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방선거 사전투표했습니다.

정치 2018. 6. 8. 22:24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hA4ElXBUWL0

 



 

 4년 전 사전투표제가 생긴 후 매번 사전투표 가능 첫 날에 투표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투표하였고 다시 한 번 사전투표제가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자유한국당의 풀뿌리 조직이 얼마나 살아 있느냐 였습니다. 또한 바른미래당이 얼마나 풀뿌리 조직을 계승했느냐, 새로 만들 수 있느냐도 보고 싶었지요. 물론 민주당의 풀뿌리 조직 현황을 파악하기 좋은 기회였기도 합니다.

 

 민주정치라는 건 정치학적으로 보면 결국 조직, 그러니까 정당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특별한 능력자 1명이 기적적인 무언가를 해 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메시도 아르헨티나 우승을 못 시키잖아요. 독재자일수록, 포퓰리스트일수록, 정치가 종교화될수록 특별한 한 명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구원 또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만, 현실적이고 민주적인 정치는 그런 게 아닙니다.

 

 큰 문제가 없는 한 정치를 하던 사람들은 보통 계속 정치판에 영향을 주고, 정치를 직업 또는 부업으로 하려고 뛰어드는 사람은 한정적입니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연예인처럼 매우 불안정하고 성공하기 어려운 직업입니다. 조직 구성원들을 단시일 내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육성할 수는 없고, 구청장이나 시의원이나 구의원 후보 정도까지 올라온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정치는 점진적으로 변화하며 한 번에 갈아엎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극단주의자일수록, 포퓰리스트일수록, 파시스트에 가까울수록 파괴적인 언행을 일삼고 권력을 쥐고 현실을 망쳐놓으려 드는데, 그런 건 정상적인 시민 모두가 뜻을 합쳐 막아야 하는 부분이겠지요.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자유한국당은 풀뿌리 조직이 아직 살아있고, 부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쓸 만한 리더만 있으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원희룡, 남경필이 이젠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변인이 쓸데없는 말을 해서 인천지역에서 표를 떨어뜨리는 걸 보면 앞으로도 리빌딩을 위해서는 상당한 고통을 겪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나에겐 바른미래당은 제대로 상속받은 것도, 제대로 쌓아올린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선거운동조차 별로 보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벽식구조 필로티 부실시공 빌라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완전 붕괴가 머지않을 걸로 추측합니다.

 

 민주당은 지금은 전성기지만 하부구조가 약하고 장기적인 미래가 밝을 것 같진 않습니다. 12년 전 한나라당에 비하면 현재의 민주당은 약합니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 가입까지 고려했었는데,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고 일단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운동권 및 좌파 시민단체의 정당이고, 이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청년들은 현실적인 중대사를 맡기기엔 품질이 떨어집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지방선거 분위기가 없었고 투표율이 낮을 것 같아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실제 선거유세가 시작되니 조금은 분위기가 달궈진 것 같습니다. 역시 선거야말로 민주정의 꽃입니다. 선거는 자주 하는 게 좋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유승민의 좀 근원적인 문제

정치 2018. 6. 7. 09:06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tYgnZU2HkiI


 

 유승민의 문제로 일반적으로 꼽히는 것들은 많습니다. 고집스러움이나 포용력 부족 같은 걸 언급하기 쉽겠지요. 그렇지만 본문에서는 더 큰 문제는 아닐지언정 좀 더 근원적인 방향이라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일단 두괄식으로 말해서, 유승민은 문재인과 너무 많이 비슷한 정치적 스펙트럼 포지션입니다. 유승민은 스스로를 공화주의자로 주장하며 나도 여기엔 이의가 없는데, 내가 보기엔 문재인도 공화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풀어 이야기하자면 나는 문재인을 기민주의자로 보고 있는데, 기민주의는 유승민이 주장하는 공화주의와 정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른정당 출범 당시를 볼 때, 대다수의 바른정당 구성원보다는 문재인이 유승민과 훨씬 유사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실제 유승민의 정치성향을 도이치 기민련에 가깝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얼핏 보기에 문재인과 유승민의 정치성향이 달라 보이기 쉬운 건 일단 주로 북쪽과 중국, 미국 등에 대한 소위 군사외교안보 문제에서 견해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엔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 점에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그야말로 북한문제 빼면 거기서 거기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둘로 판단합니다.

 

 한편으로 문재인은 민주당에서 다소 이질적인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그의 주변 사람들과 많은 뜻을 나누고 공감하기는 할 테지만 그럼에도 본질적 이질성은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문재인 개인이 민주당에서도 유독 유승민과 유사성이 있는 스펙트럼으로 보인다고 이해해주십시오.

 

 둘의 스펙트럼에 큰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려면 문재인이 기민주의적이지 않다고 판단해야합니다. 그러나 나는 문재인이 기민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그 외의 여러 판단기준을 적용해 봐도 지엽적인 문제나 주변의 성향, 입장 등을 제외하면 둘은 유사한 정치철학을 지닌 정치인이라 생각합니다.



 실제 나는 보수다라고 주장하면서 문재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는 기민주의자인 문재인이 민주당 내에서는 보수적 가치를 어느 정도 표현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실제 전통적 민주당에는 반감을 가지면서 문재인은 강하게 좋아하고 친문세력이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길 원하는 부류가 많고, 이 부류는 대체로 한 때 유승민에게 명백한 호감을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은 본인이 원해서 정치인이 된 게 아니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강하게 앞세우는 편이 아니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민주사회주의자들과 무난하게 융화된 데다 인간적으로는 젠틀한 스타일이라 정치철학의 이질성이 웬만해서는 티도 안 나는 정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유승민은 원내대표를 맡은 이후 본인의 컬러를 선명하게 내세우는 편인데, 이게 새누리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 계열에선 좀처럼 일정 이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컬러이기 때문에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유승민은 경제적으로 KDI 출신이었음에도 지나치게 왼쪽이고, 동시에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이면서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 융화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의 판단으로, 그가 자신의 그러한 성향을 어느 정도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걸로 다른 사람들을 따르게 하고 싶었다면, 그는 민주당에 입당하는 게 나았습니다. 유승민 지지자들이 듣기엔 별로 좋게 들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사실 꼭 그다지 진보적인 건 아니라서 유승민이 민주당에서 줄만 잘 서면 지지해줄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러려면 대북-대중 문제는 좀 타협해야겠습니다만, 내 생각에 유승민이 최순실 게이트 시점에서 민주당에 갔으면 지금쯤 하기에 따라 살짝 차기대권도 넘볼 수 있었을 겁니다.

 

 사실 지금도 아주 늦진 않았습니다. 이번 지선에서 바미당이 완전히 망하면, 친안계파까지 끌고 통째로 민주당에 입당하면 그게 유승민 개인의 향후 정치적 성공엔 그나마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는 결코 그런 사태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민주당의 힘이 더 강해지는 건 정말 좋지 않긴 합니다.

 

 다만 유승민은 자신의 사고방식이 박근혜를 좋아하던 부류는 물론이고 자유주의 계열 보수정당계 지지층 및 2014~2016년 당시의 김무성 지지층에게도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른 보수성향 정치인들과 공감하기 어렵다는 걸, 그리고 그런 성향을 강조할수록 문재인 및 친문계파와 유사한 위치에서 자리싸움을 해야 하다는 걸 빨리 인정해야합니다. 현재 유승민을 지지할 만한 성향을 가진 사람 중 꽤 다수는 그냥 문재인에 투표했고,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거나 지켜보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개인적으로 유승민이 앞으로 성공적인 길을 걸을 거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반북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건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자충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그 외엔 그다지 차별화되는 게 없으며, 모두가 아시다시피 세력도 별로 없으면서 뺄셈정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의 행보는 명백하게 이상하고 꼬장꼬장했는데, 나는 그의 이질성이 그러한 행보의 한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가 민주당계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면 그렇게까지 고집스러워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