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은 물에 비해 증발이 잘 됩니다. 제대로 잘 만든 술이 다른 음료에 비해 무척이나 향기로운 이유는 알콜이 유기용제인 동시에 증발도 잘 되기 때문입니다. 물은 무기용제고 알콜이나 기름은 유기용제입니다. 둘은 녹일 수 있는 성분이 다른데, 술에는 물과 알콜이 같이 들어있기 때문에 많은 향기 성분이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향기 분자가 액체일 때는 향을 맡을 수가 없습니다. 향을 맡는 건 비강의 후각인데, 향기 분자는 공기를 타고 후각 세포를 자극합니다. 술에 들어있는 알콜은 증발하면서 향기 분자를 휘발시켜 마시는 사람에게 그것을 전달해줍니다.

 

 에탄올의 끓는점은 78도 정도고 물은 100도입니다. 그러니까 78도 이상으로 올리면 물은 잘 증발이 안 되지만 에탄올은 증발이 잘 되는데요. 그렇다고 에탄올만 증발되는 건 아니고, 실제 물과 알콜이 섞인 술을 가열하면 알콜과 물이 같이 증발됩니다. 그렇지만 알콜이 더 많이 증발되지요. 기화된 기체를 모아 온도를 낮춰 액화시키면 증발 전보다 도수가 높은 술이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점점 더 높은 도수의 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증류를 통해 도수를 높인 술을 증류주라 부릅니다. 영어로는 Spirits. 증류주가 아닌 술은 양조한 상태 그대로라 양조주라 부르고요.

 

 증류주가 양조주에 비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보존성입니다. 술은 도수가 20도가 넘어가면 보존성이 확 좋아집니다. 그런데 양조 단계에서는 20도 이상의 술을 얻을 수 없습니다. 알콜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가 일정 도수 이상에서는 알콜에 살균당해 죽어버리거든요. 알콜 내성은 효모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20도 이상에서도 버틸 수 있는 효모는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어지간히 알콜에 강한 효모들도 18도대의 알콜에 죽어버립니다. 그게 양조주의 한계 도수지요.

 

 그리고 증류주는 양조주에 비해 대체로 숙취가 적은 편입니다. 대중적으로는 극약인 메탄올이 에탄올보다 끓는점이 낮고(64.7°C), 그래서 먼저 증류되어 나오는 초류를 제거하는 고급 증류주는 메탄올이 제거되어 숙취도 덜하다고 알려져 있긴 합니다만, 실제로는 초류를 제거한다고 메탄올이 별로 제거되지는 않습니다. (메탄올이 물과 잘 결합하기 때문으로 생각) 다만 초류를 제거하면 숙취를 일으키는 다른 성분들이 어느 정도 제거되는 걸로 추정합니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증류 과정에서 양조주 상태에서 가졌던 산미가 사라지고, 향기 분자 등 각종 성분도 손실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이 현상은 증류를 반복할수록 심해집니다. 알콜 85% 이상인 것들을 주정(酒精)으로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알콜 95% 이상의 중성주정은 원재료의 풍미가 전혀 남아있지 않으며, 그저 식용 가능한 알콜일 뿐입니다.

 

 

 실제의 증류주는 양조주로 그냥 마시기에는 조악한 품질이 되는 것을 증류를 통해 더 마시기 좋은 것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상기하였듯 증류 과정은 성분 손실이 필연적인데, 가능한 나쁜 성분을 손실시킨다면 원래 영 마시기 어려웠던 저품질 양조주라도 증류 후에는 결과적으로 그럭저럭 마실 수 있는 게 되는 겁니다. 아니면 원하는 특성을 추려내 돋보이게 하거나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그 보존성을 활용하여 장기적인 숙성과 그 과정에서의 자연적인 가향 및 조향을 통해 품질을 향상시키기도 합니다. 위스키, 브랜디, 다크 럼, 데킬라 아녜호 같은 게 오크통 숙성을 통해 품질을 끌어올리는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촌 전역에서 생산되는 술 중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술 중에는 증류주나 증류주를 활용한 술이 많습니다. 증류를 통해 품질을 높일 수 있고, 유통도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풍미가 양조주보다 덜 복잡하고 덜 풍부한 대신 발향이 강하고 직선적인 경향이 있고, 도수도 높기 때문에 칵테일의 주된 재료는 증류주나 증류주를 활용한 술이 됩니다.

 

 

 여담으로 끓는점이 아닌 어는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도 술의 도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냉동 증류분별 결정화라 부르는데요. 알콜은 어지간해서는 얼지 않기 때문에 술을 얼리면 대략 물만 얼게 되고, 그렇게 얼은 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겁니다.

 

 이 방식은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맥주에서 한정적으로 사용되는 편입니다. 맥주는 분별증류하면 탄산이 다 날아가고 위스키가 되어버리니까, 탄산을 보존하면서 도수를 높일 수 있는 냉동 증류법을 사용해서 도수를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