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경제 패러다임 시프트 가능성

정치 2018. 12. 9. 16:17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izsjRpcgfmk



 나는 자유주의자로 자유민주정체를 지지해 왔습니다. 자유민주정은 인류가 지금껏 구현해 온 정치체제 중 가장 결과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지요. 냉전에서 자유진영이 승리한 이후, 자유민주정은 잘 자리 잡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좋은 시기는 짧았지요. 이제 우리는 자유민주정이 전 세계에서 붕괴하는 걸 보고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시대가 되었고, 포퓰리즘의 위협에서 그나마 벗어나 있는 건 중국이나 일본 같은 국가가 되었지요.

 

http://news1.kr/articles/?3460607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말에 내 생각에는 어쩌면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본과 중국이 통화스와프를 맺고, 일본이 일대일로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사건입니다. 이게 얼마나 큰 사건인데... 우리나라에선 별 반응도 없고, 그나마 있는 반응도 아베를 조롱하는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국제정세에 예나 지금이나 무지합니다. 북바라기가 너무 많습니다. 종북이건 반북이건간에요.


 

 그 동안 일본은 일관적으로 친미 반중 포지션이었습니다. 한일관계는 양반이라 할 정도로 중일관계는 무척 나빴지요. 군사적 대치도 있었고, 중일전쟁 가능성까지 가끔 언급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트럼프가 전통적 친미국가인 일본을 핍박하고 전 세계와 무역전쟁을 불사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낸 겁니다. 일본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일단 중국에 붙었습니다. 일시적일지 어떨지는 몰라도 이게 얼마나 큰 건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세계 경제규모 1위 국가와 3위 국가가 한 편이 되서 2위 국가를 견제하고 있었던 게 기존 상황인데, 1위 국가가 3위 국가를 무시하는 바람에 2, 3위가 손을 잡게 된 겁니다.


 

 아베 신조는 정말 뛰어난 정치인입니다. 나는 그가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집권하고 우리나라는 많은 손해를 봤지요.


 

 아베와 오바마는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억제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로 양적완화를 했는데, 연준이 미국채 매입을 하는 건 기본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제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도왔던 게 아베입니다. 일본이 나서서 미국채를 대량 매입해주면서 미국은 중국이 미국채 매입을 줄여도 패권을 지킬 수 있었고, 달러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나 중국은 반대하는 사안입니다만, 아베가 군사지출을 늘리려 했기 때문에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축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 얽히면 머리를 쓰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아베를 괄시하고 일본을 핍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가 저지른 실책이 하나 둘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손꼽을 만하게 큰 것이지요.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는 북조선 문제였는데,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북미회담 과정에서 일본을 철저하게 무시함으로 아베가 파격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어버린 걸로 보입니다. 이후 북미관계 진전이 애매한 이유 중 큰 하나로 일본과 중국이 손을 잡은 것도 봐야 합니다. 6월 당시 나온 기사를 하나 링크하지요.

 

https://asia.nikkei.com/Opinion/Abe-gets-trumped-from-Quebec-to-Singapore

 

 달러는 그 발행과정에서 누군가가 미국채를 매입해야만 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그 미국채를 가장 많이 매입하던 국가가 중국과 일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중국과 일본이 미국채를 예전처럼 사주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그리고 둘은 통화스와프를 맺고, 일본이 일대일로에 참여해 중국의 패권행보를 도와주겠다고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전방위적 무역전쟁을 강행하고 후안무치한 외교를 반복해 경제적 동맹을 너무 많이 잃고 있는데, 이 와중에 유로는 다시 한 번 유로화의 기축통화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4&aid=0004093431

 

 또한 위안화는 약세에도 불구하고 점차 위안화 거래가 증가하는 양상입니다. 중국의 대미무역흑자 또한 증가추세이기도 합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10506240

 

 즉 모든 추세는 달러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는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함으로 역설적으로 달러가 비싸지는 현상이 일어났었는데, 달러가 그나마 다른 통화보다 안정적이고 미국채가 다른 채권보다 안정적이니까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만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부채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고, 달러는 너무 많이 발행되어서 장기적으로는 뒷감당이 쉽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얼마나 자학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많은 대중들은 권력자가 당장 센 척을 하면 좋아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통쾌함을 중시하고요. 그러나 지도자가 그렇게 하면 속은 곪습니다. 힘이 좀 있다고 마구 휘두르면 안 되는 것입니다. 비윤리적인 행동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달러가 불안정해지면 앞으로 국제경제도 불안정해질 때가 올 겁니다. 기축통화가 다극화된다는 건, 안정적인 기축통화가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경제적 혼란은 포퓰리즘을 끊임없이 부추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포퓰리즘에 안전한, 덜 민주적인 국가들이 더 성공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덜 민주적이라는 것은 반드시 덜 자유주의적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민주정체는 자유주의와 민주정체의 결합인데, 이건 산소가 적혈구에 실린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포퓰리즘은 일산화탄소 같은 겁니다. 적혈구에 비유할 수 있는 민주정체가 자유주의와 결합되기 어렵게 하고, 포퓰리즘 민주정. 즉 중우정이나 파시즘 같은 게 되어버리지요.

 

 나는 자유주의자들이 보통 선거에 기반을 둔 현대 민주정에 보다 의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추세대로 가면 포퓰리즘을 막을 수 없을 거고, 포퓰리즘에 잠식당한 국가는 쇠퇴할 가능성이 높으며 덜 민주적인 국가가 성공하여 메인스트림에 올라설 수 있을 것입니다. 현 시대의 정치와 경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게 아닙니다. 문재인의 대한민국만 새로운 게 아니라, 시대 자체가 너무 새로운 시대입니다. 아마도요.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가 이런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급변에 거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아베가 시진핑과 손을 잡는데, 우리나라는 같은 시기에 대법원 강제징용 보상판결이 나오면서 반일감정이 다시 한 번 떠올랐고, 일본과 더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이번 정권은 일본과 사이를 개선할 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저자세 외교에도 이 정권을 신뢰하지 않고요. 이 정권은 미국과도 딱히 좋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북에만 일방적인 애정을 보내고 있는데, 외교 잘 한다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시야가 좁고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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