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 소개 - 5. 동구
브금은 인천 동구 출신 싱어송라이터 김광진의 곡 배다리입니다. 마법의성으로 유명한 그 김광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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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양구 - 1) 계산, 작전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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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양구 - 2) 외곽 및 산악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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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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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동구 - 1) 구월, 간석, 만수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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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동구 - 2) 남촌도림동, 장수서창동, 논현동 및 고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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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구 - 1) 옛 서구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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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구 - 2) 청라국제도시와 루원시티, 검암/경서동 및 경인아라뱃길과 정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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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구 - 3) 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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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중구 본토와 동구를 부르는 말이지요. 가끔은 미추홀구 일대를 포함하기도 하고, 좀 더 광의의 의미로 쓰일 때는 옛 인천도호부 중 현재의 인천광역시 영역에 남아있는 전역(100년 전에도 육지였던 부분만)을 의미할 때도 있습니다만, 보통은 ‘원도심’ 과 유의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원도심은 좀 더 분명하게 중구 본토와 동구만을 부르는 말입니다.
현재의 인천광역시는 역사적으로 보면 옛 인천도호부 중심지 및 해안 일대에 부평도호부의 요지와 김포 검단, 그리고 강화군과 서해 5도를 포함한 옹진군이 합쳐진 행정구역입니다. 조선 당시 인천도호부는 현재의 시흥시 북부 전반에 해당하는 옛 소래읍 일대와 부천 남부, 광명시 일부까지 그 권역에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개항과정에서 중심지가 문학동ㆍ 관교동 일대에서 인천항 쪽으로 바뀌었는데, 일제가 1914년에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현재의 중구 본토와 동구를 제외한 인천과 부평을 합쳐서 한 글자씩 따 ‘부천’을 만들어버립니다. 현재 중구인 영종도와 용유도까지도 그 땐 부천이었고, 1914년부터 1936년까지는 중구 본토와 동구만 인천이었습니다.
이후 시대가 지나 1936년과 1940년, 두 차례에 걸쳐 인천부 권역이 다소 회복됩니다. 1936년에는 미추홀구와 연수구 일대 및 현 남동구 일부가, 1940년에는 부평 일대(옛 북구 권역)가 편입되지요. 그래서 이 과정에서 원인천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인천은 개항 이후에 급격하게 발달한 도시라서, 역사적 중심지였던 현 미추홀구 문학동ㆍ관교동이 아닌 인천항 쪽이 중심으로 인지되었었고 그래서 1914~1936년 인천부였던 지역을 원인천으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동구 및 동인천이라는 지명은 당시의 유산입니다.
이후에도 한참동안 원인천은 인천의 중심지였고, 1980년대 초 동인천 지역은 전국적으로 부유하고 번영한 곳으로 손꼽혔지만, 그 영화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이어집니다.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번영하던 원인천과 미추홀구 일대가 몰락하고, 도시 중심지가 관교동 인근 구월동으로 옮겨가게 되지요. 관점에 따라서는 원인천은 개항으로 인해 100년 정도 일시적인 부흥기가 있었던 것이고, 본래 인천도호부의 중심이었던 문학동ㆍ관교동과 인근 구월동이 다시 중심지가 된 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원인천 중 먼저 이야기할 곳은 동구입니다. 이름이 동구인 이유는 원인천 기준으로는 동쪽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1936년에 이미 인천 동쪽이 아니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름 바꾸자는 이야기가 매일같이 나오는 곳인데, 개명에 성공한 미추홀구(옛 이름 남구)와는 달리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꾸려는 이름은 화도진구인데, 개명에 실패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중구 본토와 합치려는 움직임이 계속 있는 상태여서 그렇습니다.
인천에 오래 산 사람들도 인근 지역 출신이 아니면 동구 권역이 어디인지를 잘 모릅니다. 실제 경계가 어처구니없기도 한데, 경인선에 의해 나뉘는 남쪽 경계는 명백합니다만 동쪽 경계가 터무니없습니다. 누가 봐도 이상한 돌출지가 있는데, 동구뿐만 아니라 인천광역시 주안산단(옛 주안염전) 일대 권역 배분이 원래 좀 이상합니다. 옛날엔 이쪽이 땅이 아니라 염전이었다가 간척하면서 육지가 된 건데, 간척 이후 권역이 이상하게 배분된 걸로 추정합니다.
동구 권역에 대한 존재감이 별로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워낙 구 영역이 작은데다, 주거 지역은 외지인이 별로 가볼 만한 위치도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예전부터 유명했던 화평동이나 배다리 일대는 ‘동구’라기보다는 그냥 ‘원인천’으로 인지되는 경향도 있고, 이름 기준이 아닌 진짜 인천 동쪽이나 신도시에서는 굳이 별로 가보지 않게 된 상태이기도 합니다. 미추홀구와의 경계 쪽은 어디서부터 동구인지도 알기 어렵고요. 그나마 돌출지에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인천의료원은 존재감이 있긴 합니다만, 거기가 돌출지라서 그런지 동구라는 인식이 별로 없습니다.
동구 권역의 넓이는 7.19㎢입니다. 정사각형으로 만들면 대략 가로세로 2.7km가 조금 안 되는 넓이입니다. 바로 북쪽에 있는 청라국제도시와 비교하면, 골프장과 미개발지를 포함한 청라국제도시의 권역이 17.8㎢입니다. 현재의 청라 주거지역 넓이만 해도 동구 전체만합니다. 송도국제도시와 비교하면, 대략 6ㆍ8ㆍ9공구와 국제여객터미널쪽 넓이만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현대 인천광역시 기준으로 동구는 자치구 사이즈라기보다는 대략 동네라거나 구역 하나 사이즈입니다. 원체 인천광역시 자치구들이 대체로 넓기도 합니다만. 그런데다 근래 기준 외지기까지 하니까 존재감이 없지요. 게다가 동구는 그 좁은 권역에 넓은 산업 지대를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공장과 항만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원인천의 중심지는 인천역 일대를 포함한 경인선 남쪽 중구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북쪽의 동구는 피난민이나 이촌향도로 상경한 사람들이 많은 서민 동네였지요. 00년대에 유명했던 작품,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동구입니다. 동구를 소개하는 겸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첫 부분을 인용해 보지요. 여기에 모두 인용할 수는 없으나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앞부분은 원인천의 역사를 잘 요약하고 있는 면이 있기에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내용 전개나 개연성은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만.
‘괭이부리말은 인천에서도 가장 오래된 빈민 지역이다. 지금 괭이부리말이 있는 자리는 원래 땅보다 갯벌이 더 많은 바닷가였다. 그 바닷가에 ’고양이 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었다. 호랑이까지 살 만큼 숲이 우거진 곳이었다던 고양이 섬은 바다가 메워지면서 흔적도 없어졌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곳은 소나무 숲 대신 공장 굴뚝과 판잣집들만 빼곡히 들어찬 공장 지대가 되었다. 그리고 고양이 섬 때문에 생긴 ’괭이부리말‘이라는 이름만 남게 되었다.’
괭이부리말은 현재의 만석부두 쪽입니다. 고양이 섬은 현재의 중구 북성포구 쪽이고요. 화도진로 168번길에 괭이부리마을보금자리아파트가 있고, 거기서 북쪽 부두로 가는 길에 눈에 확 들어오는 익스테리어를 가진 괭이부리카페가 있습니다. 부두 안쪽으로 들어가면 참 흔하게 보기 힘든 공단 항만의 생얼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흔한 오해와는 달리 ‘동인천 일대’는 경인선 남쪽 중구 쪽이 더 번화하고, 동구 쪽 배다리와 화평동 일대는 옛날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근래에는 쇠락을 피하지 못한 지역입니다. 동인천역 자체는 중구에 속해 있고요. 몇 년 전에 조성된 동구쪽 동인천역 북광장은 인천에서 매우 보기 힘든 노숙자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인천엔 노숙자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근래의 동구 주거지역에는 제법 현대화된 베드타운도 많습니다. 20세기 들어 재개발로 지어진 고층아파트들이 많거든요. 신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동구는 인천 내 다른 주거지역 대비 고층아파트 거주 비율이 꽤 높은 편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동구 전반이 워낙 달동네였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주택부터 재개발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된 것인데요. 대조적으로 상권은 건드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낙후를 면하기 어려웠고, 결과적으로 베드타운화가 진행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산지에 오래 된 달동네 가옥이 타 지역보다 많긴 합니다만, 주거밀집도로 보면 고층아파트 거주인이 더 많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동구에는 현재 주민등록인구 기준 약 63,000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전성기였던 1960년대에는 동구에 17만명 정도가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가옥의 건축양식과 동구 권역을 고려해볼 때, 엄청난 인구밀도였지요.)
좁고 총인구가 많지 않다 보니 근래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동구 대접은 별로 좋지 못합니다. 1988년부터 중구와 한 선거구였고, 옹진군이 편입되고 인천직할시가 광역시가 된 후에는 중구 및 옹진군과, 그리고 2016년에는 중구, 동구, 강화군, 옹진군이 한 선거구였습니다. 그러다가 영종도에 사람이 많아지면서 동구가 떨어져 나가 미추홀구 갑과 한 선거구가 됩니다. 인천 전체가 인구수에 비해 의석수가 적은 홀대상태이긴 한데, 동구는 특히 작은 자치구라 선거구가 옮겨 다니고 있지요. 그나마 옛날 강화-계양이나 강화-서구보다는 바로 인접한 중구나 미추홀갑과 묶이는 동구가 낫긴 합니다만.
동구의 오래된 상권과 재래시장 일대는 오래 터를 잡은 상인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별로 뉴타운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상권은 망한 지역에서 실거주하고 있는 분들도 있고요. 제 때 재개발이 되는 게 모두에게 최선이라 생각하는데, 현실적인 문제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90년대만 해도 동네에서 사지 못할 물건을 산다거나, 좀 떨어져 사는 친인들과 어울려 논다거나 하려면 많은 경우 가까운 중심지로 나갔습니다. 당시의 인천 중심지는 서쪽부터 동인천, 주안, 부평 세 곳이었지요. 번화한 순서도 마찬가지였고요. 동인천에는 오래 된 가게들이 많았고, 항구도 가까워서인지 인천항에서 수입된 물품도 구하기 쉬운 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금세기 들어 디지털 세상이 되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소비행태가 너무 달라졌습니다. 21세기 SF세상은 동인천에는 말 그대로의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렸지요. 돌아보면 여러 모로 아날로그 세상도 좋은 면이 많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 사람들의 가장 큰 변화는 담배와 술이 줄었다는 겁니다. 2000년대만 해도 사람들은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걸 낙으로 삼았었지요. 그런데 2010년대의 어느 날부터, 사람들은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비흡연자를 넘어 혐연이고 술자리도 싫어하는 편이라 술자리 흡연 애호가들의 고통을 잘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것이 상권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준 것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여가 방식에 적응했고, 오래 된 상권에 그것은 매우 큰 타격이 되었습니다.
동구는 인천 소재 대기업 공장들이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현대제철과 두산인프라코어, 동국제강 공장이 동구에 있습니다. 관련 노동자들이 동구에 살기 때문에, 동구가 오래 된 이미지처럼 가난한 동네는 아닙니다. 그럭저럭 잘 사는 편이지요. 다만 근래 두산인프라코어 상태가 워낙 나쁘고 현대제철 및 동국제강도 상태가 영 별로라, 동구 컨디션이 좋다고 보긴 어렵고 인천 전반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은 공업이 주요 산업인 도시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기 이전, 원인천 지역에서는 공업과 항만물류와 상권, 주거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분리되어있지는 않았습니다. 바닷가에 부두가 있고, 근처에 공장이 있고, 거기에 사람이 많고,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니까 상권이 발달하고, 멀지 않은 곳에 주거를 했지요.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적었던 시대의 생활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그렇지만 대중교통이 좋아지고, 자가용 승용차가 보급되면서 항만산업 단지 직주근접성 위주로 발달했던 동구 일대는 쇠퇴를 피하기 어렵게 됩니다. 지금도 화수부두에 가면 공장지대 한가운데서 해산물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만, 그게 원래 익숙했던 사람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취향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좀 독특한 경험 하고 싶은 분,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할 만 합니다. 인천지역 바닷가 공장지대는 그야말로 ‘이게 임해산업단지다’ 싶은 분위기를 십분 느낄 수 있거든요. 화수부두는 그런 곳에서 생선까지 먹을 수 있지요. 물론 공장폐수 나오는 앞바다에서 바로 잡은 게 아니고, 배 타고 좀 나가서 잡은 것들입니다.
주안산단 가운데의 돌출지에 위치한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현재 동구에서 외지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장소일 겁니다. 인천에 창고형 할인매장은 동구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역 인근의 코스트코가 있는데, 연수구와 남동구를 제외하면 트레이더스 쪽이 인천 본토 내 지리적인 접근성이 좋고 회원제도 아니다보니 항상 붐빕니다. 주차공간 자체는 많지만 때때로 차들이 뒤엉키고 밀리는 게 문제인데, 붐빌 때 가면 주차장에서 나가는 데 시간이 20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그럴 땐 전투적인 들이밀기가 필요한 곳이라 초보 운전자 또는 송도 운전족(송도국제도시에서만 주로 운전하는 기혼 여성들)에게는 주말 자가운전 방문을 추천할 수 없습니다. 일요일엔 닫고요.
산업단지가 해운을 직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동구의 간선교통은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대중교통은 낡은 경인선 의존도가 높고, 권역 내에서 이용 가능한 고속도로 또는 고속화도로가 없습니다. 몇 년 전 생긴 제2외곽순환도로의 인천김포고속도로 구간이 동구를 통과하지만 권역 안에 나들목이 없고 지하도로로 통과해 버리기도 합니다. 동구에서 인천김포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인천항으로 가거나 청라로 가야 하는데, 어느 쪽이나 거리가 제법 됩니다. 그리고 인천김포고속도로 공사 관련하여 지상부 건물의 균열, 지반침하, 대심도에 대한 구분지상권등의 트러블이 2020년 현재 몇 년째 진행형입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사업시행자가 현재 보상하겠다는 금액은 평당 1만원입니다. 김현미 장관님이 이끄시던 국토교통부는 ‘공적’인 도로사업진행자 편이고요. 그러니까 토지공개념이 정말 무서운 겁니다. 관련 기사도 두엇 링크해 두지요.
"무너질까 무섭다"…4년째 공포에 떠는 인천 삼두 아파트 주민들
인천-김포고속도로 ‘구분지상권’ 주민불만 폭주...“재산권 침해”
그나마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는 돌출지가 구 경인고속도로 가좌IC와 가깝고, 중봉대로와 트레이더스 앞을 지나는 봉수대로를 통한 서구에의 접근성이 좋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서구 쪽으로, 구 이름과는 무관하게 북쪽으로 향하는 간선도로망은 좋은데 동쪽이나 남쪽으로의 도로망이 별로 안 좋습니다. 제1외곽, 제2경인쪽으로의 접근성이 나빠서 이용하려면 제법 한참 달려야 합니다. 인천항쪽 해안을 달리는 서해대로는 정체가 많이 심하고요. 내 생각에 인천 원도심의 낙후에는 교통문제가 있습니다.
동구 자체의 상권 인프라가 단시일 내 회복이 어려운 상태고, 근래의 동구는 청라와 루원 및 옛 서구 지역과의 연담화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낡은 경인선을 이용하지 않으면 상기한 것처럼 도로교통은 청라/루원이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라의 발달이 동구 거주자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평이 좋았던 시절에는 그나마 경인선을 통한 부평과의 연담화에 기대할 것도 있었지만, 근래 인천은 구월/부평 2대 도심권 구도에서 구월/송도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부평이 서서히 쇠퇴하고, 설계부터 독립성을 가진 송도국제도시가 묘하게도 인천광역시 전반의 중심지화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동구에서 구월동은 제법 멀고, 송도국제도시는 더 멉니다. 단순한 직선거리는 그렇게까지 멀지 않지만, 길이 안 좋습니다.
동구의 지형은 전반적으로 구릉지입니다. 남쪽은 바로 낮은 산맥이고요. 주안산단 간척지 쪽은 평지지만, 공업 지역이고요. 중구 본토와 동구 전반은 언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는 이 지형이 원도심의 쇠퇴를 가속화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평지가 많은 인천광역시 권역에서 유독 원도심과 구 송도 일대, 그리고 검단만 산지거든요.
이는 기술과 생활상이 달라진 것과도 관련이 있는데, 옛날에 서해안 사람들은 주로 산자락에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저지대에는 어지간해서는 살지 않았어요. 침수와 담수라는 두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천 일대는 연중 강우량은 많은 편이 아닌데, 집중호우가 곧잘 내립니다. 게다가 저지대가 많아서 현대에도 비 많이 오면 저지대 주택들은 곧잘 침수됩니다. 부평 일대의 침수는 전통적으로 워낙 심각해서 아라뱃길까지 공사하게 된 하나의 주요 원인이 되었지요.
그리고 인천지역에서는 담수를 구하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이는 인천도호부가 근대 이전에 별로 발달하지 못했던 주요 원인이기도 한데, 사람은 담수가 없으면 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살기엔 강가나 강의 지류라 할 수 있는 큰 하천가가 좋습니다. 그런데 인천은 대도시치고는 강가가 아닙니다. 원래 오래 된 대도시는 모두 강가에 있습니다. 한양, 충주, 청주, 대전, 전주, 나주, 경주, 상주, 대구 등 오래 된 큰 도시들은 예외 없이 그렇지요. 그렇지만 원인천 일대에는 강은 커녕 이름과는 달리 하천다운 하천조차 없습니다. 염해도 있었고요. 그러니까 그런 지역에서는 산자락에 살아야 그나마 담수확보가 됩니다. 대조적으로 부평도호부는 하천도 있고 염해도 없는 평야여서 인천도호부보다 더 발전했었습니다.
동구 달동네는 상기한 조건에서 발달했습니다. 개항 이후 사람은 모였는데, 물이 부족했지요. 우물로는 답도 없었고요. 그래서 1900년대에 수도 시설을 만드는데, 그 땐 지금처럼 수도가 발달하지 못해서 산꼭대기에 배수지를 만들었고, 거기서 물을 구해 쓰게 됩니다. 그래도 완전히 현대화되기 전에는 오랜 기간 공동수도를 쓰는 집이 많았지요.
그렇지만 산업화가 되고 현대화가 진행된 다음에는 도시 전반에 배수 시설과 수도 시설이 갖춰지게 됩니다. 이후 사람들이 굳이 올라가기 힘든 산자락에 거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반듯하게 계획도시화할 수 있는 저지대 평지가 압도적으로 좋은 주거환경이 된 것입니다. 현대적인 배수 시설과 상수도의 보급은 그렇게 오래 된 일이 아닙니다. 2020년 현재에도 시골 지역은 상수도를 쓰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쇠퇴한 구도시가 구릉지일 경우, 할 수 있는 게 어느 정도 제한됩니다. 재개발해서 아파트를 짓는 게 최선입니다. 신축아파트는 언덕에 있어도 사람들이 곧잘 삽니다. 주차 공간만 충분하면 자차로 얼마든지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상권이나 산업 지역으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에 동구는 결과적으로 해안에 공단과 산업용 항만을 낀 베드타운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도 살짝 이야기했지만 재개발이 되지 못한 지역들의 현실은 참담합니다. 화수시장 같은 경우 현실적으로 죽은 시장이고, 상인들은 실거주를 주로 하고 있는데요. 작년 태풍 링링 때 지붕이 파손되어 확인해보니까 석면 슬레이트였습니다. 동구 달동네에는 아직도 석면 슬레이트 같은 위험물질이 많이 있는데, 화수시장 문제만 해도 1년 넘게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슬레이트 보이는 동구 달동네에는 가급적 가지 않는 게 좋고, 가볼 거면 가급적 비오는 날 KF94등급 마스크 쓰고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관련 기사를 둘 링크하겠습니다.
참고로 화수시장은 안상수 시장이 부임하던 2007년에 재개발이 계획되었었습니다만, 글로벌금융위기를 맞고 재개발이 지체되다가 민주당 송영길로 시장이 넘어간 후 2013년에 존치관리구역이 되었습니다. 재개발이 엎어진 이후 기본적인 관리도 안 되고 있었지요. 좌파들은 재개발에 반대하고 엎기만 할 뿐, 그 후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제 때 해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재개발이 엎어진 후의 결과는 대체로 참혹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동구에 화도진이 있었습니다. 북쪽의 연희진과 함께 개항 이후 현 인천지역 해안을 방어하는 목적의 진지였지요. 연희진은 거의 보존되어있지 않고, 포대의 흔적이 연희공원에 남아있을 뿐입니다만 화도진은 상대적으로 보존이 잘 되어 있습니다. 개항 이후 일제 이전까지 화도진 인근에는 다수의 화포가 설치되어 있었고, 화도진은 지휘통제를 담당하였습니다. 화도진공원에 방문해 보시면 당시의 유물과 기록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화도진공원과 함께 동구의 대표적인 공원으로 송현근린공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둘 다 산지에 있는 공원이고, 잘 조성해 뒀습니다. 송현근린공원에는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과 하늘생태정원 등이 있는데요. 달동네박물관 입장은 유료지만 그리 비싸지는 않고 돈을 낼 가치가 있습니다.
미추홀구와 동구의 경계는 매우 애매해서 정확한 경계를 기억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략 숭의아레나 바로 앞쪽에 있는 도원역은 동구 권역에 속한 유일한 역입니다. 그런데 숭의아레나는 중구 및 미추홀구지요. (자세한 건 중구 이야기에서) 도원역만 동구일 뿐, 도원동은 중구에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인천대 제물포캠퍼스가 있는 옛 선인학원재단이 가졌던 도화동 일대 학교들 중에는 재능대, 재능고, 재능중 및 도봉산 트리오의 일원인 옛 운봉공고(현 하이텍고등학교, 내년부터 인천대중문화예술고등학교)는 동구에 속해 있고, 나머지는 미추홀구에 속해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인재단과 도화동 일대 이야기는 나중에 미추홀구 이야기 때 하지요.
동구는 워낙 면적이 좁은데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중구 본토와 크게 다른 지역이 아니기도 하고 - 해당 지역 토박이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 , 중구 본토도 마찬가지로 좁기 때문에 통합론이 곧잘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이야기할 것이지만 현재의 중구는 본토는 좁고 영종도가 큰데, 중구청은 본토에 있고 교각은 중구본토와 영종도가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분리 움직임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기하였듯 몇 년 전 개명한 동쪽의 미추홀구(옛 이름 남구)와는 달리 화도진구로의 개명이 실패 중입니다. 화도진은 동구를 대표할 수는 있는 이름이지만, 중구 본토와 합쳐질 경우 화도진이라는 이름으로 합병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구 이야기할 때 설명하겠지만 중구는 이름을 제물포구로 개명하려고 계획 중이며, 중구 본토와 동구가 합쳐지더라도 제물포라는 이름이 통합 자치구를 대표하기에 보다 적합한 이름이 될 것입니다.
동구와 중구 본토를 비교하면, 중구 본토가 동구보다 2배는 넓지만 인구수는 동구가 많습니다. 중구 본토 인구는 주민등록상 46,00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베드타운 성격이 있는 동구에 비해 중구 본토 권역에는 주거지역이 별로 없고, 많은 부분을 항만과 공단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중구 본토와 동구가 합쳐질 때는, 동구가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동구는 그다지 상태가 좋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접한 중구는 관광지로나마 명맥을 이어가는 느낌입니다만, 동구에 속한 배다리나 화평동 일대는 상대적으로 좀 낙후되어 있습니다. 화수부두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영종도 수입이 중구 본토에 들어가서 그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현재의 동구는 이대로는 어렵습니다. 물론 산업단지가 크니까 재정 자체가 아예 나쁘지는 않을 테지만, 상업지구나 외부 접근성을 보면 전반적으로 상태가 좋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향후 중구 본토와 합치거나 한다면 보다 나은 미래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실거주지로는 나쁘지 않은 자치구라고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의 동구가 어떻게든 개선되고 르네상스를 맞이하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