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오판 –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정치 2014. 3. 18. 17:54 Posted by 해양장미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이야기한 것이지만 나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근래 들어 느슨한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첫 해엔 야권이 정부의 운신 자체를 불가하게 하면서 큰 문제는 별로 드러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안철수에 의해 야권이 재편되는 가운데 서서히 정부의 불안요소가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운영방식은 폐쇄적인 분업화에 비유할 수 있다. 박근혜의 인사에 관련하여 사람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는, 각 부처의 장차관들이 박근혜의 핵심 측근이라 보기 어려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바깥의 흔들기에 강해서 추진력이 있다는 것인데, 단점도 있을 수밖에 없다.

 

 완벽한 스포츠 팀이 있기 어렵듯, 완벽한 정부도 있기 어렵다. 지난 시간동안 박근혜정부가 보여 온 최대의 약점은 분업화된 (고위) 공직자들끼리의 이견이 어울리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런 이견들 사이에서 나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으며 이럴 때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근래의 사태들을 보면 정권의 리더십에 금이 가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 듯하다. 전월세 세금 문제는 겨우 살아나려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되었으나, 정부는 이 현실을 아직 제대로 파악한 것 같지 않고 금리에 대해서도 어리석은 판단을 할 조짐이 보인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에까지 잘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럴까?

 

 나는 박근혜정부의 근본적인 마인드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안전주의라고 표현해 왔는데,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거시경제에서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웃 나라인 미국이나 일본은 양적 완화 등의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안전주의적으로 나가게 되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근래 박근혜정부는 지하경제를 줄이고 세금을 걷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작년의 세수 확대가 실패했고 정부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정부는 전월세 등에서 세금을 걷으려 드는 것 같다. 그런데 기존 정책들과 상충되는 정책이 나온 것은 시장에 결코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부 내의 의견조율이 충분히 안 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재정 적자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관점이다. 한국은 재정 적자가 별로 없는 국가다. 금리에 대한 접근 또한 마찬가지다. 금리를 내려도 모자랄 상황에, 금리를 올리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말이 나오면 부동산 시장은 더 빠르게 냉각될 수밖에 없다. 근래의 정부 언행을 보면 젖은 장작 겨우 말려서 불이 조금 붙었는데, 바로 또 물을 뿌리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정치는 정부 내,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서도 치열하게 이루어지곤 한다. 나는 박근혜가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모두를 충분히 통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빠른 시간 내에 개입하여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적잖게 다른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정책을 펼치는 곳이기에 때로는 빠른 정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박근혜는 이런 데 있어 순발력이 부족하다. 이것은 내가 박근혜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주된 이유 중 하나였는데, 다시 한 번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듣기로는 박근혜정부가 기존 모피아들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경제 인사들을 중용한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사태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은 쪽의 발표로는 현재의 금리도 경기부양에 충분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는 별로 없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맞춰 금리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리석은 판단이다. 아직 실물경기는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고, 얼마든지 금방 냉각될 수 있다. 생산자 물가의 디플레이션도 작년 내내 모두를 괴롭혔고, 정부의 예측에 비해 경제성장도 낮았으며 물가는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한은을 포함한 정부는 오판을 인정해야하지만, 태생적으로 관료들은 권위의 훼손을 두려워해 오판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사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 대해 얼마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해결할 생각은 가지고 있는지 자체가 의문인 면도 있다. 만약 대통령의 관심사가 재정건전성에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비극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경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언제나 잘못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제대로 비판을 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하려는 세력이 너무 적다. 부동산 현장이나 거시경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뭐라 해 봐야 씨알도 안 먹힌다. 이런 건 야권이나 시민 사회가 나서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야권은 이런 민생문제에 대해 아무 소리도 안 한다. 왜냐고?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까 그렇다. 야권이 정치공학이나 부정선거 이야기 말고 무슨 말 하는 거 들어본 기억이 천년은 된 것 같다. 항상 말하지만 그러니까 선거만 하면 지는 거고.

 

 한국은 국가 부채가 GDP30% 수준밖에 안 되는 나라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국인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조족지혈 수준도 안 된다. 비록 한국의 내수 규모가 저들과 비교할 수 없이 작지만, 한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재정건전성을 챙기는 동안 저성장이 일어났고 경기도 가라앉고 잠재성장률도 추락하였다. 박근혜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것을 살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경기다. 관료들은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아버님이라면 용납하지 않았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