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낙후지역에 관한 이야기

사회 2017. 3. 18. 14:24 Posted by 해양장미

 근래는 개인 사정으로 잘 챙기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도시를 걷는 걸 좋아합니다. 내키는 대로 한참을 걸으면서 도시 구경을 하는 거지요. 차를 타면 주로 큰 도로로만 다니게 되기 때문에, 도시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고성능 자전거는 너무 빨라서 주변을 잘 못 보고, 성능이 낮은 자전거는 오르막이 힘든 게 문제입니다. 걷고 걷다 보니, 이렇게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중 어떤 부분에 대해선 잘 알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니지 않은 길로 다니다보면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 여긴 어째서 이렇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십 년 전에 걸었던 곳은 별로 변하지 않았음에도 옛 인상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달동네, 쇠퇴한 지역, 슬럼, 폐허, 개발지 같은 곳을 지나가게 되기도 합니다. 한참을 걷다 위성사진을 보면, 위성사진이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되곤 합니다.

 

 그런 모습들 속에서 가장 쉽게 발견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옛날 80년대에 개발된 구역의 모습들입니다. 이런 구역은 한국 대도시에 정말 많은데, 길이 정말 좁고, 인도 구별이 명확하지 않거나 인도가 매우 좁습니다. 층수가 낮은 공동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은 곳도 많은데, 이사를 할 때 사다리차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도 크고 멀끔한 차를 탑니다. 아예 빈곤층이 사는 동네가 아닌 이상, 서민들도 차는 신형입니다. 이는 차에 대해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차가 오래 되면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고 위험해서 새 차를 사거나, 연식이 덜 된 중고차로 바꾸는 게 오히려 이익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서민들은 1톤 트럭이나 스타렉스 같은 큰 차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만큼 개발된 지 오래 된 동네는 주차난이 심합니다. 옛날엔 자동차가 많지 않았으니 주차장을 확보할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고, 지역 자체를 통째로 재개발하기 이전엔 길이 좁은 문제는 개선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대규모 재개발이 불가피합니다. 이제 시간도 흘러 수도권 일대는 새로 신도시를 건설할 곳이 거의 남지 않았고, 재개발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런데 그 동안 좌파, 진보, 민주당 계열은 덮어놓고 서민들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재개발 문제에 대해선 반대를 일삼았고, - 물론 그에는 옛날에 많던 강압적인 거주자 퇴거가 한 몫 하긴 했습니다만, 근래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 그들의 각종 행태를 고려할 경우 앞으로의 도시재개발 문제 등에 꾸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진보좌파는 서민의 편이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도지요.

 

 다만 앞으로 만일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가 오면 주차 공간 문제가 다소나마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승용 전기차의 보급이 지지부진하더라도 향후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택시가 일반화될 경우, 택시요금이 저렴해지고 승차거부 등의 문제가 사라짐으로 차량 보유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향후 예상되는 신기술을 예측하여 도시 인프라, 재개발 계획을 짜는 건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고요. 그러나 적어도 고려는 해야겠지요. 도시개발에 필요한 건 이데올로기와 고집이 아니라 통찰과 상상입니다. 많은 경우 정치인들은 근시안적이고 잘못된 선택을 해서 도시행정을 망치곤 합니다. 소위 진보 정치인이 이런 데서 많은 약점을 보이지요. 현재의 정치상황만 고려하면 앞으로 한동안 민주당계의 시대가 올 수도 있을 텐데, 일단은 그들이 변화하고 진화하길 기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