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이면

정치 2022. 4. 5. 00:58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abjE9Qx0O60

 

 

 

 

 지구촌에서 가장 많이 움직이는 화물은 석유입니다. 석유와 가스는 현대 문명의 핵심이며, 과장을 보태 이야기하면 거의 모든 것입니다. 그리고 석유만큼, 실제로는 석유보다 더 중요한 건 식량입니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석유, 가스, 식량 수출국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와 군사력, 스트롱맨 푸틴의 이미지 관리, 그리고 해킹과 첩보 등이 러시아의 힘이었고, 중공과 함께 신냉전의 두 축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양상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잘싸우고 러시아는 못싸운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크라이나가 잘 싸울 수 있는 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정보 제공과 물자 지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하여, 러시아의 보급능력과 전쟁지속능력에 도트 대미지를 가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이 전쟁과 제재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은 각자의 취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가 서방에 공급되지 않음으로 생기는 부담을 서방이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일단 유럽은 러시아제 석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유럽은 어딘가에서는 석유와 가스를 가져와야 하는 입지입니다. 이는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를 잃어버린 유럽이 나사가 빠진 것 같은 행보를 지속하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석유와 가스는 하루라도 없으면 안 됩니다. 부족하면 웃돈을 주고라도 일단 사와야 하고, 비축분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게 됩니다. 유럽이 러시아제 석유와 가스를 쓰지 않는다면 다른 어디에선가 석유를 더 캐야 충당이 되는데, 지금 지구에 그게 되는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후보지로 꼽히는 나라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다 각자의 문제가 있지요. 이란은 핵관련 제재가 문제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기간 친미국가였지만, 몇 년 전부터 갈등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는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이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과이도를 지지해주던 상황이었고요. 미국은 또 상황이 복잡합니다. 하나씩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란 핵협상은 과거 트럼프가 엎어버리면서 단단히 꼬였던 건입니다. 트럼프의 그 행보는 러시아에 이익이 되었다는 걸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는 핵협상의 당사자였던 러시아가 어깃장을 놓으면서 꼬였었습니다. 보도가 나오는 건 핵합의가 진전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 결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기간 친미국가로 인지되어왔습니다만, 2015년에 살만 왕이 즉위한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악화 중이라 해야 할 겁니다. 특히 바이든과 사우디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사우디와 이란 이야기를 하려면 예멘을 봐야 합니다. 예멘은 2015년부터 내전 중이었는데, 간단히 이야기해서 예멘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고, 예멘 정부군은 사우디와 UAE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일부터 2개월간 휴전을 하게 되어, 현재 휴전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로 미국이 사우디와 이란 및 예멘 전쟁에까지 적극적인 개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바이든 정권이 마두로와 손을 잡는 걸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역시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원체 마두로가 손잡을 만한 위인이 아니긴 하지요. 이제 와서 제재 풀어줄 명분도 없고. 게다가 마두로는 친러시아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있지요.

 

 미국이 셰일을 캐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반드시 나올 만 한데, 이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단 바이든 정권은 셰일 사업에 대해 쭉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셰일 업체들은 바이든 정권 들어 사업을 축소했고, 불만이 많은 상황입니다. 갑자기 미국 정부에서 오일 더 캐라고 압박을 넣어도 실제 업체들이 개발해서 캐야 나오는 게 오일인데, 업체들이 바이든 정권에 협조적일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바이든 정권이 이제 와서 화석연료에 친해지는 방향으로 돌아서기도 매우 어렵고요. 그랬다가는 트럼프 때처럼 고립노선으로 회귀하는 거 아니냐는 유럽의 의심을 사게 될 겁니다. 그러면 유럽은 러시아를 제재할 동력을 잃게 되지요.

 

 또 문제는 막상 캐려고 해도 셰일은 캐기 쉽지 않습니다. 그냥 땅에 파이프 박으면 오일이 콸콸 나오는 일반적인 유전과는 달리 셰일은 복잡한 작업을 통해 채굴하게 되는데, 해야 하는 작업이 만만찮기 때문에 채굴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대략 6개월은 필요하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바이든이 특단의 조치를 내려서, 이제부터 서방의 오일은 한동안 미국이 공급한다고 선언한다 하더라도 실제 셰일오일 채굴해서 유조선에 실어서 유럽까지 공급하는데는 년단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러시아는 인도와 석유 판매 협상을 맺었습니다. 러시아가 싸게 팔기로 했고, 인도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알려졌는데요. 그 거래는 달러가 아닌 위안으로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쿼드의 결속이 위험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미국은 쿼드 대신 오커스를 중심으로 안보동맹블록을 형성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한편으로 바이든 정권은 본 블로그에서 예전부터 이야기해왔듯, 인플레이션 없는 시대의 종식을 선언하듯 경제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제일 주적으로 올라선 중공에 위협이 될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 답이 없어진 유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이었지요. 그런데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 계획에 카운터를 날렸습니다. 고립된 러시아는 중공에 저렴하게 석유를 공급하면서 중공의 인플레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래 심각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더욱 과도해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정권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는 러시아를 쓰러뜨릴 만큼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미국과 서방이 제재를 통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유사시 중공을 고립시킬 명분을 확보하는 겁니다. 다만 러시아와 중공의 유착은 서방에게 달갑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상황이 이 정도로 꼬이게 된 건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가 모두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영웅적으로 잘 싸웠고, 러시아는 너무 못 싸웠습니다. 이 상황을 상상한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 상황에 대한 준비가 없었고, 관여하고 있는 모두가 나름대로의 곤혹스러움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인도처럼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나라도 있고, 이란, 예멘처럼 어부지리가 떨어지는 예외도 있긴 합니다만. 인도에 대한 응징은 훗날 챙겨 할 일이겠습니다.

 

 세계 경제는 현재 난항 중에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하고, 가파른 미국발 금리인상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그에 금리역전이 일어났고, 이러한 금리역전은 귀납적으로 경기침체의 예고로 받아들여지다보니 영 분위기가 좋지 못합니다.

 

 중요한 건 현 상황을 각국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있습니다. 그것을 예측하는 것은 정치적 예측의 영역이라 쉽지 않습니다. 다만 나는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경험과 지혜 또한 신뢰합니다.

 

 유럽은 러시아의 행동에 놀랐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인 대응이 있을 겁니다. 당장은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사다 쓰더라도, 상황을 바꾸려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쩌면 길고 험난한 신냉전의 서막임을, 아니면 어쩌면 3차 세계대전의 개시임을 알고 있을 겁니다. 승리자가 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바이든이 오판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가 해야 하는 건 이길 때까지 싸우는 겁니다. 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이것을 잘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푸틴의 침략에 영토를 빼앗기고, 나토와 유로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전쟁을 마무리한다면 그건 패전입니다. 우크라이나가 푸틴을 상대로 그런 패전을 한다면, 푸틴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푸틴은 크름 반도의 점령으로 모든 걸 끝내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승전을 바랍니다. 잔혹함과 공포를 이겨내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하기를 바랍니다. 크이우에서의 승리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의 승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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