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새정치민주연합 내부갈등에 대하여

정치 2015. 12. 6. 14:17 Posted by 해양장미

 나는 안철수의 편이 아니고, 안철수가 예뻐 보이지도 않으며 그를 동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문제의 근원은 문재인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많은 새민련 지지자들이 문제의 주 원인이 문재인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편을 들고 있습니다. 이는 새민련이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와 맞닿아있습니다.

 

 일단 문재인과 안철수는 입장이 다릅니다. 비록 둘 다 정치에 대해 자질도 없고 경험도 부족하며 무능하고 결함투성이긴 합니다만, 둘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문재인은 정치적 금수저거든요. 반면 안철수는 개인적이고 사교성 낮은 외골수 타입에 새민련 기준 굴러온 돌입니다. 옹립된 군장과 혼자 쳐들어온 외골수를 비교하면 그 세력의 차이가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자기편이 많은 문재인의 배타성과 정치적 무능, 그리고 오만하며 거짓말을 잘 하는 그의 기질은 야권에게는 큰 슬픔이요, 여권에는 샘솟는 축복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가 야권 전체를 말아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줄곧 생각해 왔는데, 그 결과가 나올 때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길게 하기 싫으니 요지만 이야기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야권분열을 안철수 탓으로 보고 있던데 그건 참으로 이상한 시각입니다. 현 야권분열의 뿌리를 따라 내려가면 노무현 당선 이후의 민주당 분당, 열린우리당 창당부터 열린우리당의 붕괴, 2007년 대선 당시의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 및 친노세력 다수의 이탈, 그리고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2012년 지난 총선 이전 혁통 세력의 당권 탈취와 한명숙을 앞세운 총선 패망, 그리고 문재인을 앞세워 안철수와 단일화만 외치다 대선까지 패배하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친노 문재인 세력이 한 행동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선 패배 이후에도 문재인 세력은 당대표였던 김한길에게 협조적이지 않았고, 안철수가 들어와 새민련이 된 후에는 연판장 등 온갖 수단방법을 통해 흔들다가 작년 여름 보궐선거에서 지니까 그 책임을 물어 김한길, 안철수를 사퇴시키고 이후 비대위를 맡은 박영선도 압박을 가해 내 쫓는 등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당 분위기를 박살을 내 버립니다.

 

 이후 올초 전당대회에서 JTBC 토론회를 문재인과 손석희의 콜라보로 홍보하는 등의 비겁한 모습과 룰변경 의혹을 거치며, 권리당원들의 지지에서 밀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승리로 문재인이 당대표가 됩니다. 그러고 보궐선거를 2번 연속으로 4:0, 22:2로 참패하면서 (특히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관악 및 광주 패배는 문재인 파벌에 크고 현저한 책임이 있습니다.) 김현, 한명숙, 윤후덕 등의 측근비리가 연달아 터지면서도 뻔뻔하게 별 조치도 안 할 뿐더러, 오히려 한명숙 모금하자고 하고 혁신위 누군가가 바른 말 하니 입 다물게 하는 독재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현 상황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보고 가만 있어라.’ ‘문재인을 도와라.’ 라고 하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적어도 지금껏 문재인 세력이 저질러온 거짓말과 패악질을 보고 기억해 온 사람들 중 달레반 깨시스트를 제외하면 납득하기 어려울 겁니다. 안철수가 현 시점에서 전당대회를 제의하는 것 역시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이렇게 지지를 못 받고 연패를 거듭해오고 측근비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대표가 있을 때는, 어느 당이건 총선을 앞두면 당을 갈아엎어온 게 정치였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파시스틱한 야당은 오직 문재인만 따라야 하는 당 아닌 당이 되었지요. 쉬운 말로 이건 정당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런 사건 하나하나를 보고 기억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데 있습니다.

 

 보통 정치에 어지간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사건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정치에 큰 관심까지는 없는 정도라면 정말 피상적으로 인상만을 기억하는 정도가 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적 사실을 사실로 기억하기보다는, 그것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더 쉽게 기억하고 인상을 형성합니다.

 

 그런데 근래 야권 지지자들이 접하는 정보의 창구는 굉장히 편향적이고, 기울어져 있고, 그 장소도 제한되어 있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깨시스트들이 장악하고 있고, 대부분의 야권쪽 팟캐스트는 문재인 편을 듭니다.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서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힘듭니다. 편파적인 정치적 의견을 가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한 번 한 쪽 편을 들게 되면, 사람이 다른 쪽 이야기는 곧이곧대로 듣기가 힘듭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깨시즘에 물들게 됩니다. 특히 온라인에서 떠드는 어린 깨시민들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정치를 본 적이 없어서 정치라는 게 어떤 건지 전혀 모릅니다. 그러면서 시끄럽지요.

 

 그렇지만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철수를 응원하지도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나의 바람은 야당의 완벽한 붕괴와 멸망이지, 어설프게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닙니다. 문재인은 말할 가치도 없지만 안철수 역시 현재의 야당을 쓸 만한 당으로 고칠 만한 자질과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새민련을 이제는 정말 폐기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재인으로 계속 가야하고요.

 

 안철수가 김한길과 합쳐 새민련을 만든 순간 이런 미래는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안철수는 정치를 너무 몰랐고, 원천적으로 깨시즘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