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정치론과 파시즘

정치 2017. 7. 2. 16:14 Posted by 해양장미

 국가를 플라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철학자 왕이 통치했으면 하는 바람은 제법 보편적인 것입니다. 실제 오랜 역사 속에서 철인정치론이나 그 비슷한 발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었습니다. 동아시아 버전의 철인정치론으로 왕도정치를 들 수 있습니다. 조선이 왕도정치를 추구하는 나라였기 때문인지, 아직 한국인들의 마음속에는 일종의 철인정치론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란 본질적으로 지저분한 짓입니다. 민주정은 많이 민주적일수록 그 지저분함을 투명하게 드러내곤 하지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정치는 아파트 동대표 회의나 동네 반상회 같은 겁니다. 소규모에 걸린 이권도 적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요. 많은 경우 아주 지저분하고요. 규모가 커지고, 걸린 이권이 커질수록 정치는 더 지저분해집니다.

 

 민주정치를 접할 때 가장 좋은 태도는 그것의 본질적 지저분함과 혐오스러움을 인정하고, 관심을 가지되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치는 재미없는 거고, 나는 정치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재미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며 웬만하면 너무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세상엔 재미있는 것, 즐거운 것, 아름다운 것이 많습니다. 가능한 많은 시간동안 그런 걸 보고 즐기며 사는 게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민주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철인정치 같은 게 훨씬 단순하고 매력적이거든요. 모두들 스스로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은 민주정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정말 많지요.

 

 근래 인터넷 세상엔 참으로 문재인 지지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언행을 보면, 어딜 봐도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닌 철인정치론자들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문재인을 대략 철인 대접합니다. 문재인이 명백한 잘못을 해도 문재인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굳건하게 유지합니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정치인은 믿거나 애정을 기울일 만한 대상이 아니라 해야겠지만, 철인정치론자들은 그렇게 합니다. 믿고 지켜주면 철학자 왕이 알아서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물론 실제론 차라리 중고차 딜러나 애널리스트를 믿는 게 낫습니다.



 현실 민주정에서 철인정치론은 정치의 종교화로, 파시즘으로, 민주정의 붕괴로 발현됩니다. 실제 무솔리니는 플라톤의 철인정치론과 니체의 위버멘시에 영향을 꽤 받았었기도 합니다. 원천적으로 정치란 매 순간 터져 나오는, 온갖 짜증나는 문제들을 봉합하고 각자의 손익을 조율하고, 싫어도 타협하는 가운데 정치철학적 가치를 실현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특정 정치인을 떠받드는 방향의 종교화는 반드시 강한 도그마를 만들어내고, 각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봉합하는 데 약점을 보이기 마련이며,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기보단 전체주의 쪽으로 치닫기 쉽고, 정치철학보다 정치인이 중요해지기에 원리상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도 모든 문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론 부모가 두 자녀 사이의 문제를 온전히 중재하고 조율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매일 보는 가족이라도 각자의 이익과 손해와 감정적인 부분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지도에 토 달지 말고 따르라고 격렬하게 시민들이 주장한다면, 그건 엄연히 파시즘입니다.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적이고 왕도정치사상이 보편적인데다 자유주의 기반이 약하고, 민족주의는 강하다보니 파시즘의 위험에 아주 취약합니다. 지금은 파시즘이 이미 준동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고요. 이 파시즘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는 예측할 방법이 없습니다. 3년 전에 지금의 정치현실을 예상할 수 없었듯, 3년 후의 일도 알 수 없습니다.

 

 자유로운 민주 시민들은 파시스트들의 준동을 좌시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들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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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급 옆에 또 폐급

정치 2017. 6. 26. 18:35 Posted by 해양장미

 어떻게 이렇게 폐급 인사만 잘도 한다 싶었는데, 오늘 또 큰 게 추가되었습니다.

 

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7062611117638324

 

 이번엔 신정훈이랍니다. 그에 대해선 본 블로그에서 두어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요. 워낙 대단한 인물이라.

 

 신정훈은 2014년 기준 폭행 상해, 음주운전, 건축법/농지법 위반, 보조금 예산관리 위반 등으로 전과 5범이었으며, 작년 총선 땐 경쟁자 손금주 후보의 연설원을 집단폭행하는 해프닝 끝에 패배하였으나 더불어민주당측에서 호남특보자리를 줘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포스트를 링크합니다.

 

http://oceanrose.tistory.com/563

 

 이번 문재인 정부는 5대원칙 등을 이야기하며 기존과는 달리 깔끔한 인사를 하겠다는 식으로 국민들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속였으나, 실제 인사를 보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상으로 지저분하여 그야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부패인사를 뽑아대고 있습니다.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파시스트들이 최소한의 비판을 불허하게 하고, 민주정을 망치고 있습니다. 이 쯤 되면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기준과 품격을 가진 인사를 요구합니다. 도저히 눈 뜨고 못 볼 인사를 대중독재의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문재인에게 내가 건 기대가 거의 없었고, 평가도 낮긴 했으나 현재의 양상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진심으로 박근혜정부가 그리울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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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의 끝

정치 2017. 6. 22. 21:45 Posted by 해양장미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에서 지난 523, 달님 지지율은 81.3%였습니다. 그런데 20일 조사에서 달님 지지율은 70.1%로 나왔습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0% 넘게 지지율이 깎인 것입니다.

 

 허니문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41.08% 득표로 대통령이 되었던 달님이 그 배나 되는 지지를 얻었던 건, 그를 뽑지 않았던 국민들이 갑자기 달님에게 반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빨리 정부다운 정부가 생겨서, 각종 불안을 해소하고 그럴싸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높은 지지율로 나타난 것이겠지요. 나는 물론 그에게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만...

 

 워낙 지지율이 높았기에 빠른 속도로 지지가 줄었음에도 아직은 별로 티가 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추세가 계속될 수 있음은 생각해봐야겠지요. 달님은 다자구도에서 40%정도의 득표를 했으니까, 25~30%정도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입니다. 지금 지지율이 높다고 달님이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대통령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을 거고, 이미 다수의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후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정석대로 간다면 달님이 기댈 곳은 역시나 내셔널리즘과 달빛기사단입니다. 개혁, 혁명, 대의, 민족, 정의, 국가, 자주, 청산 등을 내세울 것이고, 그걸로 수많은 문제들을 덮어나가려 할 것이고, 위기가 올 때마다 공공의 적을 만들려 노력할 것이며, 기사단은 더더욱 과격화되며 화대혁명을 불사할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정석일 경우지만요.

 

 갈등은 본질적으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데서 생겨납니다. 그렇기에 갈등은 힘이나 협상을 통해 해결됩니다. 그리고 달님은 매우 넓은 분야에서 갈등을 감수하고, 그 갈등들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분이지요. 그는 용감하고 영웅적입니다. 그렇지만 민주정체엔 영웅이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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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환이 사퇴했네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의 저열함이 달님의 저열함입니다. 윤그랩이 허니의 천박함과 어리석음을 드러냈듯, 인사란 그런 것입니다.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첫 지명한 법무부 장관의 불명예스러운 사퇴이지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달님은 온갖 깔끔한 척은 다 했고, 5대 인사원칙 같은 기특한 소리도 다 했습니다. 물론 달님이 그런 인사원칙을 지킬 가능성은 없었지요. 어차피 달님은 그런 비현실적인 공언을 지킬 생각 없이 거짓말을 했을 겁니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면 달님은 주변파악도 전혀 못하고 가까운 미래도 생각 못하는 바보 멍청이라는 건데, 그렇게까지 달님을 나쁘게 생각하고 싶진 않네요.

 

 어쨌든 아마도 작정하고 정치인다운 사짜짓을 하셨고 국민들이 거기 넘어갔으니 모두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여기저기서 달빛이 루나틱하게 빛나고 소스가 쏟아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니를 쫓은 후의 허니문은 달콤하니 아직 지지율이 매우 높습니다. 파시즘의 시대 초입인데 참 아스트랄하고 행복회로도 과열로 불타버려서 큰일입니다.

 

 달님의 잘생긴 외모와 젠틀한 이미지에 허망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것 같습니다. 소위 문트릭스지요. 진실은 많은 경우 쓰디쓰고 메마릅니다만, 정치인에 대한 달콤한 열광은 환각제 같은 것입니다.

 

 달님이 뽑은 인사의 부도덕함이라거나 원칙 위배 같은 건 애피타이저입니다. 그들이 펼칠 정책의 비현실성에 비하면 별 거 아닐 겁니다. 올 여름은 공포영화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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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사례와 대중독재

정치 2017. 6. 6. 18:49 Posted by 해양장미

 개인적으로 야구는 거의 보지 않습니다만, 김성근과 한화에 대한 사건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근의 고양원더스 시절 대중 평가와 현재의 대중 평가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나 그 시간동안 김성근이 다른 사람이 된 것은 아닐 겁니다. 2년 전만 해도 김성근은 기존 야구 기득권 세력에 의해 배제된, 야구밖에 모르는 재일교포 2세로 차별당하는 인물처럼 인식되었습니다.

 

 그가 한화 감독으로 취임하는 데는 팬들의 강한 요구와 한화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중의 압력과 독단의 합작품이었지요. 야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왜 김성근을 꺼렸는지, 대중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2년 반 전에 김성근이 한화 감독하면 욕을 엄청나게 먹다가 잘리고, 이상군이 그 뒤를 맡아 김성근보다 잘할 것이라고 말한다면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요.

 

 나는 야구에 별 관심 없습니다만 관심 많은 사람들도 별다를 건 없었습니다. 진실도 몰랐고, 앞날도 예측하지 못했지요. 김성근은 이미지 메이킹에 능한 인물이었고, 구단의 프론트와는 항상 싸워도 구단의 오너에게는 저자세였습니다.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많은 소모가 수반되었습니다.

 

 한화팬들이 김성근을 원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김성근이 잘할 의지가 없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화팬들도 김성근도 한화가 잘되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지요. 한화 회장의 독단은 독단이 나쁜 결과를 낳는 사례가 되었고요.

 

 그런데 이런 게 실제 정치에도 적용됩니다.

 

 정치적 맹목성이 위험한 건 실제 정치인의 역량을 대중이 올바르게 파악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성근의 문제를 알던 사람들은 김성근의 문제를 대중에게 알릴 수 없었습니다. 정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정이 좋은 체제인 건 대중이 좋은 정치인을 선택할 능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대중에겐 좋은 정치인을 선택할 능력이 별로 없습니다. 실제의 민주정은 복합적인 안전장치들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은, 여러 안전장치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달님을 향한 팬들의 맹목성은 공격적이며 위험합니다. 야당은 의석은 꽤 있지만, 전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폴리페서와 환빠가 높은 자리를 차지했음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습니다. 위장전입에 대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음에도, 사드나 FX사업 관련하여 정부의 행보가 무언가 이상함에도 역시나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약합니다.

 

 대중독재는 이미 우리 앞에 도달하여 이 사회를 잠식하였습니다. 이 상황은 내가 꽤 오랜 세월동안 막아보고 싶었던 상황이기에, 사실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만 방법이 없습니다. 503호 허니의 활약에 한동안 정치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던 시민들은, 더 이상의 갈등과 잡음을 원하지 않을 정도로 지쳤습니다. 민주당을 대신하고 지지할 만한, 충분히 가치 있는 정치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철학의 문제입니다.

 

 이번 정부의 색깔을 뭐라 할까요? 흔히 진보로 불립니다만, 진짜 진보는 아니라는 취급을 곧잘 받습니다. 달님 지지자들은 달님이야말로 보수라 합니다만, 현 정부를 보수주의 정부로 분류할 수 있는 정치학적 기준은 지구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리버럴이라기엔, 이 정부와 그 지지자들에게 자유주의적 전통이나 사고방식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색깔 없는 열광. 끊임없이 바뀌는 말. 권력에 대한 순수한 지향. 기존 사회에 대한 불만의 집합. 대중의 추종. 각종 인기 영합적 말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보고 겪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불안이나 불만만을 말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일단 본문에서 하고 싶은 말은, 김성근도 팬들의 추종을 얻었고 구원자처럼 등장하였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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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집권 2주차 이야기

정치 2017. 5. 25. 01:00 Posted by 해양장미

 달님이 집권한지 2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허니가 강력한 비토층을 안고 시작했던 반면 달님은 현재까지는 그런 게 없어 보입니다. 달님은 2MB처럼 일방적으로 승리했고, 당선 후 인기가 더 올라갔다고 파악합니다.

 

 불안요소나 부정적인 면들을 배제하고 이야기한다면, 달님은 현재 옛날 김영삼 정권이 생각될 정도로 일방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김영삼이 3당합당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집권 이후 최초의 문민정부로 많은 인기를 누렸듯, 지금 달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내용과 무관하게 높은 기대와 인기는 그 자체로도 사회에 영향을 줍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나도 시민들은 정서에 따라 현상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지난 정부의 대죄는 이번 정부의 작은 미덕마저 크게 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비판을 불허하는 열광에 불안요소와 위험이 있음은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 모두가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그러나 모처럼 정부 인기가 좋은 건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정부에 보다 신뢰를 느끼고 행복감을 가지기 쉽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입니다. 2MB나 허니는 못했던 거지요. 이는 정치성향의 문제 이상으로 퍼포먼스의 문제가 큽니다. 정치인에게 퍼포먼스는 필요한 것이며, 민주정에서 대표자가 시민의 마음을 얻는 건 중요합니다. 이 면에서 나는 2MB나 허니를 다시 한 번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가진 리소스를 잘 활용하지도 못했고, 쓸데없는 데 힘을 빼면서 민심을 잃었습니다.

 

 한편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는 불안을 느낍니다만 부정적인 예견을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입이 방정이라거나, 괜히 재수 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거나, 그런 게 있으니까요. 다만 원론적으로 견제 없는 개혁성향의 권력은 꽤 불안한 것이며, 시민들이 견제를 불허하는 상황은 더더욱 위험하다는 말 정도는 해야겠습니다.

 

 빠른 자동차에는 좋은 브레이크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브레이크가 좋은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습니다. 만약 브레이크가 나쁜데 엔진만 좋은 차가 있다면, 그런 차로 빨리 달리는 건 매우 고난이도인 동시에 아주 위험한 행위가 됩니다.

 

 달님 정권도 브레이크는 필요합니다. 달님이 매력적이건 좋은 정치인이건 간에 상관없이 말이지요. 달님이 달려야 하는 길은 험난하고 구불구불합니다. 빨리 달리라고 등 떠밀어봐야 사고만 나기 십상입니다. 적어도 김영삼 정부와 같은 마무리는 없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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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적 문제

정치 2017. 5. 17. 13:48 Posted by 해양장미

 달님께서 간소하게 즉위하신 후 휘하 기사단이 폴암과 플레일을 들고 이단심판에 성실한 이 초생의 시기에, 그분들의 말과 행동 사이엔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기에 그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강력한 개혁을 어느 한 쪽의 의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매우 강한 권력이 필요하며, 이는 반대자들과 신중론자들을 꺾기 위함입니다. 즉 본질적으로 개혁은 보다 덜 온화한 행위로, 통상적 인식에서 민주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강력한 개혁을 해내기란 어렵습니다.

 

 민주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과거엔 민주적 방향으로의 개혁을 주장했기에 말과 행동이 일치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 자체를 개혁이라 한다면, 보편적 인식 아래의 민주적인 방식으로도 그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민주적 방식. 즉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가능한 합의를 통하는 방식으로는 그 외의 정치적 개혁을 서두를 수가 없습니다.

 

 민주정이 자리 잡힌 시점에서, 민주적 성향과 개혁성향은 정치적으로는 같이 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 현상은 민주적 성향이라는 표현 자체에 다소의 오류가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싶은데, 민주정은 하나의 정치체제일 뿐, 온화하고 부드러운 것 자체를 민주적이라 표현하는 것은 사실 부정확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를 인위적으로 고칠 필요는 없다 생각하며, 보편적 관점에서 민주적인 것은 온건함과 맞닿아있다는 것이 보다 잘 알려졌으면 합니다.

 

 달님과 그 휘하는 투사의 모습이기에 낮은 곳으로 내려가 친근하게 대할 수는 있어도, 보편적 의미에서 민주적일 수는 없습니다. 그는 온화한 얼굴의 정복자이며, 시민들과 함께 선 자리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패권을 휘둘러야 하는 분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합리적이며, 폴암과 플레일을 든 기사단원들도 합리적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건 그들에게 있어 사소한 문제입니다. 그들은 그믐이 되고 삭이 오기 전에 많은 걸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그들은 스스로를 표현합니다. 밤은 아직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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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정치인 안희정

정치 2017. 5. 11. 12:42 Posted by 해양장미




 이 장면은 훗날 교과서에 실릴지도 모릅니다.

 

 한 순간에 친문세력과의 화해 + 양념 면역 획득 경선 경쟁자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대인배 이미지 획득 이슈였던 민주당 LGBT 문제의 개선 가능성 표출 + 음주로 인한 친근한 서민 이미지 + 아마도 예상되는 부녀자들의 지지 + 국제적 명성을 획득하였습니다. 각종 외신의 기사 1면에 안희정이 정중앙에 실렸습니다.

 

 이미 선의 발언 등으로 타당에서도 그나마 괜찮다 보는 편으로 현재 그와 같은 위치에 오른 정치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희정은 직업 정치인으로 하나의 행동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 보여줬습니다. 이런 큰 기술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역시 제가 한 표 던진 프로답습니다.

 

 다만 안희정에 대해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는 청사진이 없어요. 도지사는 행정가로 충분하지만 더 올라가려면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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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하며

정치 2017. 5. 10. 00:06 Posted by 해양장미

 포스터가 나온 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걸로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안철수에게 표를 주기로 결심하였으나 안철수를 응원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가 정치인으로 재능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고, 더 실망할 것도 없을 정도로 기대치가 낮았지만...

 

 그럼에도 그 포스터와 토론에서의 모습은 제 상상을 넘어서고 있었고, 그에 대해 아무 말 안 하는 게 개인적인 그에 대한 최선의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뭐라도 말했다면 안철수에 대한 비판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선 기간 내내 말을 아꼈습니다. 

 

 대조적으로 문재인은 대통령의 모습으로 선거운동에 나섰습니다. 선거라는 건 보편적 인식보다 보통은 그다지 이성적인 행위가 못 됩니다. 나 같은 고관심 부동층에 한정한다면 모를까, 일반론으로 보자면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면에서 지지를 얻어야 이깁니다. 문재인은 지도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안철수는 약자의 자세였습니다. 그렇기에 문재인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그걸 받아들이긴 싫었고 결과는 끝까지 모른다고 행복회로를 돌리기로 다짐하였고, 최선을 다해 돌려봤으나 잘 안됐습니다.

 

 그리고 나는 민주정 지지자이기에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당선되는 순간 문재인은 내 조국의 대통령이고 대표자입니다. 그가 나에게 큰 손해를 끼치고 설령 위험을 가져오더라도, 그가 대통령으로 가진 합당한 권한은 존중합니다. 민주정을 지지한다는 건 내가 반대하는 정치인도 대표자로 수용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안철수가 개인의 자질과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훨씬 나은 선택이 될 걸로 판단했습니다만, 이는 복잡한 정세계산에 의한 것이기에 타인을 설득할 만한 게 될 수 없었습니다. 안철수는 대통령으로 자질이 부족하였고, 그를 한때 지지하려 했던 사람들도 많이 돌아서게 만들었습니다. 문재인을 찍지 말라는 말 같은 건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더 나은 대안을 한두 마디로 알려줄 수 있어야 영업이 되거든요.

 

 이제 나는 문재인에 대해 가능한 비관하지 않고, 그가 잘할 수 있을 거라 행복회로를 돌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에 대해 비관하니 도저히 정신적으로 감당이 안 됩니다. 앞으로 달님에 대한 이야기는 행복회로 풀가동이 적용된 것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아직 개표가 끝나진 않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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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를 보내며

정치 2017. 5. 9. 15:09 Posted by 해양장미

 나는 지난 2012, 문재인에게 투표하였습니다. 박근혜는 대통령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나는 문재인에 대해 영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박근혜를 찍지 않아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말할 수 있었지만, 문재인을 찍어야 할 이유를 말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에게 긍정적인 면은 별로 없었으니까요.

 

 이후 문재인의 행보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결코 좋게 볼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를 찍었으나,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싶을 정도였지요. 박근혜는 음... 일을 안 하고 나서지도 않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5년 전의 새누리당은 유능했고, 나쁘지 않은 정책을 만들고 펼칠 수 있었고, 박근혜가 방해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정부를 무난하게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건 내가 보기엔 과격하고 현실파악 못하는데다 무책임에 말바꾸기를 일삼는 민주당보다 확률적으로 나은 것이었지요.

 

 그러나 박근혜라는 인물은 오래 못 가 바닥을 드러내며, 아무리 대통령으로 존중을 하려 해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나설수록 정부는 혼란스러워졌고, 모순된 정책을 동시에 펼친다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권력투쟁에만 매달리다 큰 치부를 드러냈지요. 현 시점에서 한국 역사상 박근혜보다 못한 대통령은 이승만과 윤보선 정도일 겁니다.

 

 이제 새 정부의 출범이 시작되기 직전입니다. 부디 다음 정부는 박근혜정부의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 바랍니다. 나는 다음 정부가 박근혜정부보다는 잘할 거라 안심하지 않습니다. 이승만을 몰아낸 후 장면 정부는 무능하였고, 군사정부를 끝낸 김영삼 정부는 외환위기를 초래하였습니다. 개혁은 필요한 것이지만 어렵고 또 위험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번 대선후보들에 대해 그다지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영업을 못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나는 진심으로 그를 응원하는 동시에 비판하고 견제할 것입니다. 특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에게 맹목적으로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이 거셀 것입니다. 난 그런 게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지저분하며 추악하기에 열광하거나 진심으로 좋아할 만한 게 못 됩니다. 걱정은 많습니다만, 어쨌든 일단 새 정부를 환영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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