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미래와 원하지 않는 미래

정치 2011. 4. 26. 22:39 Posted by 해양장미


 이번 재보선은 공교롭게도 손학규와 유시민이 시험받는 장이 되었다. 임시공휴일이 없는 재보선이 통상적으로 범진보쪽에 불리한 것을 감안해볼 때, 야권 지지자에게 현재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범야권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분당에서 손학규가 이기고 김해에서 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지는 것. 이렇게 되면 손학규는 다시 한 번 부상할 수 있고, 야권 통합을 이끌어내기 용이해진다. 게다가 분당에서 손학규가 이긴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의 지지 지역인 경기권에서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고, 중산층 이상의 계층도 손학규를 지지할 수 있다는 증명도 된다.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좋을 그가 불리한 재보선이기에 의미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유시민과 참여당의 분열적 세는 조금이라도 꺾이게 된다.


 그렇지만 반대로 손학규가 지고 이봉수가 이기면? 야권 전체로 보면 미래는 좀 불투명해진다. 물론 이렇게 되면 유시민의 지지자들이야 기뻐하겠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야권의 가장 핵심적인 호남 세력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분당에서의 패배는 실은 대단한 게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데미지가 작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변수는 많지만 향후 참여당과의 단일화 여부까지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선거국면이 앞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그리고 권력 투쟁이 심해질 것이기에 당대표도 바뀔 확률이 있다. 야권이 제대로 분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박근혜는 현재의 지지율로는 차기 대통령이나 다름없다. 어쨌든 범야권 입장에서 박빙의 승부를 하려면 끌어들일 수 있는 지지층을 다 끌어들이고, 부동층을 움직이고,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 역할에 가장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야권에서는 손학규다. 손학규는 경기권에 지역 기반을 두고 있고, 호남표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중산층에게도 나름 어필할 수 있는 입지다. 그 외 친노에게 과거 밉보인 적은 있지만 만회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본다. 선거 전략을 잘만 세우면 손학규는 박근혜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시민의 표 파급효과는 지극히 떨어질 확률이 높다. 우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 중 유시민에 대해 심각하게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가 만약 대선 때 야권의 단일 후보로 나온다면,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유의미한 비율로 유시민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투표를 포기한다거나.) 또한 그는 연고지도 없다. 대구는 박근혜의 텃밭일 뿐만 아니라 유시민은 대구 사람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있다. 그렇다고 그가 과거 의원을 했었던 고양시 사람들이 그에 대한 호감을 유지하고 있을 리도 없다. 그의 과거 행적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발목을 잡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개혁당 때 그에게 크게 당한 사람들도 대선이 되면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만일 손학규와 이봉수가 둘 다 이기거나 둘 다 진다면? 둘 다 이긴다면 야권의 미래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재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단지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될 뿐이다. 어차피 여당 차기대선후보로 유력한 박근혜는 이미 실제의 여당 느낌이 아니다. 내부의 야당에 가깝다. 그렇지만 둘 다 지면? 일단 손학규가 지는 건 야권 입장에서는 무조건 좋지 않다. 그나마 유시민보다는 손학규의 피해가 적을 테지만, 야권은 새 후보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박근혜에 대한 나쁜 의견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나 역시 정권교체에 대한 바람이 없지는 않고, 대선은 일방적이거나 싱거워서는 곤란하다. 권력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아야 한다. 비록 현재 한국의 대선 방식이 승자독식을 보장하기는 하지만.


 이번 선거구에 해당되는 분들이 시간을 내 투표에 많이 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