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한 참극

사회 2022. 10. 30. 20:11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rq0yrP6Qp84

 

 

 

 

 

1) ‘사람이 죽지 않으면 진정한 축제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특정 지역에서 쓰이는 말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브라질 같은 데서 축제하다 수백명씩 죽는 건 없는 일이 아닙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 소식 듣고 처음 떠올린 건 위의 이야기였습니다. 축제를 즐기다 보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여럿.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sex on the beach를 외치면서 춤추는 영상에 기묘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러는 게 그리 이상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날뛴다는 건 어느 정도 그런 겁니다. 나에게는 beach에서 거리가 먼 이태원에서, 날도 쌀쌀해진 시월 말에 그러는 게 더 기묘한 느낌이기도 한데요.

 

 

 

 

 

 

2) 이번 사건은 핫플레이스에 더 모이려는 일종의 군집현상에 의해 촉발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생존본능이 앞서는 사람이라면, 또는 인구과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일정 이상의 인구밀도는 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 사람들은 이미 인구과밀에 익숙한 상황이고, 관련하여 타고난 경각심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모이려는 경향은 더 높은 이벤트 밀도를 추구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일종의 인싸기질이기도 한데, 너무 높아진 사건 밀도는 그 자체로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벤트 데이에 핫플레이스에 가는 건 그 자체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시간과 장소에서의 즐거움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지요. 세상 일이 원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3) 150명 넘게 죽은 건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만, 죽은 사람은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러니까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다수의 죽음이 더 많은 다수의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언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이성과는 거리가 먼 나라라, 그렇게 잘 풀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에서 사람이 죽는 데 sex on the beach를 외치면서 춤추는 사람들은, 나에게는 별로 큰 문제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진짜로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인식과 체감을 그 시점에서 못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죽음을 핑계로 스스로와 주변을 고통에 밀어넣는 사람들은 쉽게 합리화됩니다. 진짜 문제는 그런 겁니다.

 

 

 

 

 

4) 나는 할로윈을 챙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할로윈을 챙기면서 노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이벤트 데이가 필요합니다.

 

 할로윈은 내일입니다. 수백 명이 죽긴 했지만, 축제는 실행되어야 합니다. 축제를 하다가 사람이 죽는 건 참담한 일이긴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축제는 멈출거고, 그것은 더 많은 불필요한 고통을 만들어낼 겁니다.

 

 

 

 

5)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때는 전철문을 수동으로 여는 방법을 몰라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때는, 해상사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너무들 없어서 기울어지는 배 안에 남아있다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요.

 

 이번 이태원 참사는 인파가 모인 압사사고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어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나친 인파 사이에 들어가지 않는 겁니다. 지나친 인구밀도는 그 자체로 위험합니다. 특히 근력이 약하고 키가 작은 여자들한테는 더더욱.

 

 만약 인파 사이에서 위험한 상황이 된다면, 흐름을 거스르면 안 됩니다. 그리고 가능한 건물이나 벽 쪽으로 움직여서, 유사시 건물이나 벽을 타고 올라가기라도 해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끼일 경우 흉곽이 부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사람은 허파가 부풀지 못하면 숨을 쉴 수 없게 됩니다. 일단 위험하다 싶으면 앞쪽으로 팔짱을 껴서 흉부에 공간을 확보해야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옆걸음으로 움직이고, 앞뒤로 눌리는 상황을 줄여야 합니다.

 

 

 

 

6) 이 사고는 책임자가 없습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예방도 불가합니다. 누가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죽은 사람들이 운이 없었고, 위험성이 있는 장소에 갔을 뿐이지요. 어차피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인데, 운이 없으면 좀 더 일찍 죽게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불운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 뿐입니다. 이런 사고에 대해 뭔가 해보려고 하면 이 사회는 더더욱 디스토피아가 됩니다. 이 나라는 통제를 통해 문제를 줄이려는 시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불운은 극복의 대상이며, 대다수는 행복한 일상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으며, 가능한 멋지고 즐거운 나날들이어야 합니다.

 

 

 

 

7) 이번 사건에서 관측된 가장 디스토피아적인 현상은, 호흡정지가 온 여성들에 대해 남성들이 CPR을 하는 걸 매우 꺼렸다는 겁니다.

 

 디스토피아에서는 당연한 현실이지요.

 

 

 

 

8) 이번 사건에서 나는 인현동 화재 사건을 조금 떠올리고 있습니다. 1999년의 그 사건은 인천 원도심의 번영에 종지부를 찍었었습니다. 이태원에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