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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소재 및 구조에 대한 이야기

사회 2019. 4. 10. 10:59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GqWVQVsgOB8

 

 

 본문은 건축물을 짓는 데 필요한 구조별 이야기를 간략하게 다룹니다. 간략하다고 하는 이유는, 내 스스로 판단하기에 학습과 자료조사가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방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신 분들이 보신다면 댓글 등으로 내용을 보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두는 건물을 이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건물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각 건물의 소재 및 구조의 특성이라거나 각각의 장단점에 대한 이해는 보편화되어있지 않습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자가의 경우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거나 세입자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개개인이 건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단 말이지요. 그렇지만 아파트를 사고 거주하는 것 의외의 선택을 생각한다면, 누구나 건물 소재 및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재별로 하나하나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진흙 및 황토

 

 우리나라 사람들은 황토에 대해 막연하게 좋은 인식을 가지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찜질용 팩을 구매하면, 브랜드는 달라도 거의 약국에서 파는 건 황토 성분이 들어있다는 황토팩입니다. 나는 황토 같은 걸 찜질팩에 넣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상업적으로는 황토를 쓴 게 잘 팔리는 모양입니다.

 

 시멘트의 독성에 대한 우려가 보편화된 이후 황토로 건물을 짓는 게 한 때 유행했었고, 실제 진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통적인 건축 소재입니다. 90년대만 해도 시골지역에는 낡은 진흙 집들이 남아있었는데, 00년대 이후에는 어째 고급 소재가 되었습니다.

 

 황토는 이름은 황색입니다만, 굳이 보면 다소 붉은 색을 띠는 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색은 흙에 섞인 산화철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황토의 PH측정을 해보면 산성흙으로 측정됩니다. 염기성이 강한 시멘트와는 대조적입니다.

 

 여담인데 황토가 농사에 좋다는 인식이 있습니다만, 사실 황토 흙은 산성 토질이라 그리 재배에 꼭 좋은 건 아닙니다. 패화석으로 중성화를 시켜주는 게 가장 좋다고 아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신 계분을 칩니다. 닭을 키울 때는 달걀을 낳으라고 석회질을 먹이기 때문에, 계분에도 석회질이 꽤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봄마다 계분을 주면 흙이 중성화됩니다. 다만 계분의 질소질은 흙에 유기질이 모자란 경우 충분히 고정되지 않는데, 유기질 관리를 충분히 안 하는 농토가 많아서 계분의 질소질이 하천으로 쓸려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쓸려나간 과다한 질소질은 4대강에 녹조라떼가 생기는 한 원인이 되고 있지요.

 

 옛날 진흙 집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기둥 사이를 짚으로 엮은 후 진흙을 잔뜩 발라 굳히거나, 짚을 섞은 진흙을 굳혀 벽체를 만들거나 했습니다. 그렇지만 요새는 좀처럼 그렇게 짓지 않지요. 물론 지으려면 지을 수는 있습니다만, 튼튼하게 지어지지 않는데다 더 좋은 소재가 많으니까 그렇게 짓지 않는 것입니다. 옛날식으로 지은 진흙 집은 세월이 지나면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안쪽의 짚이 보이게 됩니다. 계속 진흙을 덧바르고 보수공사를 해줘야 했지요.

 

 최근의 황토집은 황토를 구워 만든 벽돌을 모르타르 대신 황토진흙을 써서 짓는 조적조 집들입니다. 사실 일반 붉은 벽돌도 점토를 써서 구워 만드니까, 흙이 조금 다른 흙일 뿐 황토벽돌이라고 크게 다른 건 아닙니다. 벽돌끼리 모르타르를 쓰느냐 황토를 쓰느냐가 다를 수는 있습니다만. 가격은 황토벽돌이 훨씬 비쌉니다.

 


 

2. 벽돌과 블록

 

 요새는 잘 짓지 않지만 예전엔 벽돌을 쌓아 만든 조적조 건물을 많이 지었습니다. 그 건물들은 80년대에서 90년대 초에 지어진 다가구 양옥집으로 주로 남아있지요.

 

 벽돌은 크게 점토를 구워 만든 점토벽돌과 시멘트를 굳혀 만든 시멘트벽돌이 있습니다. 위에 이야기한 황토벽돌도 있고 나무로 만든 목재벽돌도 있기는 합니다만, 일반적이진 않고요. 예전엔 벽돌을 많이 썼으니까 벽돌을 흔하게 볼 수 있었지요. 그렇지만 80년대 후반부터는 점점 건물의 층고가 높아지면서 벽돌집을 짓지 않게 되었습니다.

 

 벽돌을 쌓아 만드는 조적조는 그다지 튼튼하지 않습니다. 돌이다보니 누르는 하중(압축력)에는 강한데, 인장력엔 약합니다. 땅이 꺼진다거나 흔들린다거나 하면 약하단 말이지요. 고층건물을 짓는데도 적절하지 않고요. 쌓는 데 노동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빨간 벽돌이 쌓인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기 때문에, 최근의 벽돌은 주로 장식벽돌로 사용됩니다. 내부 구조는 철근콘크리트나 철골+판넬 등으로 지은 다음에, 바깥을 벽돌로 쌓아 마무리하는 형태가 많단 말이지요. 쉽게 이야기해 외장재로 벽돌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물론 층고가 높지 않은 건축물을 간략하게 시공할 때 벽돌 조적조는 여전히 유용합니다. 벽돌은 그다지 비싼 소재가 아니고, 조달과 운반이 쉬운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규모가 좀 커지면 벽돌 조적조만으로 건축을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벽돌의 구조를 보강하기 위해 나온 블록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블록은 쉽게 말해 구멍 뚫린 벽돌인데요. 이 구멍끼리 겹치도록 쌓고 철근을 넣은 다음 모르타르를 부어 시공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철근과 모르타르로 블록이 결합되기 때문에 무척 튼튼해집니다만... 문제는 그렇게 짓는 게 철근콘크리트조 건물 대비 별 장점이 없다는 겁니다. 장식벽돌 외벽을 더 튼튼하게 시공할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만.



 

3. 석재

 

 자연석조 건축물은 우리 주변보다는 역사책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만, 당연히 현대에도 못 지을 건 아닙니다. 물론 아주 비싸고, 잘 지어놓으면 멋지긴 한데 가성비는 전혀 안 나옵니다.

 

 석조 건축물의 최대 장점은 수명입니다. 잘 지어진 석조건축물의 수명은 그 어떤 건축물보다도 깁니다. 문화재나 유적으로 남길 수 있을 정도가 되지요. 그런데 잘 지어졌는지 단시일 내엔 확인이 불가합니다. 짓고 대략 백년정도는 기다려 봐야 알게 될 거에요.

 

 통짜 석재건축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짓기 어렵기 때문에, 어지간한 의지와 자금조달능력과 극단적인 취향이 아니면 지을 만한 게 아닙니다. 규모가 좀 있게 지으려면 신전 유적 같은데 쓰는 기둥이 필요할 텐데, 그런 거 채석장에서 구해 뗘오려면 얼마쯤 할 지 가격이 짐작도 안 갑니다.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석재는 외장 마감용으로 쓰거나 돌담을 쌓는 데 씁니다. 그래도 돈 많이 들어갑니다.

 

 석재에 대해 알아둬야 할 게 있다면 의외로 화재에 약하다는 겁니다. 자연석은 불에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습니다. 대리석의 내화온도는 700, 화강암은 800정도입니다. 이 이상의 온도에서는 금이 가고 파열됩니다. 만약 석재 기둥 같은 걸 사용한 건물일 경우, 큰 불이 나면 기둥이 파열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4. 목재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에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선 매우 일반적인 게 목재 건축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전원주택 건축용으로 인기가 좋고요.

 

 목조는 예나 지금이나 전 지구적으로 인기 많은 소재였고, 현대에도 여전히 인기는 좋습니다. 장점이 꽤 많은데, 일단 목재는 같은 부피일 때 단열능력이 콘크리트보다 훨씬 좋습니다. 나무라는 게 물에 띄우면 뜰 정도로 안에 기공 같은 게 꽤 있어서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탄성이 있는 소재라 지진에 제법 잘 버팁니다. 일본, 미국처럼 지진이 많은 지역에서 괜히 목조주택을 많이 짓는 게 아닙니다.

 

 자체적인 습도 조절 능력이 있고, 쾌적성이 있는데다 보수나 수리도 쉽고 공사를 해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필요 시 해체 및 철거도 쉽고, 특별히 파손되지 않으면 의외로 건물도 오래 가는데다 해체 후 재공사할 때 목재 재활용도 은근히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장점 이상으로 단점도 많습니다.

 

 일단 강도에 한계가 있어 고층건물을 짓기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까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비효율적입니다. 그리고 화재와 결로, 누수에 약합니다. 우리나라는 화재가 발생해도 도시 대화재로 잘 번지지 않는데, 목조건물이 거의 없어서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로나 누수가 있는 경우 목조건물은 나무가 썩거나 뒤틀려 버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결로나 누수라는 게 꽤 잘 생긴다는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짓는 목조주택은 정말 잘 생깁니다.

 

 우리나라는 목조건물 시공이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목조 건축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사람/회사가 목조건물 시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관련 법률과 법 체계가 무척이나 부실하고 비상식적이며, 사기꾼까지 많기 때문에 정말 상태 심각하게 시공된 목조주택이 적지 않습니다. 목조를 막 지으면 콘크리트나 판넬을 부실 시공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대책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콘크리트나 판넬은 썩진 않는데, 나무는 썩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럴싸해 보이는 전원주택, 타운하우스들이 지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속은 썩은 경우가 꽤 많다고 압니다. 많이 썩은 목조주택은 답이 없습니다. 제대로 수습하려면 대공사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소재와 달리 나무는 벌레가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흰개미는 나무를 먹는 데 최적화되어있기 때문에 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목조주택이 많은 편이 아니고, 우리나라 흰개미는 추위에 약한 편이라 충청도 북쪽으로는 잘 없다고 합니다만 흰개미가 목조건물에 생길 경우 건물 전체를 비닐로 감싸고 훈증소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 건물엔 길면 반년동안은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하니, 참으로 골치아프다고 해야겠습니다.

 


 

5. 철골

 

 철골구조는 철근콘크리트구조와 함께 현대 건축의 2대 메이저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목조 건축이 드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지은 건물의 대다수는 철골구조 아니면 철근콘크리트 구조 또는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입니다.

 

 철골구조는 강철로 만든 긴 형강이나 각관 등으로 건물의 뼈대, 즉 골조를 짜 맞춘 후 거기에 판넬(패널)을 붙이거나 해서 건물을 만드는 형태입니다. 사무용 고층 빌딩은 거의 이 구조라 생각하면 되고, 공장이나 가게도 거의 철골 구조로 만듭니다. 그리고 단독주택도 최근에는 철골구조로 만드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다만 공동주택은 철골구조로는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철근콘크리트 대비 철골구조의 최대 장점은 공사기간이 짧다는 점, 그리고 건물의 하중이 가볍다는 점입니다. 콘크리트는 엄청나게 무겁기 때문에 그 하중을 버티기 위해 더 많은 기둥과 내력벽이 필요해지게 되는데, 철골구조는 철골조가 모든 하중을 지탱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크기의 건물에서 철골구조가 실 연면적이 더 넓어집니다. 그리고 콘크리트는 겨울에는 양생이 잘 안 되는데, 철골구조는 겨울에도 공사를 진행할 수 있긴 합니다. 물론 겨울에는 어떤 공사건 비효율적이 되지만요.

 

 단점이라면 화재에 일단 약하다는 점입니다. 철골구조는 연결된 철골로 모든 하중을 견디는데, 큰 화재가 나게 되면 철골이 가열됩니다. 철골은 일정 이상으로 가열되면 약해집니다. 그래서 고층건물의 철골은 내화피복을 합니다만, 구조적으로 철근콘크리트가 화재에 더 강합니다.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빌딩도 철골구조였지요. 강철은 녹는점은 높지만, 불로 가열하면 물렁물렁해집니다. 이 원리를 이용해서 용광로를 만들 기술이 없던 고대부터 달군 철을 두들기는 식으로 강철을 가공해왔지요.

 

 시공을 제대로 잘 했을 경우 철골구조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대비 단열이 더 좋습니다. 콘크리트 외벽은 열전도를 잘 막아주지 못합니다. 그리고 콘크리트 외벽 바깥으로는 외단열을 잘 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단 대표적인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인 아파트의 경우 그냥 외벽에 페인트를 바르고 마감을 끝내는 게 일반적이지요. 그런데 철골구조에서는 보통 벽체가 판넬로 구성됩니다. 건축용 판넬에는 단열재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철골구조는 창호와 유리벽 외엔 벽 전체를 단열재로 시공하는 셈이 됩니다. 돈을 더 들이면 단열재를 충분히 두껍게 붙여서 시공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가장 우수한 단열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잘 시공했을 경우고, 제대로 시공 안 하거나 예산을 아끼면 콘크리트조만 못한 단열이 됩니다. 소규모 공장 같은 걸 철골판넬로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공장은 단열에 크게 신경을 안 쓰기 때문에 그런 걸 짓던 방식으로 주택을 짓거나 하면 단열이 나빠지기 쉽습니다.

 

 최근에는 조적조 건물을 지을 때도 철골로 뼈대를 세운 후, 벽체만을 판넬 대신 벽돌로 구성하곤 합니다. 이렇게 하면 조적조의 단점을 거의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보다는 판넬을 사용한 후 외장을 장식벽돌로 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판넬 쪽이 단열이 더 잘 되기 때문입니다.

 

 장점이 많음에도 위에도 이야기했듯 철골구조로 공동주택을 짓지는 않습니다. 철골구조의 또 다른 단점 중 하나가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충격음이 발생하면 철골을 타고 쉽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사무용/상업용 건물이나 공장 및 단독주택 등에는 철골구조를 많이 쓰는데, 공동주택에는 잘 쓰지 않는 것입니다.

 


 

6. 철근 콘크리트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우리나라에 가장 흔합니다. 흔한데, 참 좋은 구조입니다. 좋으니까 많이 쓰는 것이지요. 흔하면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콘크리트는 포틀랜드 시멘트와 모래, 그리고 골재와 혼화재의 혼합물입니다. 포틀랜드 시멘트는 수화작용으로 굳는 현대 건축용 시멘트, 그러니까 우리가 시멘트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그거고요. 그냥 시멘트라고 하면 수화작용으로 굳는 무기접착제 전반을 지칭하는 말이 됩니다만, 통칭으로는 포틀랜드 시멘트를 시멘트라 부르곤 합니다. 수화작용이라는 건 물반죽해 페이스트로 만들면 굳는다는 건데, 이런 수경성 재료의 특징은 공기에 노출되지 않아도 굳는다는 것입니다. 진흙이나 석회는 기경성 재료라 공기에 접촉해야 굳는데요. 시멘트가 굳는 데는 공기가 필요 없습니다.

 

 포틀랜드 시멘트에 모래를 섞은 걸 모르타르라 부릅니다. 위에 여러 번 언급했지요. 이런 모르타르는 벽돌을 쌓으면서 접착시킨다거나 각종 미장을 할 때 씁니다. 그리고 콘크리트는 골재, 그러니까 동글동글한 돌멩이나 파쇄석 또는 슬래그 자갈 (용광로의 녹은 금속 위에 뜨는 것) 같은 것에 모르타르가 더해진 것입니다.

 

 통상적인 오해와는 달리, 콘크리트의 대부분은 골재입니다. 골재들을 쌓고, 골재들 틈사이에 모래가 들어가고, 그 골재와 모래를 접착하는 게 시멘트입니다. 그러니까 콘크리트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고요. 골재와 모래를 쌓아 굳혀 놓은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멘트:모래:골재의 일반 비율은 1:3:6입니다.

 

 큰 자갈을 그냥 쌓아 건축물을 짓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콘크리트를 비비고 섞어서 부어 굳히는 건 쉽지요. 그러니까 콘크리트가 효율적인 건축소재인 것입니다.

 

 그런데 콘크리트만으로는 건축이 어렵습니다. 콘크리트는 압축강도는 높지만 인장강도가 낮습니다. 그러니까 콘크리트엔 대체로 철근을 넣습니다. 철근은 인장강도가 높지요. 철근과 콘크리트는 매우 잘 어울리는 건축소재라서 일반적으로 쓰는 건데요. 일단 우연히 철근과 콘크리트는 열팽창비가 유사합니다. 그러니까 비슷한 비율로 팽창하고 수축하기 때문에 한 덩이로 기능할 수 있고요.

 

 그리고 콘크리트는 강한 알칼리성을 띠는데, 이 알칼리성 때문에 철근의 산화가 방지됩니다. 콘크리트 건물을 지을 때 살짝 녹이 슨 철근을 사용하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의외로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녹슬지 않은 철근보다 녹이 좀 슨 철근이 콘크리트와 더 잘 부착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알칼리성을 유지하는 콘크리트와 결합한 철근은 더 녹이 슬지 않습니다. 콘크리트가 강알칼리성을 유지하는 한 내부 철근은 무사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담인데 시멘트 독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곤 하는데요. 대체로 시멘트의 독성이라 이야기하는 건 알고 보면 시멘트가 강한 알칼리성이라 그런 것입니다. 시멘트 가루나 양생이 끝나지 않은 시멘트 반죽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 당연히 손상됩니다. 노동자들은 작업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데미지를 조금이라도 입게 되지요. 그렇지만 속칭 새집증후군은 인테리어나 가구용 목재에 방부제로 쓰는 포름알데히드가 주원인이지 시멘트 및 콘크리트를 원인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양생이 끝나고 내부마감이 된 후 들어가는 입주자에겐 콘크리트가 딱히 독성이 있다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의 노후와 붕괴는 대체로 콘크리트가 세월이 지나고 빗물 등에 노출되면서 알칼리성을 잃고 중성화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중성화된 콘크리트는 내부의 철근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콘크리트 건물은 관리가 중요하고,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제대로 지으면, 적어도 콘크리트가 중성화되기 전까지는 무척 튼튼합니다. 지진에도 강하고 화재에도 강합니다. 실제 군용 벙커, 요새 등도 철근콘크리트로 만들고요. 일반 철근콘크리트 건물도 유사 시 군사용으로 쓸 수 있을 만큼 튼튼합니다. 콘크리트라는 게 워낙 무겁다 보니 차음도 어지간한 다른 어떤 소재보다 잘 되는데, 차음은 원리상 비중이 높은 소재가 차음이 잘 되는데다 콘크리트조 건물의 내력벽은 두께가 꽤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흡음은 차음과 원리가 다르고, 부드러운 소재가 음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따로 흡음재를 시공해야 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철근콘크리트 건축 기술이 발달해서 더 적은 양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도 충분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아파트 벽체 및 바닥이 얇아지는 경향이 생겼었고 그와 연계되어 한참 동안 신축이 층간소음 더 심한 것 같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소음을 줄이는 데는 그냥 벽과 바닥이 두꺼운 게 훨씬 더 낫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까지 여럿 발생하다보니 최근에는 규정이 강화되었고, 이후 차음과 흡음에 더 신경을 써서 짓긴 합니다.

 

 위와 같은 특성 때문에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공동주택에 적합합니다. 실제 우리나라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조로 지어집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단독주택을 지을 때도 콘크리트조는 짓기가 쉽고, 시공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잘 나옵니다. 우리나라에 철근콘크리트조 주택을 여러 번 시공해 본 베테랑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또 철근콘크리트 특성상 부실시공이 되더라도 원체 튼튼하다보니 다른 구조에 비해서는 문제가 덜한 경향이 있습니다. 부실 시공된 건물이 우리나라에 널렸지만, 철근콘크리트조에 한정한다면 대체로 그럭저럭 살고 있지요.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데 공부하기도 싫고, 공부할 시간도 없고, 그런데 건물은 지어야 한다면 콘크리트 건물 짓는 쪽이 그나마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철근콘크리트 또한 단점도 꽤 있긴 합니다.

 

 철근콘크리트의 단점 중 하나는 공사가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붓고 굳히고 하는 데 필연적으로 시간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다 해야 합니다. 철골 구조 같은 경우 철골이건 판넬이건 공장에서 이미 만들어져 나오는 걸 현장에서 결합하는 거니까 시공이 더 빠른데요. 철근콘크리트는 현장에서 더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은 그 특성상 기본 벽체의 단열이 별로 안 좋습니다. 일단 콘크리트라는 게 그 자체로는 단열 성능이 안 나오고요. 여기에 더해 대부분의 아파트는 외부엔 외단열재를 안 붙이고, 페인트만 바른 채 콘크리트 외벽을 드러낸 형태입니다. 그래서 단열을 내단열에 의존하게 되는데, 단열 원리상 외부에 단열재가 있는 게 무조건 효율이 좋습니다.

 

 이걸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콘크리트 외벽은 커다란 석재로, 그 부피만큼의 열용량을 가집니다. 예를 들면 달궈진 외벽은 데워놓은 거대한 돌냄비나 돌판과 같습니다. 차가워진 외벽도 마찬가지고요. 만약 단열재가 벽 바깥에 있을 경우, 내부와 외벽이 단열되지 않은 상태가 되어 내부는 외벽의 열용량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반대로 단열재가 벽 안쪽에 있을 경우, 실내는 외벽과 단열된 상태가 되어 외벽의 열용량을 거의 단열에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한여름을 예로 들면, 태양빛을 받은 통상적인 아파트의 외벽은 바깥 단열재 없이 노출되어 달궈집니다. 그 달궈진 외벽의 열기는 벽 안쪽의 단열재가 막아 줘야 하지요. 그런데 벽 안쪽의 단열재로 충분한 열용량을 머금고 달궈진 아파트 외벽의 열기를 막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해가 지고 나도 아파트 내부는 계속 덥습니다. 그러니까 콘크리트조는 보통 단열이 그다지 좋지 않게 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아파트의 냉난방 효율은 어지간한 단독주택보다 훨씬 좋은데, 아파트 건물의 크기가 단독주택 대비 워낙 크기 때문에 그만큼 열용량도 커서 그렇습니다. 냉난방을 충분히 하지 않는 가구라도 이웃에 냉난방을 충분히 하는 가구가 있으면 혜택을 봅니다.

 

 그래도 단열은 결국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결로입니다. 콘크리트 건물의 창호가 없는 방향 외벽 안쪽엔 결로가 잘 생기고, 그래서 아파트나 빌라 벽지에 곰팡이가 잔뜩 생기거나 하는 문제가 흔하게 발생합니다. 벽체와 실내의 온도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단열재를 충분히 사용하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만 언제나 원가절감이나 부실시공이 문제지요.

 

 한편으로 우리나라 콘크리트의 평균 품질은 1990년대부터 계속 낮아졌습니다. 위에 강도가 높아졌다는 건 공법의 발달로 인한 거고요. 여기서 말하는 건 소재가 문제입니다. 콘크리트에는 강모래와 강자갈을 쓰는 게 좋은데요. 1980년대가 지나면서 우리나라에 강모래가 별로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다모래를 많이 쓰게 되었는데, 바다모래처럼 염분이 있는 걸 콘크리트에 쓰게 되면 강모래에 비해 굳는 속도는 빠른 대신 장기적인 결과물이 나빠집니다. 자갈도 강자갈이 없으니까 파쇄석이나 슬래그 자갈을 많이 쓰는데, 품질이 강자갈만 못합니다. 게다가 시멘트에도 자꾸 이상한 걸 점점 더 넣고 있는데, 종합적으로 90년대 이후 점점 콘크리트 자체 품질은 영 안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아파트나 빌라 등 콘크리트 건물은 많은 경우 원가절감을 이유로 최소한의 도장만으로 겉면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도장만 해 놔도 예쁘게 마감되거든요. 그런데 콘크리트라는 건 양생 후 시간이 지나면 금이 필연적으로 갑니다. 오래 된 아파트를 보면 자잘한 세로금이 가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금 사이로 빗물이나 공기가 들어가면 위에 이야기한 중성화가 됩니다. 그러니까 아파트는 종종 금을 메우고 도색을 새로 해 줘야 합니다. 그게 콘크리트 건물의 가장 중요한 관리입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 이상적으로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아파트는 그나마 나은데 빌라 같은 건 시간 지나면 상태가 말이 아니게 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건물들은 보통 선천적인 부실공사를 안고 태어납니다.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지요.

 

 콘크리트조 건물이라고 외단열 또는 외장 및 중단열을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만, 잘 안합니다. 현실적으로 콘크리트조 건물의 대부분은 가격 대 성능비 위주로, 팔기 위해 지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새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및 빌라 등에 외단열, 통칭 드라이비트 시공을 하긴 합니다만, 단열성능이 높아지는 대신 화재에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단열재도 불연재도 나오고 난연재도 나오기 때문에 그런 걸 쓰면 괜찮습니다만, 오피스텔이건 도시형이건 빌라건 극한으로 가격 대 성능비를 뽑아내야 하는 상품들이기 때문에 보통 잘 타는 싸구려 드라이비트를 시공합니다. 거기에 흡기구로 기능하기 좋은 필로티까지 띄워놓는 경우가 많으니, 화재가 나면 겉면 전체가 타오르면서 유독가스를 내뿜을 수 있습니다. 2017년 제천 화재가 그런 경우였지요. 위험해서인지 일정 높이 이상 건물은 아예 드라이비트가 금지되어 있는 것 같고, 다행히 (?) 아파트는 보통 드라이비트를 안 하고 열용량과 내단열로만 버티고 있습니다.

 

 그 외 철근콘크리트의 또 다른 단점은 너무 튼튼한 일체형 구조라는 데 있습니다. 크게 리모델링하기도 힘들고, 철거하려고 해도 어렵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적조나 목조나 철골은 적당히 철거하고 다시 짓는 게 쉬운데, 철근콘크리트는 그렇게 안 됩니다. 거대한 철거 장비나 폭약을 동원해야 철거할 수 있지요. 실질적으로 30~40년쯤 지난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은, 성실하게 관리하지 않았다면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재건축 또는 재개발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인데 철거하기도 수월하지 않다는 겁니다.

 


 

7. 철골 철근 콘크리트

 

 철골과 철근콘크리트를 같이 쓰는 구조도 있습니다. 철골구조의 철골 주변에 철근을 세우고 콘크리트로 철골을 감싸는 방식의 공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화재에 약한 철골의 단점이 상쇄됩니다. 철근콘크리트는 화재에 강하니까요. 단점은 역시나 비싸다는 점. 그리고 해체가 쉬운 철골의 장점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규모가 큰 상업용 건물이나 초고층건물에 주로 쓰는 공법으로, 중요한 기둥 등만 이런 식으로 시공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911테러의 충격이 세계적으로 워낙 컸기 때문에 근래 짓는 마천루는 이 공법을 많이 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