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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유승민의 좀 근원적인 문제

정치 2018. 6. 7. 09:06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tYgnZU2HkiI


 

 유승민의 문제로 일반적으로 꼽히는 것들은 많습니다. 고집스러움이나 포용력 부족 같은 걸 언급하기 쉽겠지요. 그렇지만 본문에서는 더 큰 문제는 아닐지언정 좀 더 근원적인 방향이라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일단 두괄식으로 말해서, 유승민은 문재인과 너무 많이 비슷한 정치적 스펙트럼 포지션입니다. 유승민은 스스로를 공화주의자로 주장하며 나도 여기엔 이의가 없는데, 내가 보기엔 문재인도 공화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풀어 이야기하자면 나는 문재인을 기민주의자로 보고 있는데, 기민주의는 유승민이 주장하는 공화주의와 정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른정당 출범 당시를 볼 때, 대다수의 바른정당 구성원보다는 문재인이 유승민과 훨씬 유사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실제 유승민의 정치성향을 도이치 기민련에 가깝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얼핏 보기에 문재인과 유승민의 정치성향이 달라 보이기 쉬운 건 일단 주로 북쪽과 중국, 미국 등에 대한 소위 군사외교안보 문제에서 견해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엔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 점에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그야말로 북한문제 빼면 거기서 거기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둘로 판단합니다.

 

 한편으로 문재인은 민주당에서 다소 이질적인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그의 주변 사람들과 많은 뜻을 나누고 공감하기는 할 테지만 그럼에도 본질적 이질성은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문재인 개인이 민주당에서도 유독 유승민과 유사성이 있는 스펙트럼으로 보인다고 이해해주십시오.

 

 둘의 스펙트럼에 큰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려면 문재인이 기민주의적이지 않다고 판단해야합니다. 그러나 나는 문재인이 기민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그 외의 여러 판단기준을 적용해 봐도 지엽적인 문제나 주변의 성향, 입장 등을 제외하면 둘은 유사한 정치철학을 지닌 정치인이라 생각합니다.



 실제 나는 보수다라고 주장하면서 문재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는 기민주의자인 문재인이 민주당 내에서는 보수적 가치를 어느 정도 표현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실제 전통적 민주당에는 반감을 가지면서 문재인은 강하게 좋아하고 친문세력이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길 원하는 부류가 많고, 이 부류는 대체로 한 때 유승민에게 명백한 호감을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은 본인이 원해서 정치인이 된 게 아니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강하게 앞세우는 편이 아니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민주사회주의자들과 무난하게 융화된 데다 인간적으로는 젠틀한 스타일이라 정치철학의 이질성이 웬만해서는 티도 안 나는 정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유승민은 원내대표를 맡은 이후 본인의 컬러를 선명하게 내세우는 편인데, 이게 새누리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 계열에선 좀처럼 일정 이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컬러이기 때문에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유승민은 경제적으로 KDI 출신이었음에도 지나치게 왼쪽이고, 동시에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이면서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 융화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의 판단으로, 그가 자신의 그러한 성향을 어느 정도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걸로 다른 사람들을 따르게 하고 싶었다면, 그는 민주당에 입당하는 게 나았습니다. 유승민 지지자들이 듣기엔 별로 좋게 들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사실 꼭 그다지 진보적인 건 아니라서 유승민이 민주당에서 줄만 잘 서면 지지해줄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러려면 대북-대중 문제는 좀 타협해야겠습니다만, 내 생각에 유승민이 최순실 게이트 시점에서 민주당에 갔으면 지금쯤 하기에 따라 살짝 차기대권도 넘볼 수 있었을 겁니다.

 

 사실 지금도 아주 늦진 않았습니다. 이번 지선에서 바미당이 완전히 망하면, 친안계파까지 끌고 통째로 민주당에 입당하면 그게 유승민 개인의 향후 정치적 성공엔 그나마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는 결코 그런 사태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민주당의 힘이 더 강해지는 건 정말 좋지 않긴 합니다.

 

 다만 유승민은 자신의 사고방식이 박근혜를 좋아하던 부류는 물론이고 자유주의 계열 보수정당계 지지층 및 2014~2016년 당시의 김무성 지지층에게도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른 보수성향 정치인들과 공감하기 어렵다는 걸, 그리고 그런 성향을 강조할수록 문재인 및 친문계파와 유사한 위치에서 자리싸움을 해야 하다는 걸 빨리 인정해야합니다. 현재 유승민을 지지할 만한 성향을 가진 사람 중 꽤 다수는 그냥 문재인에 투표했고,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거나 지켜보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개인적으로 유승민이 앞으로 성공적인 길을 걸을 거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반북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건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자충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그 외엔 그다지 차별화되는 게 없으며, 모두가 아시다시피 세력도 별로 없으면서 뺄셈정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의 행보는 명백하게 이상하고 꼬장꼬장했는데, 나는 그의 이질성이 그러한 행보의 한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가 민주당계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면 그렇게까지 고집스러워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문재인은 기민주의자일까? - 8values의 힌트

정치 2017. 12. 4. 16:00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우클릭 후 반복 재생 가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bjE9Qx0O60



 

 나는 그 동안 쭉 문재인 정권의 본질을 파시즘 및 좌파 포퓰리즘이라 이야기해왔습니다만, 이는 정치적 스펙트럼상에서의 위치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어휘는 아닙니다. (8values에도 파시즘, 좌파 포퓰리즘 값은 있으나 매우 극단적인 성향의 스펙트럼상 위치입니다. 그러나 실제 역사상 파시즘, 포퓰리즘은 그 전개과정에선 그런 극단성을 일찍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온갖 사상적 모순과 철학적 빈곤, 말과 행동의 괴리, 극심한 말 바꾸기들 때문에 실제 정치적 위치를 관측하고 판단하는 게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8values 테스트가 문재인 정권의 성향을 측정해볼 수 있는 툴이 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http://oceanrose.tistory.com/722 포스트 댓글에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 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노랑바람, yuni 두 분이 현 정권의 성향에 대한 가상 테스트 결과를 게시하였고, 나는 그 결과에 대해 다소의 의아함을 느껴 직접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두 분이 한 것과 내가 한 건 결과가 살짝 달랐는데, 그 이유에 대해선 조금 생각해보고 있고, 내가 문재인이란 개인을 더 중점적으로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중요한 건 8values 테스트는 문재인 정권의, 특히 사견으로는 정치인 문재인의 스펙트럼상 위치를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했다는 것입니다.

 

 일단 나의 테스트로 나온 문재인 정권의 성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테스트 도중 나는 이 정권과 여당이 표방하는 것이 아닌, 실제 마인드를 - 특히 그 동안 문재인이 보여 왔던 가치관을 -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봤을 때, 나는 문재인의 성향을 표현하기에 이 용어가 꽤나 적합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hristian democracy. 기독교 민주주의(기민주의)가 그것입니다. 8values 한국어 번역버전에서는 종교민주주의로 표현하였으나, 기독교 민주주의가 보편적인 번역입니다.

 

 돌아보면 문재인이 기민주의자가 아닐까 싶은 여지는 좀 있었습니다. 다만 한국에선 기민주의가 워낙 마이너한 입지이다 보니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니 문재인은 본래 직업 정치인이 아니었고, 나이가 꽤 든 후 정치를 시작했기에 다소 독특한 정치 스펙트럼상 위치를 가져도 이상할 건 없다 싶습니다. 그리고 위의 측정결과는 많은 것들을 설명하기 수월하게 해줍니다.

 

 나는 본 측정결과처럼 문재인이 8values의 사회 축에서 그다지 진보적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가 권위주의적 그다지 억압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동시에 딱히 자유주의적인 인물이라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는 규칙을 지키는 걸 좋아하고, 권위가 바로선 걸 좋아하는 - 다소 보수적이거나 온건, 중도쪽의 - 인물로 판단합니다. 물론 그가 경제적인 축에서 매우 왼쪽인 건 부정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문빠들의 거짓과 기만과는 무관하게 말이지요.




 한편으로 그는 가톨릭교도이며, 천주교정의사제구현단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2013년 그의 행보에 대해 깊이 실망한 적이 있는데, 이후 그가 해방신학에 일정 정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8values의 결과를 감안하여 일단은 그가 기민주의자 포지션일 것으로 어림해볼까 합니다.

 

 기민주의는 북미와 아시아에서는 별로 존재감이 없는 정치적 스펙트럼상 위치입니다. 기민주의가 위력을 발휘한 지역은 유럽과 남미입니다. 아시아에선 필리핀이 가톨릭 국가답게 예외적으로 기민주의 세력이 있습니다. 현재 기민주의 정당 정치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앙겔라 메르켈입니다.

 

 한국에서 주류 기독교 세력은 굉장히 이상한 정치적 포지션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의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세계 보편적으로 기독교 세력은 보수적 공동체주의적인 성향을 많이 보이는 편입니다. 물론 한국 기독교도들도 전혀 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유럽과 남미에서 기민주의는 자유주의와 일정 정도 대립하는 포지션입니다. 자유주의는 결국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기민주의가 지향하는 공동체주의와는 일정 이상 대조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식으로 기민주의를 쉽게 설명하자면, 따스한 보수에 가깝습니다. 시민자유나 사회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보수적이면서,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꽤 왼쪽입니다. 대략 경제적 좌파, 사회적 보수이기 때문에 뉴트럴 또는 고전적 자유주의자들과는 정 반대입니다.

 

 한편으로 기민주의는 민주사회주의와 그다지 먼 사상은 아닌데, 위에 이야기한 노랑바람/yuni 두 분의 테스트에서 문재인 정권은 민주사회주의로 나왔기도 합니다. 민주사회주의는 실질적으로 사회민주주의와 별 차이는 없고 (한국의 정의당, 노동당 부류는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 이 사상을 설명할 수 있는 걸로 사회민주주의 인터내셔널의 민주사회주의 선언을 들기도 하는데, 그것을 복붙해보자면.

 

1. 민주주의를 강력히 긍정 · 옹호할 뿐만 아니라 이 사상의 목표를 최고의 형태로서의 민주주의라고까지 강조함으로써 민주사회주의의 민주주의적 본질을 보여준다.

 

2. 모든 독재정치를 부정 · 배격한다.

 

3. 종래의 사회주의가 생산수단의 공유를 사회개조의 유일 ·절대의 방법으로 믿어온 것과는 달리, “공유형태 자체를 목적으로 볼 것이 아니고, 사회의 경제생활과 복지를 떠받치고 있는 기초산업과 공공사업의 관리수단으로서, 또 비능률적인 산업의 합리화와 사적 독점을 막는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 사회주의적 계획은 전 생산수단의 공유화를 예상하지 않으며, 농업 · 수공업 · 소매업 · 중소기업 등 중요한 부문의 사적 소유와 양립한다라고 말하여 생산수단의 공유화를 사회개조의 유일 · 절대적인 방법으로 보지 않는다.

 

4. 종래의 사회주의가 공산주의 비판을 미온적이고 불철저하게 하였던 것과는 달리, 공산주의를 냉엄하고 정당하게 비판하고 있다.

 

5. 종래의 사회주의가 생산수단의 공유화와 계획경제 실시로 사회를 단번에 개조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였던 것과는 달리, 민주주의를 모든 영역에 확대 · 발전시킴으로써 최고형태의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6. 종래의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가 인류의 미래는 생산수단 공유의 사회 또는 공산주의 사회라 주장하던 것과는 달리, “미래는 공산주의의 것도 자본주의의 것도 아니다라고 하여 최고형태의 민주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7. 종래에 사회주의라는 말이 대체로 생산수단의 공유화와 계획경제제도에 중점을 두고 이해되어온 것과는 달리, 민주사회주의에서는 최고형태로 발전하였을 때의 민주주의를 가리켜 사회주의라 부름으로써 사회주의의 본질과 방향이 종래와는 전혀 다름을 밝히고 있다.

 

 이 선언을 읽을 때 중요한 건, 민주사회주의자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겁니다. 민주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를, 시장경제를, 더 나아가 자유주의를 결국 부정합니다. 결국 현 정권이 표방하는 바와 얼핏 꽤 비슷하긴 합니다만, 실제 현 정권이 보이는 모습은 꽤나 독단적이며, 정치학에서 이야기하는 온갖 주의사항들을 지키지 않고 독재정권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주변 국가들에 대한 태도를 봐도 민주국가보다는 독재국가에 호의를 드러내며, 보편적 인식에 비해 실은 다소 권위주의적이거나 보수주의적인 모습을 곧잘 보이는데다, - 이는 현 정권 구성원들끼리도 차이가 있습니다. - 표면적으로 약자에 대한 시혜적이고 온정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문재인을 기민주의자, 그 중에서도 경제적 평등성향이 좀 두드러지는 기민주의자라 보는 게 더 적절도가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민주사회주의자들이 진짜로 민주적인 경우는 애초에 거의 없긴 합니다만.

 

 한편으로 흔히 민주당은 사회적 자유주의로 포장되지만, 자유주의자들의 테스트에서는 (이번 테스트를 한 3명은 모두 자유주의 성향입니다.) 민주사회주의 또는 기민주의로 결과가 나왔고, 사회적 자유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측정되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현 정권은 자유주의적 요소가 별로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라 하기에 많이 왼쪽인 편이고, 동시에 다소나마 권위적인 편입니다. 문재인이 보이는 온화함이나 친근함은 사실 자유주의적이진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것입니다. 반례로 시민자유 성향이 극단화된 좌파 아나키스트들 보면 거칠고 막나가는 부류들이기도 하지요.


 이 측정과 판단에 대한 다른 분들의 견해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