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입추와 복날 이야기

사회 2017. 8. 8. 17:27 Posted by 해양장미

 매년 입추가 지나면 덜 덥겠거니... 하고 생각하지만 덥지요.

 

 입추는 하지와 추분의 중간 날짜입니다. 당연히 원리상 태양의 복사열이 가장 심한 날은 하지입니다. 그렇지만 지구가 달궈지고 식는 데는 약 1년의 1/8정도인 46+@일 정도(실제 평균적인 하지~입추는 47~48일입니다.)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입추는 사실 1년 중 통계적으로 거의 가장 더운 날이고, 중복과 말복 사이입니다. 그리고 입추를 기점으로 더위는 꺾이기 시작합니다.

 

 보통 입추에서 1주일 정도가 지나야 체감 상 더위가 꺾이기 시작합니다. 광복절 즈음 말이지요. 말복이 늦을 땐 광복절이 지나고 말복이 돌아오기도 하는데, 조금 설명하자면 이는 복날을 정하는 기준이 초복은 하지 이후의 세 번째 경일,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 이후의 첫 번째 경일이기 때문입니다.

 

 경일이라는 건 60갑자 중 천간의 경을 의미합니다. 설명이 더 어려울 테니 예시부터 이야기하자면 천간은 10간으로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고 지지는 12지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입니다. 천간과 지지, 줄여서 간지 중 하나씩 따서 갑자, 을축, 병인, 정묘... 같은 식으로 붙여 나가면 총 60개가 됩니다. (120개가 아닙니다.) 60을 갑자라 부르며 매 해와 날에 붙입니다. 그래서 60살의 생일을 회갑, 환갑이라 부르고 무협지 같은 데선 60년의 내공을 1갑자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날짜에도 갑자 을축 병인 정묘 같은 이름이 붙습니다. 그래서 천간 중 의 날로 복날을 정하는 겁니다. 만일 하지 당일이 경일이면, 현대엔 하지 후 20일이 초복입니다. 그리고 같은 기준으로 만약 입추가 경일이면, 입추가 말복입니다. 조선 시대엔 입추 당일이 경일일 경우 기준이 되는 황도가 오전이냐 오후이냐에 따라 달랐다고 합니다만, 현대엔 그렇게까지 하진 않습니다. 기준이 좀 이상합니다만 복날은 잡절이라 24절기처럼 중요한 절기가 아니고, 근래의 우리에겐 닭 또는 개를 먹는 게 중요하니 별 일은 아닙니다. 이렇다보니 중복과 말복 사이가 10일일 때도 있고, 20일일 때도 있는데 대략 3:7 비율로 20일일 때가 많습니다. 올해도 20일이지요. 보통 초복 땐 그리 많이는 덥지 않기 때문에, 벌써 복날인가 생각하다가 중복이 지나고 나면 진짜 더워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탄소 때문이건 무슨 이유에서건 여튼 지구는 따스해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여름이 더 더워질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분들이 장수하여 만일 22세기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면 참 신박한 더위를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그 때는 냉방 장치가 더 발전해 있겠지요?

 

 인류의 구원자 중 하나인 윌리스 캐리어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절기상 초가을에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