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년 만에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추월당할 거라는 기사가 나왔다. 자세한 건 다음 링크로.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791533
기사가 나오자 역시나 반응은 뜨겁다. 특히 평소 경제 쪽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더할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고, 전체적인 인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 일이다.
아베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본은 대대적인 엔저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엔화 가치는 폭락했고, 일본의 수출 경쟁력은 증가했다. 국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이상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은 그 피해를 적잖게 보게 되었다. 이것이 주된 원인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에 대해 대응을 안 하고 있을까? 이 문제가 오래 갈까?
일단 일본 입장에서 이런 엔저 정책은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도 아닌, 평균연령이 45세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이며 금리도 이미 제로금리가 된지 오래다. 국가 부채율도 한국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그나마 자국민이 국채를 대부분 소유해서 부도를 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엔저로 인해 닛케이 지수도 올라가고,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늘어난 상황이지만 사실 저 상황은 한국의 5년 전과 유사하다. 오히려 일본의 타격은 더 크다. 일본은 세계 제일의 고령사회이며, 많은 노년층이 모아둔 돈을 소비하고 있다.
일본이 왜 저렇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려면, 일본의 상황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근래 사적으로도 종종 이야기하는 주제로 ‘한국이 과연 일본처럼 추락하게 될 것인가?’ 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겪고 있는지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일단 결론적인 것만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일본은 도저히 해결 불가능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 일본은 이미 오랫동안 과거에 쌓아뒀던 재산을 까먹고 있는 중이다. 그 부가 워낙 막대했기에 아직도 선진국 위치에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만한 동력은 전무하다시피하다.
아베가 당선된 것도, 다케시마니 침략은 없었니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하는 것도, 무한 양적완화라는 극단적인 전략을 취하게 된 것도 결국 일본이라는 나라에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해결할 수 없다. 아마 까먹을 만큼 까먹고, 세월이 흘러 현재 일본에 있는 노년층이 다 명을 달리할 때쯤 되어야 어느 정도 이상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한국은 사실 한국에 사는 사람 말고는 거의 다 한국이 엄청 잘나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막상 한국인들의 행복도나 삶의 질은 그리 높지가 않지만, 그 이유의 정말 많은 부분이 문화적인 문제이자 심리적인 문제들로 인한 것이다. 내 생각엔 각종 문화적 결함들만 좀 해결할 수 있다면 한국은 그래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된 것 같다. 여담으로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자면, 한국은 소득 지니계수는 정확히 OECD 평균인데 십분위배율은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양상의 분배 불평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체적인 소득 분배가 나쁘진 않지만, 많이 가난한 사람들이 좀 심각하게 가난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또한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려 한다.
그런데 일본의 양적완화가 일본이 처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사실 ‘그렇지 않다.’ 일본의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고, 각종 문제들의 원인이 유동성 부족에서 출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느 정도 도움을 받는 기업들도 있겠지만 과거 5년 전 한국이 환율을 크게 건드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환헤지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들도 다수 나올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일본과 같은 경제구조에서 양적완화는 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수많은 ‘일하지 않는 노년층’이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는 일단 완화한 만큼 노년층의 축적재산을 갉아먹는다. 특히 일본인들처럼 금리도 없는데 국채를 사고, 예금비율도 높게 해두는 사람들의 경우 그 타격은 훨씬 심하다 할 수 있다. 엔화가 떨어진 만큼 일본인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예전처럼 수입품도 구매할 수 없고, 해외여행도 갈 수 없다. 일본인들이 이 상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결국 일본의 양적완화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계속하면 할수록 아베 정부는 엄청난 정치적 리스크를 지게 된다. 또한 미합중국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양적 완화를 할 때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달러 양적완화를 반기지 않을 나라는 거의 없었지만, 엔화 양적 완화는 정반대로 그걸 반길 나라가 없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반짝한 것은 어디까지나 양적완화 효과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한국도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펀더멘탈과 포텐셜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변한 게 없다. 한국이 훨씬 위다.
또한 한국은 변동성에도 어느 정도 이상 대응을 잘하고 있다. 년초에 심각했던 북조선의 땡깡은 소심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귀결되는 분위기고, 이미 4.1 부동산대책도 내놨고, 17조 이상의 추경도 편성을 마친 상태이다. 일본은 7월에 선거가 있고, 그 이후엔 양적완화의 효과가 떨어질 전망이다. 물론 한국 내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일본보다 못한 정도는 아니다. 다만 올해는 성장률이 밀릴지도 모른다. 일시적으로.
장기불황은 그다지 우려할 것은 아니다. 부동산 침체가 해결되고, 국제 경기가 바닥을 친 후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면 한국 또한 다시 호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불황과 호황은 본래 교차하며 지나가는 것이다. 일본이 예외적으로 장기불황을 겪은 것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은 그런 원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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