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들을 보면, 이 정부가 성공할 일은 엄청난 천운이라도 따르지 않는 한 절대 없을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처참하고 불행한 미래밖엔 보이지 않고, 대체 뭐가 사회를 이렇게까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가 생각해보면 우울해집니다.

 

 비이성적이며, 시장과 세계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엔 관심이 없으며, 맹신적인 사람들 및 적당히 이번 정부가 알아서 잘 하겠거니 생각하는 사람들은 현 정부에 대체로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겁니다. 이 정부가 저질러놓은 일에 대한 수습으로 적잖은 대가가 치러질 것을요.

 

 이 정도로 답이 없고 막무가내에 독단적이고 현실 파악이 안 되며 망상을 사랑하고 예측하기 힘든 정부를 만난 건 그저 불운일 뿐입니다. 나쁜 시대를 만난 거지요. 노골적으로 재앙을 부르고 있는데도 사태 파악하는 사람이 소수인 건 집단적 불행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시민들이 선견지명까진 없더라도 바보는 아닙니다. 나이 좀 있으면 정치인한테 한두 번 당해본 사람들도 아니고요. 문제들이 본격화되면 사태를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올 미래에 이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일단 많은 시민들은 문재인의 액티브함을 좋게 생각하고 있고, 민주당의 대안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정당도 현재 보이지 않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나라가 품고 있던 정말 많은 결점들이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문재인 정권은 나쁜 의미에선 정말 한국적인 것 같습니다. 나는 조국을 나쁘게 말하는 걸 즐기지는 않습니다만, 결점들을 이해하고는 있고... 그게 이렇게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걸 보니 참 정서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외모지상주의, 무언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 좋아하는 정서, 보여주기식을 좋아하는 습성, 가진 자들과 행복한 자들에 대한 강한 질투심, 타인을 많이 신경 쓰고 결과적 평등을 지향하는 것, 정의로운 독재를 내심 바라는 기질, 다분히 감정적이며 반지성주의적인 정서, 국가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이며 타인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고방식... 이런 것들이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있었고, 그런 게 지금 다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문재인 정권은 포퓰리즘이라는 면에선 참으로 뛰어난 권력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결점을 잘 알고 휘두르는 것이니까요. 물론 생각만으로, 이성적으로 이 정도까지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마 이 정부의 인사들은 위에 이야기한 한국적인 결점들을 정말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진심이니까 통하는 겁니다.

 

 그러나 문재인의 득표율을 감안해볼 때, 현재의 높은 지지율이 무한정 지속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은 득표를 많이 얻었던 대통령이 아니고, 문재인을 찍지 않았던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임기 초반 문재인은 지지율로 모든 걸 밀어붙이고 있는데, 지지율을 잃게 되면 대체 어쩌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 정책입법 과정에 들어서게 되면 문재인 정권은 난관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른 당에 대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존중과 협의의 태도를 지니지 않았습니다. 국정감사도 시작될 거고, 무언가 계기가 있으면 현재의 득표대비 크게 부풀려진 지지율은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인 정책들은 취약계층에 매우 잔혹한 면들이 많기 때문에, 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계속 등장하게 됩니다. 정권은 그런 사람들을 찍어 누를 수는 있어도 케어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권력의 횡포에 눌린 한국인들은 반드시 반발합니다.

 

 달도 차면 기웁니다. 권력이 가득 찬 달이 기울면, 흘러나간 권력은 어딘가로 흘러들어갈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다시 그 권력을 받게 될까요? 그것은 내가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이번 정권은 너무나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도무지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올 만한 환경을 만들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자한당의 적대적 공존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일 자유한국당이 다음에 권력을 쥐게 된다면, 그들은 더 나은 정치집단이 되어 당당하게 시민의 선택을 받으려고 하기보단 좀 더 음험한 방법을 생각해낼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짧게 적었지만, 근래 세금 논란을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옵니다. 언론인이고 정치인이고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깨시민 파시스트고 죄다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고 후안무치하며 근시안적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조삼모사를 잘못한 현 정부 책임도 없진 않다 보니, 현 국가 지도자 벌꿀여왕께서 그런 걸 좀 잘~ 해주길 바라고 있긴 한데 거기다 대고 문재인이나 새민련 의원들 및 깨시민 파시스트들 하는 소리는 정말 가관입니다. 솔직히 저는 만약 차기에 저 인간들이 정권이라도 잡으면 어떻게 돌아갈지 정말 걱정됩니다.

 

 어쨌든 작금의 문제는 우리 벌꿀여왕님이 잘~ 하셔야 뭐가 풀릴 가능성이 있겠고, 이번에도 저는 문재인만 뭐라 하겠습니다. 문재인만 대표로 뭐라 하려는 이유는 현 시국에서 문재인이 제일 문제이기 때문입니다그와 그 주변 사람들은 도무지 나라/국민 잘 되게 할 생각은 손톱반달만큼도 없고, 그저 자기들 권력 잡을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워낙에 착한 척 해대고 깨시민 파시스트들이 온 천지에서 달님을 외치며 달레반 갑질중이다 보니, 문재인의 후안무치하고 무개념한 발언들에 대한 비판이 그 어디서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법인세 정상화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입에 담는다는 겁니다. 친노-깨시스트 집단의 대중기만 중 가장 성공적인 것 중 하나가 이명박이 법인세 인하 같은 부자감세를 해서 국가재정이 어려워졌고, 그걸 보충하기 위해 노동자 유리지갑 턴다!’ 같은 소리인데, 이건 그야말로 양심이 없는 망언입니다.

 

 일단 87체제 이후 법인세 인하를 아직까지 안 한 정부는 박근혜정부가 유일합니다. 노무현정부요? 당연히 법인세 내렸습니다. 노무현만 아니라 그 이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다 법인세 인하했습니다. 법인세 내린 건 노무현 정부에서 잘 한 행위 중 하나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정부의 법인세 인하도 잘 한 정책이었습니다.

 

 현실이 이런데 법인세 원상회복운운은 흔한 표현으로 망국적 표퓰리즘입니다. 도대체 원상의 기준이 언제입니까? 혹시 노무현 집권기요? 노무현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착한 법인세 인하고,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나쁜 법인세 인하라는 겁니까?

 

 법인세에 대한 혹세무민과 포퓰리즘이 너무 심합니다. 애초에 법인세가 부자세라는 편견부터가 문제입니다. 법인세는 부자세가 아니고, 법인의 회계적 소득에 대해 부여되는 세금입니다. 노동자들이 다니는 모든 법인회사는 회계적으로 적자가 아닌 이상 법인세를 냅니다. 회계적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실제 흑/적자와 회계적 흑/적자 간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도산 직전의 비상장 소기업을 보면 곧잘 회계적으로는 흑자인 경우들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회계조작을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러면 실제로는 도산 직전이지만 회계적으로는 흑자이기에 법인세는 내야하지요. 대체로 법인의 입장은 자연인과 다릅니다.)

 

 그런데 법인 = 부자냐 하면,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법인은 가상의 개념이고, 세금은 사실 가상의 개념인 법인이 낼 수가 없습니다. 모든 세금을 낼 수 있는 주체는 결국 자연인입니다. 결국 법인세를 누가내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법인세 = 부자세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법인세를 사장이나 경영진 또는 대주주가 낸다고 착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바보 같은 착각이지요. 현실은 안 그렇습니다. 법인세는 보다는 이 더 많은 부담을 지는 세금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법인세는 절세도 전가도 쉬운 세금이거든요. 힘 있는 재벌 기업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서 법인세는 회장, 사장, 이사, 대주주가 다 내는 게 아니란 뜻입니다. 실제론 노동자들이 부담하고 하청업체들이 부담하는 비율이 꽤 됩니다. 기업이 뭘 해서 법인세를 내건, 그건 기업하기 나름입니다. 당신이 만약 흑자를 내고 있는 법인회사 노동자라면, 당신은 실질적으로 항상 법인세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눈에 안 보일 뿐이죠. 원숭이만 조삼모사에 당하는 게 아닙니다.

 

 만약 적절하고 정의로우며 이상적인 법인세율이 있다면, 그건 0%일 겁니다. 제대로만 걷는다면, 세상에 세금은 소득세와 소비세만 있으면 됩니다. 모든 돈은 소득과 소비 및 투자로 움직입니다. 이는 법인의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법인세 인하 논쟁에서 중요한 건 법인세율과 법인세수의 상관관계입니다. 현실적으로 법인세율을 올린다고 법인세수가 증가하느냐 하면,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법인세율을 인하한 후 법인세수가 증가한 사례가 지금껏 많고, 실제로 연구되어 있습니다.

 

 흔히 언론에서 법인세를 내려줬더니 기업유보금이 증가했다같은 말을 시끄럽게 떠들곤 합니다. 그런데 저건 정치적으로 특정한 의도를 가진 기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인세율을 줄인 이후 기업유보금이 증가하면 사실 법인세도 더 많이 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유보금이 증가했다는 건 기업이 그만큼 더 많은 흑자를 내고, 배당을 하고도 돈이 그만큼 남았다는 것입니다. 흑자를 내면 그만큼 법인세를 내게 되니, 실제로 더 많은 법인세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보금은 본래 배당성향 100% 기업이 아닌 이상, 흑자를 내면 점점 증가하게 되어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회계를 잘 모르니, 언론이 혹세무민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기본소양 없는 언론인이 워낙 많고, 기사 하나 뜨면 아무 생각 없이 퍼다 날르다 보니 혹세무민이 더 심해지는 것도 사실이긴 하고요.

 

 현실적으로 한국의 전체 세수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최고 수준입니다. 이는 낮은 소득세 및 소비세법인세의 낮은 조세저항과 연관이 있습니다. 또한 1인당 GDP대비 법인세수도 OECD 5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만 더 인상하라는 건 비논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사람들을 나쁘게 선동하는 주장입니다.

 

 본문에서는 일단 법인세만 짧게 이야기합니다. 사실 소득세라거나 부가가치세, 그리고 복지 전반에 대한 문재인-새민련-깨시민측의 망언들은 인간적으로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입니다. 그들의 발언은 너무나 많은 거짓과 무식, 그리고 경솔함으로 점철되어있습니다. 혹시 그들이 정권이라도 잡게 되면 무슨 참사가 빚어질지 무서울 정도입니다. 철학과 진실 없이 권력만을 탐하는 파시스트들을 우리는 경계해야합니다.

 

 사실 지금 정부나 여당도 결코 잘 하는 게 아닙니다. 어지간해서는 상당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나, 상대적으로 그나마 장기적으로 잘해볼 생각이 있는게 그래도 현 정부로 보이다보니, 참 일정 이상 뭐라 하기도 난감한 게 현실입니다.

 본문은 지난 글 두 편의 보론으로, 본문을 읽기 전에 먼저 지난 두 글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1편 : ‘메트로 9호선과 맥쿼리, 그리고 서울시와 민자사업 이야기’ 

2편 : ‘박원순과 맥쿼리, 그리고 메트로 9호선 - 두 번째 이야기’ 


 지난 2편에서 나는 시간 관계상 서울시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금전적 손해를 보았는지에 대해 명확성 있게 계산하지 못했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그것에 대해 계산을 해 보다 명료한 숫자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박원순이 서울시민에게 당장 어느 정도의 손해를 끼쳤는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9호선 MRG에 대해 자꾸 오인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9호선 MRG 계약은 운수수입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첫 5년은 예상금액의 90%, 그 다음 5년은 80%, 그 다음 5년은 70%를 보상해준다는 계약이었다. 그리고 맥쿼리가 운영하기로 했던 나머지 15년은 MRG가 없다.


 그렇다면 그 예상 운수수입과 최대 MRG 금액, 그리고 실제 MRG가 발생한 금액은 어떠했는지를 보자.





 저 최대보상액과 실제보상액 간의 %차이는 4년 평균 44.8%에 육박한다. 현재 9호선은 예상치와 거의 비슷한 - 현재는 살짝 상회하는 - 승객이 타고 있는데, 그에 비해 운임 수익은 반 정도라는 의미다. 처음 계약에 비해 너무 낮은 요금이 적용된 탓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 MRG금액과 실제 MRG금액 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어쨌든 운임수입이 있는 이상, 최대 MRG금액을 다 보상하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박원순이 무리하게 계약을 변경하지 않고, 본래 예정된 대로 요금 재협상을 했다면 MRG 금액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금껏 MRG 지급률이 저렇게 높은 것은 어디까지나 9호선이 기대한 운임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진보좌파에 유리한 방식으로, 계속 서울시가 요금을 이와 같이 억제했다고 가정해 보자. 즉 일단 앞으로도 평균 44.8% 수준의 MRG를 제공했다고 치고 계산을 해보겠다.


 이 경우 향후 최대 지급될 수 있는 9호선의 MRG금액은 1조 1483억이다. 여기에 현재까지의 MRG율을 적용하면 5141억이다. 즉 지금처럼 서울시가 9호선의 요금인상을 억제했을 경우, MRG로 지급되었을 금액은 5000억원 정도라는 의미다.


 아니면 만일 박원순이 아닌 좀 더 정상적인 시장이 취임했다면, 9호선은 운임을 어느 정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경우 MRG 지급률은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MRG지급률이 25%로 떨어졌다면? 서울시가 앞으로 11년간 지불해야 할 금액은 겨우 2871억 정도다. 물론 이렇게 된다면 9호선은 다른 호선보다는 조금 더 비쌌겠지만, 그만큼 세금은 덜 지출된다.


 즉 본래의 계약조건을 잘 지켰다면, 서울시가 향후 지출했을 돈은 기껏해야 3천억원 정도였다. 세금으로 MRG를 지금처럼 많이 보존해주더라도 5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박원순의 서울시 측은 5조 이상의 지출이 있었을 거라 언플을 하지만, 그것은 터무니없는 수치다.


 서울시는 미인상보조금이 4조가 넘을 거라 언론 플레이를 했는데, 본래 계약 어디를 봐도 그런 이상한 계약은 없었다. 서울시가 계약한 건 MRG뿐이었고, 요금 인상을 지금처럼 간섭하고 못 올리게 하는 게 계약위반일 뿐이다. 만약 서울시가 맥쿼리와 법정 싸움을 계속 갔다고 가정해볼 때, 맥쿼리의 승소로 서울시가 30년 내내 100% MRG를 해줬다 가정해도 절대 4조가 나올 수가 없다. 서울시는 이것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식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본래 계약에선 15년 이후 MRG가 없기 때문에, 요금이 협약대로 오르지 않을 경우 맥쿼리측에서 추가 보조금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거는 등 대응을 했을 거라는 식의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정말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약속을 어기고 힘으로 투자기업을 찍어 누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게 문제다. 약속은 지키자고 하는 거지, 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바뀐 계약으로 인해 서울시가 앞으로 26년간 지출해야 할 금액은 얼마일까? 이것에 대해 서울시가 발표한 금액은 1조 9816억원이다. 도대체 7464억에 이율 4.15%[각주:1]~4.86%에 매 분기 원금까지 상환하는 구조에서 어떻게 이런 거액을 지출하게 되는 지 개인적으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지들 잘했다고 발표하는 자료에서 일부러 금액을 뻥튀기할 이유가 없으므로 저 2조에 육박하는 예상금액 발표를 액면 그대로 일단 받아들여보자.


 이 경우 투자기업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기는 도시라는 불명예를 제외하고, 서울시가 본 금전적 손해는 (내 무난한 시나리오의 계산에 의할 경우) 1조 6945억, 그러니까 1.7조다.


 여기서 중간 결론. 박원순은 탄핵감이다.


 만약 계속 많은 MRG를 제공했던 5천억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도 손해금액은 1.47조 수준. 그렇지만 난 사실 계속 요금인상을 찍어 누를 정당한 방법은 없었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이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러니까 서울시민은 박원순의 9호선에 대한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대략 1.7조 정도를 손해 봤다. 이 금액을 서울시 1인당 금액으로 나누면? 서울시 인구가 대략 작년 말 기준 1044만 명이었으므로, 1인당 16만 2310원 정도 손해를 봤다.


 이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끔찍한 일이다. 나는 아직도 어떻게 7464억 땡겨 썼는데 2조가 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계산이 엉터리 계산이길 바랄 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건 어리석고 광신적인 깨시민들과 좌파 어용언론, 그리고 나꼼수와 경실련 등 때문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아마 이 글에도 회계의 ㅎ자도 모르는 여러 멍청이들이 악플을 달 것 같은데, 회계를 모르는 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기초지식도 없음에도 아는 척을 하면서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죄다. 그런 죄들이 쌓여 이런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다.


 박원순은 굉장히 위험한 정치인이다. 그는 대중을 기만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이런 심각한 중우정치를 보고 있자니 매우 답답하다. 냉정한 판단력 없이 도덕주의적이고 정의감만 불타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인 것 같다.


 누가 박원순의 이런 사기성 정치쇼에 대항할 수 있을까? 깨시민들에 의해 맥쿼리는 이명박과 결탁한 사악한 자본으로 낙인찍혔고, 박원순은 시민을 위해 복지행정을 펼치는 정의로운 영웅으로 포장되었다. 이것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힘과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지금 보면 그럴 수 있는 거물 정치인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라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끽해봐야 일부 서울시의원들과 명성이 높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분투하고 있는 정도가 현실이다.


 솔직히 내년에 박원순이 재선된다면 이 인간이 어디까지 서울시를 말아먹을지 모르겠다. 박원순정도로 이미지가 신선하고 언론 플레이에 능한 정치인이 작정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쓸 경우, 현재 한국 구조에서는 대응하기가 너무 어렵다. 각종 우파언론이나 단체, 우익 개인들은 대체로 좌파들 못지않게 멍청하고, 극단적인데다 폭력성향까지 보이곤 해서 정말 이미지가 나쁘고 신용을 너무 잃었다. 그렇다고 무슨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껏 대안세력이라는 게 안철수인데, 그 안철수가 꽂아준 게 박원순이니. 심지어 지금 추세로 보면 박원순은 대통령도 될 수 있다. 그것을 상상하면 좀 머리가 아프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좌우파들이 다 제정신이 아니다. 대립은 극단적이고, (기대보단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박근혜정부 이후가 우려된다. 일단은 박원순의 재선을 막는 게 중요해보인다.




  1. 9호선 시민펀드에 대한 자세한 발표를 보니 모두 4.3%의 연리가 아니라 몇 년 만기냐에 따라 이율이 달랐다. 4년 만기는 4.15%, 5년 4.25%, 6년 4.35%, 7년 4.45%이며 평균이 4.3%이라는 뜻이었다. [본문으로]

- 서문과 참고자료 -



 본문은 지난 포스트, ‘메트로 9호선과 맥쿼리, 그리고 서울시와 민자사업 이야기’의 후속글로, 이번에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의 대주주가 교체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성한다. 


 메트로 9호선에 관련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보니 본 블로그에 대한 유입도 많고, 심지어 누가 일베에 퍼가서 일베에 오르기까지 하는 별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소에 본 블로그는 절대 일베랑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 난 그곳을 싫어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내가 쓰지 않은 좌좀 운운하는 문장 하나를 덧붙였더라. 참 왜 그런 조작을 하는지. 컨텐츠를 함부로 변경한 건 죄다.


 한편 때때로 링크가 열린 곳 중 열람 가능한 곳을 보면 이전 글 본문을 (배경지식이 너무 없어 이해력이 부족해서인지, 의도적인 건지) 심하게 오독하는 경우도 있고, 믿고 싶지 않아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 기회에 첨언하자면, 지난 본문을 이해할 수 없는 정도라면 이번 맥쿼리 건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 진실을 알고 싶으면 약간의 기본지식 공부가 꼭 필요하다. 회계, 투자, 금융, 인프라 등에 대한 기초지식이 심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오보와 선동에 휘둘리며 박원순을 찬양하거나 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고 또한 위험한 행위다. 만일 공부고 뭐고 다 귀찮다면 아예 이쪽에 관심을 안 가지는 게 차라리 낫다. 어이없는 오해보단 아예 모르는 게 나은 것이다. 또한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찬양의 대상이 아니다.


 그 외 더 상세한 자료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는데, 찾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도 본다. 그래서 약간의 자료들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드리고 글을 시작하려 한다.


 우선 서울시가 메트로9호선을 만들던 당시의 자료는,


 http://ebook.seoul.go.kr/web_http/section/seoul_main.php


 이 링크에서 ‘9호선’으로 검색을 하면 볼 수 있다. 단 원하는 자료를 찾으려면 꽤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공시를 보려면, dart에 나와 있기는 한데 저렇게 검색하면 안 나온다. ‘서울시메트로구호선’으로 검색해야한다.


 또한 몇 가지 이야기하고 시작해야할 참고사항이 있다.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우리가 흔히 아는 맥쿼리) 사이엔 어떠한 관계도 입증되지 않았다. 이상득의 아들이자 이명박의 조카인 ‘이지형’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아닌 ‘맥쿼리IMM'의 대표이사였는데, 이 두 회사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어떤 밀접한 관계를 지닌 회사가 아니다. 경실련이나 나꼼수 등의 오인에 기원한 무책임한 언론 플레이로 인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지만, 맥쿼리인프라와 이명박 정권과의 관계는 전혀 입증된 것이 없다. 이지형이 경실련을 상대로 치른 명예훼손 소송이 있고, 여기서 패소하여 더 많은 오해가 생겨났는데 이는 시민단체인 경실련이 감사해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재갈을 물릴 수 없다는 의미이지 경실련이 한 말이 참이었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시민 사회가 경실련, 나꼼수 등에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와 맥쿼리 사이의 소송과 맥쿼리의 패소에 대한 이야기도 간단히 해야 할 것 같다. 본래 맥쿼리는 초기 계약에서 스스로 운임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법원이 서울시와 협약을 해서 결정하라고 판결을 한 것은, 처음 9호선을 개통할 때 - 당시엔 오세훈 정권이었다. - 서울시와 공문이 오고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1년 후 요금조정을 다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약속이 본래의 운임결정권보다 시간적으로 후에 일어난 일이므로 양측은 합의로 요금을 조정해야 한다는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즉 당시에 판결 자체는 맥쿼리가 패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서울시가 이긴 것도 아니었다. 서울시는 요금인상 협상에 제대로 응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나는 저 1심 판결이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한 판결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시가 요금협약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에, 요금조정의 권한은 맥쿼리에게로 돌아가는 게 이치에 맞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9호선의 수요예측은 매우 잘 들어맞았고, 그 정확성은 상당히 높게 평가할 만하다. 9호선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처음에 계산한 운임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수요예측을 한 사람은 매우 훌륭하였다고 본다. 그럼 이제 본문으로 넘어가겠다.




- 대주주의 교체와 손익 -



 우선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번에 박원순이 저지른 이 심각한 포퓰리즘 대형사고로 인해, 일반 서울시민과 한국인은 모두 잠재적인 피해를 봤다. 지난 포스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제 한국은 정부가 외국계 투자회사와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엎는 국가가 되었다. 이는 심각한 신용의 추락을 초래하며, 향후 투자를 유치할 때 큰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향후 전반적인 SOC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악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것은 박원순과 박원순 지지자들이 저지른 대형사고이며, 이것에 대해 나는 그들이 사악하고 어리석어서 모두에게 큰 죄를 지은 것이라 본다. 사실 나비효과라는 면에서 본다면 오세훈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시장 그만둔 것부터가 중죄지만.


 한편 솔직한 심정으로 이번 대주주 교체는 매우 답답하고, 짜증나는 동시에 웃기기도 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새로운 대주주라는 쪽이 맥쿼리인프라의 대주주들이기 때문이다.


* 맥쿼리 대주주들 *



* 새로운 9호선 주주들 *




 한화생명보험, 교보생명보험 등 맥쿼리 대주주인 동시에 새로운 9호선 대주주가 되는 기업들은 이번 인수가 전혀 손해일 수가 없다. 흔하게 보이는 오해와는 달리, 이들은 맥쿼리에서 빠져 나간 게 아니다. 이들이 맥쿼리의 소유주이고, 맥쿼리 이름으로 9호선 주식회사 지분을 소유하다가 직접 더 많이 소유하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맥쿼리는 기업 형태 자체가 모든 이익을 배당하는, 일종의 금융상품과 비슷한 것도 참조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계약이 어떻게 변경된 건지, 그것의 손익은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서울시와 서울시민들은 이번 계약에서 손해를 보았다. 이익을 본 것은 이미지가 좋아진 박원순과 맥쿼리 주주, 그리고 새로운 9호선 대주주들뿐이다.


 일단 지난 포스트에서 이야기했던 맥쿼리의 손해에 대하여, 그 손해 이유를 간략하게 다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맥쿼리는 9호선 주식회사에 대해 주식으로 418억, 연리 15%의 후순위채권으로 335억을 투자하였다. 그리고 9호선의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운영 권한과 책임을 얻어, 실제 운영을 ‘서울9호선운영’이라는 회사에 위임하였다.


2) 운행을 시작한 9호선엔 기대 예상치에 거의 근접하는 승객이 몰렸지만, 맥쿼리는 애초에 계산하고 약조한 운임을 받지 못했다.


3) MRG는 9호선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체적인 손해가 아닌, 운임에 대한 손해만을 보상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운임수입 예상의 90%에 해당하는 MRG를 받아도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였다.


4) 9호선 주식회사는 상당한 손해가 누적되면서 결국 초기자본이 전부 잠식되고, 회계상 자본이 남지 않은 적자기업이 되었다. 이는 맥쿼리 입장에서 보면 주식으로 투자한 418억이 날아가는 결과였으며 (다른 대주주들도 마찬가지.) 335억의 후순위채권 또한 향후 운영기간동안 본래의 회사 자본을 충분히 만회하지 못하면 회수가 불가능해지게 되었다. (이 후순위채권은 9호선 주식회사에 대한 채권이기 때문. 서울시는 보장하지 않음.)


5) 견딜 수 없게 된 맥쿼리는 다들 아는 시위를 벌이게 되었다. 이후 박원순 포퓰리즘 모드.


 여기까지가 맥쿼리 및 다른 9호선 주주들이 크게 손해를 입었던 과정이다.


 그런데 우선 큰 자본잠식이 일어난 저 9호선 주식회사를, 서울시 및 새로운 대주주들은 본래의 가격에 인수해줬다. 이로 인해 맥쿼리는 기존에 발생한 손해들을 거의 만회했고, 큰 갈등 없이 적잖은 수익을 올리면서 빠져나왔다. 덕분에 맥쿼리 및 현대로템 등 9호선 기존 주주들은 신났다.


 서울시가 만약 그냥 계속 MRG를 해줬다면 얼마나 지출이 되엇을까? 일단 MRG는 15년간 보장되며, 그 보장률이 계속 줄어든다. 이미 MRG는 대략 4~5년 정도를 해줬으므로, 본래의 계약대로라면 MRG를 10년 정도만 더 해주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MRG로 서울시가 돈을 얼마나 썼을까? 2009년부터 해마다 지불한 MRG 금액은 다음과 같다. 2009년 131억원, 2010년 293억원, 2011년 414억원, 2012년 429억이다. 이 기간은 초기 5년에 해당하는 90%보장기간인데, 4년 합쳐서 겨우 1267억원을 보장해줬을 뿐이다.


 하던 방식대로 갔다면, 어느 정도 운임이 낮게 유지되어서 MRG 금액이 매년 오른다 해도 대략 서울시는 MRG기간 내내 4천억원 정도만을 지출했을 거라고 어림 추산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금 대주주 변경으로 3조를 아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워낙 황당해서 어떻게 이런 계산을 냈나 보니까, 일단 앞으로 MRG로 줘야 되는 돈을 7830억원으로 과할 정도로 많게 계산한 후, 맥쿼리가 요금을 올릴 수 없게 하는 대신 미인상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고 그 금액을 계산하니 그게 4조 3915억원이라는 것이다. 참 기가 막힌다. 운임 인상 약속을 어기는 걸 전제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건 그렇다 치고, 혹시 앞으로 26년간 지하철 요금 동결할 생각인 것인가.


 또한 멍청한 음모론자들은 맥쿼리가 쉽게 물러난 이유에 대해 좀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시가 힘으로 맥쿼리를 내쫓은 것처럼 보이는가? 박원순이 영웅이어서 영웅적인 업적을 이룬 것일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고, 박원순은 독재권력이 없다. 만약 맥쿼리가 엄청난 이권을 누리고 있던 상황이었다면 순순히 물러날 이유가 없다. 실제 박원순은 맥쿼리를 포함한 기존 9호선 주주들에게 자본잠식이 된 회사를 정가에 사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고, 그렇기에 심각하게 손해보던 맥쿼리 등은 웃으면서 이익보고 빠져나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정치쇼이다. 난 솔직히 살면서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정치쇼만 하는 악질 정치인은 처음 본다. 박원순의 다른 정치쇼들에 대한 포스트들을 링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 정치쇼’

‘박원순 서울시장이 과연 서울시 빚을 줄였을까?’


 그리고 또 보자. 왜 맥쿼리 대주주 출신의 새로운 9호선 대주주들은 아무 불만 없이 웃으면서 겨우 4.86% 수준의 수익률 상품에 막대한 추가투자를 했을까? 이것을 이해하려면 박원순이 만든 새로운 이 투자상품이, 기존 주주들이 참여했을 당시의 투자상품과는 아예 성격이 다른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우선 가장 큰 차이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지하철을 운행하기 전에 예측으로 투자를 하는 것과, 운행 후 승객의 증가 추이를 보고 투자하는 것 사이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고위험은 고보상, 저위험은 저보상이다. 실제 9호선은 예상치를 상회할 정도의 승객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에, 운임을 자율 결정할 수 있거나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매우 안전한 투자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서울시의 보증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 MRG는 15년간 예상 운수수입만을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그것도 첫 5년은 90%, 그 다음 5년은 80%, 그 다음은 70%을. 그런데 이번에 박원순이 제시한 조건은 그게 아니다.


 서울시는 새로운 대주주들에게 다음과 같은 보상을 해 준다. 우선 9호선 주식회사의 가치는 7464억인데, 이 중 1000억은 채권형 시민펀드고 나머지에 대해 연리 4.86%의 이자와 함께 상각액, 운영비용을 다 합쳐서 100% 보상해준다. 물론 여기서 운임수입, 부속사업 수입은 빼고 나머지만 보상하긴 한다. 즉 쉽게 이야기해서 대주주들 입장에서 이 상품은 6464억에 대한 연리 4.86%의 고정수익을 서울시 보증으로 원금과 함께 매 분기 상환받는 상품이다.


 이 안전성은 기존의 MRG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전 대주주들은 9호선 주식회사에서 MRG를 빼면 알아서 수익을 내야 했다. 서울시가 비협조적인 기간 동안 이미 자본잠식이 일어났던 게 현실이다. 그런데 저 조건은 사실 그냥 원리금 상환이라는 방식을 빼면 4.86%짜리 채권이나 다름없다.


 근래 이 정도 신용에 이 정도 채권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현재 한국 국채 금리는 2.8% 정도다. 국채보다 9호선에 투자하면 2% 정도 수익률이 더 높다. 거기에 원금까지 꾸준히 회수된다. 유일한 문제라면 서울시가 이미 한 번 엎은 거 두 번 못 엎을 건 아니라는 건데, 사실 결과적으로 지난 대주주들도 큰 불만까지는 없이 적당히 얻어먹고 떠난 만큼, 다른 안정성을 감안하면 감수할 만 하다고 생각해볼 법 하다. 또한 서울시가 어떠한 잘 안 알려진 혜택을 추가로 제공했을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 이런 계약에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기득권이 얼마든지 오고갈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손익은? 결론적으로 박원순 빼고 서울시가 얻은 건 운임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된 것뿐이다. 만약 서울시가 약속을 지켜 맥쿼리와 요금 협상을 잘 했다면, 충분한 승객이 타고 있는 만큼 MRG도 많이 줄 거 없고 4조 이상이라고 언플을 한 미인상 보조금도 전혀 지급할 필요가 없었을 거다. 그나마 MRG는 앞으로 10년 정도만 주면 될 것이었고, 그 금액도 그리 크지 않았을 거다.


 대신 서울시는 7464억이라는 새로운 빚을 얻었다. 기존의 9호선 주식회사는, 그 자본금을 서울시가 상환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 그러나 이젠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제 서울시는 9호선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에 세금을 더해 저 7464억의 원금과 이자를 매 분기 상환해야한다. 결국 맥쿼리와 운임 잘 협상하고, 그냥 MRG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지출이 일어나게 되었다. 최소 수천억원은 손해본 것 같다. 그것도 손바닥 뒤집듯 투자회사와의 약속을 어기는 도시라는 불명예와 함께.


 서울시민은 저렴한 9호선 요금을 얻었고, 대신 바닥으로 떨어진 신용과 막대한 빚을 얻었다. 9호선은 이 난리를 친 이상 앞으로도 낮은 운임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저 부채를 상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 채권형 시민펀드? -


 이번 7464억의 서울시 부채 중 1000억은 시민펀드로 채운다고 한다. 이 이율은 4.3%으로, 대주주들의 상품보다는 좀 낮다. 그렇더라도 평범한 채권보다는 이율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이것 또한 박원순 특유의 언론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시민펀드 공모할 거 없이, 그냥 채권 발행하면 그게 더 이율이 낮기 때문이다. 여러 모로 평소에 입만 열면 서울시 채무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할 일은 아니다.



- 박원순의 정치쇼 -


 9호선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원순의 이번 정치쇼는 정말 답답하고 어이없는 것이다. 그와 투자자들만 이익을 봤다. 기자들은, 특히 자칭 진보좌파 기자들은 진실에는 관심도 없고 서울시의 말이나 경실련, 나꼼수의 음모론을 받아 적을 뿐이다. 그들은 회계도, 금융도, 경제도 모른다.


 문재인도 안철수도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박원순은 차기 서울시장과 대통령을 모두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박원순이 매우 위험한 정치인이며, 본인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는 사람이라 판단한다. 이번 정치쇼로 그는 시민 복지를 위해 악덕 자본과 싸우는 영웅이 되었다.


 어느 시대에나 이런 위험한 포퓰리즘 정치인이 나올 수 있다. 서울 시민들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일단은 그가 뭘 잘못했는지, 어떻게 정치쇼를 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추가글 : 서울시민들의 금전적 손해에 대한 계산 (링크)




근시안적 빈곤 - 체감 물가가 높아지는 한 이유

경제 2013. 10. 10. 18:58 Posted by 해양장미

 몇 년 전부터 유행한 이런 말이 있다.


 ‘부자들은 채소와 과일을 먹고, 중산층은 고기를 먹고, 서민은 인스턴트를 먹는다.’


 공감이 좀 가실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문제는 꽤나 복잡하다. 분명한 건 이게 한국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거의 세계 어느 나라나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다만 한국은 변화 속도가 빠르고, 향후 다소 심한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큰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로 인한 피해는 점차 확산되고,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어갈 것이다. 본문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기는 이유와 피해 전망,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한식이 현대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150년 전 조선시대 말, 우리 조상님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밥상 앞에 앉아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 백미밥과 배추김치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의 한식의 보편화는 근현대의 기술이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추는 현대 한식에서 가장 중요한 잎채소이다. 그런데 사실 한국 배추처럼 거대하고 꽉 차게 결구가 되어있는 형태의 배추는 매우 드물다. 이런 형태의 배추는 작년부터 영어로 ‘Kimchi Cabbage’라 부르게 된 것 같다. 이는 본래의 배추 형태와는 달리, 포기김치를 담그기 위해 개량된 종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의문을 가졌던 것 중에 ‘배추뿌리’의 존재가 있었다. 1960년대에 나온 건강 서적을 보면, 배추보다 배추뿌리가 몸에 좋으니 챙겨 먹으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그 시대에 살아보지 않은 나는 막상 배추뿌리를 본 적이 없었다. 시판되는 배추는 모두 뿌리가 잘려 있었으니까.


 배추뿌리가 문화적으로 먹는 것이었다면 굳이 잘라서 팔 이유가 없었다. 부유해진다고 먹던 걸 일부러 잘라 버리는 건 좀처럼 생기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답은 의외로 쉬운 데 있었다. 한국에서 1960년대에 키우던 배추는 요즘 배추와는 종류가 다른 배추였던 것이다.


 옛날 배추를 현대에는 보통 토종배추나 뿌리배추 등으로 부른다. 이 배추는 무처럼 뿌리를 먹을 수 있고, 흰 부분도 가늘며 속이 차지 않는다. 사실 알고 보면 배추는 식물학적으로 순무와 같은 종인데, 토종배추는 순무처럼 다소 매운 맛이 난다고 한다. 나는 아직 먹어본 적이 없지만. 토종 배추의 사진을 첨부한다.





 현대적인 대형 결구배추가 대량 재배되게 된 건 1970년대부터이다. 그런데 배추를 한번이라도 키워 본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배추는 더위에 약한 채소다. 그렇기에 한국 기후에선 늦여름에 심어 가을동안 키운 후 김장을 담그는 채소인 것이다[각주:1]. 대형 결구배추는 이 짧은 기간 동안에 한 알의 씨에서 그리도 거대한 채소로 성장해야한다. 당연히 엄청난 영양분이 필요하고, 그마저도 한국인들은 일 년 내내 배추를 원하게 되었다.


 이 문제 때문에 한국 고랭지는 엄청난 면적이 배추로 뒤덮이게 되었다. 고랭지는 여름에도 온도가 많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연중 계속 배추를 키울 수 있다. 그런데 농업에 조금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이렇게 넓은 면적에 단일 작물이 자라려면 그만큼의 관행적인 영농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지속적인 종자개량과 다량의 화학비료, 농약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배추는 배추흰나비라는 이름까지 붙은 해충이 있을 정도로 많은 벌레들이 노리는 작물이다.


 그나마 한동안은 이런 식으로 수요를 버틸 수가 있었다. 기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유가도 그리 높지는 않았으며 농촌 인력도 그럭저럭 노동력이 있었다. 또한 땅심에도 어느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누적되던 각종 문제들은 최근에 심각한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젠 기후가 변덕이 정말 심하다. 유가는 높아져서 화학비료와 농약의 가격도 올랐다. 물론 농촌의 노동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50대면 젊은이 취급을 받을 정도니. 그리고 너무나도 오래 지속된 약탈적 농업은 한국 농지들의 지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말았다.


 한국인들은 유교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윤리성을 가지고 국민을 부모처럼 보살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한국인은 일 년 내내 배추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식의 이상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 법칙상 가능한 일이 아니다. 배추는 본래 가을에 한 번 재배되는 채소이고, 수요가 많다 보니 고랭지나 시설 재배로 부족분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기후가 나쁘거나 하면 당연히 수확량이 떨어지는 게 자연의 이치고, 더 나아가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무리하게 많은 배추를 길렀기 때문에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코스트로 같은 양과 품질을 가진 배추를 생산할 수는 없다. 배추는 쌀, 고추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첨예하게 산업화된 작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한 배추는 한 일례일 뿐이다. 사실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거의 모든 식재료들이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한국 농업의 현실은 알고 나면 좀 골치 아픈 분야다. 기후는 점점 변덕스러워지고 있고,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생산량 위주로 재배를 해온 결과 유기물함유량이나 양이온치환능력같은 땅심은 크게 떨어졌다. 애초에 한국 땅은 화강암질이기 때문에 좋은 토질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오랜 기간 동안 도시 서민들이 싼 가격에 충분한 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정책이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 그리고 보건에 큰 공헌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런 정책이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채소 가격이 요동치고, 종종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같은 재앙이 발생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또한 한국인들은 다분히 현대적인 기술이 적용된 것들에 전통의 탈을 씌우고, 그것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나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위에 말했듯 대형 결구배추는 현대의 발명품이고, 대체로는 상당한 화학비료와 농약을 투입해야만 나오는 작물이다. 흰쌀밥은 현대적인 도정 기술의 산물이고, 멸치는 현대적 조업 기술 및 대규모 가공 기술의 산물이다. 우리가 대체로 흔히 먹는 고추는 과거엔 이리 널리 퍼지지 못했고, 그 품종도 현대화되었을 뿐더러 대규모 재배를 위해 적잖은 화학 약품들이 투입된다. 고추는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에 국민약골 소리까지 듣는 작물이다.


 축산업은 공장식 축산 문제 이야기가 많이 나도니 굳이 이야기를 많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조금 설명하자면 한국의 축산업은 집약적이고, 사료는 거의 수입하며 품종 문제등도 있다. 땅도 비싸고 인건비도 비싸기 때문에 방목하는 것도, 풀을 베어서 주는 것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보다 신경 써서 풀도 베어주고 공간도 확보하면서 가축을 키우는 농가도 있기 때문에 전체를 나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여건은 아니라는 의미다. 무엇보다도 더 나은 방식으로 키운 농축산물이 아직 충분히 대접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수입 개방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고, 도시 서민들은 싸게싸게만 외치면서 물가가 올라 죽겠다고, 유통업자들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유통업은 문제가 아니다. 딱히 큰 부자가 된 전통적 유통업자를 나는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높은 물류비용이나 리스크, 보관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유통을 현대화시킨 대형마트는 또 다른 방식으로 악의 축같은 대접을 받고 있으니, 상황파악에 좀 더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더욱 저렴한 농축산물 공급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형 영농을 탄생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지금껏 그래왔듯 더욱 농촌을 압박할 거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더 낮출 것이다. 기후는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질 거고 농산물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서민들은 점점 더 국내산 신선식품을 먹기 어려워질 것이다. 서민들의 우는 소리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고, 정치가들은 더욱 더 달콤한 말을 하면서 농촌을 더 압박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빈곤을 후대에 떠넘기면서 근시안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빈곤은 점점 누적되고 있고, 이 체제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나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좀 더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칭 진보라는, 깨어있다는 시민들은 이런 문제엔 진지한 관심이 없다. 몇 년 전 구제역 사건 때 자칭 진보들이 걱정하던 것은 대체로 고기값과 수질 오염 뿐이었다.


 수입에 의존하는 게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국산 농산물도 시간이 지나면 결코 지금처럼 저렴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어쩌면 스스로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12억 인구의 인도가 경제성장을 더 하게 되면 세계 식량은 더 모자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동안 지속적으로 국제 식량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여력도 문제를 크게 만들 수 있다. 모든 화학비료나 화학농약, 농기계에는 석유가 소모된다. 유통에도 석유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식량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은 도시 서민들의 식단을 더욱 불량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심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에 미래로 미뤄둔 근시안적 빈곤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더욱 큰 비용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오늘도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더 저렴한 물가와 더 많은 복지, 더 낮은 세금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사실 지금도 정부는 오래 지속되어온 포퓰리즘 정책으로 시민들의 불만을 누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사회가 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진보적인 사람들이 영리하고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칭 진보들은 그런 것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자칭 진보들이 징징대면 징징댈수록 빈곤은 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들은 남의 주머니를 털어 내 주머니를 채우는 데만 급급하다.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이들이 지역을 끼고 갈라져 진영논리를 앞세우며 비아냥거리고 다투는 사이 우리의 미래는 점점 빈곤해지고 있다. 누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1. 일부 추위에 강한 배추는 월동하기도 한다. 이것을 우리는 대체로 봄동이라 부른다. [본문으로]


 서울메트로 9호선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한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각종 보도들이나 여론이 과도하게 편향되어있고,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본 블로그에서는 근래 1심 판결이 나온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사건의 의미와 그 영향력까지 살펴보려고 한다.


 서울메트로 9호선(이하 9호선)과 서울시의 갈등은 사실 개통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기본 운임에 대해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갈등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시가 승리했다. 맥쿼리는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당분간 다른 지하철과 동일 요금을 받기로 하였었다. 그리고 1년 후 요금 협상을 다시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합의가 안 되었다는 데 있다. 박원순 시장으로 정권이 바뀐 서울시는 합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맥쿼리는 지난해 4월, 요금 인상을 통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협의에 응하지 않았던 서울시는 맥쿼리를 힘으로 제압하여 요금을 올리지 않게 한다. 맥쿼리는 여기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맥쿼리에 대한 각종 특혜 의혹이 나오게 되고, 결국 이명박과 커넥션이 있는 사악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낙인찍히게 되었다. 결국 얼마 전 1심 판결이 나와 맥쿼리가 패소하게 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운영권과 요금결정권을 되찾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통상적인 보도와 여론만을 보면 맥쿼리가 정말 나쁜 기업이고, 이명박 시장 때 맥쿼리가 특혜를 받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당하게 시민의 권리를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진실일까? 맥쿼리는 이미 많은 돈을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마처럼 더 욕심을 부리는 걸까?


 이 진실을 직접 찾아보려면 회계와 금융, 그리고 경제에 대한 일정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다. 기자들이 성의 있게 기사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가능한 한 본 블로그에서는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일단 박원순의 말부터 직접 보자.




 이 글만 보면 참으로 박원순이 시민을 위해 일하는 시장 같고, 맥쿼리가 사악한 금융자본인 것 같다. 실제 링크를 보면 반응도 좋다. 그러나 사실을 파 보면 박원순이 일부러 교묘하게 어감을 속여 시민을 기만하고 있는 면이 있다.


 일단 이 글만 보면 맥쿼리가 무려 15%나 되는 후순위채권 이율을 부당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맥쿼리가 2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맥쿼리는 9호선에 주식과 채권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투자를 했다. 24.5%의 지분을 위해 맥쿼리가 투자한 금액은 418억이다. 그리고 15%의 후순위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335억이다.


 그런데 이 중 주식에 투자한 418억의 경우 9호선 운영이 이익이 나야만 순이익을 분배해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모두들 알다시피 - 박원순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 이미 9호선은 적자가 심해 서울시가 적자보존을 해주는 상황이다. 즉 418억의 투자에 대해 맥쿼리는 이익은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


 후순위채권 이율이 15%나 되는 건 애초에 주식에 418억을 투자하는 위험을 짊어졌기 때문에 얻은 특혜다. 그러나 실제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 부분을 손해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투자금액 대비 맥쿼리가 얻고 있는 연리는 세전 6.67%이다. 즉 후순위채권 이율이 15%라는 건 맥쿼리를 공격하기 위한 가쉽일 뿐, 실제 맥쿼리가 그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이 이자지급까지 제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연체가 되고 있다. 맥쿼리는 그로 인한 추가손실도 보는 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혹자는 6.67%도 높다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BTO 투자의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한 채 하는 말이다. BTO는 수익형 민자사업을 의미하는데, 메트로 9호선은 이 BTO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결과 완공 직후 9호선의 소유권은 서울시가 되었다. 즉 맥쿼리는 9호선에 대한 운영권과 운영회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의 지분 24.5%를 가지고 있을 뿐, 9호선의 소유주는 이미 서울시라는 것이다. BTO에 대한 설명은 링크를 참조하시라.


 그런데 이 운영기한은 30년이다. 그리고 이 30년 중 절반인 15년에 대해서는 정부가 MRG를 해준다. 이는 잘 알려진 최소운임수입보장이다. (역으로 운임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높은 경우 일정 이상은 서울시에 되돌려주도록 계약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도 예상 운임수익에 비해 100% 다 해주는 게 아니고, 9호선의 경우 첫 5년은 90%, 다음 5년은 80%, 마지막 5년은 70% 보장해주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 이런 보장이 없을 경우 BTO는 너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참여하려는 투자자가 없어진다. 또한 애초에 예상운임수입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일 이런 것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당기순이익이 아닌 운임수익에 대한 MRG이기도 하다.


 흔히 가쉽성으로 MRG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이야기되곤 하지만, 비리가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 또 좀 생각을 해 보자. 지하철 중 흑자를 내고 있는 지하철이 있는가? 없다. 지하철은 현재 한국에서 대표적인 공공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적자를 쌓고 있는 중이다. 기존 서울지하철 1-8호선의 경우 사용인구도 워낙 많고 운영도 잘 하고 있기에 적자 누계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초기 투자비용이 이미 상쇄된 상황의 문제고 적자 자체의 발생은 현재 어쩔 수 없다. 요금을 좀 몇백원은 올려야 적자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이 또한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9호선에 MRG를 주건 다른 지하철 공사의 적자를 보존해주건 어차피 세금은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민자에 의해 운영되는 9호선은 애초에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요금을 받길 원했다. 그러나 요금을 적게 받도록 요구하여 적자를 내게 만든 쪽은 서울시였다. 처음엔 맥쿼리도 한 발 양보해서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서울시의 태도는 막무가내였고, 계약을 위반한 것이었다.


 9호선 계약서를 보면 계약대로의 기준운임이 있다. 그 기준운임 가이드라인 아래에서 9호선은 자율적으로 운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요금인상을 위해서는 1개월 전에 대중에게 공표해야 한다. 다만 기준운임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징수하려 한다면 서울시장과 합의를 하도록 되어있다.

 

 2013년 현재 계약상 9호선의 불변기본운임은 1446원이다. 그런데 여기엔 고려하도록 되어있는 물가상승분이 빠져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 기본운임 가이드라인은 1955원이다. 즉 9호선은 계약대로라면 1955원 내로는 자유롭게 기본운임을 변동할 수 있다. 1개월 전에 대중에게 고지만 하면 된다.


 그리고 9호선이 현재 원하는 기본운임은 1550원이다. 계약상으로 아무 문제도 없는 금액이다. 그런데 현재 9호선의 기본운임은 1050원이다. 그리고 서울시가 힘으로 기본운임을 올리는 걸 막고 있다. 다만 박원순은 그 후 개통시 서울시의 요구에 의해 9호선이 1년 후 서울시와 합의로 운임을 결정한다고 했던 걸 이유로 9호선은 서울시와 협상을 통해서만 운임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9호선을 실제 이용하는 내가 봐도 억지다. 애초에 9호선이 한번 양보를 해 줬던 거고, 이후 서울시는 9호선의 운임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할까? 시민의 입장이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계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기본적 가치를 놓고 보면 서울시가 잘못하고 있는 게 맞다. 슈퍼 갑인 정권의 입장에서, 을인 일개 기업과의 계약을 힘으로 위반하고 있으니 자유민주주의적이지 않다고 해야겠다. 이런 건 독재시대에 어울리는 행위다. 민주주의는 국가가 민간을 함부로 위협하지 않는 게 민주주의다. 국가가 힘을 함부로 써서 포퓰리즘으로 시민들의 인기를 얻는 것은 전형적인 독재 정치의 한 유형이다.


 애초에 계약된 기본운임 가이드라인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별로 그렇지는 않다. 계약을 보면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운임상승률이 초기 10년에 해당하는 2018년까지 매해 3.41% 올라가고, 그 다음 10년 동안은 1.49% 오르고, 마지막 10년인 2038년까지는 아예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계약상 초기에 기본운임 가이드라인이 많이 올라가게 되어있고, 나중엔 부담이 적어진다.


 그래도 많이 올라가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장기적으로 보면 대중교통요금은 많이 올라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성인이라면 어릴 때 대중교통요금을 생각해보자. 원래 많이 오른다. 계산을 해 보면 9호선 가이드라인이 딱히 특별한 게 아니다.


 더구나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에 불과할 뿐, 9호선도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경쟁을 해야 한다. 요금을 너무 올려버리면 다른 버스 등으로 승객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9호선 측에서 원하는 게 1550원인 건, 그보다 더 올릴 때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원래 대중은 가격에 민감하다. 그리고 맥쿼리는 사정상 9호선의 합리적인 경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맥쿼리 등이 져야 할 또 하나의 리스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운영기한이 30년이라는 건, 운영 30년 후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 자체가 사라진다는 (또는 강제로 인수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시간동안 9호선의 적자가 누적된다면, 채권자이자 주주인 맥쿼리는 투자 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 (서울시는 계약상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의 적자를 보존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


 어차피 MRG도 15년밖에 보장을 안 하는데다 차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맥쿼리 입장에서는 MRG를 받는 것보다는 운임을 계약대로 인상해서 흑자를 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위에 이야기한 6.67%이라는 이율이 높아보일지 몰라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6.67%이라는 점에서 지금처럼 서울시의 견제를 받으면 저 채권은 투기성 채권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실제로 15%의 후순위채권이다. 후순위채는 선순위채를 다 환급한 후에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고리스크 상품이다.) 그리고 투기성 채권은 실제 6.67%보다는 이율이 훨씬 높다. 나름 안전한 브라질 국채만 해도 이것보단 더 나온다.


 그런데 박원순이 말하고 있는 수입 보장률 8.9%가 뭘까? 이는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실시협약 때 실질사업수익률을 예측한 수치가 8.9%였고, 이것을 가이드라인으로 하여 현재 90%에 해당하는 MRG를 받고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9호선은 적자 운영 중이다. 9호선의 MRG는 당기순이익이 아닌 운수수입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8.9%라는 사업수익률 예측이 굉장히 높아 보일 수 있지만, 9호선에 투자했을 때 생각하는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는 그리 꼭 높은 게 아니다. 우선 30년 안에 수익을 내야하는데다 30년간 묶이는 돈이기도 해서 유동성도 없고, 받기로 한 돈도 제때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


 결과적으로 맥쿼리가 9호선 투자로 이익을 내고 있냐 하면 그렇지 않다. 맥쿼리 입장에서 9호선은 골치 아프고 곤혹스러운 사업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맥쿼리와 같은 조건에서 9호선에 투자하겠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 답은 절대 No. 다. 그나마도 지금 애초의 협약이 정치적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 중이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편을 들어줬다. 그리고 박원순은 영웅 행세를 하며 맥쿼리에게서 9호선을 인수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계약 조건이 어떨까?


 MRG도 초기 15년만 보장이고, 그 후 15년은 맥쿼리가 알아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조건이다. 그나마도 현재까지 보낸 시간은 MRG를 90% 보장해주는 기간이었다. 앞으로 MRG 비율도 떨어지게 된다. 또한 모든 지하철은 적자다. 9호선만 적자가 아니고, 그 차액은 어차피 지자체가 세금으로 내고 있다. 9호선의 착공에 들어간 막대한 투자비용에 대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


 만약 서울시가 민자유치를 안하고 지방채를 찍어서 사업을 벌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맥쿼리에 주는 높은 후순위채권 이율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막상 계산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민자로 유치한 전체 비용을 서울시가 지방채나 시 보증 채무로 확보할 경우, 결국 그 이율이 그 이율이다. 좀 뜻밖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맥쿼리 외에도 보다 저리의 선순위채에 투자한 다른 투자자들이 있었고 이 투자자들의 이율을 주식 지분까지 합쳐 계산하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이 면에서도 맥쿼리가 특혜가 아니냐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 서로 돌아간 혜택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이런 BTO는 특수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고, 리스크나 유동성 문제에 대한 보상책이 어떤 형태로든 주어지게 된다.


 더구나 민자를 유치하지 않고 서울시가 직접 사업을 벌였을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면이 있다. 우선 지방채를 더 찍으면 회계상 시의 부채 규모가 더욱 증가하게 되고, 이는 시의 재정을 가시적으로 악화시킨다. 또한 BTO 방식은 애초에 민간 사업자에게 예산 규모를 정확하게 계약하고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 지출이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BTO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생기면 그건 계약대로 민간 사업자가 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맥쿼리가 30년간 맡아 운영해야 할 상황이니 공사에 대한 관리도 더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고, 부실공사 위험도 줄어든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달라지는 것이다. 만일 시가 지방채를 찍게 되면 이런 이점이 사라져 그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맥쿼리가 떠안고 있는 빚을 서울시가 떠안았어야 했을 걸 감안한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9호선은 2012년까지 세전 당기순손실이 무려 1849억이나 발생했다. (특수손실이 많이 발생하였는지 결손금은 훨씬 더 높다. 이미 자본총계가 2011년에 -로 떨어졌다. 적자누적으로 자본잠식이 일어났다는 뜻.) 이게 MRG 받은 상태에서 그렇다. MRG 지급액은 불과 924억이다. 결국 현재의 양상은 서울시가 맥쿼리를 뜯어먹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주책임은 낮은 운임을 강요하고 있는 서울시에게 있다.


 맥쿼리인프라가 실패한 투자회사는 아니다. 9호선에 한정짓지 않는다면 맥쿼리의 투자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9호선에 한정한다면 맥쿼리는 대실패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는 소송으로 치달았으나, 1심에서 재판부는 서울시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요금 인상을 서울시와 합의를 통해서 결정하라는 식의 판결을 하였지, 요금을 인상하지 말라는 판결을 한 것은 아니다. 이렇다면 결국 서울시도 요금 인상에 대한 협상을 계속 회피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실을 설명하려 애썼다. 박원순이 이런 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걸까? 일단 경실련, 참여연대 등 자칭 진보 단체들은 사태를 파악을 못하거나 일부러 왜곡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마도 박원순도 거기에 넘어가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가 정말 진실을 모를까? 이번에도 포퓰리즘 정치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9호선을 지금 서울시가 인수한다면, 계산적으로는 분명 서울시 손해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박원순은 과거 이명박 정권과는 다른, 보다 국민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웅이 된다. 특히 시민에게 펀드를 모으고 사업수익률 예측도 5%로 떨어뜨리겠다는 식의 말은 그야말로 포퓰리즘 이상은 아니다.


 당장 9호선 운영권을 서울시가 인수한다면, MRG로 주던 돈이건 현재 나고 있는 적자건 간에 서울시가 다 떠맡아야 한다. 물론 운영권 양도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일거에 지출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2009년부터 서울시는 9호선 요금 인상을 막으면서 924억만을 지급했다. 그리고 맥쿼리는 잔뜩 투자를 해놓고도 적잖은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런 만큼 맥쿼리 입장에선 사실 9호선 운영권을 서울시에게 팔아버린다면 나름 홀가분할 수도 있다. 물론 전동차 구입 등 막대한 초기투자로 인한 적자가 큰 시기이긴 하지만, 계약사항까지 위반하는 정도의 정치적 리스크를 진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 정말 좋은 게 아니다. 어차피 수익도 불투명한 사업이니, 투자원금만 보존된다면 발을 빼서 나쁠 게 없을 거다. 오해와는 달리 실제 운임 좀 올린다고 맥쿼리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9호선 인수를 위해 시민 기금을 모으겠다는 것도 일종의 쇼일 가능성이 높다. 지방채 찍는 것보다 낮은 돈으로 펀드를 만들기 어렵기도 하고, 실제 9호선은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기금의 형태에 따라선 원금보존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박원순은 그런 뒷일보다는 당장의 이미지를 중시할 거라 나는 추측한다.


 그리고 현재의 이런 사태는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에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향후 민자 사업을 유치하는데 있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프라에 투자할 때 정부가 이런 식으로 포퓰리즘 정치논리에 따라 계약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면, 자본은 그런 데 들어오지 않거나 그 리스크만큼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 하기 마련이다. 박원순의 정치쇼는 상도덕을 어기고 자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신뢰를 망가뜨렸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달리 민자 유치를 하지 않으면 사회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 빚이 많은 건 그 자체로 리스크가 증가하는 것이다. (빚을 너무 쌓은 일본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면 간단하다.) 비록 민영화 등의 말로 이미지가 나쁘긴 하지만, 실제 민자유치와 민영화는 다르고 국채나 지방채를 더 찍는 것보단 BTO가 (비리만 없다면) 더 좋은 방식이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유로 정권이 계약을 무시한다면, 그런 나라는 투자 위험 국가로 낙인찍히기 딱 알맞다. 그럼 자본을 유치하는 데 그만큼 더 많은 코스트가 들어간다. 본래 금융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열심히 본문을 쓰긴 했지만 시민들은 아마 저런 박원순의 정치쇼를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9호선을 서울시가 인수하기라도 하면, 박원순은 나름 영웅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포퓰리즘이다. BTO 문제는 배경 지식이 모자란 기자들이 쉽게 요약할 만큼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본문도 가급적 쉽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어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시민들이 이런 걸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정치인은 책임을 가지고 사회의 신의를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은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시민 사회도 진실을 볼 능력이 없는 것 같다.



참조 : 2013년 10월 24일, 2편 업데이트 (링크)

추가 참조 : 2013년 10월 25일, 3편 업데이트 (링크)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 정치쇼

정치 2013. 5. 29. 12:37 Posted by 해양장미

 나와 사적으로 쭉 가까웠던 이들이라면 박원순에 대한 나의 평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정도가 크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처음 박원순이 선거에 나왔을 때, 나만큼 박원순에 대한 기대가 낮은 사람도 드물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내 기대보다는’ 상당히 잘했다. 정말 엉망으로 할 줄 알았는데, 적어도 자신이 하려는 것은 충분히 해 나가는 인물로 보였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다른 정치인만큼 기대치를 올렸다. 그리고 그 후엔 개인적 평가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현재 민주당 소속인 선출직 의원 및 단체장 중 가장 대형 후보에 속한다. 실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산도 있고, 승리할 경우 바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게 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그는 좀 위험군에 속하는 정치인이다. 개인적으로 정치와 시민운동은 그 본질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시민운동이 사회에서 힘을 만들고 압력을 가하는 일이라면, 정치는 현실 속에서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그것을 타협ㆍ조정하는 일이라 본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는 지나치게 시민운동 스타일로 정치를 한다.


 본문에서는 그 잘못된 한 예를 이야기하려 한다. 들어본 사람들이 꽤 있을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이야기이다. 처음 이 사건이 일어난 건 꽤 오래 전이지만, 너무나도 뻔히 의도된 정치쇼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제 며칠 전 제돌이가 제주 근해로 이동했고, 곧 방사될 거라는 점에서 본 블로그에서도 한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http://spp.seoul.go.kr/main/news/news_report.jsp?searchType=TITLE&searchWord=%B5%B9%B0%ED%B7%A1&list_start_date=&list_end_date=&pageSize=10&branch_id=&branch_child_id=&pageNum=1&communityKey=B0158&boardId=11958&act=VIEW


 사건의 발단은 대략 이러하였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 중단은 이로부터 얼마 후인 2012년 3월 19일부터 시작되었다. 박원순 및 서울시 측의 일방적인 조처였다.


 이후 4월 중순에 리서치앤리서치에서 돌고래쇼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결과는 돌고래쇼에 대한 찬성 여론이 과반인 52%가 나왔다. 반대는 40%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고, SNS 분석이라는 희한한 방식으로 돌고래 쇼 반대 여론이 높다고 판단, 돌고래 쇼를 지속적으로 중단시키고 제돌이를 ‘구럼비 바위 쪽’에 방사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태는 사실 사건을 좀 아는 사람들이 보기엔 사실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우선 언론은 남방큰돌고래를 희귀한 멸종 위기종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남방큰돌고래는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은 커녕 보호종도 아니다. 실제 고래 보호론자들은 고래의 개체수 문제를 쉽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개체수가 충분한 고래들도 많다. 한국 근해에는 그리 많지 않은 종일뿐이다.


 또한 제돌이가 잡혔던 곳은 제주 북동쪽이었는데, 박원순은 굳이 ‘구럼비 바위’ 쪽에 풀어주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구럼비는 제주 남쪽에 있다. 제주 근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전혀 다른 곳이다. 당시 구럼비는 정치적 이슈화된 곳이었고, 박원순은 제돌이를 정치쇼에 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 무렵은 총선이 있던 시기고, 대선을 앞둔 시기이기도 했다. 결국 현재 제돌이의 방사 예정지역은 구럼비와 먼 곳이 되었다.


 더구나 이 사건에 있어 줄곳 보인 박원순의 태도는 (동물보호단체들처럼) 다분히 막무가내였다. 우선 제돌이는 잡힌 지 3년이 된, 당시 연령 13세의 돌고래였다. 그런데 돌고래의 수명은 그리 길지가 않기도 하고, 한번 잡혀서 오래 사육되어 야성을 잃은 돌고래는 다시 방사되는 게 쉽지가 않다. 또한 만약 돌고래를 방사하려면 준비기간도 길고, 준비금도 많이 드는데다 그것이 돌고래를 위한 선택이 되지 않을 확률도 높다. 실제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대실패한 사례도 상당히 많다. 특히 잡힌 지 2년이 넘은 돌고래의 방사 성공 케이스는 실제 꽤 희박한 듯 하다.


 또한 서울대공원은 돌고래를 학대하거나 하는 곳이 아니었고, 돌고래는 사회성이 있는데다 지능도 높은 동물이기에 사육사와 제돌이의 관계는 친밀감이 이미 형성된 관계였다. 그런데 박원순과 서울시는 이를 일방적으로 갈라놓는 것으로 결정하였고, 돌고래 쇼도 폐지시켜버렸다.


 서울대공원에 돌고래 쇼는 1년에 11억의 수익을 가져다줬다고 한다. 그리고 제돌이의 방류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초기 계획보다 줄어서) 7.5억 정도다. 그리고 추가로 각종 시민단체에서 돈을 냈다. 그러니까 일단 무조건 들어가는 돈이 대략 20억, 그리고 매년 10억 이상 손해를 보는 정책이 막무가내로 실행되었다. 더구나 그것이 해당 돌고래의 안녕과 행복에 과연 좋은지도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한편으로 동물 관련하여 돈이 남아도는 것일까? 일단 20억이면 서울대공원 자체 1년 예산의 1/20 이상이다. 이 돈이면 동물들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해줄 수 있다. 유기견에 들여도 수많은 유기견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돈이다.


 이런 제돌이 문제에 관하여 서울시 회의록은 박원순의 구차하기까지 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박원순을 지지하는 분들에게야 상대 의원이 과하게 공격적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감정을 한 발 떼고 보면 어떨까.


http://ems.smc.seoul.kr/CLRecords/Retrieval/frame.php?hfile=8A0110242041.html&daesu=8&fchk=0&keyword=%B5%B9%B0%ED%B7%A1&mode=multi&n=w1


 회의록에 의하면 돌고래쇼의 폐지로 인해 근처 레스토랑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무리 봐도 박원순은 돌고래쇼가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나는 의견이 다르다. 그리고 저런 식으로 결정하는 게 맞을까?


 제돌이는 곧 방류될 것이다. 그 조치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일단 하는 거니 잘 되었으면 정말 좋겠지만, 꼭 이렇게 했어야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무엇이 진정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그리고 만약 제돌이가 조만간 죽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이 모든 행위에서 정치쇼의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1년, 반 MB를 넘어서

정치 2011. 1. 4. 19:31 Posted by 해양장미


 새해가 되었다. 근래의 정치사회적 움직임은 이명박의 통치시기를 넘어서는 기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려하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어떠한 커다란 악이 있을 때, 어쩌면 그 악과 싸우는 것은 차라리 쉽다. 그렇지만 악이 남긴 파괴를 딛고 그 다음을 기약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물며 지금까지 해온 게 싸움밖에 없다면 더더욱.


 담론은 이미 옮겨지고 있지만 중앙 정부의 정치적 힘은 한나라당이 독점하고 있다. 다른 정치세력들은 반 MB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았으며, 지금도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다. 오히려 거대담론들은 민주주의의 확산에 좋지 않게 작용했고, 지난 2010년에 민주당계를 제외한 진보세력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 분위기가 지독하게 나빠진 것은 여러 정치사회 담론과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거대담론과 네가티브에 휘말리기 쉬운 상황이 반복해 발생했고, 문화는 날이 갈수록 빠르게 천박해졌다. 심해진 배금주의는 더 심한 배금주의로의 악순환을 반복시켰고, 내 주변의 거의 모두가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가난해졌다.


 나쁜 쪽으로 가속화된 정치사회적 흐름은 대안으로 거론되는 여러 담론들을 포퓰리즘에 가까운 것으로 만든 것 같다. 물론 그런 조짐은 계속 있었지만, 이 시대의 정치적 퇴행은 무시하기 어려운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근래의 군사적인 갈등은 이념적 균열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문제는 몇 년 내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현재는 아주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제 네가티브는 끝났다. 이명박 정권 다음을 논의할 때가 이미 다가왔으며 그렇다면 반 MB를 넘어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 복지 이야기도 좋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어지간한 수준의 복지가 자신의 삶을 우선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복지가 세금을 늘릴 거라 생각한다. 정치는 윤리적 욕구뿐만 아니라 실질적 욕구도 충족시켜줘야 한다.


 MB의 비윤리적 권위주의식 통치 시기는 필연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끝을 맺게 되어있다. 막상 그 끝을 앞둔다면, 사람들은 결코 윤리적 욕구만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고 더 포괄적인 시민들을 돌보고 포용할 것인가? 이 의문의 답은 아직 변수가 많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근래 시민들의 이성적, 윤리적인 수준이나 욕구가 전반적으로 저하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 많은데, 이는 결과적으로 앞으로의 정치사회문화적 양상에 일정 부분 이상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사회의 여러 건강한 모습이 사라진 양상이라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 많은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사람들은 적어도 무언가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열망이 단순한 포퓰리즘으로 기울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이 나라에 앞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은 포퓰리즘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정도나 있을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또한 이것과 별개로 아직도 야권에서 주로 논의되는 이야기는 반MB연대이며, 안타깝게도 이런 연대는 박근혜의 좌향좌에 의해 이념적, 정책적 차별을 유의미하게 확보하지 못하게 된 게 현실이다. 올해는 나에게 보이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 및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천천히 해나가게 될 것 같다.


 내 생각에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이 자유민주주의의 틀을 일차적으로는 유지하는 가운데 문제점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보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절차적 민주주의 체제를 보완해가면서 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노력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물론 반 MB담론은 이런 것을 기본적으로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현재의 추세로 정권을 교체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무엇이 나아질 것인가? 물론 MB정권에 비해 더 윤리적인 행정 절차를 밟을 수 있고, 언론은 좀 더 자유로워져 노무현 때 수준으로 수구언론의 권력은 내려갈 것이며, 새만금은 하더라도 4대강 같은 수준의 어이없는 공사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사회 분위기는 현재보다는 나아질 것이며 서민이 구제받을 확률이 2%내지 5%는 더 생길 것이다. 북조선과는 지금처럼 냉전으로 달려가지 않을 것이며, 제국주의적인 군사주의의 망령도 덜 소환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나은 기회들이 생길 거다. 국민들끼리의 사회적인 신뢰도 아주 약간은 회복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는 근본적으로는 거의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성장 및 그 부수효과들 외엔 뚜렷한 업적 없이 정권을 빼앗기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켰음에도 그런 실수는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고, 노무현과 유시민의 신도들은 노무현 정부 및 관련 인사들에 대한 비판 자체를 불허하면서 매우 폭력적인 대응을 일삼고 있다. 국민참여당은 이제 민주당보다 정치학적으로 진보적인 특색이 없다고 판단됨에도 그들이 더 진보적인 것처럼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으며, 좌파 정당들은 호남의 민주당보다는 영남패권주의적인 국민참여당과 함께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 내 생각엔 이제라도 가장 기초적인 것을 해야 한다. 정당이 좀 더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젊은 정치인을 성장시키며 이념적으로 포괄해야 할 계층에게 어필하고 요구를 수용하면서 세력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렇게 하려면 현실적이고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는 진보적 변화와 행동이 필요하다. 쉽게 말하면 이는 민주주의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정당이 시민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절차적 민주주의 정치는 뼈대만 남은 통치에 불과하다.


 한편으로 현재의 복지 담론은 저도의 포퓰리즘성 시혜적 복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바람직하고 수준 높은 복지로 연결될 확률이 낮다. 박근혜도 오세훈도 유시민도 복지를 말하지만, 그것은 아주 낮은 단계의 - OECD 국가 중 형용할 수 없이 최저인 - 복지에 불과하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복지 레벨은 높아질 것이지만, 그 복지 양상은 각각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포퓰리즘 성향을 가질 확률이 높다. 보다 민주주의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