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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맥시스의 심시티 시리즈를 즐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에 신작이 나오긴 했지만) 특히 히트상품이었던 2000이나 3000 등을 해 보면, 기술의 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중간 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첨단 산업과 신재생 에너지들이 결국 꿈같은 유토피아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러나 막상 실행단계에 들어간 현재,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라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각기 예를 들어보자면 우선 깨끗한 발전일 것 같은 수력 발전은 사실 생태계를 많이 파괴한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을 강행하면서 16개나 되는 보와 수력 발전소를 지었지만, 그 결과 소위 녹조라떼 사건이 벌어질 정도로 참혹한 생태계 파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수력 발전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수량 관리를 위해 어느 정도의 댐이나 보는 필요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게 너무 크다.


 풍력 발전은 실제 건설 후 많은 단점이 드러났다. 일단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자꾸 새들이 와서 부딪쳐 죽는다. 친환경일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태계를 파괴하는 소음덩어리인 것이다. 게다가 은근히 고장 빈도가 높고, 보수도 많이 필요한 편이다. 쉽게 말해 돈이 많이 들어간다.


 조력 발전은 갯벌과 해양 생태계를 광범위하게 파괴한다. 일례로 시화호 조력발전 결과 오이도 근처에선 매년 잡히던 꽃게는 잡히지 않고, 녹조류와 해파리만 엄청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피해 규모를 보면 수력발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 같다. 암만 봐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발전 방식이다. 현재 조력발전을 강행하려는 각종 움직임과 환경단체 및 지자체들의 반발로 인해 갈등이 꽤 있는 상황인데, 아직 대중적인 이슈로까지 발전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조력 발전소가 다수 건설된다면 그 피해는 4대강보다 더욱 클 것 같다.


 지열 발전은 좋은 발전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지역이 드물다. 한국 같이 화산이 딱히 없는 지형에서는 실효성이 의심 간다 할 수 있다. 일본이라면 해 볼만 할 지도 모르지만. 실제 아이슬란드는 지열 발전 비율이 높다.


 태양열 및 태양광 발전은 그나마 여러 모로 가장 괜찮다. 다만 문제는 효율이 낮다는 데 있다. 이집트 같은 사막 국가라면 모를까, 한국 같은 곳에서는 결코 주력 발전수단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태양광 발전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특히 한국은 동일 위도에서 일조량이 높은 편이다.


 결국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그리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확보 방안은 가스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석유 발전도 근래 매연을 많이 저감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나름대로 친환경적인 운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친환경적으로 하려면 코스트가 좀 더 들어갈 뿐이다.


 한국은 이제 원자력을 줄여가면서, 4대강 보도 헐고 풍력이나 조력 등에 가진 환상을 접는 가운데 화력 발전의 비중을 대폭 늘려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런 방안대로 나아갈 때, 현재와 같은 추세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난다면 정말 화력 발전소를 엄청나게 지어대야 한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한국의 전기 사용 양상은 꽤 특이한 데가 있다. 일단 한국 가정은 아마도 세계 유일이라 할 만한 누진세를 낸다. 한국인은 가정에서 정말 전기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 가정의 전기 사용량은 일본, 유럽, 미합중국에 비교하면 1/3도 안 된다. 누진세 때문이다. 한전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15% 정도만 가정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85%에는 누진세가 없고, 원가만큼의 요금 부과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가정용 전기는 대단히 비싸지만 산업용 전기는 원가에 못 미칠 만큼 저렴하다. 또한 유류세가 비싸기 때문에, 한국의 전기 소비 양상은 쉽게 말해 산업 기준에서는 낭비에 가깝다. 예를 들어 난방을 할 때, 기름을 그냥 때서 난방을 하는 게 당연히 기름을 태워 발전을 한 후 변전, 전송 과정을 거친 후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효율이 좋다. 그런데 한국에선 산업용 전기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소 및 회사에서는 마음껏 전기로 난방을 한다. 그게 더 싸고 편하고 효율적이다. 냉방도 마찬가지다. 반 우스갯소리로 여름에는 피서하러 출근한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집에서는 못 돌리는 에어컨이지만, 사무실에서는 마음껏 돌릴 수 있다.


 한국의 심각한 도시화와 아파트 위주의 주거 형태, 근래 지은 건물이 많은 상업 지구 형태도 전기 사용 문제에 있어 별로 좋지 않다. 한국의 대도시는 심각하게 녹지가 부족한 편이고, 위성사진으로 보면 온통 시커먼 정도라 열섬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조경을 늘려 녹화율을 높이면 모를까, 현재 한국의 대도시는 한여름에는 못 견디도록 더운 게 맞다. 백엽상에서 측정하는 계측온도와 실온도간의 차이가 있다. 게다가 에어컨 사용비율이 높아질수록, 도시 전체의 온도는 그만큼 올라간다. 에어컨은 어디까지나 실내의 열을 실외로 배출하는 도구이며, 작동 과정에서도 적잖은 발열이 있다. 실내가 시원해질수록 실외는 그 이상으로 더워지기 때문에, 도시의 온도는 그만큼 더 올라간다.


 난방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게, 한국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층아파트가 많은데 이 고층아파트들은 한번 지어놓으면 손보기가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일단 너무 높기 때문에 보수공사를 하려면 코스트가 많이 발생하는데다가, 간단한 공사만 하려 해도 이웃에 피해가 된다. 단독 주택에 주로 거주하는 서구인들이 자신의 집을 일상적으로 고쳐가면서 쓰는 것과 비교해볼 때, 한국 아파트는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으면서 사는 형태에 가깝다. 문제는 이것이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한국의 평균적인 아파트는 그 건축의 완성도나 설계에 있어 그다지 단열이 좋은 편이라 보기는 어렵다. 부실 공사율이 높고, 평균적으로 단열재를 충분히 넣었다 보기 어렵다. 그런데 단열재를 보강하거나 추가 공사를 하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설계 구조 및 화재 위험 등 때문에 직접 연료를 때는 방식으로 난방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결국 한국의 에너지 문제를 개선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처들이 필요하다.


1) 풍력, 조력, 수력 발전소 등을 건설하지 말고,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하나 폐쇄해가는 동시에 가스 발전소나 매연 저감 설비가 되어있는 석유 발전소를 늘려나가야 한다.


2) 가정용 전기의 누진세를 없애 전기 요금을 종량제로 바꾸고, 기본요금을 최소한 전기 원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3) 아파트 위주의 주거 양상을 완화하고, 도시의 확대를 제어하는 동시에 도시의 녹지율을 높인다.


4) 자가 태양광 발전 비중을 높이도록 목표를 세우고,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등 방안을 마련한다.


5) 유류세를 낮춘다. 한국의 유류세는 너무 비싸다.


6) 더욱 많은 가스 자원과 기술을 확보한다.

 이와 같은 조처를 취하면서, 현재 여러 모로 꼬여버린 한국의 에너지 문제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젠 석유의 시대가 천천히 저물고 가스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분이다. 몇십년 전만 해도 유전의 천연가스를 그냥 태워버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이미 가스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존의 유전가스 외 새로 각광받고 있는 CBM, 셰일가스 등은 향후 수십 년간 인류의 주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또한 이미 가스를 수입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져가고 있고, LNG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할 수 있다.


 가스를 직접 태우는 방식의 난방 비율을 늘리는 것 또한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안전관리 문제가 있긴 하지만, 잘만 관리한다면 전기 난방에 비해 훨씬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산업용 전기 가격을 유지한다면 절대 불가할 테니,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