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에는 이 노래.
자살 소식을 듣고 노무현이 죽었을 때와 비슷한 정도로 심정적인 동요가 있었습니다.
일단 원칙적인 이야기부터 해 볼까요. 나는 모든 자살한 사람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존중을 우선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에는 각자의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쉬운 선택인 경우는 없기 때문에 존중이 우선입니다. 남은 이들의 심정이 자살한 사람 본인의 심정보다 우선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설리는 역시나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 심한 우울증 환자의 자살 성공은 그 자신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설리 본인은 죽은 게 그리 나쁘지 않을 겁니다. 중증의 우울증은 치유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환자 본인은 적잖은 고통을 상시로 감내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이라는 건 말 그대로 그냥 ‘우울감’을 느끼는 병이 아닙니다. 그 병명은 잘못되었습니다. 우울증의 주 증상은 무기력, 허망감이나 공허감, 대책 없는 절망감입니다. 그건 인과가 불분명한 정신적인 통증질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울증 환자가 자살하면 어째서 어제까지 멀쩡하게 돌아다니던 사람이 죽는지 잘 이해를 못 합니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는 대체로 평소에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일상적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언제 죽어도 딱히 이상할 건 없습니다. 보통 상태가 너무 나쁘면 못 죽고요. 좀 상태가 괜찮을 때 죽습니다. 다만 이번에 설리는 부검을 한다고 하니, 약물 등의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긴 합니다.
한편으로 설리는 천장 등에 목을 매달아 죽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무계획적이고 성공률이 낮은 방식입니다. 대체로 이런 식의 자살은 충동적이고, 성공하건 실패하건 운명에 따른다는 식으로 보입니다. 살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할 때 그런 방식을 쓴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죽은 것입니다. 정황상 설리는 이미 과거부터 여러 번의 자살 시도가 있었습니다.
나는 연예인 설리의 팬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f(x)에 데뷔하기 전부터 화면을 통해 보면서 대체로 응원하고 좋게 보는 편이었습니다. 설리가 최자와 사귀면서 온갖 소리 다 들을 때 공개적으로 설리 편을 든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 입장을 유지합니다. 설리는 근래 마이웨이로 살았고 이번에도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설리의 선택을 존중하며, 본인이 죽음을 바란 것이라면 일단 인정하고 축하해 주겠습니다. 사람들은 설리의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을 아주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설리는 참 악플이 많은 연예인이었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사소한 스트레스들에도 취약해지기 때문에, 악플을 견디기 어렵게 됩니다. 분명히 그런 악플들은 설리의 죽음에 영향을 꽤 줬을 것입니다.
물론 f(x)에서 설리가 보인 모습은 영 좋지 않았고, 진나빛 사건, 장어 사건 등에서 보인 설리의 인성은 성숙되었다고 하긴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면이 있고, 무난하지 못한 성정을 가졌다고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게 일상적인 악플에 시달리고 죽음에까지 이를 문제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튀는 행동을 보일 때마다 많은 이들이 공격적인 발언을 일삼아왔습니다. 그렇게 타인을 함부로 공격하고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자들이 이번에도 훌륭하게 살인을 저질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살인자들 중 가장 악질인 부류가 누구인지 압니다. 걸핏하면 여자 연예인에 대한 극악한 공격을 일삼고, 여성의 권익을 이야기하면서 정치 권력하고까지 결탁한 부류가 있지요. 앞으로 그것들과 투쟁하는 건 설리에 대한 나름대로의 추모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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