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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악의 사회

사회 2022. 12. 4. 16:3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L1L7KQdtR8o

 

 

 

 

 

1) TRPG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는 캐릭터의 성격과 철학을 반영하는 성향을 9가지로 나눕니다. 그 중 한 척도는 선함, 중립, 악함이고 다른 한 척도는 질서, 중립, 혼돈입니다. 그래서 질서 선, 질서 중립, 질서 악, 중립 선, 진정한 중립, 중립 악, 혼돈 선, 혼돈 중립, 혼돈 악의 9가지 성향이 있습니다.

 

 나는 이 게임 룰이 근래 우리나라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 좋은 툴이 된다고 제안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중립에 해당하는 성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유형에는 대략 소시민, 기회주의자, 방관자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각자 어떤 신념을 가지기보다는 눈치를 많이 보고, 주변에 따라가거나 묻어가는 식으로 처신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그런 것이 암묵적으로 권장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다른 사회보다 이 유형이 많을 걸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양상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공감대 또한 꽤 있고,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질서지향적입니다. 문제는 질서를 지향하는 게 선은 아니라는 겁니다. 나는 근래 우리나라가 질서 악의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설명방식이 근래 우리나라 문제를 진단하는 데 있어 간단하고 쉽다고 이야기하겠습니다.

 

 

 

 

 

 

2) 우리나라의 질서지향성은 무조건적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권위주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특정한 룰을 강요하는 무도(無道), 검열과 감청과 금기의 일상화, 그리고 잘못된 신념을 가진 자기합리화의 달인들로 주로 드러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근래의 정치적 문제도 결국 이러한 권위주의와 무도함으로 인해 여기까지 치달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의 고결함과 되바라짐은 누군가에게는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인식되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는 모두들 아시다시피 바이든이었고, 이후 우리나라의 정치권력은 등대와 나침반과 육분의가 모두 없는 상태로 보입니다.

 

 

 

 

 

 

 

3) 어린이에게는 질서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동을 교육하고 교육받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은 질서을 혼동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숙과 자유는 질서와 선을 구분하고, 정당하지 못한 권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유의 전통이 없는 이유는 선보다는 질서를, 정당함보다는 권위를 중시해온 세월이 지나치게 길고, 진정한 선과 정의를 끊임없이 성찰하며 추구하는 사람이 부족했기에 그리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문제를 정말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선량함이 부족합니다. 그냥 그런 상태입니다. 과거의 일본제국이나 근래의 중화인민공화국을 보면 질서와 권위는 있으나 정의와 선함은 없는데, 우리나라도 그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헤븐조선은 일본제국의 정신적 후계자이며, 중화인민공화국과 사상적 공감대가 강한 나라입니다.

 

 

 

 

 

 

4) 이러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충분히 행복하고 정서적으로 건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결과 나쁜 피드백이 계속 발생합니다.

 

 상황이 나쁜 걸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는 극단적으로 낮은 출산율, 극단적으로 낮은 청년 연애 비율, 그리고 대깨윤과 개딸의 시대입니다.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배경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데, 청년남성들 다수는 일정 연령대 이하의 한국 여성들이 대체로 표독스럽고 사악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청년남성들은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페미니즘의 사악함을 보고 겪어왔고, 인생을 함께 할만한 참한 여자를 찾는 게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하며 느낍니다.

 

 지난 대선이 윤석열 대 이재명이 된 것 또한 많은 이들이 성찰없는 질서를 추구한 결과입니다. 권력은 질서와 매우 가까운 사이입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에서도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질서를 추구하였고, 그 결과 극단적으로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습니다.

 

 

 

 

 

 

5) 동아시아 국가들은 성장 과정에서 서구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구 사회는 매우 질서정연하고 깔끔한 사회일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지요. 그러나 실제의 서구 사회는 그렇게까지 빡빡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동아시아가 훨씬 디스토피아틱한 사회가 되어버렸지요. 세상에서 가장 디스토피아스러운 국가는 중화인민공화국이고, 그 다음은 대한민국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같은 곳은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그냥 미개발 전체주의 종교국가라 해야 하고요.

 

 중국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굉장히 세속적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교가 있더라도 기복신앙 형태의 종교를 가지는 경우가 많고, 중국이나 일본도 기복신앙이 강한 나라에 속합니다.

 

 대조적으로 서구의 유신론적 세계관은 자유주의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아브라함계 종교에서 사람은 야훼 앞에 본질적으로 평등하며 자유롭다는 인식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유럽의 기독교도들은 야훼를 Lord, Rex 등으로 불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크리스찬들도 주님이나 천주와 같은 역어를 쓰는 것에 남아있습니다. 그렇기에 유럽 문화권에서 왕중의 왕, 군주 중 최고의 대군주는 야훼로 인식되었고 신앙이 깊은 이들에 의해 왕권신수설은 부정되었습니다. 교파 간 교리와 믿음의 차이로 인해 30년 전쟁이 일어나거나 민주국가 미국이 건국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유교문화는 크리스트교 문화권에 비해 세속적이었던 만큼, 어떠한 유신론적 대상을 통한 평등의식이나 자유의식이 그다지 싹트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세속적이었던 서구에서는 올바름이 더욱 강조되는 면이 있었는데, 동아시아에서는 질서와 평화가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동아시안이 백인에 비해 질서와 권력을 더 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오래 고립된 세계였기 때문에, 더더욱 높은 수준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런 상태를 자연스럽고 편하게 느끼는 면이 강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선량함 없는 질서는 권위주의적이며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발생하는 사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너무나 오랜 기간 그런 식으로 발전해왔고, 희생에 익숙합니다. 미안하다. 고맙다. 라거나, 청년남성들의 독박병역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겠지요.

 

 또한 매우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거주형태는 필연적으로 높은 수준의 질서를 추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수도권 대도시의 밀도에서는 무질서하고 이기적인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게 당연합니다.

 

 한편으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첨언하자면, 나는 확고한 무신론자이며 세속주의자이며 자유주의자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유주의가 발생하는 데 있어 유신론적 세계관이 유리했었다고 할 수 있으나,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 시대에는 유신론적 세계관과 자유주의는 충돌하고 있습니다.

 

 

 

 

 

 

6) 세속적이고 질서와 권력을 추구하였기에 동아시아는 후발주자임에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본질적 선량함의 부족으로 한계를 맞이하고 있지요. 현재의 일본은 그나마 타인에게 간섭을 덜 하는, 덜 디스토피아적인 사회이기에 문제가 덜하다고는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도 지독한 경직성과 복잡한 이권구조, 혁신없음, 블랙기업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만. 우리나라가 일본 걱정할 입장은 못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금의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형태의 반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두드러지는 양상은 청년들이 혼인은 물론 연애도 하지 않는 겁니다. 올해 나온 통계에 의하면 만 19~34세 청년들 중 2/3 정도는 연애를 하지 않고 있으며, 그 중 70% 이상이 자발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비연애 청년 중 불만족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으며, 향후 연애를 할 생각을 가진 청년이 절반이 안 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과 출생아 숫자가 회복될 확률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0%입니다. 이는 우리 민족국가 대한민국은 확정적으로 망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국체 자체는 지킬지 몰라도 우리 민족이 주류에서 밀리게 되거나, 나라의 규모, 위상, 티어가 크게 축소되고 하락하는 게 상수라고 생각해야합니다. 인구가 없어지기 때문에 국체를 못 지킬 확률도 꽤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우리나라의 질서지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양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겁니다. 청년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어릴수록 기존 질서에 대해 저항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특정 사회의 평균연령은 해당 사회의 혁신성이나 역동성과 상관이 있는데,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평균연령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사회 분위기가 경색되고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아마 질서 자체에 대한 반발은 점차 많이 보이게 될 겁니다. 질서 악은 중립 악이나 혼돈 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데, 페미니스트들이 워마드를 이용하는 걸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중에도 백신음모론자와 같은 혼돈 성향이 많이 관측됩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과 관련하여 나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몸은 두더라도 재산은 일정 비율 해외로 피신시키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각자 부당한 권위주의를 과히 수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부당함을 인내하는 것이 미덕처럼 취급되기 쉬운 사회지만, 그것이 과도하면 심신의 건강에 영 좋지 않고 결국 사회에도 피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