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정성의 적체(積滯)

경제 2021. 1. 26. 16:31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IWA5YDvHPNI





1. 기어이 여기까지 왔어야 했나. 싶은 금융시장입니다. 코스닥이 기어코 쌍봉을 형성하고는 21년만에 1000포인트를 뚫었다가 가라앉는 모양새입니다.


 나는 단기적인 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 어떻게 된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나중 일은 대략 알겠습니다.




2. 조금씩 우리나라 신용등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게, COVID-19가 시작되기 이전인 2019년부터 이미 적자국채가 심히 누적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2019년에 나라가 빚을 무분별하게 냈기 때문에 COVID-19를 겪는 내내 가용자금이 부족한 게 현실이고, 그 와중에도 K-방역 홍보 같은 김일성스러운 행위로 예산을 낭비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와 경제흐름에서는 현재 진 부채감당이 안 됩니다. 점점 돌려막으면서 부채가 늘어나게 됩니다. 채권발행이 많으니까 국고채 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중이고요. 이제 우리나라는 앞으로 채권 때문에 기준금리가 올라갈 거고, 이 추세대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아마 신용등급이 내려갈 겁니다.


 일례로 작년 6월, 피치는 캐나다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였습니다. GDP대비 국가부채가 2019년 88%에서 115%로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는 준기축통화국이지만 국가부채가 이리 증가하면 신평사는 신용등급을 하향합니다. 올해 우리나라는 캐나다 수준은 아니라도 국가부채가 많이 증가할 것입니다




3. 박근혜가 탄핵되던 2016년 말 국채 잔액은 587.5조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기준 우리나라 국채 잔액은 822.9조원입니다. 위수문동(僞囚紊哃) 5년 동안 국가부채가 복사가 되는 중입니다.




4. 살다 보면 돈을 빌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돈을 빌리거나 빌려줄 때는 상환계획이 중요합니다. 확실하게 갚을 수 있는 돈은 빌리거나 빌려줘도 됩니다. 그렇지만 갚을 가능성이 불분명한 부채는 다릅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지는 빚은 갚을 확률이 불분명한 부채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돌려막기가 됩니다. 우리나라 국채가 정상적으로 팔리는 동안에는 국채 찍어 팔면서 돌려막을 수 있단 말이지요. 그런데 돌려 막으면 막을수록 부채가 늘어나고, 이자도 늘어납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기축통화국일 수 있고 거대한 국가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채와 일본채가 시장에서 인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채권시장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금리나 부채는 각국 정치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5. 달러가 기축통화인 이유는요. 위에서 이야기했듯 미국채가 인기 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천하의 미국도 미국채가 인기 없어지면 답이 안 나옵니다. 달러가 황금을 대체해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미국채가 금선물 대비 가격이 안정적이어서 그렇습니다. 금태환이 사라진 이후 금은 검찰개혁적으로는 안전자산이자 진정한 Money지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제법 있는 투기자산 또는 악세사리/수집품이 되어버렸단 말이지요. 미국 금융은 금은선물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함으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은 미국채가 장기적으로 인기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채는 단기적으로는 인기가 없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인기가 있어야 하는데요. 미국채 인기가 2010년대 초에 크게 흔들린 적이 있습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진짜 위기였지요. 그리고 그 위기에서 미국을 구해준 게 아베였습니다. 그 때 이명박은 금을 고점에 - 달러가 흔들리니까 금값이 뛰었었습니다 - 샀고요. 그러니까 아베가 위대(偉大)한 정치인이라는 겁니다. 그게 아베노믹스의 검찰개혁입니다. 하토야마 - 간나오토 시절 일본을 제칠 기세였던 우리나라는 아베노믹스 이후 뒤처지게 되었지요. 그나마 이명박 시절엔 괜찮았으나 박근혜 시대 지나 위수문동(僞囚紊哃) 말기인 현재에 이르러서는... 말을 말지요.




5-2. 아베노믹스 이후 요새가 가장 미국채 인기가 떨어진 시기입니다. 금리는 낮고 주가는 오르니까요. 그러니까 달러가 계속 기축통화가 되려면, 주가는 떨어져야 하고 금리는 올라야 하고 풀린 달러는 회수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앞으로 미국은 기축통화국 및 초강대국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대영제국처럼 될 겁니다.


 이번주에도 Fed는 미국채 10년물을 찍어 누르는 중입니다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5-3. 중국은 근래 국채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채 매입규모를 줄였습니다. 중국이 진격하는 방향은 명백하고, 미국의 대응전략도 명백합니다. 매우 뻔한 대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상황을 잘못 이해하면 안 됩니다.




6. 일본은 그리 부채가 많은데 왜 안 망하느냐하면요. 채권에 이자가 거의 없어요. 인플레도 없어요. 그 나라는 엔화강세와 디플레가 문제인 나라입니다.


 어쩌다 그런 구조가 되었느냐 하면, 일본 국민들은 예금이나 보험 등의 형태로 금융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은행이나 보험사가 일본 국채를 가지고 있고요. 그리고 일본 중앙은행은 계속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데, 원래 돈을 찍어서 국채를 매입하면 인플레이션이 와야 정상임에도 일본엔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망하지 않는 겁니다.


 검찰개혁적으로 일본은 경상수지 적자 보는 일이 없는 나라입니다. 예전에 잘나갈 때 해외투자한 게 지금도 유효해서, 돈이 끊임없이 외국에서 일본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는 겁니다. 결국은 그게 일본이 진 국가 빚을 소멸시키고 있습니다. 일본은 현 시점에서 성공적인 경제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상수지가 적자면서 괜찮은 나라는 세상에 미국밖에 없습니다.



7. 우리나라는 근래 딱 한 번 경상수지 적자를 경험했습니다. 노무현 말기였지요. 달러/원 환율이 800원대까지 갔기 때문에 환차손을 보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명박 초기에 완전히 비상이었습니다. 강만수가 환율조작에 들어갔지요. 원래 그렇게 노골적으로 환율조작하면 미국이 가만두지 않는데요. 그 땐 미국도 가만히 있었던 거 보면 쇠고기 수입으로 달랬던 건지, 이명박의 골프접대가 좋았던 건지, 아니면 미국이 봐도 그대로 한국을 두면 망하겠다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응징을 해보기도 전에 리만사태 터져서 못했을 수도 있고요.


 나는 그 때 환율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절실하게 체감하였습니다. 노무현 말기는 플라자합의 이후의 일본과 같은 황금기였습니다. 물가는 저렴했고, GDP도 좋았고, 자산가격이 상승했지요. 그때와 같은 자산가격 상승은 이후 없다가 근래 들어서야 우리가 다시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무역적자가 있었고, 파멸이 예견되어 있었지요. 이명박 정부 들어 강만수가 환율조작에 들어가니까 물가가 급등합니다. KIKO도 터졌고요. 물가가 워낙 급등했기 때문에 정치적 반발이 상당했습니다. 강만수의 환율조작이 세련된 방식도 아니었고요. 전세계 환투기 세력을 다 끌어들이기도 했었고. 환율이 급등하면 와인, 파스타, 치즈 같은 게 가격이 특히 확 오릅니다. 그러니까 당시 젊은층 불만이 특히 컸지요.


 여담으로 노무현 말기는 우리나라에 와인 애호가가 급증하던 시기였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황금기였고, 원화가치가 올라서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아직 중국 경제가 성장하기 전이라 5대 샤토도 살만했지요. 중국인들은 빨강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부자가 되면서 보르도 및 부르고뉴의 유명 레드와인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8. 현 시점에서 롱포지션에 적합한 국내 섹터가 남아있느냐고 한다면, 일단 지수가 폭락할 경우 버티는 섹터는 없다고 이야기해야겠습니다만... 선진입해둬도 나쁘지 않을 수 있는 섹터로 손해보험을 보고 있습니다. 손해보험은 지난 몇 년 동안 진정으로 재미없는 분야였고, 이 불장에서도 진짜 안 좋은데요. 손보사의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손보사는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먼저 받아서, 그걸 굴려서 이익을 내야합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돈을 안정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사고가 나면 가입자들에게 돈을 줄 수 있으므로, 위험자산에는 투자를 못합니다. 그러니까 보험사는 금리가 높고 채권이 좋아야 돈을 버는데요. 지금 같은 저금리에는 돈을 못 버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금융사들이 대체로 그렇듯 인플레이션이 와야 돈을 법니다. 여기까지는 은행이나 보험사나 비슷한데요.


 은행은 경제위기가 오면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오면 예대마진은 개선되지만 부실기업들이 실제로 넘어가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보험사는 그런 건 상관없지요. 그리고 손보사 대비 은행에는 정부가 간섭을 많이 합니다. 정부가 간섭을 덜 할수록 좋지요.


 한편으로 현재 보험업계는 2022년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의해 저평가 상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불안이 해소될 걸로 생각하고요.


 손보사 특성 상 국민들이 질병에 많이 걸리거나 사고가 많이 나면 지급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병과 사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 면에서는 손보사가 득입니다.

 

 그리고 향후 건강보험이 망가지는 게 변수인데요. 아마 정부는 건강보험의 빈자리를 손해보험사를 갈아 떼우려고 할 수 있습니다만, 민간보험사인 손보사가 곱게 당해주지는 않을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이 망가지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입김이 강해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앞날  (17) 2021.02.07
벨트 매고, 손잡이 잡으세요  (20) 2021.01.28
중국발 금융위기 시나리오와 뱀발  (15) 2021.01.18
아무튼 내 탓은 아님  (22) 2021.01.16
K-주식시장 파멸의 징조  (21) 2021.01.12

금융시장 버블의 특징

경제 2021. 1. 8. 15:24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GZWB7qn5N0A






 현 상황을 버블로 판단하여 본문을 작성합니다.


1) 버블이 끓어오를 때는 온갖 악재나 위험요소가 무시됩니다. 실거래자들이 봐주지 않는 악재는 의미가 없습니다. 버블이 끝날 때까지 악재나 위험요소는 대기 중입니다.


2) 주가가 버블인 경우, 주식을 안 하던 사람들이 계속 참여합니다. 레버리지가 꽤 발생하기 때문에, 주식담보대출을 발급하는 증권사나 산하 저축은행들이 돈을 법니다.


3) 상승한 주가를 합리화하기 위한, 비전통적인 새로운 논리가 창조됩니다. 매우 드물게나마 그렇게 창조된 논리는 이론화됩니다.


4) 평단가를 보고 기뻐하는 사람은 많으나 이익실현을 잘 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버블은 고점까지 타고 있는 사람이 최대이익을 볼 수 있는데, 고점매도는 사람이 실력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정책 결정권자라거나 작전 실행이 가능한 입장은 논외.


5) 장기 투자자들은 버블을 보통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적립식 구매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오를 때 팔았다가 저점에서 다시 매수해야 이익이 나는데 타이밍 잡기도 힘들고, 잘못하면 세금만 날아갑니다.


6) 주가가 오르면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버블을 방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거하게 말아먹는 게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지요.


7) 주가가 괜히 오르고 있는 것처럼, 내릴 때도 괜히 내립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내리게 되면 급박한 이익실현과 쌓여온 버블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레버리지 문제 등으로 엄청난 속도로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든 그런 일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해야합니다.


8) 코스피 전반의 레벨업이 과거에도 전례가 있긴 합니다만, 나에게는 현재 그런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코스피의 레벨업은 그래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코스피 주요종목의 선물매도포지션은 공매도가 금지된 현재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나마 덜한 버블일 확률이 높습니다. 요지는 코스닥입니다. 공매도 금지는 코스닥에 더욱 큰 영향을 주고 있을 겁니다.


9) 지금 문제는 사람들이 소비를 못 한다는 겁니다. 소비를 못 하니까 돈이 있으면 투기를 하고 있습니다. 실물은 죽고 투기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가는 상황인 것인데, 초보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이 상황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 이익을 노리고 최대한 먹을 거 먹고 늦게 내리려는 거지요.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K-주식시장 파멸의 징조  (21) 2021.01.12
테크버블의 의미와 향후의 디레버리징 전망  (21) 2021.01.10
디레버리징의 시작?  (23) 2020.10.18
헤븐의 내일에 대하여  (21) 2020.09.20
미국 경제 상황과 우리나라 상황  (15) 2020.08.30

 이따금 소위 ‘진보적인’ 분들 중에는 주식시장을 합법적인 사기도박판이며, 실제 노동이나 생산과는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돈을 빼먹는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존재가 그렇게 허술한 것이었다면 자본주의의 대성공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은 아주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리스크가 높은 주식시장이 가장 중요하다.


 그 이유를 서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기업이 성공하려면 거의 예외 없이 어딘가에서 자본을 끌어와야 한다. 흔히 노동자 마인드로는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업가 마인드는 그런 게 아니다. 사업은 남의 돈으로 하는 거고, 실패하면 파산 신청하고 도망 좀 다니다가 재기하면 되는 거다. 원래 파산 제도가 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사업 재능이 있는 사람이 두어 번 말아먹어도 재기하게 해서 말아먹는 경험을 쌓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결국 그래서 대박 한번 내면 수백수천 노동자가 일자리를 얻게 되니까. 그러나 은행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결코 벤처기업에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은행은 지불의무가 있기 때문이다.[각주:1]


 은행 외에 벤처기업에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소위 엔젤투자자라 그런다. 벤처기업에 돈 빌려주는 사람은 아무리 엔젤투자자 소리를 듣긴 해도 손해 볼 생각으로 기부하는 건 아니다. 그들도 수익을 내고 싶어 한다. 다만 좋은 일도 할 겸사,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도전할 뿐이다. 그런데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방식은 BW다.


 BW에 대한 이해 없이는 금융을 일정 이상 알았다 할 수 없다. 물론 BW와 비슷하거나 관련이 있는 개념을 가진 것도 많다. CB도 있고 ELW도 있고. 그러나 여기선 BW만 언급하겠다. BW는 풀어서 ‘신주인수권부사채’라고 한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BW는 기본적으로 채권이다. 다만 이 채권에는 신주인수권이 따라온다.


 신주인수권은 BW를 구매할 때 특정 시기와 가격을 명시한다. 이 신주인수권은 청구권이며, 투자자는 정해진 시기에 청구권을 사용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정해진 시기에 회사의 주가를 보고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을 청구하지 않아도 채권으로의 가치는 남는다.


 다만 BW는 일반 채권에 비해 이율이 낮다. 신주인수권이 따라오는 대신이다. 그런데 신생 비상장기업에 투자자가 거액의 BW 투자를 하고 차후 신주를 인수할 경우, 그 주식을 처분해야만 현금 수익이 나오게 된다. 그렇기에 벤처 투자자들은 BW를 구매할 때 성공 시 인수한 주식을 어떻게 정리할지까지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장 좋은 주식 매도 방식은 회사의 상장이다. 상장기업의 주식과 비상장기업의 주식 사이에는 유동성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가치도 다르다. 또한 상장 이후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즉 주식시장은 상장이 쉬울수록, 높은 수익률이 나올수록 도전적인 투자자들이 신생 기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식시장이 실물 경제에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런 이유다. 이게 세계에서 가장 잘 되고 있는 시스템이 미합중국의 벤처들과 나스닥이다. 결국 누군가 대박을 노리고 투자를 하는 것이, 진지하고도 도전적인 사업가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곤 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군가는 창업을 하고, 실패를 거듭하고 파산을 겪고 사채업자들한테 도망을 다니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기업을 세워 중견기업으로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일자리가 생기고 사회에 돈이 돌아가고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다. 복지는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이나, 기타 여러 이유로 돈을 벌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안전장치일 뿐, 결국 누군가는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해야만 다들 먹고 살 수 있다.


 여담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정치적 판단에 있어 보수세력을 선택하는 이유 역시 간단하다. 그들은 복지같이 좀 뜬구름 잡는, 각자에게 혜택이 얼마나 돌아올지도 모르는 공약에는 큰 관심이 없다.[각주:2] 그보다 그들에게 와 닿는 것은 자신이 소속된 작은 기업이나 가게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느냐다. 증세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 같은 건 섣불리 잘못하면 그들의 직장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포디즘 몰락 이후 사용자와 첨예한 갈등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이고 규모가 큰’직장을 가진, 소위 귀족노동자들이다. 이 점에서 사회주의 세력들은 현실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하며 소위 ‘자기들만 잘난’ 꼰대짓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야겠다.


 문제는 한국의 코스닥이 신생 기업의 투자 수단으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에서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상장을 어렵게 해놨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한국은 코스닥과 코스피의 구분이 애매모호한 상태다. 코스닥은 좀 더 많은 리스크를 가지고, 좀 더 많은 일확천금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신생 기업이 상장을 하는 것이 워낙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상장을 기대하면서 투자하지를 않는다. 주식 시장이 기업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려면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은 결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통제하기 어려운 괴물에 가깝다. 그러나 자본이 지나간 자리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었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현대 인류는 자본이 낳은 과실을 이용하여 황제의 식사를 하고, 긴 기대수명을 누리고 있다.



  1. 이 과정에서 독재자의 개입이 기업 육성에 도움이 된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보통 독재자들은 기업을 충분히 육성하고 나면, 성장한 부르주아 계급에 의해 잘려 나가곤 한다. [본문으로]
  2.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현명한 정책이 아니라 보는 보편적 무상급식이 그리 이슈가 되었던 건, 결국 서민층의 피부에 와닿는 이슈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복지를 잘 하려면 결국 어느 정도의 난해한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하면 서민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본문으로]

경기는 언제 풀릴 것인가

경제 2013. 2. 13. 00:31 Posted by 해양장미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언제가 좋은 시기였는지 기억이 아득하다. 아마 한국 경제의 상대적 황금기는 1990년대 중반기였을 것이다. 그 땐 대체로 모두가 적당히 잘살았다. 지금보단 객관적으로 가진 게 없었지만, 체감 상으로는 잘 살게 되었다고 느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인들은 항상 불경기라 느끼고 있다. 큰 불경기냐 작은 불경기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군사정권 당시의 성장에 대한 향수가 또 한 번 발휘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실제 경제 공약에 있어서도 객관적으로 문재인 후보보다 많이 낫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는 한국에 호황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과연 경기는 언제 풀릴까?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나는 지난 포스트, ‘한국은 잘나가는데 왜 한국인은 가난할까? 에서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국부 유출을 주된 문제로 든 적이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로 2010년을 돌아보면, 당시엔 한국의 무역이 잘 되어서 예상을 상회한 최대 흑자를 기록하였다. 흑자 금액은 $417억 정도. 당시 환율로 대략 47.3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의 흑자였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해에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익본 돈이 대략 62조원이라는 것이다.


 이건 간단히 말해 한국 안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밤새서 일해 번 외화, 약 47조원보다 15조원 많은 62조원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빨아먹었다는 뜻이다. (물론 이 계산엔 한국인 투자자들이 외국 증권에서 번 손익이 집계되지 않긴 한다. 그런데 그런 소득이 얼마나 있겠는가. 정보력에서 앞서는 홈그라운드에서도 탈탈 털리는데. 한편으로 채권 투자액에 관한 건 아예 언급도 안했다.) 당연한 건데, 이래서야 무역해서 이익을 얻어 봐야 별 소용이 없다. 한국 기업이 번 무역 흑자가 한국에서 좀 돌아야 내수 시장도 돌아갈 텐데 외국으로 죄다 빠져나가는 걸 넘어, 개미 투자자들이 그나마 있는 돈까지 더 가져다 바치니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있겠는가.


 근본적으로 한국의 경제가 진정으로 개선되려면 주식시장을 통한 국부의 유출을 제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막으라는 게 아니다. 매년 수십조씩 털려서는 곤란하다는 거다. 밤새서 폰만들고 차만들고 이것저것 만들어봐야 수익이라는 면에서는 사모, 헤지펀드들 클릭 좀 해대는 것만도 못한 현실이다. 그러나 소위 민주화 세력이건 자칭 보수세력이건 (이름들이 아깝게도) 아예 이런 문제 인식 자체를 제대로 못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여기엔 당장은 별 기대가 없다. 얼른 시민 사회에서라도 사태 파악을 하는 게 먼저다.


(한편 근본적으로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결함들이 개선되어야 금융에서 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지금은 걸고는 맨날 잃는다. 그저 안습. 한국인 평균 성격을 보면 금융에서 절대로 절대로 죽었다 깨어나도 돈을 딸 수가 없다. 여하튼 깨시민부터 좀 재우자. 그들은 너무 오래 깨어있었다.)


 그보다 현실적으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보자면, 그리고 실제 박근혜가 손 댈 수 있는 문제를 보자면 소위 ‘돈맥경화’를 들 수 있겠다. 경기가 시원찮다는 건 쉽게 말해 화폐라는 경제의 혈액이 빠르게, 많이 흐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돈은 재화의 매개수단이고 돈이 타인의 손으로 빠르게 오고갈수록 경제는 활성화된다.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내가 돈을 많이 쓸수록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된다. 물론 분배가 공평할 때의 이야기다. 물론 사회가 가진 총생산력 이상의 생산은 불가능하고, 화폐가 아무리 잘 흘러도 이 이상 부유해질 수는 없지만, 잠재 생산력 자체가 현실에서 최대한으로 돌아갈 때는 거의 없다. 전시에 군수품 만드는 거라면 모를까.


 문제는 이 흐름의 방향 제어와 심리에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재화 흐름 중 많은 부분이 외부로 유출되게 되었다. 그나마 극심한 고통 없이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느꼈던 것은 재화 자체의 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게 한계에 부딪친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 고통이 가중되었다. 재화의 증식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소위 진보좌파들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가 부동산에 대한 인지이다. 부동산은 재화의 주된 척도 중 하나이며, 부동산 가격 상승은 추가적인 화폐 흐름을 만들어낸다. 소비는 현재의 소득보다도 미래의 기대소득에 의해 좌우되는 면이 강하다. 다만 노무현 정권 때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너무나 가팔랐기에, 늘어난 재화가 부동산으로 재투자되는 경향을 가져와 실물경기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 면이 있었다.

 

 부동산 가격은 어느 정도 완만하게 상승하는 것이 실물 경제에 가장 좋다. 안전한 채권보다는 높은 수익률에, 투기용 채권보다는 덜한 리스크 정도면 이상적이다. 오늘날 적잖은 자칭 진보좌파들은 부동산이 투자자산이어서는 안 된다고 헛소리를 해대지만, 사유지는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언제나 투자자산이었고, 투자자산이 아닌 이상 비유동자산을 구매할 바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근래 5년간 부동산, 그 중에서도 주택 가격이 실질적으로 떨어졌고 그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마비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낮은 가격으로라도 거래가 되면 그나마 괜찮은데, 주택은 좀 특수한 시장이어서 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세를 주고 대출을 돌려 막으면서 버틸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주택을 가진 수많은 중산층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


 한국 수도권 중산층의 자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부동산, 즉 자가 소유의 공동 주택에 들어가 있다. 이 막대한 자산이 지닌 유동성이 사라진데다 단기적으로 상승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소비의 감소는 곧 생산의 감소 및 시장의 불황으로 이어진다. 화폐의 흐름이 마비된 것이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 대응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 부동산 시장이 풀릴 때까지는 무한한 불황과 고통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재인도 그랬다. 당연히 헛소리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그럴싸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거래가 안 되는 이상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의 주머니로 돈이 들어갈 일은 거의 없다. 돈이 돌아야 누군가가 창업을 하고, 창업을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좀 있어야 노동자도 돈을 좀 쓰지 않겠는가. 이런 불경기에 창업을 하는 사람은 위인이거나 바보다.


 한편으로 도전적인 창업이 어려울수록 프랜차이즈가 흥하고, 프랜차이즈의 점주 등쳐먹기도 그만큼 심해진다. 상황이 이래서는 일자리가 생길 턱이 없다. 일자리가 없으니 영세 자영업이 늘어나고, 영세 자영업이 늘어나도 소비해줄 지갑 두꺼운 소비자가 없는데다 경쟁이 더 심해지니 다 같이 망한다. 부동산에 고여 있는 막대한 자금이 풀리고, 새로운 창업 붐이 일어날 정도가 되어야 이 극심한 불경기가 해결된다.


 전세값 오른다고 다들 난리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가끔 재산에 여유가 있어서, 여기에 더해 자비로운 마음으로 전세를 계속 싼 가격에 주는 집주인들도 있긴 있다. 그러나 전체 인구 중 돈에 여유있는 생불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통 집주인들도 그리 꼭 부자는 아니다. 또한 부자는 대체로 부자일 만 하니까 부자다. 돈 버는 센스가 없는 갑부는 거의 없다는 거다. 게다가 집주인이 있어야 세입자도 있는 게 아니겠는가.


 냉정하게 말해 부동산 가격이 안 오르면 전세는커녕 월세도 지금보다 훨씬 더 오른다. 그나마 지금은 아직 전세도 남아 있고, 미분양 아파트들도 있고, 부동산 시장 회복의 기대도 남아있기에 월세금액의 상승이 가파르지 않은 것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되어 부동산 소유 모델이 본격적으로 수익형으로 변하게 되면, 월세는 크게 오르고 불경기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임대인 입장에서 주택 임대차 수익은 채권 수익만도 못하다. (임대용 원룸형 주택 제외) 또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현 주택 소유 중산층 가정이 늘어날수록, 다가구를 소유한 부동산 부자 수도 늘어나게 되어 있다. 어차피 서민은 본인 자본으로 집을 못산다. 그나마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빚이라도 내서 사는 거다.


 박근혜가 취임 후 갑작스레 엄청난 세금을 거둬, 엄청난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경기를 살릴 거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식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려면 브라질이 하는 것처럼 기본소득이라도 줘야 할 거다. (한편으로 나는 소액 기본소득이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박근혜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박근혜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장기적인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개선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경기가 언제 풀릴까? 답은 간단하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끝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면 적어도 현재의 극단적인 돈맥경화는 해결된다. 물론 너무 가파르게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비유동자산인 부동산으로 막대한 자금이 흘러가서 경기가 죽는다. 그리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모든 경기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동산에 모든 통화가 고여 있는 한, 불경기가 나아질 일은 없다. 아예 사회주의 정권이라도 들어서면 모를까. 여하튼 부동산 종말론자들에게 속지 말자.



 뱀발. 노무현 정부 때는 부동산 가격상승 외에도 사교육에 엄청난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정확히 말해 둘은 연합하여 통화를 빨아들였다. 그로 인해 총 경제 규모는 성장했지만, 실질적 통화 흐름은 좋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는 노무현 때와는 달리 인구수의 감소로 총 학생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사교육이 신분의 상승을 가져오는 효과 또한 가시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앞으로 사교육과 부동산의 가격 흐름은 기존과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한편으로 한국 부동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전망에 대한 글은 다음 기회에. 애초에 왜 노무현 때 부동산이 폭등했는지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알고 보면 정말 많은 게 IMF 탓이다.


(본문 업데이트 약 1시간 후 금액 부분 등의 오류를 발견하여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