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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2.27 극야(極夜)의 시대 36
  2. 2022.11.14 관측과 판단 33

극야(極夜)의 시대

정치 2023. 2. 27. 01:40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www.youtube.com/watch?v=ERolQfkVWnU&t=35s

 

 

 

 

 

 

1)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의 시대는 기나긴 달밤과 같았습니다. 그 루나틱한 시기가 끝났을 때 나는 새 시대를 환영하였고, 나름대로의 기대를 품었습니다. 그러나 지우지 못했던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고, 해돈성왕(海豚腥王) 전하의 무단(武斷)한 독재 아래 기대했던 일출은 박명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바야흐로 극야(極夜)의 시대입니다.

 

 어둠의 지속은 별을 떨어뜨림으로 선언되었었습니다. 해돈성왕(海豚腥王) 전하는 처음부터 반사체에 불과했기 때문에, 자체발광하지 못하십니다. 그리하여 천하는 깜깜해졌고, 대한민국의 본격적인 추락이 시작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떨어졌던 별이 다시 솟구쳐 올랐습니다. 깜깜함 속에 빛이 보이니 그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그것만이 유일한 광원(光源) 입니다.

 

 

 

 

 

 

2) 돈을 번다는 건 남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고,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정치 유튜브를 보면 정치를 알 수 없고, 본 블로그와 정치 유튜브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정치 유튜버들은 시청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방문하시는 분들이 가장 보고싶어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 시대의 문제 중 하나는 정치인들의 마인드가 정치 유튜버들과 비슷해졌다는 데 있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직업으로,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 다수가 돈을 벌기 위해 내키지 않아도 출근을 하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그렇게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현실정치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고결한 마음가짐만 가지고는 현실정치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저 돈과 권력만을 위한다면 그것은 정치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은 권력놀음이고 속칭 정치질에 불과합니다. 물론 우리는 이 시대에 고결하고 도덕적인 정치를 거의 목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우리는 그 예외를 스스로 빛나는 별이라 불러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돈을 추구하여 정치질로 돈을 번다면 그것은 정당한 이익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남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그저 추종자들의 광신적 욕구를, 스폰서들의 이익을 충족시켜주는 존재여서는 안됩니다. 유감스럽게도 너무 많은 정치인들이 국가와 사회에 기생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정치질을 일삼는 부류에 고분고분해서는 안 됩니다.

 

 

 

3) 우리나라를 둘러싼 현실은 급격하게 변해가는데, 우리나라의 권력자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을 추종하는 광신도들 또한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청년들의 극우화가 심화되는 것도 관측됩니다. 청년남성들 뿐만 아니라 청년여성들의 극우화도 점점 노골적으로 관측되는데, 우리나라의 K-페미니즘이 유독 극우적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적 기능이 약화되었습니다. 그보다는 특권을 나눠먹고 권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기성종교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그 속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지난 정권은 지나치게 좌파 포퓰리즘을 앞세워서 문제였는데, 이번 정권은 민생에 너무 무관심해 보이는 게 문제입니다. 모든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면서 포퓰리스틱하게 굴고, 정부의 부피를 키워나가는 것도 큰 문제지만 현 정권은 모든 문제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고,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사고는 치고 다니는데다 권력투쟁에는 적극적이니 현재의 지지율도 지나치게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라가 이런 식으로 굴러가서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대지에 응력이 누적되다가 파열되면서 그 에너지가 흔들림이 되는 것이 지진이듯, 그런 식으로 지금은 우리 사회에 응력이 누적되고 있는 중으로 판단합니다. 누적된 응력의 총량이 클수록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나듯, 현재 우리 사회도 꽤나 큰 규모의 에너지가 누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최근에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여러 모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차이메리카 시대가 끝나고 미국이 제조업을 다시 살리려 하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오일과 가스를 생산하는 상황이지요. 기존의 질서가 유지될 수 없는 시대입니다.

 

 현 시대가 가진 문제의 기원을 이야기해보자면 일단 세계대전과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이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진실을 이야기하자면, 세계대전이 치러지는 과정 속에서 유럽 열강은 그들이 수백년간 축적한 부를 상실하였습니다. 유럽 각국이 모아뒀던 황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갔거든요.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미국이 유럽에 군수물자를 공급하면서 유럽의 금이 미국으로 가버린 겁니다. 당시 미국은 전 세계 황금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진정한 화폐였던 황금을 미국이 과점하게 됨으로 인해 자유시장경제가 붕괴해버린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1944년에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시키고, 그 외에 다른 나라의 통화는 달러에 고정시키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출범합니다. 미국달러의 기축통화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미국은 황금을 대신 달러를 세계에 풀게 됩니다.

 

 그러나 이 체제는 시작부터 붕괴 위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달러의 발권이 부족하면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위축됩니다. 그런데 반대로 달러를 너무 발권하면 미국의 금보유량보다 달러가 많아져서, 금본위제가 붕괴하게 됩니다. 예일대 경제학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은 이러한 브레튼우즈체제의 패러독스를 이야기했고, 이후 미국달러기축통화체제의 이러한 문제를 트리핀 딜레마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가 되자 유럽과 일본이 보유한 달러자산 총액이 미국이 보유한 금의 총액을 상회하게 됩니다. 유럽과 일본이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지요. 그에 1961년 미국은 금값을 찍어누르기 위해 금값안정기금을 만들었고, 그 부담 중 50%만 자국이 부담하였습니다. 나머지는 영국,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10%씩 부담하게 하고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가 3%씩 부담하게 했지요.

 

샤를 앙드레 조제프 마리 드골

 이에 결국 드골의 프랑스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프랑스는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주장하며 프랑스가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기를 요구했지요. 그에 미국은 결국 1969, 금본위제로의 복귀 대신 IMF의 특별인출권(SDR) 도입이라는 프랑스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이 제도는 IMF에 출자금을 낸 가맹국이 국제수지가 악화되었을 때 무담보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남작

 특별인출권이라는 아이디어는 케인스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케인스는 브레튼우즈 체제에 반대했고, 금본위제를 폐기하고 금과 동등한 위치를 지니는 새 화폐를 만들자고 제안했었지요. 당시에는 케인스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자 케인스가 옳았었다는 게 증명되었고 결국 드골의 프랑스에 의해 특별인출권이 도입된 것입니다. 현재 특별인출권은 미국달러, 유로, 파운드, , 위안이 섞여 있는 유가증권입니다.

 

린든 베인스 존슨

 문제를 악화시킨 주범은 1963년부터 재임한 린든 존슨이었습니다. 그가 베트남전쟁에 개입하면서 미국 재정은 답이 없어졌고, 브레튼우즈 체제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달러를 찍어냅니다. 그에 결국 브레튼우즈 체제는 심각하게 신뢰를 잃게 되었고, 1971년에는 서독이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탈퇴해 버립니다. 스위스와 드골의 프랑스, 스페인은 가지고 있던 달러를 미국에서 금으로 태환해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89일에는 영국이 미국에 30억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합니다. 미국은 국가부도 직전에 몰리게 되지요.

 

리처드 밀하우스 닉슨

 그리고 며칠이 지난 15,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언급해온 그 닉슨 쇼크가 터집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금태환을 중단해버린 겁니다. 실질적으로 이 때 금본위제는 붕괴합니다. 공식적인 금본위제 폐지는 1974년입니다만, 닉슨쇼크 때 실질적으로 폐지된 겁니다.

 

 

 

 

 

 

5) 상기한 만행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체제는 유지됩니다. 일단 달러를 기축통화로 써왔다보니 바꾸기 어려운 면도 있었고, 미국달러보다 기축통화로 더 나은 통화가 없는 게 근본적인 문제였습니다. 미국이 신용을 크게 잃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는 신용이 나은 상황이라 달러를 계속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후 이 업보로 인해 유로의 반격을 세게 받게 되었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로는 세계인들을 실망시켰고, 지금도 달러가 다른 통화보다는 그나마 낫기 때문에 달러기축이 유지되고 있긴 하지요.

 

 닉슨쇼크는 달러 환율을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결국 오일쇼크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이후 어쨌든 그 수습에 나서야 했고요. 단적으로 이야기해 닉슨쇼크와 오일쇼크가 현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열강의 시대가 진정으로 붕괴한 시점은 오일쇼크 시기이며, 케인지언 시대의 종식도, 속칭 신자유주의의 대두도 오일쇼크로 인해 생겨났습니다. 속칭 금융자본주의는 유가를 통제하기 위해 발전하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고, 이후 공업국과 산유국의 갈등이 지속되며 때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970년대의 일본

 미국은 산유국이지만 그 이상으로 오일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포지션은 공업국에 해당해 왔습니다. 오일쇼크 이후 미국과 영국이 군사, 외교, 금융으로 산유국을 어느 정도 통제하면서 세계를 주도하게 됩니다. 다만 오일쇼크 이후 미국과 유럽의 공업은 쇠퇴일로를 걷게 되고, 이 시기에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만든 일본이 크게 성장하여 미국에 공포감을 안겨줍니다. 이후 일본의 성장은 잘들 아시는 플라자합의로 꺾이게 되지요. 그리고 이렇게 일본까지 꺾이는 빈틈을 노려 성장하게 된 게 우리나라, 그리고 중국입니다.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달러를 발행하고, 그 발행한 달러로 일본, 한국, 중국, 대만이 생산한 물건을 구매하는 체제를 구축합니다. 이 체제를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 체제라 부릅니다.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 자유화와 민주화가 이루어져 서방 세계로 편입될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미국의 기대와 달리 중국은 자유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라크전쟁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해 양적완화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또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으니, 미국 제조업의 심각한 붕괴였습니다.

 

 

 

 

 

 

 

6) 글로벌금융위기는 중국을 패권도전에 나서게 만들었습니다.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은 중국이 감히 근시일 내에 도전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해볼 만한 상대로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해 치러진 베이징올림픽과 남오세티야 전쟁은 냉전 이후의 짧은 전간기의 종식이었고, 신냉전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진핑이 집권하고 푸틴이 크름반도를 강점하던 무렵만 해도 신냉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체감되지는 않았었지요.

 

 본격적인 신냉전의 시작은 아마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으로 정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두 사건은 일종의 투표 사고에 가까웠다는 느낌인데, 아주 복잡다난한 문제를 낳았습니다. 일단 두 사건 모두 민주정을 의심하게 만들었지요. 특히 권위주의 국가에서 말입니다. 브렉시트는 유로의 실패 선언이나 마찬가지였고요,

 

 도널드 트럼프가 일으킨 문제들은 너무나도 답이 없는데, 그가 저지른 잘못에 비해 우리나라 청년남성들과 우익 사이에서의 그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도 긍정적이라 우려가 큽니다. 일단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의 트리거는 도널드 트럼프였습니다. 미국과 세계 경제에 큰 대미지를 준 미국 대통령을 넷 꼽자면 위에 이야기한 린든 존슨과 리처드 닉슨, 아들 부시,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미국과 세계를 망친 4인방. 왼쪽부터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조지 부시, 도널드 트럼프

 린든 존슨은 베트남전과 무분별한 돈풀기로 미국의 재정을 망가뜨리고 무분별하게 달러를 발행함으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망가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리처드 닉슨은 닉슨 쇼크의 주범이었고, 오일쇼크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아들 부시는 다들 아시다시피 이라크전을 일으켜 미국의 재정을 망가뜨렸고, 서브프라임모기지와 리먼사태의 책임이 있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적 과오도 위의 인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닉슨 이상의 정치적인 과오가 추가되긴 합니다만. 일단 트럼프는 포퓰리스트로 금융시장에 의도적인 과열을 만들었고, 양적완화의 상환을 적극적으로 막았습니다. 그리고 자유무역의 원칙을 어기고 관세를 통한 무역전쟁을 일으켰지요. 트럼프의 관세질은 동맹국에도 무분별하게 날아들었고, 서방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가지게 만들었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동맹국에 군사적인 압박도 서슴잖았고, 그와 대조적으로 러시아에는 가장 좋은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그의 임기말 터진 COVID-19는 재정적으로 여력을 확보하지 못했던 미국에게 천문학적인 부채를 선사하였습니다. 달러가 너무나도 흔해졌고, 이미 무역전쟁으로 삐그덕대던 글로벌 공급망이 완전히 망가지면서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납니다. 그에 작년부터는 연준이 오일쇼크 시대를 연상시키는 금리인상에 들어갔지요.

 

 금융시장의 투기꾼들은 버블을 일으켰던 트럼프를 찬양하고, 버블을 수습중인 날리면에 저주를 퍼붓습니다. 그야말로 일자무식한 행위입니다.

 

 

 

 

 

 

 

7) 최근 들어 미국은 자국의 제조업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타국과 전쟁을 벌여 고립되는 유사시를 대비해 미국은 충분한 공업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세계대전 당시의 압도적인 공업력이 더 이상 미국에 남아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지요. 쉽게 이야기해 이제 미국은 소재부터 완성된 무기까지자체적으로 만들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트럼프를 당선시켜버린 러스트벨트 문제도 더 이상 좌시가 불가능해졌습니다. 미국은 어지간해서는 시장주의적으로 행동하는 나라지만, 미국 민주당은 이제 러스트벨트에 뭔가 해 줘야 트럼피즘의 침식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제조업을 다시 살리고자 하고 있고, 이 문제에서만큼은 트럼프의 공화당과 날리면의 민주당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제조업을 육성하는 건 브레튼우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보니 미국 스스로도 당황스러워할 법한 상황이 발생 중입니다. 현재 미국은 인력이 계속 부족하고, 인플레이션이 잘 꺾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코로나로 인력이 줄어들었는데 일자리는 계속 생기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고, 임금이 오르니까 금리가 오르더라도 구매력이 있고, 구매력이 있으니까 인플레이션이 잘 안 잡힙니다. 그리고 연방정부와 연준은 이 상황을 이용해서 고용을 강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연착륙을 시키려 하고 있지요.

 

 문제는 그렇게 미국이 미국부터 챙기는 게 미국의 동맹국들, 특히 우리나라같은 제조업 국가한테는 큰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이 생산을 하면 미국이 소비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저렴하게 물건을 쓸 수 있었고, 한국과 일본과 중국은 돈을 벌었지요. 그런데 이제 미국이 생산을 직접 하니까 미국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고, 우리나라는 돈을 못 벌게 된 겁니다.

 

 본질적으로 차이메리카는 지속 가능한 체제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열심히 일해서 생산하는데, 한쪽은 돈을 찍어서 소비만 하는 체제가 지속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브레튼우즈부터 차이메리카까지 지속되어온 경제사적 시각만으로 보면, 미국의 추락과 중국의 부상이 필연적인 것입니다. 미국은 지은 죄가 크고 무겁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하며 전 세계 사람들이 중국 없이는 못 살게 만들어버렸으니까요.

 

 다만 문제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와 리더십에 있습니다. 미국은 강한 소프트 파워를 가진 국가고, 선행도 많이 했고, 친구도 많습니다. 그러나 중국에게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8)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은 석유 문명입니다. 19세기는 석탄과 증기기관 위주의 벨 에포크 시대였고, 이후 20세기는 석유를 앞세워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시대였지요. 메리카 제국의 시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의 권력과 갈등 중 아주 많은 부분이 오일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이 오일문명이 근래 들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곡점의 일차적인 계기는 911 테러였습니다. 911 테러를 저지른 테러범들 가운데는 사우디인이 많았는데, 의문스럽게도 이 사우디인들은 금수저들이었습니다. 이후 미국의 조사 결과 사우디 정부이 911 테러에 관여했을수도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었습니다. 해당 조사 문서는 오랫동안 기밀로 유지되어오다 2021년에야 공개되었는데, 사우디 정부가 개입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빈살만이 권력을 쥔 이후로 미국과 사우디는 더 이상 우호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푸틴의 크름강점과 오바마의 셰일혁명은 본격적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도 이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빠집니다. 크름강점 이전 유가는 고공행진 중이었습니다. 러시아는 고유가 시대에 막대한 돈을 벌면서 잘 나가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푸틴이 크름반도를 강점하면서 오바마의 미국은 셰일혁명의 엑셀을 밟습니다.

 

 그에 대한 사우디와 중동 산유국들의 대응은 치킨게임이었습니다. 미국 셰일 채굴업자들의 손익분기점은 당시 배럴당 $75 수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우디는 겨우 $25였지요. 치킨게임에 앞장선 사우디는 2015년에 원유가격을 배럴당 $30 수준으로 떨어뜨립니다. 저유가 시대의 개막이었지요. 그에 미국의 셰일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었습니다. 201411월 대비 201511월에 미국에서 가동중인 셰일 채굴기는 20% 수준에 불과했었습니다. 이후 셰일업계의 생존자들은 기술을 개발해 손익분기점을 $45 수준으로 끌어내립니다만, 코로나 인플레이션 이전에는 적자를 면할 수 없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한 배경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과 미국의 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크름강점 이후 산유국들이 뭉쳐 한통속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치킨게임을 틈타 패권도전을 천명한 게 중국이었지요. 미국과 사우디, 러시아가 혈투를 벌인 저유가는 세계의 공장 중국에 축복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시진핑이 패권도전을 선언하기 이전까지, 중국이 그렇게 흑화될 것으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었습니다. 후진타오 시대의 중국은 지금의 중국과는 전혀 다른 나라였지요.

 

 한편으로 유럽은 오일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새 판을 짜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 배경에는 지구온난화라는 명분도 있었지요. 극우파들은 지구온난화 자체를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거부하려 합니다만, 극우파들 뒤에 푸틴이 있다는 걸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합니다. 나는 유럽 주류 또한 지구온난화를 핑계로 개발도상국의 도전을 막으면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같은 사건을 터뜨리고, 그로 인해 중국을 성장시켜줬다고 생각합니다만 지구온난화 자체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일쇼크 이후로, 어쩌면 세계대전 이후로 계속되어온 산유국들의 도전장일 수 있습니다. 만만한 줄 알고 우크라이나를 때렸는데 망신만 당하는 중이지요.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은 망가졌고, 세계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은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발돋움 중입니다. 그리고 유가는 미국의 셰일업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요. 단언컨대 적당한 고유가는 미국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과 트럼프 편을 들고 날리면 대통령을 모함하던, ‘왜 셰일 증산 안 하느냐고 소리치던 바보들은 상황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9) 문제는 미국의 자국중심주의입니다. 미국은 닉슨쇼크때도 그러하였듯, 진짜 위기를 맞이하면 우방이고 동맹이고 약속이고 다 무시해버리고 철저한 자국중심주의로 일관해버리곤 합니다. 그러니까 사실 미국의 핵우산 약속도, 미국의 대중국 제재 동참 요구도, 미국에 공장을 지어달라는 요구도 일정 이상 신뢰하고 협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및 포드의 IRA 회피 같은 걸 보면 미국의 위신이 추락한 지 오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러면 결국 중국에게 계속 추가적인 득점 기회가 생깁니다. 우리는 독자적인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하고요.

 

 초강대국 미국은 닉슨쇼크와 플라자합의와 차이메리카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위들은 미국의 미래를 갉아먹었고, 이제는 미국도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양자(養子)격으로, 그리고 중국의 중간재 공급국가로 차이메리카 시대에 고도성장을 했던 우리는 이제 전에 없던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위수문동(僞囚紊哃) 정권은 위기대비는 커녕 없던 문제도 창조하면서 화살비 속에 맨몸으로 출진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현 해돈성왕(海豚腥王) 윤석열(蝡螫趔) 전하께서는 이런 문제를 염두에 두긴 하시는 것인지 심각하게 의문입니다.

관측과 판단

경제 2022. 11. 14. 16:28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CoZ0v04JHw

 

 

 

 

 

 

1) 환율은 달러인덱스도 약간 떨어지고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가치는 더 올랐는데, 달러인덱스의 하락은 결국 미국 물가가 잡히는 모습이 보여서겠고, 원화가치가 더 오른 건 위안보다 원이 더 오르는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본래 원과 위안은 동조가 강했는데, 일단 현 시점에서는 시진핑 3연임이 원과 위안의 탈동조화 현상을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이러면 딱히 좋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는게, 근래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역수지 적자 극복에는 원화가 약한 게 좋은데, 근래 원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라서 이러면 무역수지 적자가 더 심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만일 원과 위안의 탈동조화가 장기적인 현상이라면, 그건 우리나라의 산업에 큰 위기가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걸 여러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2) 차이메리카 시대가 끝나고 미국이 제조업을 다시 살리려 한다는 건, 장기적으로 달러가 오른다는 걸 의미합니다. 달러가 해외로 덜 풀린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그리고 근래 미국의 금리인상을 주요국이 추종하는 걸 포기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러면 단적인 경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를 쉽게 이야기하면 장기적으로 달러는 귀해지는데 유로나 엔은 흔해지고, 달러는 점점 더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달러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경우 아마 다른 통화가 제2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을텐데, 각자 어떤 통화를 지지하는지는 입장에 따라 다를 겁니다.

 

 이는 앞으로 미국이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너무나도 많은 달러를 풀어놨습니다. 날리면 대통령처럼 주류의 시각을 가진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은 어떻게든 과도하게 풀린 달러를 회수하고 싶어하지요. 그런데 그렇게 풀린 달러를 회수하면 회수할수록, 그리고 미국이 부채를 줄이려 하면 줄이려 할수록 달러는 귀해지게 되어있습니다. 미국달러는 미국채권의 액면가와 1:1로 대응합니다. 그러니까 시중의 미국달러는 Fed의 부채입니다. 미국이 부채를 줄이려 하면, 달러는 귀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3) 닉슨 쇼크 이후의 미국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은 트리핀 딜레마 때문에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가 없는 체제입니다. 트리핀 딜레마는 쉽게 이야기하면, 미국이 달러를 계속 풀다 보면 달러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달러가 기축통화가 될 만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미국이 신용등급이 떨어지던 2011년에 현실화되었었지요. 비트코인 신드롬 중 일부는 이와 같은 딜레마에서 비롯되었고, JP모건이 세계 최대의 현물은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법인/자연인 통틀어)인 것도 관련이 있을 겁니다. 현재 JP모건은 세계의 현물은 중 5~17%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달러, , 은 및 달러기반 자산, 금이나 은과 밀접한 자산의 보유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달러 시스템의 붕괴는 두 가지 경우에 모두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이 미국달러의 가치를 보증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 경우입니다. 앞으로 수십년 후 초강대국에서 내려오게 될 경우의 수가 아예 없지는 않단 말이지요. 현재 미국 정치는 불안합니다. 공화당은 완전히 망가졌고 수시로 선을 넘고 있으며, 민주당도 주류는 그나마 멀쩡하지만 좌파들은 답이 안나오고, 주류가 좌파들에 대해 확고하고 여유있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은 못 됩니다. 민주당 주류가 미국을 겨우 지탱하고 있는 게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 상황이고, 이 상황은 근본적인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불안은 미국이 트리핀 딜레마를 해결하기 어렵게 합니다. 미국은 앞으로도 독보적으로 강한 국가일 수 있는데, 아예 다른 국가와 티어가 달라지면서 내부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중심주의 정책을 계속 쓸 경우, 미국달러는 기축통화를 하기엔 지나치게 양화가 될 수 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리샴의 법칙을 극복하려면 미국달러는 적당히 악화여야 하는데, (실제 미국달러 자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로, 파운드, 엔에 비해 살짝 악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양화가 되는 순간 달러기축은 흔들리게 됩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달러가치는 아예 치솟게 됩니다. 귀하니까 달러는 모셔두고 함부로 못쓰게 됩니다. 실제로 이 포지션인 건 현 시점에서는 황금이지요.

 

 

 

 

 

 

4) 원래 인류는 금화를 사용했다... 고 생각들 하시겠지만 실제 금화는 과거에도 거의 쓰이지 않았습니다. 금이 실제로 화폐로 사용할 만큼 그리 흔할 리가 있습니까? 금화는 1트로이온스짜리 1개가 현재 우리나라 돈으로 275만원쯤 합니다. 그런데 현대는 금이 싼 시대입니다. 달러의 유동성 증가만큼 금값이 올랐다면 지금 금값은 훨씬 비싸져야 하는데, 이론적으로는 결국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고증무시를 일삼는 대다수의 판타지에서는 금화 취급을 동전처럼 합니다만, 원래 금화는 고액 수표 같은 거였고요. 보다 일반적으로 쓰는 건 은화와 동화였습니다. 물론 은화도 예전에는 현대보다 훨씬 값어치가 나갔는데, 그런 고증이 잘 되어있는 작품은 늑대와 향신료 정도 봤네요.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작품은 몇 더 봤지만 보통 환율이 비현실적입니다.

 

 실제 인류가 주로 통화로 사용해온 건 은입니다. 은은 금만큼 귀하지 않고, 적당히 귀했기 때문에 주요 통화로 사용하기 좋았지요. 금은 모셔두다 큰 거래때 사용하거나, 아예 담보로 수표 발행하는 용도에 가까웠고요.

 

 인류가 통화량의 증가로 인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처음 체감한 건 아메리카의 은이 에스파냐에 흘러들어간 시점입니다. 아메리카에 은이 많기도 했는데, 은이 많으니까 연구하다가 아예 수은을 쓰는 새로운 은 제련법을 개발해서 전에 없던 은을 유럽에 들여오게 되지요.

 

 그 때 에스파냐는 세계의 부를 다 얻은 것처럼 기뻐했습니다만... 사실 그 시대에 은은 본질적으로는 그저 색이 예쁜 금속에 불과했습니다. 현대에야 최고의 전기전도도를 가진 금속이기도 합니다만, 그 시절엔 용도가 더 없었어요. 열전도율도 아주 좋으니까 프라이팬 만들면 고성능이긴 합니다만, 은으로 프라이팬 만들어 쓰는 사람은 현대에도 거의 없고요. 그러니까 은이 많이 들어온 건 그 자체로 좋긴 했지만, 실제로는 통화량이 늘어난 거라 은화의 가치가 폭락하게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고대-중세와 근대 이후 은의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침 연은분리법을 통한 일본산 은도 이 무렵부터 풀리게 되고요.

 

 이후 청(나라)이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유럽의 은이 온통 청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이는 아편전쟁의 단초가 되기도 하는데요. 중요한 걸 하나 이야기하자면 닉슨쇼크 이전에는 돈이라는 게 함부로 찍어낼 수 없는것이었다는 겁니다. 물론 은화에서 은 비율을 낮춘다거나, 황동으로 가짜 금화를 만든다거나, 백금으로 가짜 은화를 만든다거나 (전근대 시절에는 백금이 은보다 쌌습니다. 백금이 귀하게 대접받는 판타지는 기본적으로 고증오류.), 액면가가 높은 동화를 마구 찍어낸다거나 하긴 했습니다만... 금화가 진정한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던 시절에는 결국 금 가격에 모든 통화가 연동되었기 때문에 MoneyCredit이 거의 같은 의미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복본위제가 금본위제로 넘어가고 오즈의 마법사와 최초의 포퓰리즘(현대의 포퓰리즘과는 이름만 같은)이 등장하는 큰 사건도 있었지만 생략하고요.

 

 닉슨쇼크는 모든 걸 바꿔놨는데, 사실 신용화폐라는 게 제국에 등장하는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예외 없이 망조였다는 건데요. 나는 미국은 국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는 앞으로도 미국이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달러는 점차 금화를 닮아갈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달러도 지게 되겠지요. 금은 영원하고.

 

 훗날 미국이 전성기에서 내려오게 된다면 나는 린든 B. 존슨과 리처드 닉슨, 그리고 아들 부시와 도널드 트럼프를 지금까지의 주범으로 꼽겠습니다.

 

 

 

 

 

5) 끝나는 건 차이메리카뿐만이 아닙니다. 페트로 달러 시스템도 끝나려고 하고 있지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가는 자살행위를 시도한 이후 날리면의 미국이 셰일을 캔다 안캔다 말이 많았습니다만, 그 배경은 복잡합니다. 미국의 오일 채굴량은 오일쇼크 이후 금융위기까지 계속 줄어들었었는데,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 이젠 세계 제일 산유국인 상황입니다. 미국이 오일 생산량을 줄일 때 미국은 국제 경찰이 되었고, 세계 전체에 개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미국이 석유를 많이 수입할 이유가 없지요.

 

 셰일오일은 채굴비용이 높기 때문에 유가가 너무 낮으면 채산성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셰일오일을 본격적으로 캐기 시작한 시점에서, 미국은 일정 이상 가격으로 유가를 유지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날리면 대통령과 미국 정치 주류는 국제 오일 가격을 일정 이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동을 견제해야 하고, 동맹국에 오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며, 미국의 원유 자원이 너무 빠르게 소모되는 걸 제어해야 하며, 온난화 문제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날리면 대통령과 미국 주류는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서 행동하고 있습니다.

 

 아마 근래의 유가는 날리면 대통령이 그럭저럭 좋아할 만한 유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6) 미국은 기술적 우위를 가진 나라입니다. 사실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제조업이 죽은 나라니까요. 미국이 패권국이려면 기술적 우위를 계속 지켜야 합니다. 아마 중국이 미국에 핵심기술로 싸움을 걸지 않았다면 미국은 중국이 뭘 하건 지금보다는 훨씬 많이 용인해줬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결코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우위에 있지만 근래의 중국은 과거의 전성기 일본이 연상될 정도로 기술에 진심이고, 1970~90년대의 일본과 달리 미국에 적대적입니다. 그리고 공교육이 망가지고 반지성주의가 주류 정치계를 흔드는 국가인 미국에 비해 중국은 교육이 살아있고, 청년 숫자가 더 많습니다. 미국이 진지하게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입니다.

 

 미국은 아시아계와 유대인 빼면 백인이고 흑인이고 평균적으로 공부를 못한다고 보면 됩니다. 소수의 유능한 학생들이 있을 뿐이고요. 그 아시아계에서 숫자 제일 많은 게 중국계입니다. 물론 미국에는 천재적인 유학생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미국인들의 저학력 반지성주의는 미국의 불안요소입니다.

 

 물론 중국은 독재국가라서 아주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3연임은 미국에게는 장기적으로 축복이나 다름없습니다. 만일 중국이 민주국가였다면 전성기 일본과 비슷한 느낌에, 인구는 훨씬 많은 그런 국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요새 연령대가 낮은 분들은 전성기 일본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버블시대 일본은 1인당 GDP가 미국보다 훨씬 더 높았습니다.

 

 

 

 

 

 

7) 미국이 느끼는 위협과 시진핑의 폭주는, 지금은 중국이 성장하면서 미국을 위협하는 걸로 보이지만 진짜 리스크는 중국의 붕괴 위험에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시진핑의 독재는 그 동안 공산당이 중국을 지배하던 시스템을 전복했습니다. 공산당원들은 그동안의 공산당 체제에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제는 회의감을 가져야 합니다. 1인독재 체제는 근본적으로 취약합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후진타오 시대의 혼란과 원로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겠지만, 지나친 질서정연함을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인구구조는 매우 심각합니다.

 

 중국은 아마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겁니다. 출산율은 도시보다 시골에서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경향은 어디서나 꽤 일관적으로 관측됩니다. 도시화가 많이 되어있을수록, 특정 지역의 인구밀도가 빽빽해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이게 유일한 변수가 아닐 뿐입니다.

 

 비교적 출산율 문제가 덜한 미국은 단독주택 비율이 높고, 교외에 사람이 많이 삽니다. 도시라고 해도 대체로 밀도가 낮고요. 평생 자신이 태어난 카운티 밖으로 나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좀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대조적으로 최악의 출산율인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도시화 국가입니다. 도시에서도 고층아파트에 사람이 모여 사는 경향이 강하지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현저하게 높은데,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단독주택 문화가 발달해 있고 지방에서 사는 사람 비율도 높습니다. 그리고 일본이나 미국이나 직장을 잘 잡으면 자본이 없어도 대출로 단독주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을 높이기에 유리합니다. 물론 일본도 도쿄의 출산율은 다른 지역보다 낮고, 도쿄가 늙어가서 걱정하고 있긴 한데요.

 

 중국은 대도시 쏠림 현상이 매우 강한 국가입니다. 그리고 소도시 및 시골 지역과의 빈부격차가 엄청나게 큽니다. 그런 환경에서 중국의 출산율은 쉽게 높아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미국과 달리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다는 것도 우리나라와 중국의 출산율 저하에 한 주요 원인일 겁니다. 미국의 망가진 공교육은 다른 건 몰라도 출산율에는 긍정적입니다.

 

 

 

 

 

 

8) 한편으로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고, 공산당이 타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유가 등 물가가 오르면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중국을 떠났습니다. 동유럽이나 멕시코 같은 데 공장이 많이 늘었지요. 동유럽은 서유럽에, 멕시코는 미국에 훨씬 가깝고 물류비가 덜 듭니다. 중국의 제조업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산업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진 게 아닙니다.

 

 문제는 중국이 쇠락하면, 적어도 현 상태로는 우리나라도 쇠락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경제적으로 정말 많이 얽혀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중진국함정을 쉽게 뚫고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중국의 고도성장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가 일종의 버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부풀려진 성장 위에 타고 있다고 본단 말이지요. 그 내부는 썩고 곪고 지지부진한 면이 많은데, 껍데기는 단단하고 잘 자랐습니다. 익스테리어는 거대하고 근사한데 속은 의외로 볼 거 없는 그런 건축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에 있어 바닥이 무너지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근래 보이는 원과 위안의 탈동조화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겁니다. 시진핑은 중국이 고도성장을 멈추게 되면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테니 더 힘으로 통치를 하려 들 확률이 높다고 보고, 우리나라는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근래의 우리나라를 보면 정신못차리는 사람이 높은 곳에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