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착각 중 하나 - 민주주의는 정의인가?

정치 2013. 7. 13. 01:15 Posted by 해양장미

 시국이 다소나마 어지럽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정치가 정치를 위한 정치에 너무 목을 매고, 과하게 투쟁적이라 생각한다. 적잖은 시민들은 정치를 위한 정치에 동원되고 목소리를 낸다. 이런 현상을 유도하고 이용하는 세력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걸핏하면 현재가 ‘민주주의의 위기’라 이야기하면서 시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움직임은 노무현 탄핵시점 이전부터 강화되어왔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주장은 정말 사실일까?


 민주주의란 사실 별게 아니다. 현실에서의 민주주의란 결국 시민이 지도자를 자유롭게, 스스로의 의지로 복수의 후보군 중 판단해서 선거로 뽑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제도 하에서 정치인들은 시민의 마음을 얻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시민의 마음을 잡으려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확대 해석하여 온갖 곳에 적용하게 되면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주의는 자연스레 생긴 좋은 제도이지, 특정한 관념이나 철학이 앞선 것은 아니었다. 민주주의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현실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제도다.


 민주주의에 대한 정말 많은 오해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민주주의가 선이고, 독재는 악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깊이 뿌리내린 관념이다. 그런데 이것은 일종의 민주화를 위한 구호에 가까웠다. 한편으로 근래엔 북조선의 세습 정권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되는 구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제도이지만 단점도 있다. 그 중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선거라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고,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더욱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돈 선거를 안 합니다.’ 라는 흔한 어필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이미지 마케팅일 뿐, 실제로는 돈 없이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민주주의가 어떤 사회에 일정 이상의 수준을 가지고 뿌리내리려면 그 사회의 총체적인 부가 어느 정도 이상 쌓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유지되기란 대단히 어렵다. 현실 속에서 뿌리내린 민주주의는 각자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을 걸고 협의를 하여 공익과 최대한의 사익을 모두 챙기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런 민주주의의 본질을 망각하고, 관념으로 민주주의를 재단하는 무리들은 대체로 선거에서 처참한 패배를 맛보기 쉽다.


 이따금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말이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밥을 먹여줘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밥을 먹여주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무가치하다. 과거 민주화에 앞장섰던 이들이 아직 현실 민주주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케이스를 너무 많이 본다. 민주화 혁명은 끝났고, 민주주의는 이미 거목이 되었다. 현재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더 민주화된 국가는 없다. 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수로 보면, 한국은 이미 미합중국보다도 더 잘 민주화된 국가다.


 한편으로 나는 특정 정당에 있는 특정 정치세력이 자꾸만 민주주의를 언급함으로써, 불안감을 조성하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 아래에서 잘못을 하고 깽판을 치는 것과, 민주주의 자체에 위기를 가져오는 잘못은 구분을 해야 옳다. 매번 선거에서 지는 정당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