 변화가 있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차량공유시장의 발달이 그것입니다. 현재 자율주행차는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율주행이 되며, 도로를 무제한으로 돌아다니는 공유형 차량이 점점 많아질 겁니다. 자율주행차는 주차장에 세워둘 필요가 없습니다. 택시처럼 돌리면 알아서 돌아다니면서 소유주에게 돈을 벌어줄 겁니다. 자율주행차를 타는 데 들어가는 요금은 현재의 택시보다 훨씬 쌀 겁니다. 아직은 우리나라 정부가 택시기사들 편을 들어주고는 있습니다만, 과연 언제까지 세계 표준에 뒤쳐지는 상황을 방조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이제 도시에서도 걸을 필요가 지금보다 많이 줄어듭니다. 계단으로만 올라 다녀야 하는 빌라나 다가구들도 이제 오래 되서 10년쯤 지나면 많이 헐려야 하는데요. (참고. 철근콘크리트조는 구조적인 리모델링이 불가능합니다.) 신축 건물엔 거의 엘리베이터를 놓으니까, 서민들은 점점 더 안 걷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서구 선진국처럼 비만 비율이 높아질 수도 있겠지요.


 

 나는 10년쯤 지나면 살이 찐 중년 여성들을 지금보다는 꽤 쉽게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건강보험 재정을 소모시킬 것입니다. 완전 고도비만이 아닌 이상 살이 찐다고 금방 죽지는 않는데요. 대신 이런저런 만성질환이 많아집니다.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예전보다는 살이 찌긴 했습니다. 80~90년대 티비 영상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그 땐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지금보다 말랐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몇 가지를 생각해야합니다. 하나는 건강보험 재정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각자 살이 찌는 걸 좀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달라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달라질 삶의 방식은 우리의 건강에도 영향을 줍니다. 훗날 언젠가 의약학 기술이 많이 발전한다면 비만이 정복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직은 각자 살찌지 않도록 노력해야합니다. 시대의 변화는 우리 각자를 살찌기 쉽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