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내각제에 대한 이야기

정치 2016. 11. 28. 15:34 Posted by 해양장미

 개헌은 다음 정부 때 하자 = 일단 개헌 하지 말자는 겁니다. 그러나 개헌 자체는 해야 합니다. 헌법이 손볼 곳들이 좀 있기 때문입니다. 사견으론 하는김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항목 좀 어쨌으면 좋겠는데 그건 될 리가 없을 거 같고요.

 

 다만 개헌을 하는 김에 내각제를 하자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여러 번 말했지만 왕 없는 나라에선 내각제 안 됩니다. 내각제란 게 가장 큰 문제가 입법과 행정의 3권 분립이 안 된다는 거예요. 내각제 수상은 사실 의회가 안정될 경우엔 총통이나 다름없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어쩌고 하지만, 사실 내각제가 더 제왕적인 제도입니다. 장점만 보면 내각제가 참 좋아 보이지만, 현실은 글세요입니다.

 

 실제 도이칠란트처럼 내각제 하는 나라들 보면 총리 10년씩 합니다. 입법 행정 손에 다 쥔 채 말입니다. 그나마 유사시 대통령보단 더 바꾸기 쉬울 수 있는데요. 그래도 4년 중임제에 비하면 내각제 총리 수명이 보통 더 깁니다.

 

 만일 입헌군주국이라 왕이 있으면 실제 통치는 안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견제는 됩니다. 그러나 왕 없는 공화국에선 이것도 안 됩니다. 공화국에 어울리는 제도는 대통령제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중앙정부 역할이 크고, 군사적인 위기가 항시 있는 공화국은 대통령제 해야 합니다.

 

 내각제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어도 별 걱정은 없습니다.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의원이 많은데다, 내각제 안건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그게 국민투표를 통과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역사를 아는 사람들이나 연세가 있는 분들은 내각제였던 장면 내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고, 윤보선이 어떤 어깃장을 놓았는지도 압니다. 헌정사 최악의 대통령은 이승만도 전두환도 박근혜도 아닌 윤보선입니다.

 

 내각제에 왜 대통령이 있느냐고 의문을 가지실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공화국에서는 내각제를 할 경우 국가원수가 공석이기에 대통령을 선출하여 입헌군주국의 군주와 같은 역할을 시킵니다. 그런데 이 경우 일단 발생하는 문제가 대통령이 실권 없는 제한된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위험성이 있는 제도지요. 장면 내각의 몰락 중 많은 부분이 실권 없는 대통령 윤보선의 불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혹시 한국에서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들이, 내각제랍시고 가만히 앉아 의전만 받는 데 만족하고 대대로 깔끔하게 물러날 거라 확신하시는 분 있습니까? 하물며 아무리 내각제라도 군주나 대통령에겐 명목상의 강력한 권한이 주어지기 마련인데, 이는 내각 총리가 입법과 행정 양쪽 권한을 모두 가진 절대권력자가 되기에 그 견제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한국 정치문화상 대통령이 그걸 가지고 안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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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복서겸파이터 2016.11.28 16: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고, 내각제도 우리나라 실정에는 안맞는다는 것도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식의 개헌이 필요할까요?

    국회의원 수는 좀 더 많았으면 좋겠고, 양원제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상원은 비례/하원은 지역대표로 뽑아서 권한과 업무가 다르게 배정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구요. 대통령은 4년 중임제로 해서 국회의원 선출과 시기도 좀 맞추면 좋겠구요. 이정도밖에는 좀 모르겠는데. 구체적인 안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개헌 논의가 일어나더라도 구체적인 사항을 현재 국회에서 조율할 수 있을까요? 지금 더민당은 완장차고 개헌에 반대하는 것 같은데, 개헌자체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개헌에는 동의하더라도 구제적인 사항에서 모두 의견이 달라서 실제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좀 회의적입니다.

    • 해양장미 2016.11.28 1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본권이라거나 지방자치 강화라거나 각종 내용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이런 기사 참조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http://news.donga.com/3/all/20161025/80982275/1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813310

      저는 의원 수를 늘리는 것도 찬성이고, 양원제도 한다면 결과적으로 괜찮을 거 같긴 한데 의원수 늘리기는 여론 반대가 있을 것 같고, 양원제는 관례적인 거라 잘 될진 의문입니다. 4년 중임제엔 강력 찬성이고요. 다만 시기는 대선과 총선은 맞추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2년마다 번갈아 하는 게 더 민주적인 결과가 나올 겁니다.

      개헌은 예전부터 이야기 나오던 거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도 긍정적이었는데 지금 더민주당이 저러는 건 좋게만 보이진 않습니다. 물론 이 시점에 개헌 주장하면서 내각제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 이상으로 속이 보이지만요.

  2. 유월비상 2016.11.28 1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간인 국방부장관 신성모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국방부 요직에 민간인 못 세우는거랑 비슷한가 보군요.

    한국인들은 정치 자체를 불신하지만, 그중에서도 국회를 제일 불신하죠. 그 불신받는 국회에서 뽑은 수상을 국민들이 인정해줄까 싶습니다. 또 내각제는 의회의 불신임, 정부의 의회 해산, 정당 간 연정 등 정치적 야합과 계략이 넘쳐나는 체제입니다. 또 심한 경우 스페인 레바논 벨기에처럼 1년 가까이 내각 공백 상태가 될 각오도 해야하죠. 정치 불신이 심한 상태에서 이걸하면 자칫 최소한의 신뢰마져 말아먹을 수 있겟죠.

    실권 문제는 이원집정부제를 하면 해결이 될 겁니다. 근데 그게 괜찮은 체제인지는 좀...

    • 해양장미 2016.11.28 1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원집정부제의 경우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당이 되거나, 같은 당이라도 갈등을 빚을 경우 내각제보다도 답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이원집정부제를 하는 국가는 대선과 총선 일정을 맞추는데, 문젠 그러다보니 내각제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3권 분립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조적으로 아예 견제장치도 약해서 독재로 치닫기 쉽지요.

      사례를 보면 바이마르 공화국이 무너지고 나치가 등장하게 된 데 이원집정부제의 제도적 약점이 한 몫 했습니다.

      제왕적 어쩌고 하지만 대통령제만큼 3권 분립 잘 되는 제도가 또 없습니다.

    • as 2016.11.29 0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왕적 대통령제 드립은 대통령제 자체를 문제삼는 게 아니라 미국식 대통령제는 의회의 행정부 견제가 잘 되는데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해양장미 2016.11.29 02: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왕적 대통령의 어원은 이쪽입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7751&cid=42155&categoryId=42155

      그렇지만 제도적으로만 보면 한국이건 미국이건 의회 권한이 큽니다. 의회가 행정부 견제하려 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한국도 이미 김한길이 장외투쟁 할 때, 국회선진화법 이후 야당이 저렇게 나가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3. 깨시민 NNA 2016.11.28 2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부겸도 탄핵 후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문지기들이 미친듯이 물어뜯더군요.
    새누리 DNA 운운까지 하던데 깨시민들에겐 정치적 순혈주의라도 있는 건지...

    • 해양장미 2016.11.29 0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들은 아무런 판단기준이나 사고능력이 없습니다. 그냥 문재인이나 깨시민 여론 주도자들의 언행대로 따라갑니다.

      그러면서 말바꾸고 태도바꾸는 건 한두번도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본인들은 자신들이 잘 생각하고 많은 걸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언행한다는 착각에 깊이 빠져있지요. 행동패턴이 사이비종교랑 유사해도 너무 유사합니다.

  4. 둥둥가 2016.11.29 1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래도 내각제로 개헌하잔 얘기가 나오는게 민주정체제의 선진국중 대다수가 의원내각제라서 그러는것도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유럽엔 왕있는 나라가 참 많네요

    • 해양장미 2016.11.29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민주화를 어떤 방식으로 이루냐에 따라 대통령제냐 내각제냐가 주로 결정됩니다.

      왕이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식으로 민주화를 이룬 국가들은 주로 내각제를 하지요. 미국처럼 건국부터 공화정으로 출발한 나라는 대통령제고요. 한국처럼 역사적 격변 속에 왕가가 사라진 나라도 대통령제를 합니다.

      정치 체제란 많은 부분 전통과 관습에 의해 안정되기 때문에, 갑자기 하던 방식을 바꾸자고 하면 잘 안 되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