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에서는 신혼부부가 한달간 벌꿀주를 마시는 관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기간을 Honeymoon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밀월로 번역하지요. 벌꿀주는 미드(Mead)라 부릅니다.

 

 벌꿀과 과즙은 함유당이 이미 단당이나 이당인 상태입니다. 그래서 당화가 필요하지 않고, 발효만 되면 술이 됩니다. 품질을 신경쓰지 않고 만든다면 정말 쉬운데, 벌꿀은 적당히 물 타두면 술이 될 수 있고요. 과일은 그냥 놔둬도 술이 생겨납니다. 오래 두고 과숙된 거 먹다보면 술맛도 나고, 술 향도 나거든요. 와인에 익숙하지 않으면 먹거나 냄새를 맡아도 잘 모르고 그냥 상했다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효모는 진짜 아무데나 있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와인은 곧잘 생겨납니다. 과일을 당침한 속칭 과일효소도 당도가 좀 부족한데 적당히 따스한데 보관하거나 하면 만들다만 와인이 되곤 합니다. 시판하는 과일주스가 와인이 안 되는 주된 이유는 살균 또는 멸균상태로 병입해서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과실주는 포도로 만든 와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말로 포도주=와인은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는 포도 리큐르도 포도주라 불러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담금주용 소주에 생포도를 담가 만든 것 같은 것 말입니다. 그래서 와인과 포도주는 동의어라 할 수 없습니다.

 

 

 포도로 만든 와인이 과실주의 대표격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포도로 만든 와인이 다른 과일로 만든 와인보다 품질이 좋습니다. (사실 뭘로 술을 담그건 포도로 만든 와인보다 술 자체의 품질이 좋아지기는 쉽지 않긴 합니다.) 그리고 포도는 척박하고 경사진 토양 및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랍니다. 그러니까 여름이 건조한 유럽이나 중근동에서는 키우기 좋은 과일입니다.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대륙의 동쪽은 하절기가 습하고 서쪽은 건조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라시아의 서쪽인 유럽과 북미의 캘리포니아, 오레건, 워싱턴 주가 와인의 주요 산지인 것입니다.

 

 

 또한 전근대에는 생포도의 유통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생포도는 보존성이 좋은 과일이 아닙니다. 유통망이 전근대와 비교불가로 발달한 현대에도 생포도를 유통할 때 한송이 한송이 종이나 비닐로 싸서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리고 매우 당도가 높기 때문에 정말 쉽게 자연적으로 술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예전에는 포도의 일반적인 유통 방식이 와인 아니면 건포도였다는 겁니다. 포도주스는 살균과 밀봉을 하지 않으면 쉽게 와인이나 와인식초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전근대에는 포도주스의 유통도 쉽지 않았습니다.

 

 

 포도가 아닌 과일 중 술을 주로 만드는 대표적인 과일은 사과입니다. 사과는 포도보다 더 추운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편입니다. 품종에 따라 브릭스(Brix)도 잘 나오는 편이고요. 그래서 북유럽에 가까운 쪽에서는 사과로 술을 담가왔습니다.

 

 사과주를 프랑스어로는 Cidre, 영어로는 Cider라 합니다. 프랑스어로 시드르/시드흐/시더정도로 읽지요. 영어식으로 읽으면 사이더인데, 우리가 사이다라고 부르는 탄산음료의 어원이 이 사과주입니다. 어쩌다 그리 부르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프라이트 같은 음료를 사이다라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한, 일본밖에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시드르는 나름대로 좋아하긴 합니다만, 사실 시드르의 품질 자체는 포도로 만든 와인에 견줄 정도는 절대 아닙니다.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압도적으로 맛있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시판하는 시드르는 순수한 시드르가 아닙니다. 대체로 사과주스를 포함해 좀 더 풍미가 나는 무언가를 섞어둡니다.

 

 

 그 외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과일발효주로 복분자주가 있습니다. 복분자는 라즈베리(산딸기류)의 일종입니다. 다른 산딸기와는 달리 색깔이 검게 익고요.

 

 복분자주도 담금주(리큐르)로 만드는 타잎과 보당을 통해 와인으로 만드는 타잎이 있습니다. ‘복분자 와인으로 파는 건 보당 등을 통해 와인으로 만듭니다만, 그냥 복분자주로 파는 것중에도 복분자 와인이 있습니다. 복분자주도 리큐르냐 와인이냐에 따라 맛도 다르고 성분도 다르고 뒤끝도 다릅니다. 보당을 안 하면 와인으로는 못 만듭니다. 브릭스가 별로 안 나와요.

 

 

 세계적으로 보면 포도와 사과 외의 과일로 만든 과일주는 특정 지역 또는 가정에서 만들고 소비하는 정도입니다. 멀리까지 유통되면서 상업성을 가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 대표적인 한 이유는 과일의 당도입니다. 일단 브릭스가 높은 즙이 충분히 나오면서 생산성까지 좋은 과일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과즙을 완전히 발효하면 브릭스 절반 정도의 알콜 도수가 나옵니다. 대략 13도짜리 와인을 만들려면 26브릭스의 과즙이 필요합니다. 어지간한 과즙은 도달할 수 없는 브릭스지요. 양조용 포도는 당도가 아주 높게 올라갑니다.

 

 보당을 하면 대부분의 과일로 와인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는 잘 안 합니다. 굳이 보당까지 해가면서 이런저런 과일로 와인을 담글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포도로 만든 와인에 비해 품질이 열위인데다 본래의 과일 풍미는 와인으로 만들면 꽤 변하거든요. 특정 과일의 풍미를 살리려면 리큐르를 만드는 게 낫습니다. 이는 포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포도의 풍미를 살리는 술은 와인이나 브랜디가 아니라 포도 리큐르 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