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은퇴를 보며

정치 2014. 8. 1. 01:55 Posted by 해양장미

 생각할수록 은근히 마음이 쓰라립니다.

 

 손학규는 거의 유일하게 그 동안 민주당에서 가치와 대안을 이야기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동안 저는 그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했었고, 그의 정치적 성공을 여러 모로 바라왔습니다만 결국 그는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손학규에겐 대정치가로의 리더십은 부족했습니다. 더 강한 권력 의지를 가지고 세력을 형성하며, 내 것을 점차 챙기는 인물이어야만 대통령까지 될 수 있습니다. 손학규에겐 이런 모습이 없었고, 마음씀씀이만 좋아가지고는 정치적 오판을 계속했기에 대통령감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좋은 정치인이었고 참 안타까운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민주당 및 새민련이 좀 정상적인 정당이었다면 손학규의 모자란 면이 채워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손학규가 민주당에 온 시기는 이미 열린우리당의 실패로 인해 민주당이 가치와 대안,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권력만을 추구하게 되는 시기였습니다. 손학규는 이 퇴보와 혼란을 수습하기엔 적합하지 못한 인물이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입은 피해는 굉장히 큽니다. 그리고 이것을 단순히 망해 마땅할 정당의 몰락으로 편하게만 바라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새민련은 분당까지 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유력하고 그나마 나은 정치인들이 큰 데미지를 입어 향후 쇄신은커녕 더 나쁜 모습을 보이기 쉬운 게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은 정당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해졌고요.

 

 민주정체 국가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야당이 필요합니다. 야당이 잘나야 여당도 견제를 받고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현재의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그리 잘한다고만 하기는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새민련에서 친노가 재부상할 확률이 높기에, 한국 정치는 더 심한 대결양상으로만 치달을 확률이 높다고 느껴집니다. 어떤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려울 테고요.

 

 저는 이미 지난 4, 야권을 버려야 야권이 산다고 주장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실제 DJ 이후 야권은 정상적으로 돌아간 적이 거의 없습니다. 열린우리당 분당 때부터 민주당은 실질적으로 붕괴한 거나 다름없고, 열린우리당이 무너진 후엔 손학규 등이 산소호흡기 달아준 상황에 가깝습니다. 거의 과거의 영광만이 남은 정당을 혁통 친노가 철저하게 이용하다 망한 후, 그 다음엔 안철수의 인기가 수혈되어 겨우 명맥을 이었습니다만 이젠 그것도 끝났습니다. 민주당계는 이미 불치병에 걸린 지 오래입니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를 냉정하게 고찰해보지 않고, 기울어진 운동장론만 펼치는 강성 야권 지지자들이 사실 야권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현실적인 진보주의자라면 이제 차라리 새누리당에서 대안을 찾는 게 낫습니다. 경제학에 대해 기초수준의 이해만 있다면, 최경환의 경제 정책이 얼마나 진보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대기업에 대한 견제, 실질적인 양적 완화, 통화 및 환율에 대한 통찰 등 좋게 평가할 만한 점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에 대해 기초지식도 없고, 신자유주의자들의 말에 홀딱 넘어간 자칭 진보이자 실질 파쇼 또는 마르크시스트들은 그저 빈 캔 소리를 내며 욕을 할 뿐입니다. 참 요란해요. 참여정부 같은 신자유주의 정부에 비하면 박근혜정부는 적어도 거시경제에선 비교조차 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진보적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고, 유럽에 가서 대안을 직접 찾던 손학규가 몰락한 이상 어차피 이제 야권에 대안은 없습니다. 안철수는 정치에 재능 없다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정의당도 몰락입니다. 천정배도 정동영도 기개가 없어 그릇이 아닙니다. 친노? 문재인?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어부지리로 박원순이 될 것 같지만요. 제가 보기엔 박원순에서 진보를 찾느니 차라리 디자이너 오세훈에서 찾는 게 빠르겠습니다. 오세훈이 비록 센스 없는 디자인으로 욕을 먹어 마땅한 전임시장이긴 했으나, 그의 복지정책은 박원순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었죠.

 

 진짜 서민들에겐, 정말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겐 진짜 아~~~무 관심도 없이, 그저 증오심과 광신만 넘치는 정치병 환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망쳐놓습니다. 깨시민 파시스트와 일베충 소시오패스가 넷상에서 눈뜨고 보기 뭐할 정도로 싸우면서 사회 병폐는 더더욱 곪아 들어갑니다.

 

 혼란스러운 시대가 열릴 거라 예상합니다. 본격적으로 망조가 보이는 새민련은 더욱 몸부림을 칠 것입니다. 물론 이미 언데드 같아진지 오래고, 박원순도 있으니 부활할지도 모르죠. 새누리당 내에도 무능한 야당이 계속 있는 게 좋을 사람이 상당히 되니, 알게 모르게 많은 지원을 해줄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손학규의 은퇴로 새민련에 대해 마지막 남았던 일말의 기대를 완전히 접습니다. 비영남비호남 출신 대통령을 한 번쯤 보고 싶다는 희망도 뒤로 더 미뤄 둡니다. 그는 경기 출신으로 지역 기반 없이 많은 것을 해냈던 좋은 정치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