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정국에서 호남의 행보를 기대합니다.

정치 2019. 10. 22. 13:28 Posted by 해양장미

 호남 이야기라 브금은 이 곡

 

https://www.youtube.com/watch?v=jpkHUxsdmXM

 


 

 총선이 이제 반년도 안 남았습니다. 킹무성 대표께서 옥새 들고 나르셨던 4년 전의 드라마를 기억들 하시는지요. 이번에도 재미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 중 한 포인트를 이야기해드리자면, 이번에도 호남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호남은 인구가 꽤 줄었습니다. 그래서 변한 인구수에 맞춰서 의석을 편성하면 의석수가 줄어드는 걸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최근에 정권과 여당이 추진하는 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더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선거법 개정하면 호남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선거법 개정은 호남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건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근래 문재인과 민주당 지지율이 호남 외의 지역에서 열세가 되었습니다. 원래는 전국적으로 지지율이 높았으니까 선거법 개정을 추진할 만 했었는데요. 이젠 호남 의석이 줄어드는 게 민주당 전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요새 공수처만 처리하자고 여당에서 꼼수를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될까요. 공수처도 그 실체가 알려지면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제 상황이 바뀌어서, 여당이 적극적으로 선거법 개정하려고 나서기가 좀 힘든 입장이 되었다는 겁니다. 특히 호남에서 반대하고 싶을 건데, 만약 지역구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고 나면 호남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자신들이 속았다는 걸 깨달을지도 모릅니다. 이정현 뽑고 국민의당 뽑으면서 조금은 변한 모습을 보여줬던 4년 전의 호남처럼, 이번에도 좀 더 스마트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요.


 

 호남 사람들은 잘 선택해야합니다. 문재인이 던져주는 것에 만족하고 있기엔 호남 사정이 그리 좋지 않잖습니까. 객관성 없는 사견으로, 나는 호남 사람들은 대체로 일단 상대한테 베풀고 잘하려는 경향이 있고, 상대가 같이 잘하는 한은 호혜적 관계를 가능한 유지하려 하는 경향이 타 지역 사람들보다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호남 사람들이 문재인의 본성을 비교적 일찍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걸 빨리 기억해내는 게 좋을 것입니다. 문재인이 이낙연이나 다른 호남 출신에게 다음 기회를 순순히 줄 것 같나요? 표로 지지를 해 주면 정치적 보답이 있을 것 같습니까? 그들은 나눌 게 있을 때만 나눠줄 것입니다.



 그러잖아도 들리기로 이낙연 총리는 총선에 출마하길 원하고 계신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청와대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국무총리씩이나 되는 양반의 발목을 과연 누가 잡을 수 있는 것일까요. 누가 그런 권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의 의도가 뭘까요. 대뇌피질에 섹시한 주름이 있는 분이라면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가장 강성했던 시기는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대승을 거둔 직후였다. 국회의 탄핵은 헌재에 의해 막혔고, 노무현은 화려하게 부활하여 막대한 권력을 쥐게 되었다.


 이 시기 (구) 민주당은 붕괴 직전의 위기였으며, 한나라당도 기존에 겪어보지 못한 약세에 전전긍긍하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현실 정치인 노무현의 화려했던 승리는 여기까지다. 이 이후 그는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박정희 이후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은 대통령이 되고 만다.


 그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별명답게 정말 ‘바보같은’ 행위를 많이 했지만, 본문에서는 그 중 가장 난감한 실수였던[각주:1] 당 분열에 대한 언급을 하려고 한다. 노무현은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자당을 분열시키고 유력 정치인을 중심부에서 탈락시키는 언행을 일삼었는데, 여기에는 대단히 묘하고도 냉정하지 못한 그의 정치철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본다.


 그의 정치철학은 취임부터 임기 후 사망 직전까지 계속 변화한 것 같지만, 재임기간을 기준으로 내가 파악한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는 대통령제를 신봉했으며[각주:2], 전문가 집단에 의한 엘리트 정치[각주:3]를 선호하였다. 그리고 그 지원으로 자신을 지지해주는 대중 동원을 좋아하였으며 의회에 의한 정치가 아닌 행정부에 의한 강력한 주도적 정치를 우선시하였다. 행정부의 힘을 중시한 연장선상에서 공무원의 수는 늘리되 정부에 의한 시장 간섭 및 구체적 사안에 대한 간섭은 적었으며[각주:4] 주관성 하에서는 탈이념적인 에고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대단히 확고한 ‘자신의 인력 풀’에 대한 호감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행위 자체는 현 정부보다 비리라는 윤리성 문제에서는 자유로울지언정 인력풀의 다양성에서는 모자란 특성이 있었다고 파악한다. 또한 윤리성에 대한 집착과 나름대로의 이중 잣대를 가져, ‘지역주의 극복’ 이라는 레토릭은 걸고 있었으나 실제 호남인에 대한 차별은 심한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왜 노무현은 정동영, 김근태[각주:5] 등의 호남 인사를 지속적으로 탈락시키고 영남 인사를 중용하였을까? 그가 전형적인 영남우월론자였을까?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다. 노무현의 감정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호남인과 영남인의 평균적인 성격은 차이가 있기에 호남인이 불편하고 다툼을 초래하여 싫어했을 수도 있다. 그가 호남인이 충분히 사근사근하지 못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러나 그가 병적인 수준으로 호남인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면, 그의 지역 편향적인 선택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소한 그는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며, 폭군 짓을 ‘은근히 제법 했지만[각주:6]’ 정말 폭군은 아니었던 것 같다. 또한 그가 바람직한 국가에 대한 심정적 윤리관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가설을 제안하고 있다.


 비판적인 사람들의 흔한 가설 중 하나는 노무현이 열등감이 심한 사람으로, 어떻게든 영남에서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가설에 대해 별다른 불만이 없다. 그가 심정적으로 어떤 심리상태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알기 어렵지만, 그의 행동들에는 이런 추론이 가능하게 할 법한 실수 또는 의도적인 행위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의 행동들이 단순한 심리상태에서 단순하게 발현된 행위들이라 여기지는 않는다. 그에게는 어떤 명분이 있었을 것이고, 나는 그 명분을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노무현은 자신의 윤리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 윤리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을 테지만, 적어도 노무현은 과거의 보수적인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심리가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되고 권력을 잡는 과정을 지나 승리자로의 자세 및 더욱 승리하려는 욕구를 가지게 되었다. 그의 방식은 그때까지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영남의 주류가 되겠다는 그의 발상은 기존 영남세력을 역사적 뒤안길로 돌리려는 시도였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호남은 어쨌든 결국엔 우리 편 또는 동맹.’ 이라는 발상 아래 호남에 대한 관심이나 자원을 줄이고, 영남에서 세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을 수 있다. 그가 영남의 정치적 혁명을 원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 그의 주요 정치적 쟁점들은 역사적인 관점 위에 있었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자세를 가질 때가 많았다. 결국 그의 행동들은 다분히 국가주의적이었으며, 필연적으로 기존 국가주의 세력과의 갈등과 저항. 그리고 더 나아가 그에 이어지는 대연정 제의 등이 이어지게 되었다.


 이 가설이 맞는다고 가정한다면, 그의 행위는 다분히 어리석다. 기존 세력에 대항하려는 자는 새로운 동지들을 충분히 대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편을 공격했으며, 그 과정 속에서 그가 적대했던 기존 보수세력의 힘을 끊임없이 키웠다. 호남은 버리고 영남 비주류만 모아서 영남 주류를 이기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김대중 시절 차별의 늪에서 벗어나는가 싶던 호남인들은 다시금 차별 아래 놓이게 되었으며, 야권은 분열되어 아직까지도 갈등이 크고 영남패권은 지속되었다. 국가주의는 공고화되어 박정희의 향수가 커졌으며, 그 결과는 이명박 정부로 나타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노무현은 (그럴 의지는 없었던 것 같으나) 기존 권력구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셈이 되었다. 현실을 개혁하려는 자는 현실의 저항에 필연적으로 부딪치게 된다. 성공적인 변화는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노무현은 정동영이나 김근태의 말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한편으로 그의 곁에서 그의 편만 들면서 영남패권주의를 드러내며 그를 사지로 몰아갔던 자들을 잊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




  1. 이것이 가장 난감한 실수라는 것은 주관적인 견해이다. [본문으로]
  2. 그가 주장한 개헌안은 4년 중임제의 대통령제였다. [본문으로]
  3.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반쪽짜리 엘리트 정치'에 가깝다는 인상이지만 본문에서는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4.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의도적으로 삼성 등 대기업들의 편을 들었다. 대기업의 정책 제안이 정부에 반영된 정도로는 현 정부보다 노무현 정부가 높다고 느끼고 있다. [본문으로]
  5. 김근태의 출생지는 경기도 부천이지만, 호남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다는 맥락으로 서술한 것이다. [본문으로]
  6. 이런 게 잘 안알려진 걸 보면 친노도 참 대단하긴 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