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88번 버스를 아는 사람은 그 버스를 놓칠 것 같을 때 뛰지 않습니다. 만약 뛰어가서 그 버스를 탄다면, 현지인이 아니거나 정말 1분도 급한 사람입니다.
88번 버스의 공식 배차간격은 4~8분입니다만... 아마 현지인은 믿지 않을 겁니다. 88초가 이 버스의 배차간격에 대한 사람들의 통상적 인식이자 체감 배차간격입니다. 88번 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에서 타려는 버스가 88번보다 일찍 올 경우, 전혀 기다렸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경기도 부천시 대장공영차고지를 기점으로 합니다. 대장공영차고지는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채 1km도 떨어지지 않은, 인천과 부천의 경계지역에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 버스는 인천 계양구를 기점으로 운행되는 버스고, 차량 정면 표기 기점을 계산동으로 적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장동으로 적어놓기도 합니다만, 같은 버스에 같은 구간을 운행합니다. 실제 부천시 대장동을 나온 후 이 버스가 첫 정차하는 곳은 법정동 기준 인천광역시 계양구 서운동, 행정동 기준 작전동에 속하는 작전서운동입니다.) 이 버스는 기점을 출발하면 작전동과 계산동 일대를 한 바퀴 돈 후, 부평 IC를 넘은 후 드물게 서쪽의 청천동-산곡동 쪽을 거칩니다. 그리고는 원적로를 지나 부평대로를 달려 부평역에 도착한 후, 메인 코스라 할 만한 경인로를 쭉 달립니다. 부평-신길까지 이 버스는 1호선 전철과 거의 같은 라인을 달리고, 이어지는 여의도를 종점으로 합니다.
버스를 운행하는 시간도 매우 긴 편이기 때문에, 해당 버스 노선에 오래 산 사람은 야밤이나 이른 새벽에 이 버스를 타본 경험이 반드시 있을 정도이며, 인천과 부천 사람의 희망이니 GOD88이니 부천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것이니 하는 찬양들이 존재합니다.
이 버스는 국토교통부 발표 기준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타는 시내(?)버스로 기록되었습니다. 이제 2016년 결과가 나올 시기가 되었는데, 근래 서울시가 대중교통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나와 언제 제대로 된 결과가 발표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담입니다만 하여튼 서울시 행정은 현 시장 취임 후 지저분함이 심해도 너무 심합니다. 본문의 내용과는 관련이 밀접하지 않습니다만,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일단 관련 기사를 링크하겠습니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47580
다시 88번 이야기로 돌아가서, 부천 88번 이용 중 주의해야 할 건, 이 버스의 운행구간 중 영등포역엔 김포 88번이 같이 정차합니다. 번호도 같은데, 부천 88번과 김포 88번은 생긴 것도 똑같습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지 써놓은 걸 보고 타야합니다. 김포 88번은 강화행이니... 어쨌든 같은 인천(!)으로 가긴 합니다만 잘못 타면 머나먼 길을 가게 됩니다. 다행히 같은 정류장에 정차하진 않습니다만, 혼동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일일승객이 많은 시내(?)버스가 많은 구간을 전철과 나란히 달린다는 점에서, 철도와 버스가 서로 온전히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체가 심한 구간에서 철도는 버스보다 평균 주행속도가 빠릅니다만, 역을 이용하는 건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 것보다 보통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인천광역시는 작년에 인천지하철 2호선을 개통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버스개편을 강행했는데, 결과가 대단히 나빴습니다. 지하철이 버스를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 있는데,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개편이었던 게 실패의 한 주된 이유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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