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발목잡기가 도가 지나치다는 이야기는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해왔다. 사실 저러는 이유는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이 지금껏 저런 방식이었고, 실제로 Anti MB가 유효했던 탓이 있다고 본다.
물론 민주당만 저러는 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나라당이 현재의 민주당과 유사성이 있는 모습을 보였었다. 다만 그 세부적인 면에선 큰 차이가 있다 보니, 당시의 한나라당이 했던 공격은 성공했고 현재의 민주당은 실패하고 있기는 하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과물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와,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의 열렬한 지지자가 계속 있는 데는 발상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저런 민주당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계속 지지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그들은 이 사회가 ‘정당함’이 부족하기 때문에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정치적인 부정들은 그런 정당하지 못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고, 정치권에서 공정한 모습들을 보이면서 규범을 잡으면 아래쪽까지도 정당해지면서 사회의 각종 모순이 해결될 거라 느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직관은 우리 인간이라는 종족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사고방식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고방식은 더 이상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하긴 하는데, 그 이유로는 우리 사회가 너무 커지고 복잡해졌다는 점을 짚어야 하겠다.
또 한편으로 민주당이 정당함의 화신이고, 새누리당은 부정의 화신인 것은 아니다. 이는 포장의 문제고, 또 관점에 따라 많이 달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 민주당쪽 이야기는 넘어가서,
새누리당이 계속 승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누리당의 언행이나 이미지는 현실 속의 지도자와 더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 현실 속에서 사장님이건 부장님이건, 선생님이건 아버지건 완벽하게 정당하지는 않다. 우리는 그런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고, 완벽한 바름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가 괜찮은 지도자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훨씬 복잡하면서도 현실적이다.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기존의 지도자 상(이미지) 자체에 더 많은 의문을 가지곤 하지만, 실천의 문제로 가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직접 만나는 지도자들의 정치적 지지 성향이 중요하지는 않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도자들이 딱히 평균적으로 더 뛰어나거나 더 나은 것은 아니다.
노무현 때를 돌아보자. 그 때 왜 노무현이 지지를 잃었고, 박근혜와 이명박이 떠올랐는지를 생각해보자. 깨시민들은 그런 문제를 국개론이나 미디어 권력 같은 걸로 포장하지만 그런 건 그야말로 반민주주의적인 태도고 현실 민주주의로 보면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노무현은 4대입법에 너무 큰 힘을 쏟았다. 그렇지만 그것 중 제대로 성공한 것은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대연정이니 대통령 못해먹겠느니 같은 발언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 모습은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아니었다. 지도자는 굳건한 신뢰감을 줘야 한다. 지도자가 흔들린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이는 어느 정도 인간의 본능적 측면이라 본다.
말(워딩)은 더 중요한 문제다. 당시 박근혜는 노무현을 ‘민생에 관심 없는 대통령’으로, 자신과 한나라당을 ‘민생을 위한’ 인물 및 정당으로 규정하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박근혜가 맨날 한 말 또 하고 또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그게 핵심이다. 정치인으로 박근혜는 정말 말을 잘한다. 정치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한테까지 말이 전달되려면 일관적이고 꾸준해야한다. 또한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어야 한다. ‘민생’이 그런 것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거의 10년이나 지났지만, 양쪽 진영이 서 있는 발판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역시나 ‘정치’, ‘민주주의’고,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민생’의 발판 위에 서 있다. 이런 구도에서는 항상 새누리당이 이길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여러 번 이야기한 것이지만, 민주당과 깨시민은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객관적인 인지를 하고 있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그들의 유토피아를 민주주의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러나 현실 민주주의는 통치제도일 뿐이다. 좋은 통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거를 하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한 제도가 민주주의다. 그런데 민주당의 머릿속에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이 있을 뿐, 좋은 통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민중이 원하는 것은 좋은 통치다. 그것은 어느 시대에나 마찬가지였고, 당연한 것이다. 특히 입법은 당사자들에게는 대단히 민감한 것이다. 살다 보면 싫건 좋건 각 법안들과 엮이게 되어 있다.
16년 전에 김대중을, 11년 전에 노무현을 찍었던 사람들 중 작년에 박근혜 찍은 사람들 정말 많다. 왜 그럴까? 깨시민은 이걸 무시하고 이유를 모르고 인정하지 않지만, 정말 간단한 이유다. 이 사람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노무현 때 이루어지지 않았고, 친노세력이건 깨시민이건 각종 요구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들고 나오는 법안에 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도저히 설득력이 없고, 입법이 될 경우 각종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 법안들이 많다.
이런 이야기는 새누리당의 입법안들이 나의 견해와 일치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의견이 다르지만, 설득력을 갖춘다면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을 뿐이다. 민주당에는 철학도 없고 싱크탱크도 없다. 실제로 그들이 하는 주장을 보면, 어제는 무슨 월가 금융마피아들이나 할 법할 소리를 하다가 오늘은 갑자기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어 있고 그렇다. 이게.. 뭘 잘 모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아예 사태파악을 못하고 구체적 실현방안이 없다 보니 이렇게 되는 것이라는 게 진짜 문제다. A라는 목표를 현실에 구현하려면 B라는 방식이 맞는 것인데, 민주당은 거기서 C라는 방식을 들고 나오고 C를 막상 하면 A와는 정반대로 가게 된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물론 누구나 잘못된 주장을 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렇다. 토론과 회의라는 과정은 이 점을 보완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모두들 알다시피 한국인의 토론 능력은 평균적으로 낙제 수준이고, 민주당 친구들은 토론은 커녕 회의장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걸핏하면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선으로 규정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니 토론이 될 리가 없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치인과 미디어는 시민들의 침묵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강력한 통치다. 박근혜가 지지율이 높은 건, 시민들이 박근혜가 뒤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민주당이 저렇게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정부실패를 이끌어내서 박근혜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심산이 있을 것이다. 야당이 어떻게 하건, 정부는 통치가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어느 때나 야당이 가장 강력하게 쓸 수 있는 카드다. 물론 현재의 민주당처럼 이 카드를 계속 내밀 경우, 그 대가를 져야 하는 것은 국민이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여기서 발생한다. 통치의 실패가 누구의 책임인지 국민들이 잘 알수록, 이런 식의 정부실패가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가 근래 민주당 비판에 열심인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지난 정부 내내 계속되어온 Anti MB담론은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만들지 못했다. MB가 잘한 것조차 회자되지 못했고, 정치는 몇 가지 이슈들로 끝나버렸다. 시민들은 4대강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아도,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각종 법안들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것들이 통과되거나 계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내내 안티짓만 하던 민주당이 결국 작년에 공약이라고 들고 나온 것들은 공약도 아니었다. 끔찍한 수준이었다.
아직도 민주당에서는 운동권 출신이 대접받는다. 그러나 정치에 조금이라도 진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운동권 출신은 새누리당에도 많다. 딱히 특별대접을 받지 않을 뿐이다.
운동권들이 세운 공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이 운동할 사이 공부한 사람들이 아는 게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의 운동권이 그 후 모자란 지식을 채우는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의문이다. 솔직히 내 보기엔 별 생각 없어 보인다. 스스로 사고할 능력이 부족하고, 그들 뒤에 있는 사람들 말 중 그럴싸한 걸 옮기다보니 어제는 신자유주의적인 이야기를 하고 오늘은 사회주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주책임은 민주당에게 있다. 이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민주당이 승리할 수도 없고, 만약 향후 이기더라도 정상적인 국정을 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지게 된다. 국민을 볼모로 권력에 대한 욕심을 채우려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무조건 민주당 하는 것이라면 좋다고 하는 광신도들은 그런 사이비 말고, 좀 더 바람직한 종교로 개종하기를 권장한다. 구미에서 박정희는 반신이라고 추앙한다고 뉴스가 나오는데, 사실 깨시민도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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