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정치론과 파시즘

정치 2017. 7. 2. 16:14 Posted by 해양장미

 국가를 플라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철학자 왕이 통치했으면 하는 바람은 제법 보편적인 것입니다. 실제 오랜 역사 속에서 철인정치론이나 그 비슷한 발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었습니다. 동아시아 버전의 철인정치론으로 왕도정치를 들 수 있습니다. 조선이 왕도정치를 추구하는 나라였기 때문인지, 아직 한국인들의 마음속에는 일종의 철인정치론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란 본질적으로 지저분한 짓입니다. 민주정은 많이 민주적일수록 그 지저분함을 투명하게 드러내곤 하지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정치는 아파트 동대표 회의나 동네 반상회 같은 겁니다. 소규모에 걸린 이권도 적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요. 많은 경우 아주 지저분하고요. 규모가 커지고, 걸린 이권이 커질수록 정치는 더 지저분해집니다.

 

 민주정치를 접할 때 가장 좋은 태도는 그것의 본질적 지저분함과 혐오스러움을 인정하고, 관심을 가지되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치는 재미없는 거고, 나는 정치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재미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며 웬만하면 너무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세상엔 재미있는 것, 즐거운 것, 아름다운 것이 많습니다. 가능한 많은 시간동안 그런 걸 보고 즐기며 사는 게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민주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철인정치 같은 게 훨씬 단순하고 매력적이거든요. 모두들 스스로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은 민주정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정말 많지요.

 

 근래 인터넷 세상엔 참으로 문재인 지지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언행을 보면, 어딜 봐도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닌 철인정치론자들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문재인을 대략 철인 대접합니다. 문재인이 명백한 잘못을 해도 문재인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굳건하게 유지합니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정치인은 믿거나 애정을 기울일 만한 대상이 아니라 해야겠지만, 철인정치론자들은 그렇게 합니다. 믿고 지켜주면 철학자 왕이 알아서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물론 실제론 차라리 중고차 딜러나 애널리스트를 믿는 게 낫습니다.



 현실 민주정에서 철인정치론은 정치의 종교화로, 파시즘으로, 민주정의 붕괴로 발현됩니다. 실제 무솔리니는 플라톤의 철인정치론과 니체의 위버멘시에 영향을 꽤 받았었기도 합니다. 원천적으로 정치란 매 순간 터져 나오는, 온갖 짜증나는 문제들을 봉합하고 각자의 손익을 조율하고, 싫어도 타협하는 가운데 정치철학적 가치를 실현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특정 정치인을 떠받드는 방향의 종교화는 반드시 강한 도그마를 만들어내고, 각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봉합하는 데 약점을 보이기 마련이며,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기보단 전체주의 쪽으로 치닫기 쉽고, 정치철학보다 정치인이 중요해지기에 원리상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도 모든 문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론 부모가 두 자녀 사이의 문제를 온전히 중재하고 조율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매일 보는 가족이라도 각자의 이익과 손해와 감정적인 부분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지도에 토 달지 말고 따르라고 격렬하게 시민들이 주장한다면, 그건 엄연히 파시즘입니다.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적이고 왕도정치사상이 보편적인데다 자유주의 기반이 약하고, 민족주의는 강하다보니 파시즘의 위험에 아주 취약합니다. 지금은 파시즘이 이미 준동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고요. 이 파시즘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는 예측할 방법이 없습니다. 3년 전에 지금의 정치현실을 예상할 수 없었듯, 3년 후의 일도 알 수 없습니다.

 

 자유로운 민주 시민들은 파시스트들의 준동을 좌시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들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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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급 옆에 또 폐급

정치 2017. 6. 26. 18:35 Posted by 해양장미

 어떻게 이렇게 폐급 인사만 잘도 한다 싶었는데, 오늘 또 큰 게 추가되었습니다.

 

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7062611117638324

 

 이번엔 신정훈이랍니다. 그에 대해선 본 블로그에서 두어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요. 워낙 대단한 인물이라.

 

 신정훈은 2014년 기준 폭행 상해, 음주운전, 건축법/농지법 위반, 보조금 예산관리 위반 등으로 전과 5범이었으며, 작년 총선 땐 경쟁자 손금주 후보의 연설원을 집단폭행하는 해프닝 끝에 패배하였으나 더불어민주당측에서 호남특보자리를 줘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포스트를 링크합니다.

 

http://oceanrose.tistory.com/563

 

 이번 문재인 정부는 5대원칙 등을 이야기하며 기존과는 달리 깔끔한 인사를 하겠다는 식으로 국민들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속였으나, 실제 인사를 보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상으로 지저분하여 그야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부패인사를 뽑아대고 있습니다.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파시스트들이 최소한의 비판을 불허하게 하고, 민주정을 망치고 있습니다. 이 쯤 되면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기준과 품격을 가진 인사를 요구합니다. 도저히 눈 뜨고 못 볼 인사를 대중독재의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문재인에게 내가 건 기대가 거의 없었고, 평가도 낮긴 했으나 현재의 양상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진심으로 박근혜정부가 그리울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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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의 끝

정치 2017. 6. 22. 21:45 Posted by 해양장미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에서 지난 523, 달님 지지율은 81.3%였습니다. 그런데 20일 조사에서 달님 지지율은 70.1%로 나왔습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0% 넘게 지지율이 깎인 것입니다.

 

 허니문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41.08% 득표로 대통령이 되었던 달님이 그 배나 되는 지지를 얻었던 건, 그를 뽑지 않았던 국민들이 갑자기 달님에게 반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빨리 정부다운 정부가 생겨서, 각종 불안을 해소하고 그럴싸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높은 지지율로 나타난 것이겠지요. 나는 물론 그에게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만...

 

 워낙 지지율이 높았기에 빠른 속도로 지지가 줄었음에도 아직은 별로 티가 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추세가 계속될 수 있음은 생각해봐야겠지요. 달님은 다자구도에서 40%정도의 득표를 했으니까, 25~30%정도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입니다. 지금 지지율이 높다고 달님이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대통령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을 거고, 이미 다수의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후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정석대로 간다면 달님이 기댈 곳은 역시나 내셔널리즘과 달빛기사단입니다. 개혁, 혁명, 대의, 민족, 정의, 국가, 자주, 청산 등을 내세울 것이고, 그걸로 수많은 문제들을 덮어나가려 할 것이고, 위기가 올 때마다 공공의 적을 만들려 노력할 것이며, 기사단은 더더욱 과격화되며 화대혁명을 불사할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정석일 경우지만요.

 

 갈등은 본질적으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데서 생겨납니다. 그렇기에 갈등은 힘이나 협상을 통해 해결됩니다. 그리고 달님은 매우 넓은 분야에서 갈등을 감수하고, 그 갈등들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분이지요. 그는 용감하고 영웅적입니다. 그렇지만 민주정체엔 영웅이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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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환이 사퇴했네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의 저열함이 달님의 저열함입니다. 윤그랩이 허니의 천박함과 어리석음을 드러냈듯, 인사란 그런 것입니다.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첫 지명한 법무부 장관의 불명예스러운 사퇴이지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달님은 온갖 깔끔한 척은 다 했고, 5대 인사원칙 같은 기특한 소리도 다 했습니다. 물론 달님이 그런 인사원칙을 지킬 가능성은 없었지요. 어차피 달님은 그런 비현실적인 공언을 지킬 생각 없이 거짓말을 했을 겁니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면 달님은 주변파악도 전혀 못하고 가까운 미래도 생각 못하는 바보 멍청이라는 건데, 그렇게까지 달님을 나쁘게 생각하고 싶진 않네요.

 

 어쨌든 아마도 작정하고 정치인다운 사짜짓을 하셨고 국민들이 거기 넘어갔으니 모두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여기저기서 달빛이 루나틱하게 빛나고 소스가 쏟아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니를 쫓은 후의 허니문은 달콤하니 아직 지지율이 매우 높습니다. 파시즘의 시대 초입인데 참 아스트랄하고 행복회로도 과열로 불타버려서 큰일입니다.

 

 달님의 잘생긴 외모와 젠틀한 이미지에 허망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것 같습니다. 소위 문트릭스지요. 진실은 많은 경우 쓰디쓰고 메마릅니다만, 정치인에 대한 달콤한 열광은 환각제 같은 것입니다.

 

 달님이 뽑은 인사의 부도덕함이라거나 원칙 위배 같은 건 애피타이저입니다. 그들이 펼칠 정책의 비현실성에 비하면 별 거 아닐 겁니다. 올 여름은 공포영화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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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사례와 대중독재

정치 2017. 6. 6. 18:49 Posted by 해양장미

 개인적으로 야구는 거의 보지 않습니다만, 김성근과 한화에 대한 사건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근의 고양원더스 시절 대중 평가와 현재의 대중 평가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나 그 시간동안 김성근이 다른 사람이 된 것은 아닐 겁니다. 2년 전만 해도 김성근은 기존 야구 기득권 세력에 의해 배제된, 야구밖에 모르는 재일교포 2세로 차별당하는 인물처럼 인식되었습니다.

 

 그가 한화 감독으로 취임하는 데는 팬들의 강한 요구와 한화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중의 압력과 독단의 합작품이었지요. 야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왜 김성근을 꺼렸는지, 대중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2년 반 전에 김성근이 한화 감독하면 욕을 엄청나게 먹다가 잘리고, 이상군이 그 뒤를 맡아 김성근보다 잘할 것이라고 말한다면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요.

 

 나는 야구에 별 관심 없습니다만 관심 많은 사람들도 별다를 건 없었습니다. 진실도 몰랐고, 앞날도 예측하지 못했지요. 김성근은 이미지 메이킹에 능한 인물이었고, 구단의 프론트와는 항상 싸워도 구단의 오너에게는 저자세였습니다.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많은 소모가 수반되었습니다.

 

 한화팬들이 김성근을 원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김성근이 잘할 의지가 없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화팬들도 김성근도 한화가 잘되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지요. 한화 회장의 독단은 독단이 나쁜 결과를 낳는 사례가 되었고요.

 

 그런데 이런 게 실제 정치에도 적용됩니다.

 

 정치적 맹목성이 위험한 건 실제 정치인의 역량을 대중이 올바르게 파악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성근의 문제를 알던 사람들은 김성근의 문제를 대중에게 알릴 수 없었습니다. 정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정이 좋은 체제인 건 대중이 좋은 정치인을 선택할 능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대중에겐 좋은 정치인을 선택할 능력이 별로 없습니다. 실제의 민주정은 복합적인 안전장치들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은, 여러 안전장치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달님을 향한 팬들의 맹목성은 공격적이며 위험합니다. 야당은 의석은 꽤 있지만, 전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폴리페서와 환빠가 높은 자리를 차지했음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습니다. 위장전입에 대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음에도, 사드나 FX사업 관련하여 정부의 행보가 무언가 이상함에도 역시나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약합니다.

 

 대중독재는 이미 우리 앞에 도달하여 이 사회를 잠식하였습니다. 이 상황은 내가 꽤 오랜 세월동안 막아보고 싶었던 상황이기에, 사실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만 방법이 없습니다. 503호 허니의 활약에 한동안 정치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던 시민들은, 더 이상의 갈등과 잡음을 원하지 않을 정도로 지쳤습니다. 민주당을 대신하고 지지할 만한, 충분히 가치 있는 정치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철학의 문제입니다.

 

 이번 정부의 색깔을 뭐라 할까요? 흔히 진보로 불립니다만, 진짜 진보는 아니라는 취급을 곧잘 받습니다. 달님 지지자들은 달님이야말로 보수라 합니다만, 현 정부를 보수주의 정부로 분류할 수 있는 정치학적 기준은 지구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리버럴이라기엔, 이 정부와 그 지지자들에게 자유주의적 전통이나 사고방식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색깔 없는 열광. 끊임없이 바뀌는 말. 권력에 대한 순수한 지향. 기존 사회에 대한 불만의 집합. 대중의 추종. 각종 인기 영합적 말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보고 겪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불안이나 불만만을 말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일단 본문에서 하고 싶은 말은, 김성근도 팬들의 추종을 얻었고 구원자처럼 등장하였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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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혐오의 시대, 개막

사회 2017. 5. 16. 17:58 Posted by 해양장미

 개인적으로 근 10년 동안 사회적인 분노와 혐오가 증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한 땐 그게 정치적인 우경화 현상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웠습니다만, 우파가 아닌 계열에서 본격적인 혐오조장을 하는 것을 확인한 이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었습니다.

 

 근래 EBS에서 까칠남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보진 않았습니다만, 스크린샷이나 평가 등을 볼 때 래디컬 페미니즘의 입김이 듬뿍 들어간 방송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예전부터 EBS에 문제 많다는 주장을 해왔으나 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입장에선, 현재의 뜨거운 반응에 조금 쓴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적폐청산을 외치던 달님이 당선되고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그에 비교적 가까운 방송사 계열에 래디컬들이 많다는 걸 아는 입장에선 미래도 어느 정도 예상하게 됩니다. 물론 홍준표가 당선되었더라도 그다지 나을 건 없었을 겁니다.

 

 나는 앞으로의 시대가 분노와 혐오로 물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뿐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런 움직임을 막을 필요가 있다 생각해왔습니다만, 개인이 시대적인 흐름을 어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흐름이 예상된다면 그에 맞춰 대응하는 게 최선이겠지요. 이에 감상적이 될 여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을 생각하다보니 3차 산업혁명에 생각이 닿았습니다. 4차 이야기가 나오는데 웬 3차냐 싶은 분들도 있겠으나, 3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통상적 인지보다 삶의 모습을 많이 바꾼 것은 사실입니다. 3차 산업혁명은 좋은 의미로건 나쁜 의미로건 우리 모두에게 다소의 공간적 자유를 부여하였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 굳이 부대끼는 걸 덜하게 해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변화는 우리가 타인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인내하는 능력을 덜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타인을 실제 접하는 상황에 대한 모두의 평균적 역치가 낮아져서, 보다 쉽게 타인에게 분노하거나 혐오감을 드러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우리는 진화적으로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감정 및 감각 체계는 매우 예전의 것에서 무척 더디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변화는 일어나고 있고, 결과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구시대적 종교는 힘이 약해졌고, 더 이상 사람들을 이끌지 못합니다. 철학은 말장난처럼 여겨지고 있고, 실제로 그러한 영역이 많으며, 아노미는 일상화되었습니다.

 

 증오와 분노의 시대가 어떻게 흘러갈진 알 수 없습니다. 뭘 어떻게 해볼 방법도 없습니다. 여러 정치세력이 서로 분노를 부추기고 증오하도록 하니 정치적 탈출구도 거의 없습니다. 다 잘될 거라고 행복회로 돌리면서 증오나 분노에 휘말리지 않는 게 각자의 최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적으로 진보주의는 많은 경우 과격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공산주의가 그랬고, 생디칼리슴과 파시즘이 그랬으며, 좌파 아나키즘도 그러했지요.

 

 근래는 환경운동가들과 채식주의자들, 여성주의자들, PC를 강조하는 사람들 중 다수도 과격하고 막무가내로 굴다가 시민들에게 나쁜 인상을 안겨주고,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이거나 문화적인 실패를 겪게 되었습니다. 물론 진보주의자들만 우리 지구촌에서 과격하게 구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본문에서 나는 각종 진보주의의 원천적 모순과 빠지기 쉬운 함정, 그리고 현실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진보주의자들은 대체로 현실의 부정적인 면을 잘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게 더 옳은가, 어떤 게 더 이상적인가를 생각하고 그 기준을 정립하는 데 능하지요. 대다수의 진보주의자들은 현실을 꿈에 맞추고자 하는 잠재적 욕구가 있으며, 그러한 태도를 오래 유지합니다.

 

 이러한 진보주의자들이 가장 쉽고 일차적으로 겪는 문제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관념적 조화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본래 현실과 이상 사이엔 큰 간격이 있기 때문에, 현실을 이상에 맞춰 개선하려면 이상에 대한 현실적 수정과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는 현실 정치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정이지만, 이 과정을 엄밀하게 거치면 거칠수록 대부분은 진보주의적 경향이 약화됩니다.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것은 모순이라기보다는 난제에 가깝습니다.

 

 진보주의자들이 쉽게 부딪치는 모순은 권력의 획득과 행사에 있습니다. 정치적 진보주의는 품은 이상과 목표가 높을수록 그 실현을 위해선 필연적으로 강한 권력이 필요합니다. 약한 권력으로는 큰일을 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렇기에 높은 목표를 가진 진보주의자는 매우 강한 권력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막상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뭔가 하려고 하면, 그 변화로 인한 피해자나 손해 보는 사람이 곧잘 나오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들을 설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여기서 진보주의자들이 선택하는 건 (안타깝게도) 대체로 공공의 이익, 집단의 이익입니다. 많은 경우 진보주의자들은 1명이 다소 부당할 수 있는 손해를 보더라도 3명이 이익을 보게끔 권력자가 조종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지 않으면 이 이야기를 납득 못할 분들도 있을 것 같으니, 최저임금 인상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은 대체로 그로 인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예를 들면 이해가 쉽지요.

 

 강한 권력의 추구, 집단주의,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의 허용. 이런 것들이 합쳐지고 세월이 쌓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역사가 증명합니다. 그런데 또 현대 선진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심화된 민주정과 개인의 자유, 권리, 소수자에 대한 보호와 의견 존중을 동시에 주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민주정, 개인의 자유와 권리, 소수자의 권리 보호 등이 윤리적이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불완전한 형태로 접합되고 퍼짐으로 나타나는 모순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 모순은 현실 속에선 꽤 곤혹스럽거나 혐오스러운 형태로 발현됩니다. 언더도그마라거나 내로남불 같은 형태 말입니다. 이게 그렇게 되기가 쉬운 게, 결국 개인과 집단 중 어느 쪽을 중시할 것인가. 권력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태도를 일관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같은 철학적 원칙들을 정해야 내로남불이나 언더도그마를 피할 수가 있는데, 현대의 대다수 진보주의자들은 그걸 일정 이상으로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지지자들은 본인들을 매우 민주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개인의 자유와 소수자의 권리도 중시한다고 곧잘 주장합니다만, 실제 행동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들이 문재인을 대하는 태도는 거의 철인정치론자들이나 수호자주의자에 가까워 반민주적이고, 문재인이 매우 강력한 권력을 쥐고 정의로운철권 독재 정치를 행하길 바라며,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소수자에 대해선 대단히 공격적이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는 집단적 공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곧잘 내로남불을 시전하지요. 그런데 이게 문재인 지지자들이 꼭 유별난 인격 파탄자들이라 그런 게 아닙니다. 현대 진보주의의 원천적 모순이 드러난 결과지요.

 

 위에 이야기한 문제들 때문에 교조화가 나타납니다. 진보주의적 관념, 방법론 등등은 모순점도 많고 우스갯소리 같지만 충분히 진보하지도못했습니다. 21세기 기준에선 구시대적이란 말이지요. 그런데 현실에 맞춰 온건하고 (기존 진보주의 관점에선) 덜 진보적인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더 진보적인) 주장이 대세가 되면, 기존의 진보주의자들은 그 정치적 입지 및 권력을 잃어버리기 쉬운 상황이 됩니다. 여기서 교조화가 이루어지고, 강압과 폭력이 등장합니다. 설명은 어렵지만 현실적 샘플은 간단하지요. 문재인의 비현실적인 주장들을 친문세력 많은 흔한 커뮤니티들에서 비판하면 돌아오는 것들을 보면 됩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진보적 정치세력은 실패를 거듭합니다. 선거에서 잘 이기지 못하고, 집권을 하더라도 금세 또 정권을 내주게 되고, 시민들을 실망시켜 극우파를 집권시키거나 아예 본인들이 극우화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그들은 사회의 많은 것들을 개선하고 싶어 하지만, 그 비현실성과 모순과 교조성 때문에 대체로는 절반의 성공 또는 그 이하에 그치고 맙니다.

 

 이제 한국도 모순과 교조성을 품은 진보주의자들이 권력을 쥘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실제로 권력을 쥔다면, 그들이 잘 하길 바라고 이런저런 조언을 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들이 실패하면 극우파가 집권하거나 그들이 극우화될 수 있으니까요.


 박원순 시장 집권 이래, 나는 박원순의 거짓된 정치쇼와 시정의 문제점들을 비판해 왔습니다. 그 과정은 피곤하고 어느 정도의 투쟁이 수반되는 것이었지요.

 

 깨시스트들과 그 뒤의 조직적인 집단은 박원순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막고, 올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일베충이나 국정원 직원 같은 식으로 낙인찍었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적폐가 누적되어 구의역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여론이 돌아섰지요. 그러다 박원순이 문재인을 공격하니, 그제야 깨시스트들이 태세전환을 해서 박원순을 물고 뜯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박원순을 비판해오던 입장에선 참 어처구니없고 각종 우려와 근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시즘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가까이 와 있고, 그 깊이도 깊습니다.

 

 실제 시정 내용엔 관심 없이 진영논리만을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젠 박원순의 시정에 알맹이는 없고 문제만 많았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구의역이 그렇게 터지고도 서울메트로는 딱히 나아진 게 없고, 이번에 또 사고가 터졌더군요. 관련 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70123_0014658820&cID=10801&pID=10800

 

 참조로 이 인터뷰의 거짓된 내용과는 달리, 박원순이 취임하자마자 한 게 메트로 안전예산 대규모 삭감이었습니다. 이 역시 관련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312660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101109060295607

 

 그런데 구의역 사고 때 새누리당만 탓만 하던 문재인이 국가권력을 잡으면, 과연 박원순의 서울시정보다 나을까요?

 

 여러 가지 여건과 행보를 고려하여 보면 낫긴 커녕 오히려 못할 겁니다. 국정은 서울시정보다 기본적으로 훨씬 난이도가 높습니다. 시정은 제법 하던 이명박도 대통령 되고 초반엔 심각하게 헤맸습니다. 하물며 지금껏 정치력이라곤 절망적인 수준에 의원으로의 활동도 최악, 주도적인 행정경험은 전무한데다 주변엔 마이너 학자들과 참여정부 실패 인사 및 예스맨뿐인 1선 의원 문재인은 말할 것도 없지요. 재앙은 예견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문재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밟히고 박해받을 것입니다박원순이 온갖 엉터리 짓을 해도 깨시스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짓밟아온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어느 정도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이미 이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최재천의 대표발의로 (현재 최재천은 국민의당에 갔습니다만) 도서정가제 개정을 추진하여 도서시장을 파국으로 몰고 간 전과가 있습니다. 

 

 많은 작가들과 도서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출판산업단지 인근 시민들 등이 피눈물을 흘렸지요.

 

 그나마 전자책은 무료대여를 통해 빈틈을 찾고 조금이라도 발전 중인 상황이었는데, 역시나 운동권 마인드가 가득한 좌파 파시스트들은 그런 자생을 용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해당 상황에 대한 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www.koreaittimes.com/story/63620/%E2%80%98%EC%A0%84%EC%9E%90%EC%B1%85-%EB%AC%B4%EB%A3%8C%EB%8C%80%EC%97%AC-%EC%84%9C%EB%B9%84%EC%8A%A4%E2%80%99-%EA%B8%88%EC%A7%80%EB%B2%95%EC%95%88-%EC%83%81%EC%A0%95%EB%90%A0%EA%B9%8C

 

 이번에도 작가들 여럿 피눈물 흘리고 문화시장 파괴가 또 일어나겠군요. 수십 년 째 반복중인 비극입니다, 이건.

 

 항상 말하지만 좌파들이 망상으로 손대는 분야는 무너집니다. 그들은 현실을 이해할 능력도, 의지도 없고 자기 마음대로 현실을 뜯어고치려는 오만과 꼰대성만 가득하거든요.

 

 앞으로 문재인이 정권 잡으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이런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이미 새누리당 힘이 빠지니 민주당의 패악질이 하나 둘이 아니긴 하지요.

 

 부패한 정치인이 불법정치자금을 해먹어도 시민들은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손해지만, 당장 내 벌이는 되니까요. 그렇지만 이렇게 시장을 파괴하고 다니면 사람들은 직업을 잃고, 직능을 익히는 데 들여온 시간과 꿈을 잃고, 가족과 자녀의 행복도 잃고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됩니다.

 

 물론 깨시스트들은 시민의 행복, 현실, 정책, 정의, 자유민주주의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이 믿는 정치세력의 권력과 영광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이런 짓을 해도 저런 짓을 해도 무조건 민주당이 낫다고 생각하고, 민주당을 찍어줘야 한다고 주장하지요.

깨시스트들이 파시스틱한 이유에 대하여

정치 2016. 1. 22. 17:57 Posted by 해양장미

 사람들은 파시즘에 대해 여러 가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파시즘은 좌파의 한 대표적인 갈래이자 계보입니다. 한 때 파시즘은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었고, 그렇기에 몇몇 국가에서 주류가 될 수 있었습니다. fasi라는 언어의 뜻은 단결이라는 뜻입니다. 좌파가 근래에도 자주 하는 말이지요. 그 말을 이탈리아어로 쓰면 파시가 됩니다.

 

 20세기 중반까지 전성기였던 파시즘은 세계대전 끝에 불명예스레 끝났고, 이후 좌파의 주류는 소비에트를 중심으로 한 공산권 세력이 됩니다. 그렇지만 20세기 후반에 공산권은 무너졌지요. 좌파의 한 후계인 사민주의자들은 실질적으로 자유 세력의 이질적인 분파가 되었고, 그들 중 온건한 부류는 사회적 자유주의 계열로 편입되었습니다.

 

 공산주의가 틀렸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된 시점에서, 좌파의 주류는 점차 파시스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공산주의적인 좌파는 꽤 있습니다만, 이젠 그들이 주류가 아닙니다. 일단 현 시점에서 한국 좌파의 주류는 깨시스트들입니다.

 

 이번 글에서 나는 파시스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이야기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다시피, 깨시민들은 어쨌든 많은 경우 선한 동기를 가지고 정치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또 어쨌든 그들은 본인들 스스로는 정의롭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남들이 보기엔 미쳐있지만 말이지요.

 

 그들이 그렇게 이상한 이유를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온갖 문제와 부조리가 주로 기득권의 사악함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부족, 그리고 각종 기득권 답합과 게으름 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선한사람이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정의로운 권력을 행사하면 세상의 온갖 문제가 정말 많이, 기적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기대를 품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파시즘의 본질입니다. 파시스트들은 딱히 크게 이상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20세기 이탈리아, 프랑스, 도이칠란트, 로므니아 등지에서도 그랬고 지금 한국에서도 그렇습니다. 그저 그들은 민주정 위에서 민주정을 전복하려는 철인정치론자 또는 수호자주의(가디언쉽)자일 뿐이며, 본성이 사악하다기보다는 멍청하고 광신적이 되기 쉬운 부류일 뿐입니다. 물론 진짜 악당들 이상으로 이런 친구들이 많이 위험하긴 하지요.

 

 파시스트들은 위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선악에 집착합니다. 선악을 매사에 구분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지요. 물론 자신들이 선입니다. 실제로 선악을 나누거나 판단하기 애매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내 편이 선이 됩니다. 인류의 원시적 선악구분법이지요.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영도자가 무슨 일을 해도, 그것이 선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악행을 해도 본심은 선할 것이며, 선한 큰일을 이루기 위해 작은 악을 행했다는 식이 되는 것이지요. 사실 엄밀히 말하면 파시스트들에게는 선악을 구분할 능력이 없습니다. 선악을 성찰하고 구분할 정도가 되면 파시스트가 되지 않아요. 선악을 성찰하고 구분하는 건 통념보다 훨씬,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때때로는.

 

 그리고 또 파시스트들은 위에 이야기한 이유로 권력에 집착합니다. 이들의 사고 구조는 기본적으로 선한사람이 권력을 잡고 모든 걸 개혁해야 한다는 식이거든요. 권력 없이는 개혁이 안 될 테니까요.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영도자가 권력을 잡는 것을 돕는 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들의 세계관에서 자신들은 선이고, 선한 영도자가 권력을 잡는 것도 선이기에 그것을 방해하고 막는 건 악이 됩니다. 이게 외부인들이 보기엔 정말 말도 안 되고 미친 짓이지만, 본인들에게는 정당하며 논리적인 행위입니다.

 

 사람의 믿음과 상상은 가시적이고 뚜렷하며 강하기까지 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명료한 한 예로 상상임신을 들 수 있지요. 상상임신은 (본인의 인식 상) 가임기인 여성이 스스로 임신했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상상임신이 되면 실제 임신처럼 월경이 멈추고, 입덧이 생기고, 유방 및 유륜이 변화하고, 아랫배도 부풀어 오를 수 있습니다. 진통과 태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실제 임신하고 똑같은 거의 모든 현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저 초음파로 찍어보면 태아가 안 보일 뿐이지요. 임신테스트기에도 음성이 뜨고요. 실제로 기기 없던 옛날에는 의사들도 상상임신과 실제 임신을 잘 구분 못하곤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사람이 아니라 인류의 동반자 개들도 상상임신을 하곤 합니다.

 

 파시스트들 역시 상상임신처럼 강한 믿음 아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들만이 선하고 옳고, 그렇기에 자신들이 꼭 권력을 쟁취해야만 이 세상을 바람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그런 믿음 말이지요. 물론 그것은 망상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망상에 근거하여 온갖 사악한 짓들을 서슴잖게 됩니다.

 

 이들 중 심각한 경우는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것과 같아서, 치유가 거의 어렵습니다.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들은 대체로 의존할 만한 걸 찾기 마련입니다. 파시즘은 열광적인 종교와 같기에 많은 사람들을 홀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잖은 깨시스트들의 착각은 단순한 어리석음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시간을 두고 진실을 깨닫게 하면 파시스틱한 언행을 그만둘 가능성이 있지요. 일단 그들은 세상의 여러 가지 현상이나 문제들이 실제로는 매우 복합적이며, 선악을 판단하는 것은 많은 경우 어렵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사회에 관심을 가지려는 사람들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고, 정부의 의도를 시민들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한 시민의 반발이 많을 정책을 정부가 반복해 밀어붙일 경우, 그 시도는 실패율이 매우 높을 뿐더러 정부가 힘을 앞세워 강행하려 들면 독재가 되기 쉽다는 것 또한 이해해야 합니다. 파시스트들이, 그리고 더 나아가 대부분의 좌파들이 결국 독재를 지향하게 되는 건 이런 세상의 복잡성이나 각자 다른 입장, 판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떠민당이나 정의당 등의 공식적인 논평이나 정책, 그리고 대표 정치인들의 발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현실을 개선할 만한 설득력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합니다. 현실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내 방식대로 하면 잘 될 것 같은 거지요. 마치 많은 초보 게이머들이 각 종목의 정석에 대한 이해 없이, 내 방식대로 하면 잘 될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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