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의 군사적 긴장관계에 대한 이야기

정치 2016. 2. 18. 11:28 Posted by 해양장미

 이런 사태 자체는 오래 전부터 많은 부분 예견되어 왔고, 모든 선택들 역시 일종의 시나리오처럼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조선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그들이 수소폭탄과 대륙간 탄도탄을 손에 넣는 건 시간문제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배경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북조선은 대한민국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평해전과 박왕자씨 피살, 천안함 폭침, 기습포격 등의 비상식적인 군사적 공격행위를 반복해왔고, 그 때마다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상식 이상으로 인내해 왔습니다. 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증명되었습니다.

 

 한편으로 오바마 정권에게 저런 북조선을 통제할 효율적인 수단은 없었고,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을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였는데, 그들은 북조선을 고사시키자는 한국과 미국의 제안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이는 각국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충분히 민주화되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의 체제 특성과 오판 탓도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결국 이번 북조선 로켓 발사로 미국은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명분을 얻었습니다. 한국은 지금껏 미군에 많은 걸 요구해왔고, 사드 배치 요구도 거절해 왔습니다. 좌파들이야 종종 주한미군 철수까지 외칩니다만, 그 뒤에는 NL이 있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실제 주한미군은 미국에 꽤 손해와 부담을 안겨주는 면이 있어서 샌더스건 트럼프건 감축하거나 돈을 더 받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자비를 들인) 사드배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중국이 사드에 불쾌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들의 협박 및 모욕성 발언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지금껏 한국은 중국을 배려해오고 우호적으로 지내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만, 중국은 한국을 위해 군사적 긴장관계 문제에서 뭔가 해준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위상과 존엄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소속감이 있는 한국인이라면 중국에 불쾌감과 분노를 느끼는 게 정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중국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앞세우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데, 나는 그들이 애국심 또는 대한민국에 대한 소속감이 전무하거나 겁쟁이거나 정치적 권력욕이 지나치게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애국심이나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전혀 없을 수도 있고 겁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사람은 국가와 국군에 많은 것을 요구할 자격은 없습니다.

 

 한편으로 중국의 어리석음도 비판해야겠습니다. 냉전 시기 북조선은 중국에게 이를 시리게 하지 않는 입술일 수 있었지만, 지금의 북조선은 뽑아버려야 하는 썩은 이에 불과합니다. 만일 중국이 민주적인 국가였다면 북조선에 이만큼 미련을 두지 않았을 겁니다. 가뜩이나 현재 중국은 온갖 악재 앞에 있는데, 그들이 괜찮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중국은 군사적 문제에서 북조선을 품고 손해를 보느냐, 북조선을 버리고 한미와의 관계에서 이익을 보느냐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더 나아가 중국의 패권적인 속내가 문제입니다. 중국이 미국과 진짜 우방으로 지낼 수 있다면, 사드를 배치하는 건 별로 문제될 게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중국은 주제넘게 패권을 쥐고 싶어 하고 있고, 그것이 북조선 정책을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냉전이 끝났음에도 아직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그들이 사드를 진짜로 막고 싶었다면 북조선 봉쇄에라도 제대로 동참을 했어야 합니다. 아니면 통제를 하던가요.

 

 이제 많은 불확정성이 줄어들었습니다. 한국도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한국은 지금껏 잠재적 적대국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핵무장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의 보유도 포기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보다 강력한 무장을 고려해야합니다.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북조선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습니다. 국제 사회는 한국의 핵무장을 막을 더 이상의 충분한 명분이 없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역시 북조선 경제봉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생각합니다. 미국 등 동맹국의 요구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다만 입주기업들의 피해 등을 고려한다면 절차적인 문제는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세력과 그 지지자들도 강경한 대북정책에 환호를 앞세우기보다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동정과 우려를 먼저 표명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도 조금 이야기했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이는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의 반응은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특히 문재인측의 현실 인식과 주장은 꽤 우려스럽습니다. 그는 지나치게 친북성향이고, 낭만적 평화주의자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난 2012년 단일화 토론에서도 북조선과의 선 협약 후 개방을 주장하는 안철수에게 그런 방식은 이명박과 같다는 식으로 강경한 공격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야권 세력은 현재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야합니다. 이미 한국 주도의 대화와 타협으로 북조선의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군사적인 계획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구성할 수 없습니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군사적인 준비를 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권의 친중외교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식의 조롱도 속없는 말입니다. 그 동안 중국에 우호적인 언행을 해오지 않았다면, 현 상황은 더욱 험악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미연합군은 지금만큼의 명분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