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못된 것만 배운 안철수

정치 2014. 3. 6. 13:07 Posted by 해양장미

 내가 한 때 안철수에 대한 유보적 지지를 보낸 주된 이유 중에 최장집이 있었다. 시작부터 안철수는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등의 어이없는 발언을 했지만, 최장집과 같이 간다면 그런 뻘소리는 더 이상 없을 거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최장집과 갈라졌고, 그 이후의 행보를 보면 도저히 성공하기 힘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근래 안철수가 도마에 올렸던 것 중 하나가 공천문제다. 정당이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건,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발상과 별 다를 게 없다. 안철수는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고, 존중도 없다. 그리고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웠다.

 

 민주주의는 너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시스템이다. 현행 민주주의 시스템은 정당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소위 개혁적이라는 인물들이 정당의 힘을 와해시키며, 직접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식의 언행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런 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만에서 나오는 것이다.

 

 도시에서 출발한 초기의 민주주의와는 달리, 현대의 국가 단위 민주주의는 너무 큰 대상(Nation)을 다룰 뿐만 아니라 너무 전문적이고 복잡한 걸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현대의 민주주의는 전문가 집단과 안정적으로 고용된 정규직들(공무원)을 기반으로 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여기에 국민들이 선거로 뽑은 지도자를 앉혀 전문 관료집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를 운영하게 된다.

 

 정당이 필요한 이유는 더 나은 정치인을 선별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쇠락하지 않으려면 항상 새롭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배출되어야 하며, 성공적인 회사가 그렇듯 정치인 또한 정당한 노력을 통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새누리당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정당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전통을 잃어버렸고, 젊은 당원들을 키워낼 만한 상황도 아니며 입당 지원자도 별로 없고 실질적으로 정치 자영업자의 협회처럼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정당에서 공천권을 빼자는 건 곤혹스러운 발상이다. 유능한 지도자가 지휘하는 정당이 유능한 정치인들을 발굴해서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게 정상이다. 그것은 마치 유능한 소믈리에가 와인을 추천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니들 알아서 고르세요.’는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소믈리에가 괜히 있는 게 아니듯이, 정당인들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 좋은 정치인을 발굴할 수 있단 말인가.

 

 정당의 올바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선 정치인들이 바른 길을 걸을 수가 없다. 어떻게든 나서서 이름을 날리고 시민들의 눈도장을 찍어야만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 힘을 잃고, 구심점이 되지도 못한다면 정치인들은 정당을 이용하려 들 뿐이다.

 

 어리석은 실패한 실험들이 현재의 망가진 민주당을 만들었다. 새누리당이 그나마 현재의 위용을 갖추고 있는 것은 위기를 극복할 만한 뛰어난 지도자가 있었고, 조직이 와해된 적이 없으며 이상한 실험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야권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더 민주적이라 착각할지 모르겠지만, 훨씬 완성도 높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진 게 새누리당이고 그래서 새누리당이 선거 승률이 좋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많은 야권 지지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개념을 못 잡고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깨시민들이 그리도 파시스트처럼 구는 거고. 뭐가 민주주의고 뭐가 수호자주의고 뭐가 파시즘인지, 뭐가 뭔지 아예 개념을 못 잡거든.

 

 안철수는 최장집에게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본다. 정치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고집만 부리니까 최장집이 떠났으리라. 안철수에게서 어떠한 진보성을 찾을 수 있는지, 어떠한 새정치를 찾을 수 있는지 나로서는 더 이상 모르겠다. 수많은 이들이 빠졌던 함정에 안철수 또한 빠진 것이다. 이게 다 공부를 안 해서, 뭐가 옳고 그른지를 구분하지 못해서 그렇다. 안철수가 의술이나 프로그램은 알겠지만, 정치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결국 그는 올바른 말을 무시하고,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는 그를 도우려던 사람들까지 배신해 버렸다.

 

 현재 안철수가 제시하는 구조로 통합신당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운이 좋아 집권을 하더라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정당으로서 구심점이 제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잘 나갔던 열린우리당이 무너지는 데는 6개월로 충분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와나 2014.03.07 0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한국에 제대로 된 정당이 있을까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정당은 당론에 거부할수 있는 소수파들을 존중할줄 아는 정당인데 현재 대한민국에 그런 정당이 있나 싶습니ㄷ다. 기실 공천이 두려워 당론에 거의 다 따르는 추세아닙니까?
    민주당이 친노가 득세해서 기득권을 휘두르듯이, 새누리는 친박이 공천을 다잡아가죠. 그전에는 친이가 새누리공천을 쓸어가자 친박연대라는 해괴한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무소속으로 나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구요. 또한 젊고 유능한 정치인들도 (손수조가 유능하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팽당한 현실이 지금의 새누리당 아니겠어요? 그런 점에 대해선 이준석도 북한에 비유하며 지적한적도 있죠

    • 해양장미 2014.03.07 0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나마 정당 모양새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정당' 정도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당론에 거부하는 소수파가 쉽게 존중받는 정당은 세계 어딜 찾아봐도 찾기 어려울거에요. 그 소수파가 난동을 부리면 해당행위가 되거든요. 당론이 결정된 후엔 마음에 안 들어도 어느 정도 따라가주는 게 맞는거고, 당론이 정해지기 전에 설득하고 움직이는 게 정상입니다.

      친박연대는 그게 우스워보일지 몰라도, 그 상황이 민주당에서 있었으면 그냥 분당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박근혜가 새누리당에 남아있었으니까 비교적 무난하게 당권 잡고 대통령까지 된 거죠. 찢어졌다 갈라졌다 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와나 2014.03.07 0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점에 있어선 박근혜가 나가서 분당하지 않고 남아있었던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긴하군요

  2. 퐁퐁 2014.03.08 0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m.news.naver.com/memoRankingRead.nhn?oid=032&aid=0002450352&sid1=100&date=20140308&ntype=MEMORANKING

    짧고 굵은 윤여준 인터뷰 기사 하나 떳네요.
    이렇게 진정으로 자기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스스로 버린다면 무슨수로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 설사 됬다해도 그 나라를 잘 이끌어갈수 있을까요? 안철수는 이제 진짜로 끝난거 같습니다

    • 해양장미 2014.03.08 10: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항상 말하지만 정치는 혼자하는 게 아닙니다. 자기 세력을 만들지 못하면 성공할 수가 없어요.

      안철수는 세력도 만들기 전에 자기쪽 사람 배신하고 독단적으로 굴며, 이번에는 아예 합당에 들어갔기 때문에 잘될 수가 없습니다.

      이제 안철수 곁에는 그에게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하는 기회주의적이고 무능력한 사람이 붙을 겁니다. 유능하고 충직한 사람이 저런 인물 곁에 남을 이유가 없지요.

    • 해양장미 2014.03.09 18: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페르츠 / 이 링크는 어떤 의미입니까?

    • 해양장미 2014.03.10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페르츠 / 적어도 링크를 하실 때는 링크만 이렇게 남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링크는 너무 수준낮고 음모론적이지 않습니까. 내각제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하루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고 또한 이런 링크만 남기는 것은 주제에도 어긋나고, 뜬금없다는 인상입니다.

  3. 김아연 2014.03.10 17: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많이 얻고 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철인통치를 비판하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조직은 유동적입니다.사람을 잃으면서 지향하는 정치는 실현불가능한 이데아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초공천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기초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통합신당은 추후 어떠한 명분을 들어 기초공천을 할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통합신당이 기초공천을 하지 않는다면 의석수에 따라 투표용지 두 번째에 통진당이 오게 됩니다. 막무가내식 '1번은 안돼' 투표로 통진당이 반사이익을 얻게 두진 않을 것입니다.

    • 해양장미 2014.03.10 23: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김아연 / 통합신당이 기초공천을 하게 되면, 그것 자체로 또 명분을 잃고 지지율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자꾸 나쁜 쪽으로 외통수를 둬요.

  4. 유월비상 2014.05.30 2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회위원은 수를 늘리는 대신, 지나친 특혜(세비)는 없애는 쪽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세비 자체는 많은게 아니라고 해도, 조금 불필요한 특혜가 있는건 사실이니까요.

  5. 공천 2015.06.23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주당과 새누리당 모두 18대 대선에서 기초자치단체 공천폐지를 공약으로 걸었었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초자치단체선거는 공천폐지해도 의미가없나요?

  6. 2016.02.28 1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문에 '안정적으로 고용된 정규직들(공무원)'라거 쓰셨는데 철밥통 연금도둑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공무원이라도 그렇게 해주는게 이유가 있단 말씀인가요? 공무원이 사기업직원보다 왜 안정적이여야하는지 이유를 알려주실수있나요?
    일단 붙으면 웬만큼 무능해도 절대 안 잘리는 현상황은 아무리생각해도 좋지않은것같아서.. 외국처럼 그냥 경력자 고용하는게 낫지않나 스스로 의문이 생겨서 이점이 궁금합니다

    • 해양장미 2016.02.29 22: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선 공무원 생활에 안정성이 있어야 공무비리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관료들의 전문성도 필요하지요. 실제 세세한 국정을 이끄는 건 선출직 이상으로 전문관료라 보면 될 겁니다.

  7. 유월비상 2016.05.09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새누리당이 골골하고, 더민당도 별로다보니 진짜 국민의당 출신이 대통령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해양장미님은 국민의당의 정책이나 아젠다 능력을 어느정도로 보시나요? 새누리당보다 못하지만 더민당보다 낫다 정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