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종전의 스멜

정치 2019. 2. 1. 11:37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QgwGV-0k6JI

 


 

 나는 작년 초부터 종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였고, 그 전망을 뒤집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 전망이 맞을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1년 전의 종전 가능성을 2/3 정도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3/4 정도로 생각합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조선은 고난의 행군 같은 최악의 경제적 고비는 넘겼습니다. 그리고 평양은 어느 정도 자본시장화되었는데, 북조선 돈은 사실 통하지 않고 달러와 위안화로만 거래가 되는 시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평양 시장경제 상태가 말이 아니라는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평양은 워낙 폐쇄된 지역이라 정보를 충분히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만, 2016년부터 강화된 대북제재가 드디어 효과를 본다고 하면 이상할 건 없습니다. 참조용 링크 첨부합니다.

 

http://nambukstory.donga.com/Board?cid&bid=123&timeseed=318&&fbclid=IwAR0RVNoZ9MAAQc8T4x83fo7Pz6a7i-AmFLAkymUyLq538YUfsDA5p8R6fac#!bid=123&lid=319836&m=view

 

 북조선은 원래 인민은 굶어죽어도 간부는 그럭저럭 사는 체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간부가 배고파지는 상황이 온 것 같습니다. 공산당 간부들이 잘 사는 방법은 달러를 뒷돈으로 챙기는 것이었는데, 제재가 심해지면서 달러를 챙길 일이 줄어들게 된 것 같습니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일단 만난 후 서로 딜을 하는 상황에서 평양에 경제위기가 온 건, 트럼프에게 유리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가 대북제재를 완화하려고 하는 것에 미국이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온 것 또한 당연한 것이지요.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10615565

 

 이제 슬슬 미국의 입에서도 종전 소리가 나옵니다. 나는 이것을 딜이 대략 정리되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종전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어렵지 않습니다. 나는 북조선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근본적인 이유를 협상용으로 해석합니다. 핵 없이는 협상을 해 봐야 얻을 것도 적고 미국을 믿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고 보고요. 수소폭탄과 ICBM을 완성하는 시점에서 협상에 나설 계획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그 전에 북을 쳐서 굴복시키거나 개발 완료 후 협상을 해야 했는데 협상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지요.


 

 이라크전에서 본 막대한 손실로 미국은 전쟁이 얼마나 해로운 건지 크게 깨달은 상태입니다. 이라크보다 훨씬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개입까지 불러올 수 있는데다, 괌에 핵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북조선과의 전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잘 이해한 상태로 봅니다. 게다가 북조선은 미국의 진짜 적인 이란에 핵을 팔아버린 적이 있어서 미국 입장에서는 그냥 놔둘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종전은 현 시점에서 미국과 북조선 양측 모두에 이익입니다. 권력자들과 그들 주변에 있는 부자들의 이익을 따라 세상은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통신 수단이 늘어나고 발전할수록 더더욱 그렇게 됩니다. 그저 복잡한 셈법이 필요한 협상에서 누가 얼마나, 어떤 이익을 볼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일본은 일견 종전을 원하지 않는 걸로 보입니다만, 그 뒤에는 다른 속마음이 있습니다. 북미가 종전을 하게 되면 일본은 본격적으로 보통국가화를 추진해 군대를 가지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 일본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동참을 선언하면서 손을 잡은 상황입니다. 군대 보유는 계속 추진 중이고요. 일본의 외교노선 변화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가시화되었는데, 종전을 전망하지 않았다면 일본이 굳이 중국과 노골적으로 손을 잡지는 않았을 걸로 생각합니다. 즉 아베는 이미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 노릇을 시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 볼 수 있고, 각종 경우의 수에 대한 계산은 이미 마친 지 오래인 상태일 확률이 높겠지요.

 

 종전이라는 건 기본 모드의 변화입니다. 종전한다 해도 전쟁을 원한다면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종전이 영구적 평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종전이라는 건 군사적인 갈등을 줄이고 서로 간에 교류를 하며 이익을 추구하자는 이야기가 됩니다. 동북아시아는 너무 오랜 기간 군사적 갈등을 빚어 와서, 그로 인한 비효율이 상식화되어있습니다만 이제는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일 이번에 종전을 매듭짓지 못한다면 모두가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특히 미국은 수소폭탄과 ICBM을 가진, 어디로 튈지 모르고 비상식적인 상대와 적대관계를 유지하게 되지요. 미국은 그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미 소련을 경제적으로 무너뜨리고 평화를 손에 넣은 적이 있는 만큼, 핵을 가진 상대에는 같은 방식의 대응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종전은 문재인 정권에는 큰 호재가 되는 반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계열에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입니다. 나는 소위 보수야권이 종전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느슨하게 생각하고, 어떤 리스크 헤지도 하지 않는 데 대해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예전부터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부자들은 대체로 종전이 되면 이익을 보는 입장에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종전이 안 되길 바라는 것 같지요. 자유한국당이 부자들에게까지 밉보이면 대체 무슨 경쟁력이 얼마나 있을까요. 박근혜 때랑 너무 말이 바뀌면 안 됩니다. 지금같이 가면 실제로 종전 되더라도 헛소리 더 하다가 더 밉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조적으로 이번 정권은 강남좌파에 의한, 강남좌파를 위한, 더 할 나위 없이 순수한 강남좌파 정권으로 그 어떤 정권보다도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사다리를 불태우고 있는데 말입니다. 종전까지 시켜 놓으면 부자들에겐 그 이상 예쁠 수가 없는 상황이겠지요.



세계 정치/경제 패러다임 시프트 가능성

정치 2018. 12. 9. 16:17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izsjRpcgfmk



 나는 자유주의자로 자유민주정체를 지지해 왔습니다. 자유민주정은 인류가 지금껏 구현해 온 정치체제 중 가장 결과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지요. 냉전에서 자유진영이 승리한 이후, 자유민주정은 잘 자리 잡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좋은 시기는 짧았지요. 이제 우리는 자유민주정이 전 세계에서 붕괴하는 걸 보고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시대가 되었고, 포퓰리즘의 위협에서 그나마 벗어나 있는 건 중국이나 일본 같은 국가가 되었지요.

 

http://news1.kr/articles/?3460607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말에 내 생각에는 어쩌면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본과 중국이 통화스와프를 맺고, 일본이 일대일로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사건입니다. 이게 얼마나 큰 사건인데... 우리나라에선 별 반응도 없고, 그나마 있는 반응도 아베를 조롱하는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국제정세에 예나 지금이나 무지합니다. 북바라기가 너무 많습니다. 종북이건 반북이건간에요.


 

 그 동안 일본은 일관적으로 친미 반중 포지션이었습니다. 한일관계는 양반이라 할 정도로 중일관계는 무척 나빴지요. 군사적 대치도 있었고, 중일전쟁 가능성까지 가끔 언급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트럼프가 전통적 친미국가인 일본을 핍박하고 전 세계와 무역전쟁을 불사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낸 겁니다. 일본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일단 중국에 붙었습니다. 일시적일지 어떨지는 몰라도 이게 얼마나 큰 건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세계 경제규모 1위 국가와 3위 국가가 한 편이 되서 2위 국가를 견제하고 있었던 게 기존 상황인데, 1위 국가가 3위 국가를 무시하는 바람에 2, 3위가 손을 잡게 된 겁니다.


 

 아베 신조는 정말 뛰어난 정치인입니다. 나는 그가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집권하고 우리나라는 많은 손해를 봤지요.


 

 아베와 오바마는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억제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로 양적완화를 했는데, 연준이 미국채 매입을 하는 건 기본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제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도왔던 게 아베입니다. 일본이 나서서 미국채를 대량 매입해주면서 미국은 중국이 미국채 매입을 줄여도 패권을 지킬 수 있었고, 달러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나 중국은 반대하는 사안입니다만, 아베가 군사지출을 늘리려 했기 때문에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축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 얽히면 머리를 쓰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아베를 괄시하고 일본을 핍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가 저지른 실책이 하나 둘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손꼽을 만하게 큰 것이지요.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는 북조선 문제였는데,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북미회담 과정에서 일본을 철저하게 무시함으로 아베가 파격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어버린 걸로 보입니다. 이후 북미관계 진전이 애매한 이유 중 큰 하나로 일본과 중국이 손을 잡은 것도 봐야 합니다. 6월 당시 나온 기사를 하나 링크하지요.

 

https://asia.nikkei.com/Opinion/Abe-gets-trumped-from-Quebec-to-Singapore

 

 달러는 그 발행과정에서 누군가가 미국채를 매입해야만 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그 미국채를 가장 많이 매입하던 국가가 중국과 일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중국과 일본이 미국채를 예전처럼 사주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그리고 둘은 통화스와프를 맺고, 일본이 일대일로에 참여해 중국의 패권행보를 도와주겠다고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전방위적 무역전쟁을 강행하고 후안무치한 외교를 반복해 경제적 동맹을 너무 많이 잃고 있는데, 이 와중에 유로는 다시 한 번 유로화의 기축통화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4&aid=0004093431

 

 또한 위안화는 약세에도 불구하고 점차 위안화 거래가 증가하는 양상입니다. 중국의 대미무역흑자 또한 증가추세이기도 합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10506240

 

 즉 모든 추세는 달러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는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함으로 역설적으로 달러가 비싸지는 현상이 일어났었는데, 달러가 그나마 다른 통화보다 안정적이고 미국채가 다른 채권보다 안정적이니까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만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부채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고, 달러는 너무 많이 발행되어서 장기적으로는 뒷감당이 쉽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얼마나 자학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많은 대중들은 권력자가 당장 센 척을 하면 좋아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통쾌함을 중시하고요. 그러나 지도자가 그렇게 하면 속은 곪습니다. 힘이 좀 있다고 마구 휘두르면 안 되는 것입니다. 비윤리적인 행동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달러가 불안정해지면 앞으로 국제경제도 불안정해질 때가 올 겁니다. 기축통화가 다극화된다는 건, 안정적인 기축통화가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경제적 혼란은 포퓰리즘을 끊임없이 부추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포퓰리즘에 안전한, 덜 민주적인 국가들이 더 성공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덜 민주적이라는 것은 반드시 덜 자유주의적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민주정체는 자유주의와 민주정체의 결합인데, 이건 산소가 적혈구에 실린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포퓰리즘은 일산화탄소 같은 겁니다. 적혈구에 비유할 수 있는 민주정체가 자유주의와 결합되기 어렵게 하고, 포퓰리즘 민주정. 즉 중우정이나 파시즘 같은 게 되어버리지요.

 

 나는 자유주의자들이 보통 선거에 기반을 둔 현대 민주정에 보다 의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추세대로 가면 포퓰리즘을 막을 수 없을 거고, 포퓰리즘에 잠식당한 국가는 쇠퇴할 가능성이 높으며 덜 민주적인 국가가 성공하여 메인스트림에 올라설 수 있을 것입니다. 현 시대의 정치와 경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게 아닙니다. 문재인의 대한민국만 새로운 게 아니라, 시대 자체가 너무 새로운 시대입니다. 아마도요.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가 이런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급변에 거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아베가 시진핑과 손을 잡는데, 우리나라는 같은 시기에 대법원 강제징용 보상판결이 나오면서 반일감정이 다시 한 번 떠올랐고, 일본과 더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이번 정권은 일본과 사이를 개선할 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저자세 외교에도 이 정권을 신뢰하지 않고요. 이 정권은 미국과도 딱히 좋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북에만 일방적인 애정을 보내고 있는데, 외교 잘 한다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시야가 좁고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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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는 언제든 망할 수 있다.

경제 2013. 5. 25. 02:04 Posted by 해양장미

 일본에 어느 날 갑자기 경제위기가 닥치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갑자기 IMF 구제금융을 받는다거나, 갑작스레 세수를 올려 폭동이 일어난다거나, 더 나아가서는 모라토리엄 선언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현실이다.


 일본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경제 동력을 잃은 지 오래 되었고, 감당 불가할 정도의 심각한 빚더미에 올라앉아있는 나라다. 그나마 부채의 대부분을 일본 자국민이 떠안고 있어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 망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의 부채가 GDP 대비 30%정도인데, 이런데도 빚 많다고 우려가 나오는 형국이다. 그러나 일본의 부채는 GDP 대비 240%이다. 금액으로 치면 천조엔 수준. 엔화가치가 떨어졌다고는 해도 현재 한화로 1경원이 훌쩍 넘는다. 실질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일본이 저런 엄청난 부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일본 국채 금리가 워낙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일본인은 국채 이율이나 금리가 낮아도 국채를 구매하고 은행에 예금을 했고, 이 연장선상에서 어지간히 돈을 풀어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았다. 금융에 대한 문화적 결함은 일본을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한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문제는 이번에 아베가 엄청나게 엔화를 풀어내며 양적완화를 시작했다는 데 있다. 양적완화는 호황을 불러오는데, 그 결과 채권을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채권 금리는 올라가게 되어있다. 이를 설명하자면 채권의 금리는 채권의 가격과 반비례다.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채권이 인기가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채권도 거래가 된다. 채권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반대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감당 불가능한 부채를 지니고 있고, 그 부채는 국채로 이루어져 있다. 국채금리는 채권시장에서 변동한다. 그런데 양적완화로 인해 식었던 경기가 뜨거워지면 채권금리가 올라가게 되어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건 일본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이 감당 가능한 금리가 어디까지일까?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지금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미 실질적으로는 돌려막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도 금리가 낮아서 버틸 수 있었던 거고, 그래도 버티기 힘들어서 부가가치세를 늘린다는 둥 증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그런데 금리가 더 올라가면? 당연히 더 돌려막거나 더 증세하거나 파산할 수밖에 없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일본 채권 이율이 한국 국채만큼 올라간다면 일본은 그 이자를 지급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파산에 준하는 각종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경우 일본이 혼자 죽지는 않는다는 데 있겠다. 일본은 GDP기준 아직 세계 제 3의 경제대국이다. 그리고 일본은 엄청난 미합중국 국채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돈이 없어져서 미합중국 국채를 일거에 매도하고,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GDP가 줄어들게 되면 세계 경제에 또 한 번의 심각한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 물론 일본이 아무리 바보라도 정말 일자무식할 리야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이 오긴 어려울 것이다. 또한 IMF도 일본이 망하게 그냥 둘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본이 조만간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일본은 일종의 한계에 부딪쳤다고 할 수 있다. 기적적인 소생이 없는 한 어쨌든 고통스러운 몰락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추월당할까?

경제 2013. 5. 20. 22:36 Posted by 해양장미

 올해 15년 만에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추월당할 거라는 기사가 나왔다. 자세한 건 다음 링크로.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791533


 기사가 나오자 역시나 반응은 뜨겁다. 특히 평소 경제 쪽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더할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고, 전체적인 인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 일이다.


 아베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본은 대대적인 엔저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엔화 가치는 폭락했고, 일본의 수출 경쟁력은 증가했다. 국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이상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은 그 피해를 적잖게 보게 되었다. 이것이 주된 원인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에 대해 대응을 안 하고 있을까? 이 문제가 오래 갈까?


 일단 일본 입장에서 이런 엔저 정책은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도 아닌, 평균연령이 45세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이며 금리도 이미 제로금리가 된지 오래다. 국가 부채율도 한국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그나마 자국민이 국채를 대부분 소유해서 부도를 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엔저로 인해 닛케이 지수도 올라가고,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늘어난 상황이지만 사실 저 상황은 한국의 5년 전과 유사하다. 오히려 일본의 타격은 더 크다. 일본은 세계 제일의 고령사회이며, 많은 노년층이 모아둔 돈을 소비하고 있다.


 일본이 왜 저렇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려면, 일본의 상황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근래 사적으로도 종종 이야기하는 주제로 ‘한국이 과연 일본처럼 추락하게 될 것인가?’ 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겪고 있는지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일단 결론적인 것만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일본은 도저히 해결 불가능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 일본은 이미 오랫동안 과거에 쌓아뒀던 재산을 까먹고 있는 중이다. 그 부가 워낙 막대했기에 아직도 선진국 위치에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만한 동력은 전무하다시피하다.


 아베가 당선된 것도, 다케시마니 침략은 없었니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하는 것도, 무한 양적완화라는 극단적인 전략을 취하게 된 것도 결국 일본이라는 나라에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해결할 수 없다. 아마 까먹을 만큼 까먹고, 세월이 흘러 현재 일본에 있는 노년층이 다 명을 달리할 때쯤 되어야 어느 정도 이상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한국은 사실 한국에 사는 사람 말고는 거의 다 한국이 엄청 잘나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막상 한국인들의 행복도나 삶의 질은 그리 높지가 않지만, 그 이유의 정말 많은 부분이 문화적인 문제이자 심리적인 문제들로 인한 것이다. 내 생각엔 각종 문화적 결함들만 좀 해결할 수 있다면 한국은 그래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된 것 같다. 여담으로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자면, 한국은 소득 지니계수는 정확히 OECD 평균인데 십분위배율은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양상의 분배 불평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체적인 소득 분배가 나쁘진 않지만, 많이 가난한 사람들이 좀 심각하게 가난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또한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려 한다.


 그런데 일본의 양적완화가 일본이 처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사실 ‘그렇지 않다.’ 일본의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고, 각종 문제들의 원인이 유동성 부족에서 출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느 정도 도움을 받는 기업들도 있겠지만 과거 5년 전 한국이 환율을 크게 건드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환헤지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들도 다수 나올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일본과 같은 경제구조에서 양적완화는 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수많은 ‘일하지 않는 노년층’이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는 일단 완화한 만큼 노년층의 축적재산을 갉아먹는다. 특히 일본인들처럼 금리도 없는데 국채를 사고, 예금비율도 높게 해두는 사람들의 경우 그 타격은 훨씬 심하다 할 수 있다. 엔화가 떨어진 만큼 일본인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예전처럼 수입품도 구매할 수 없고, 해외여행도 갈 수 없다. 일본인들이 이 상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결국 일본의 양적완화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계속하면 할수록 아베 정부는 엄청난 정치적 리스크를 지게 된다. 또한 미합중국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양적 완화를 할 때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달러 양적완화를 반기지 않을 나라는 거의 없었지만, 엔화 양적 완화는 정반대로 그걸 반길 나라가 없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반짝한 것은 어디까지나 양적완화 효과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한국도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펀더멘탈과 포텐셜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변한 게 없다. 한국이 훨씬 위다.


 또한 한국은 변동성에도 어느 정도 이상 대응을 잘하고 있다. 년초에 심각했던 북조선의 땡깡은 소심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귀결되는 분위기고, 이미 4.1 부동산대책도 내놨고, 17조 이상의 추경도 편성을 마친 상태이다. 일본은 7월에 선거가 있고, 그 이후엔 양적완화의 효과가 떨어질 전망이다. 물론 한국 내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일본보다 못한 정도는 아니다. 다만 올해는 성장률이 밀릴지도 모른다. 일시적으로.


 장기불황은 그다지 우려할 것은 아니다. 부동산 침체가 해결되고, 국제 경기가 바닥을 친 후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면 한국 또한 다시 호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불황과 호황은 본래 교차하며 지나가는 것이다. 일본이 예외적으로 장기불황을 겪은 것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은 그런 원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북조선 제제와 미래 전망

정치 2013. 2. 2. 15:02 Posted by 해양장미


 북조선이 곧 망할 거라는 전망은 꽤 오래 전부터 계속 있었던 기대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까지는 김정일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최우선적인 목적이 체제 유지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그들은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정세의 변화는 결코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는 않다.


 애초에 북조선은 자생이 불가능한 나라다. 충분한 식량자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디든 땅 힘에는 한계가 있고, 북조선의 지력은 완전히 죽은 지 오래이며 그것을 되살릴 만한 여유가 없다. 더구나 공산주의식 국영농장 제도는 개개인의 위기 탈출 가능성마저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기술적인 수준도 뒤떨어지기도 한다.


 본래대로라면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북조선 또한 체제를 변경했어야 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고립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현재의 북조선을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북조선은 과거 냉전 시대에는 양 진영 대립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었고, 지금은 G2의 완충지대이자 골칫거리이다.


 중국에게 있어 북조선은 더 이상 밀접한 동맹국이라 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어쩔 수 없이 관리해야하고, 챙겨줘야 할 대상에 가까운 상황이다. 중국은 북조선의 붕괴를 두려워한다. 엄청난 난민이 중국으로 넘어올 수 있고, 미국과 국경을 맞대는 거나 다름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중국은 여러 변수를 맞이하고 있다. 오랜 숙원인 타이완과의 통일 문제도 점점 더 가시화된다 할 수 있고, 경제성장으로 인해 민주화에 대한 압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위구르ㆍ내몽고ㆍ티벳 등지의 자치구들의 독립 시도도 없어질 수는 없다. 그리고 근래 일본이 극단적인 우경화가 일어나면서 중국과의 영토분쟁까지 일으키다 보니, 중국은 이 연장선상에서 미ㆍ일 동맹에 생기는 틈을 이용하여 미국과 좀 더 직접적인 딜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러시아의 푸틴은 이미 북조선과의 친교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으며, 대신 대한민국과 영토를 맞대고 싶어 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푸틴은 동부 시베리아를 개간하는 데 관심이 많은 듯한데, 그에 적합한 국가로 대한민국을 꼽고 있는 듯하다. 일본과는 영토분쟁이 있기도 하고, 중국은 견제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일본은 대북 관련한 6자 중 가장 통일을 원하지 않을 세력이다. 그러나 근래 일본은 극우화되면서 미국과의 친밀함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아베의 엔화에 대한 정책은 일본인 외에는 반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경제적인 면에서 일본이 죽어줘야 세계가 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합중국은 오바마가 재선된 상황이며, 전반적인 추세를 볼 때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쓸데없는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낮고, 각종 카드를 사용하는 데는 좀 더 유연하다. 또한 미국은 군 감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북조선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조선은 작년 12월,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이는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에 어긋나는 행위였고, 1월 23일 UN은 대북제제 강화 결의를 체결했다. 이 새로운 제제 결의에는 북조선의 오랜 우방인 중국까지 동참했으며, 내용을 보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북조선은 3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파국은 오래 전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흐름이다. 김대중-클린턴 때만 해도 사실 북조선 문제는 잘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고 후세인을 사형시킨 것을 이야기해야한다. 후세인도 한 때는 미국에 협력했었다. 그러나 결국 미합중국은 역사에 남을 오판으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라크는 10년이 거의 다 지난 아직도 혼란상태다. 미국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북조선은 제제를 받더라도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힘의 균형을 맞추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의 대북송금특검 및 나빴던 초기 대북정책도 한 몫을 한다. 물론 2002년에 연평해전을 일으키는 등 북조선의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의 대북송금특검은 그나마 부시정권 하에서 나빠지고 있던 남북관계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는 달리,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와는 다른 대북정책을 펼쳐나갔다. 이에는 노무현의 정몽준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도 있다고 확신한다. 다들 알다시피 대북사업 관련하여 가장 적극적이었고 가장 투자를 많이 했던 기업은 현대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현대는 정몽헌 회장이 자살하는 참극을 맞으며 무너져 내렸다. 대신 참여정부는 노골적으로 삼성편을 들었다.


 또한 북조선은 한국을 절대로 군사적인 대등한 협상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군사적인 면에서는 독립국가라 할 수 없다. 전시 작전 통제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별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그냥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대한민국은 엄밀히 말해 독립국이 아니다. 그보다는 미합중국이라는 제국 아래 속해있는 자치령에 가깝다. 아마 역사는 이런 식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고,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상태도 그리 꼭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북조선이 ‘남쪽 정부는 괴뢰정부다.’ 라고 주장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는 건 알아두는 게 좋겠다.


 어쨌든 북핵 이후 남북 또는 북미 관계는 그리 좋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무한정 미뤄둘 수는 없다. 곧 북조선은 어쨌든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를 갖춘 나라가 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미국 본토에 핵을 날릴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합중국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미국은 여러 가지 카드가 있다. 그들이 어떤 방향을 선택할 진 알 수 없지만, 다행히도 박근혜는 이명박에 비해 외교적 감이 좋아 보인다. 북조선 문제는 다자간의 문제고, 한국은 이미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중국과 딜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어떻게든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대만이 중국 앞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미국에 있다. 대만과 북조선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이 근래 극우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 미국의 힘을 믿기 때문인데, 그 또한 미국이 선을 그으면서 동아시아 정세를 제어할 수 있다.


 결국 북조선 문제는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조선이 보다 온전한 국가로 인정을 받고 종전이 되던지, 북조선 체제가 급속도로 무너지던지. 결국 그들이 ‘정상적인’국가가 아닌 이상 결과는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을 것이다. 종전이 되고 북조선에 대한 제제가 풀린다면, 자본의 유입으로 인하여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