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다보니 완전 개념사이트에서 문재인이 비토당하는 걸 다 보네요. 최순실 게이트는 놀랍지 않았지만 이건 좀 놀라운 일이네요.
사실 극성 페미니즘이 싫다면, 페미 권력의 코어격인 민주당을 좋아하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명숙이 감옥에 갈 때도 과도하게 지켜주려 했던 문재인을 좋아하는 것도 이상하고요.
어쨌든 남윤인순은 이상한 소리도 많이 했고 어처구니없는 법 발의도 했습니다만, 그의 악한 유명세는 과도한 면은 있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면 남윤인순만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 꽤 있습니다. 문제의 무고관련 법안도 대표발의자는 남인순이 아닌 정춘숙이었지요.
그건 그렇고 ‘남윤인순’이라는 양성쓰기로 유명했던 인물이 회자된 김에 이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정치권 들어간 후엔 남인순으로 쓰지만, 본문에선 관련 이야기를 하느라 남윤인순 표기를 쓰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이 양성쓰기 운동을 전개한 이후, 세간의 그에 대한 시선은 좋지 않았습니다. 쉽게 생각해도 1대야 그런가보다 해도 2대, 3대는 어쩌냐는 말도 있었고, 그래봐야 양쪽 부계 성씨니 무슨 소용이냐는 말도 있었지요.
그런데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한국 성씨체계 자체에 있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희귀성 아니면 성씨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조선시대에 성씨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이 기존 성씨를 구매하고 편입되었던 건 모두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복잡한 역사적 문제는 빼고 이야기해보지요. 현대 한국인들의 성씨는 본관과 파를 밝히지 않으면 혈연적인 면조차 거의 드러내지 못합니다. 부부 사이의 성도 달라 가족 이름으로의 기능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선 이런 식으로 성씨를 쓰지 않습니다. 패밀리 네임은 가족의 이름이고, 가문의 이름입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한 쪽이 (주로 여성이) 패밀리 네임을 바꾸는 겁니다. 물론 이는 의무가 아닙니다. 남편이 패밀리 네임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한국처럼 서로 다른 성씨를 사용해도 됩니다. 더 중요한 건, 아예 새로운 성씨를 만드는 게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새 가문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선 새 성씨를 자유롭게 만들 수가 없습니다. 한국 성씨는 부계혈통의 표식일 뿐 가문이나 가족의 이름이 아닙니다.
양성쓰기의 한계는 성씨가 혈통의 표식이라는 데서 비롯됩니다. 아버지의 혈통만 표기하는 건 불평등하니, 어머니의 혈통도 표기하자는 발상 자체엔 별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혈통이란 언제나 둘에서 하나가 나오는 것이며, 그 둘의 기원을 체계적으로 장기간 간략하게 적을 방법은 (일부 문화에선 풀네임은 적을 수 있을 만큼 적되, 통상적 표기는 그 중 일부만 하기도 합니다만.)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인류에겐 부계혈통이 중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관계란 믿음으로 구성된 것이지, 실증으로 구성된 게 아닙니다. 저 아이가 내 아이일거란 확신이 불가능한 관계라는 것이지요. 지금이야 유전자 검사라는 기술이라도 있습니다만, 그 전엔 그런 게 없었으니 믿음이라도 강화시켜야 했지요.
이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성씨가 단순한 부계혈통의 표식이라는 것 자체에 이의를 제기해야합니다. 사견으로는 성씨가 단순한 혈통의 이름인 것보단, 가문과 가족의 이름인 게 더 낫습니다. 더 나아가 사용하지 않을 권리도 주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이는 후에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우선 법률적으로 성씨의 변경을 이름 변경처럼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성씨도 보다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옛 조상 중 누군가가 얻었거나 구매한 성씨를 계속 의무적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숙명은 자유 시민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물론 가문의 이름을 지켜나가고 그 가치를 높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의 성씨는 식별의 의미조차 거의 없습니다. 한자어에서 벗어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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