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PPP는 실제 1인당 GDP보다 중요한 경제 자료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각 국가의 화폐가치가 GDP에 반영되기에 PPP가 더 정확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구가 천만 명이 안 되는 나라는 실제 우리와 비교 가능한 국가라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다. 특히 적은 인구와 가치 있는 천연자원의 보유가 합쳐질 때는 정말 잘 살 수가 있다. 그렇기에 이 자료는 실질적으로 한국보다 잘 사는 국가가 어디어디가 있는지 꼽아볼 수 있다. 보기 편하게 순위별로 꼽아보자면.



1위 미합중국        $54609

2위 오스트레일리아  $44406

3위 캐나다          $43145

4위 네덜란드        $42143

5위 타이완          $41580

6위 도이칠란트      $40756

7위 벨기에          $38697

8위 브리튼 연합     $38309

9위 니폰            $38297

10위 프랑스         $36453

11위 한국           $34776



 대략 이 정도가 된다. 생각보다 높은가?


 1인당 PPP순위에서 한국은 뉴질랜드, 에스파냐, 이탈리아 등보다 높다. GDP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건, 한국 원화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어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이유도 있다. 같은 이유로 대만은 PPP기준으로는 훨씬 더 순위가 올라간다.


 인구가 1천만이 넘는다 해도 벨기에 같은 경우는 서울시 인구 정도다. 스베리예(스웨덴) 같은 경우는 인구가 천만 명이 좀 안 되어서 빠졌다. 아주 작은 도시국가들을 빼고 노르웨이, 슈바이츠(스위스), 외스터라이히(오스트리아), 에이레(아일랜드), 쿠웨이트, 덴마크, 수오미(핀란드), 이스라엘도 한국보다 1인당 PPP가 높지만 인구가 천만 명이 안 되어서 빠졌다. 이런 나라들의 경제 구조는 생각보다 천연자원이나 소규모 공업 의존이 높은 경우가 많다.


 실제 한국 수준의 경제적 생활수준을 영위하면서 사는 국가는 거의 없다. 한국 사람들이 힘든 건 신자유주의와 양극화, 너무 긴 노동시간, 그리고 너무 쪼이는 고간섭 경쟁문화 및 아직 남아있는 전근대적 비합리성 때문이지 못 살아서가 아니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을 해낸 건지 잘 모른다. 1900년까지 개항이 제대로 안 되었던 나라 중에 선진국이 된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리고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나라 중 선진국이 된 나라는 미국, 서유럽 몇 국가, 일본 외엔 한국밖에 없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이 이탈리아, 에스파냐를 제치고 프랑스나 일본에 견줄 만큼 잘 살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도로에 벤츠, BMW가 널려서 운전하기 겁나게 될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누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물론 한국인들은 만족을 모른다. 아직 미국만 못하다고,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만 못하다고, 독일에 비해 제조업 경쟁력 떨어진다고 아우성인 게 한국이다.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국가니까. 근데 PPP 기준하면 독일하고 우리, 이제 얼마 차이도 안 나고 솔직히 세후로 치면 이제 중산층 기준 독일인보다 한국인이 더 잘 산다. 독일은 세금 많이 떼는데, 한국은 중산층한테 정말 소득세 안 떼는 편이다보니까. VAT도 낮고.


 이제 우리한테 진짜 부족한 게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인의 체감 생활수준이 낮은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는 이제 문화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회사들이 생기고,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열심히 하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쓸데없는 조급증과 쓸데없는 불안감도 버려야 마땅하다. 한국은 문화적 결함에서 나오는 심리적 질병이 만연한 사회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다. 다만 잘 사는 사람만 잘 사는 나라고, 잘 못 살던 사람이 잘 살기가 다소 쉽지 않은 나라고, 사회적으로 쓸데없이 받는 스트레스가 좀 많은 나라다. 어디서부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