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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동물실험 단계를 과신하는 것이다. 근래 유행하고 있는 간헐적 단식이라거나 소식이 수명을 늘린다는 각종 이야기들은 사실 임상실험에서의 유의미한 성공이 불충분하거나 없으며, 동물실험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소위 약을 파는 (...) 게 아닌가 싶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 ‘간헐적 단식에 대한 이야기 추가 (링크)’에서 살짝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 동물실험과 임상이 큰 차이를 보여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던 경우가 있을까? 근래 가습기 피해자 문제로 다시금 회자되었던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유명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탈리도마이드는 1953년 서독에서 개발된 진정ㆍ수면 및 임산부 입덧약으로 1961년 정도까지 전 세계에 유통되었다. 당시 탈리도마이드는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약은 결국 동물 실험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가 되고 말았다. 뜻밖에 인체에서는 혈관형성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 약은 임산부가 입덧약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팔다리가 짧거나 아예 생기지 않는 ‘해표상기형’ 피해자들이 12000명 이상 태어나게 되었다. 사망자도 속출했다고 전해지는데, 내가 본 자료에서는 5000~6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을 확인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차후에 드러난 거지만, 탈리도마이드는 임상에서는 현기증이나 말초신경염 같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은폐되었었다. 그리고 동물실험을 근거로 유통되었었다. 예외적으로 미합중국 FDA는 탈리도마이드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이상하게 탈리도마이드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는데, 동물에게는 효과가 없다.’였다고 한다. 실제 탈리도마이드는 광학이성질체로 약효와 부작용이 함께 동반되는 약이다. 매커니즘상 동물에게는 부작용이 없었지만 약효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탈리도마이드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17명이었던 반면, 대조적으로 일본의 피해자는 사망자만 약 1200명이었다. 이후 탈리도마이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혈관형성 억제 능력을 인정받아 한센병 및 다발성 골수종, 암 등에 효과를 보이는 약제로 쓰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동물 실험이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근본적인 이유는 동물 실험에 사용하는 주된 동물이 생쥐라는 것이다. 사람과 생쥐는 사실 전체 생물군에서 보면 상당히 가까운 편이지만, 그래도 의료 정확도를 생각하면 좀 진화 계통상 거리가 있다. 혹시 어느 정도 거리인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실제 분류계통을 좀 상세히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 : 진핵생물역 - 동물계 - 진정후생동물아계 - 후구동물상문 - 척삭동물문 - 척상동물아문 - 유악하문 - 사지상강 - 포유강 - 수아강 - 진수하강 - 영장상목 - 영장목 - 직비원아목 - 원숭이하목 - 협비원소목 - 사람상과 - 사람과 - 사람아과 - 사람족 - 사람아족 - 사람속 - 사람종


생쥐 : 진핵생물역 - 동물계 - 진정후생동물아계 - 후구동물상문 - 척삭동물문 - 척상동물아문 - 유악하문 - 사지상강 - 포유강 - 수아강 - 진수하강 - 영장상목 - 쥐목 - 쥐아목 - 쥐상과 - 쥐과 - 쥐아과 - 생쥐속 - 생쥐종


 보면 생쥐와 우리는 영장상목이라는 것까지만 동일하고, 이후 목 단계에서 갈라진다. 이 분화 시기는?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8500만 년 전 정도의 일이다. 이 시기는 중생대 백악기에 해당하는 시대이니, 그야말로 아득히 먼 과거의 일인 것이다. 그래도 사실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그나마 가깝긴 한데, (개나 고양이, 또는 돼지보다 가깝다.) 의료 실험을 하기에 충분히 잘 맞을 정도로 가까운 건 아니라 할 수 있다.


 실제 행태 특성에서 사람과 생쥐는 사이즈 차이도 너무 나고, 수명 차이도 크다. 그럼에도 쥐를 동물 실험에 많이 사용하게 되는 건 번식력이 좋아 저렴하고 크기가 작아 실험이 용이하며, 실제 동물 실험 과정은 꽤 잔인한 과정이기에 그나마 쥐가 실험자의 각종 심적 부담 등도 덜하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확도 면에서는 가끔 할 말 없는 결과를 보인다.


 탈리도마이드는 광범위한 동물 실험에도 문제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생쥐는 물론 개, 고양이, 집쥐, 햄스터, 닭에게는 아무런 독성도 없었다. 차후 발견된 것이지만 예외적으로 토끼 중 소수 품종에게만 문제를 드러냈다. 토끼는 쥐목, 영장목과 함께 영장상목에 속하는, 비교적 사람과 가까운 계통을 가진 동물이다.


 그런데 이런 비극적인 사례와 대조적으로 쥐 실험을 하지 않아 얻어 걸린 인류의 행운도 있다. 페니실린은 인간에게는 아무 해가 없고 오히려 정말 많은 사람을 구한 기적의 약이지만, 쥐한테 적용하면 쥐 태아에게 사지기형을 유발한다. 만약 동물 실험을 했다면 페니실린은 허가가 못 될 약일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요지는 동물 실험을 근거로 각종 약을 팔아대는 비주류의학의 의견을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약장수라는 말이 괜히 그런 뜻을 가진 게 아니다.) 특히 다큐에서 ‘쥐 실험 결과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유난히 주의해야한다. 만약 충분한 임상결과가 있다면 그런 식으로 말할 이유가 없다. 보편적인 의료 실험단계는 쥐 실험부터 해보고, 필요하다면 다른 동물 실험도 해본 후 임상을 여러 차례에 걸쳐 거친 후 그것을 총합한 2차 자료라 할 수 있는 메타 분석 데이터까지 만들어서 그것까지 봐야 안전이나 효능이 확실하게 입증된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자면 간헐적 단식이나 비타민 C제제의 다량 복용, 베타카로틴 및 각종 항산화 보충제의 복용 같은 것보단 MSG를 마음껏 먹는 게 훨씬 안전하다. MSG는 워낙 많은 논문에서 장기적으로 공격당했으나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온 물질이다.

 

 임상시험 메타데이터는 세간에 널리 퍼진 건강 상식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예를 들면 각종 비타민 제제, 무기질 보충제, 항산화제 같은 제제가 암 발병 위험이나 심장질환 위험, 사망률을 높인다는 메타데이터가 도출되어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합성 비타민 제제가 자연식 섭취 시 얻을 수 있는 비타민 등의 영양 물질과는 임상 결과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암 발병 외의 다른 문제나 효능에 대해 어떤지는 아직 미정이다. 물론 비타민 결핍에는 합성비타민의 사용이 유용하다.


 소식을 하면 오래 산다는 이야기 또한 쥐 실험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수명이 2년인 생쥐 실험과는 달리, 수명이 25년인 붉은털원숭이를 사용한 실험에서는 소식과 수명연장의 상관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람이 소식을 하면 오래 산다는 속설은, 어디까지나 쥐 실험단계에서만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쥐 실험과 그 상위 단계의 실험은 차이가 나곤 한다.


 다만 임상시험을 충분히 해서 메타데이터를 쌓는 것은 시간과 비용, 그 외 각종 노력이 적잖이 들어가는 일이다. 의료라는 게 많은 경우 스피드가 요구된다는 걸 감안해보면, 때때로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이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동물 실험을 근거로 새로운 의료 및 건강 관리법에 도전한다면, 기본적으로 그것은 리스크를 감수한 행위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중파에서, 책에서 기적적인 것처럼 소개한다고, 각종 의사들이 주장하는 거라도 그게 너무 파격적으로 들린다면 일단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행을 해보기 전에 자료를 찾아보고, 충분한 반론을 들어본 후 조심스레 접근하는 게 안전하다. 몸을 망가뜨리는 건 너무 쉽고, 만약  건강을 잃는다면 그건 보통 나 혼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