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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0.05.13 두서없는 커피 이야기 32

커피 생두 가공법

식이 2020. 7. 5. 17:38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3J0TLOg621g

 

 

 지난 포스트, ‘두서없는 커피 이야기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싱글 오리진 원두나 생두를 구매하시는 분, 또는 카페에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오더하시는 분께 유용합니다. 블렌딩된 커피를 사 드시는 분께는 의미가 없는데, 블렌딩을 할 때 워시드와 내추럴을 섞는 등의 행위를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조금 디테일하게 골라 드시고 싶다면, 대략 다음과 같은 변수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가 다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식품이자 기호품인 만큼 대략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있다고 봐두시면 됩니다. 물론 첨가물이 없는, 베리에이션 커피가 아닌 순수한 커피가 기준입니다.

 

1) 품종

2) 생산지 및 생산/유통방식

3) 생두 가공법

4) 종합적인 생두의 품질과 유통과정에서의 관리/보관

5) 생두를 원두로 로스팅하는 과정에서의 열원 비율 (복사/전도/대류)

6) 로스팅 정도 및 로스팅에 걸린 시간

7) 추출 방식

 

 본문은 이 중 3) 생두의 가공법을 다룹니다. 요새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가 온갖 실험적인 생두 가공이기도 하고, 소비자들도 좀 아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가공법마다 풍미의 기본적인 특성이 다릅니다.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할 기회가 있다면, 원두가 워시드냐 내추럴이냐만 물어도 커피를 드시는 분이구나 하고 가능한 신경을 써 줄 겁니다.

 

 이하 사견이 대단히 듬뿍 담긴 글이고, 질적으로 모자람이 많을 것이니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모자란 글이라 써 놓고 올릴까 말까 고민을 꽤 했는데, 일단 그래도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향후 이해와 견해가 업데이트되면 글도 업데이트할 생각입니다.

 

 원래 스페셜티 또는 싱글오리진 커피를 드시던 분이 아니면 글이 좀 어려울 수 있으니까 양해하고 봐주세요.

 


 

1. 워시드



 워시드 방식(수세식)은 양질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표준적인 가공법이자 모든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이 되는 가공법입니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다만 뭔가 좀 트렌드는 아닙니다. 나는 이 트렌드에 불만이 조금 있어요.


 기본적으로 생두 가공이라는 건 커피체리 안의 커피 씨앗을 체리 및 점액질(뮤실리지/팩틴 레이어)과 파치먼트(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속껍질)와 분리하고 건조시키는 과정입니다. (곰팡이의 증식이 수분 13%이하에서 억제되기 때문에 모든 건조식품은 수분함량이 13%보다 낮은 상태여야 합니다.) 그걸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인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구분을 하는 겁니다.

 

 워시드 방식은 일단 커피체리를 벗깁니다. 점액질이 붙은 파치먼트 째 물에 담가서 발효시킨 후 점액질을 제거합니다. 점액질은 그냥은 쉽게 제거되지 않는데, 물에 담가서 발효시키고 나면 제거가 잘 됩니다. 그리고 잘 씻어서 말려줍니다. 물이 많이 필요하고, 점액질을 씻어낸 물이 물을 오염시킨다는 말도 나오는 편이긴 합니다. 다만 농사라는 게 환경오염이 없을 수가 없지요.

 

 이 방식의 장점은 명백합니다. 일단 품질관리가 제일 쉽습니다. 결점두가 적어지고, 과발효 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커피씨앗 자체의 품질과 개성이 단적으로 강조됩니다. 좋은 품종과 생산지, 경작과 수확을 했다면 그 결과물을 제일 잘 드러내주는 방식이 워시드란 말이지요. 또한 클린컵, 그러니까 깔끔함이 최고로 잘 나오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커머셜 커피를 생산하는 데도 좋고,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는 데도 좋습니다. 심지어 보존성도 좋습니다. 생두일 때나 원두일 때나 다른 가공법보다는 보존성이 더 좋은 편입니다.


 

 워시드 커피의 특성은 깔끔한 풍미, 명백한 품종향과 떼루아 느낌, 밝고 강한 산, 좋은 의미로 클래시컬한 느낌 등입니다. 컵노트로 치면 다른 어떤 가공방식보다도 플라워리함이나 시트러스향, 사과산의 느낌 등을 잘 살린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은... 유행이 아니라는 걸까요. 사실 그보다 워시드의 진정한 장점을 알려면 내 생각엔 생두부터 좋아야 하고 잘 볶고 잘 추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수의 바리스타들도 워시드 커피의 장점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워시드 커피 하면 평범한 커피구나 생각들 하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평범한 거 같은 데 돌아보면 최고인, 그런 게 워시드 프로세싱입니다.


 

 첨언하자면 워시드 방식으로 가공된 좋은 생두는 대체로 적용 가능한 볶음 정도의 폭이 넓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생두는 대체로 워시드에 가까울수록 다양한 볶음 정도를 적용 가능한 편이고, 내추럴에 가까울수록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품종과 생산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후술할 웻 헐드는 워시드의 일종이지만 예외입니다.) 그런데 워시드라도 각각의 생두가 가진 최적의 볶음 정도는 정해져 있습니다. 어떻게 볶아도 대체로 맛있는 편인 게 워시드지만, 워시드의 진정한 장점은 각각의 생두가 가진 최적의 포인트를 찾았을 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2. 더블 워시드


 

 워시드의 일종입니다. 많은 경우 1번 방식과 딱히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더블 워시드는 생두 보면 따로 표기하는 경향도 있고, 좀 구분해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번호를 구분하여 기술합니다. 이 방식은 케냐식 워시드, 풀리 워시드 같은 식으로도 부릅니다.

 

 명칭 그대로 더블 워시드는 두 번 물에 담가 발효합니다. 그러니까 일반 워시드 방식이 물에 한 번 담가서 24~48시간 정도 발효하고 점액질과 파치먼트를 제거하고 끝이라면, 더블 워시드는 일단 첫 번째로 점액질을 제거한 후 24~48시간동안 또 물에 담가 발효하고 다시 한 번 점액질을 깔끔하게 제거해 줍니다. 이후 또 물에 담가 더 발효하기도 합니다. 총 발효시간을 합쳐 72시간이 넘지는 않게 한다고 합니다.

 

 이 방식은 주로 케냐 및 탄자니아, 르완다, 브룬디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사용합니다. 생두 가공에 신경 많이 쓰는 코스타리카에서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케냐 커피가 특별한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텐데, 이 가공법에서 많은 게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산미와 깔끔함은 물론 약//강배전에서 모두 좋은 커피가 되는 경향이 있지요. 대신 가격이 좀 비싸집니다. 돈과 시간과 인력이 들어가는 프로세싱이니까요.


 

 케냐 커피를 좋아하면 풀리 워시드를 좋아한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케냐에선 다른 가공을 거의 안 해요. 케냐 커피에 대한 호오는 커피 애호자 각각의 입맛을 체크할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 세미 워시드


 

 워시드의 일종입니다. 일반 워시드 커피는 물에 담가 발효시켜 점액질을 제거하는데, 세미 워시드는 과육을 제거할 때 기계를 사용해서 물리적인 방식으로 아예 점액질까지 제거합니다. 그러니까 물에 담가 발효시켜 점액질을 제거하지 않아요. 물에 담가 발효하는 과정이 없으니까 결과적으로는 일반 워시드와는 살짝 다른 맛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을 덜 소모하기 때문에 환경에 좋은 면이 있고, 물에 담가 커피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들 (생두 가공은 많은 지역에서 가난한 소농들이 하는데, 이 사람들은 잘 배운 고학력 기술자들이 아닙니다.) 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고급 커피에도 곧잘 사용합니다. 다만 세미 워시드 방식을 사용했다고 꼭 그렇게 표기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 방식은 아시엔다 라 에스메랄다의 스페셜급 워시드 랏 가공에도 사용합니다. 다만 그냥 세미 워시드라 하면 없어보여서 그런지 이름을 다르게 붙입니다. 에스메랄다에서 붙이는 이름은 아쿠아펄프드(Aquapulped) 입니다. 보통 유통될 때는 그냥 워시드로 표기하고요.

 

 나는 일반 워시드와 세미 워시드 방식은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실리지까지 물에 담가서 발효를 시키는 과정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생두에 영향을 꽤 줍니다. 두 방식은 둘 다 워시드로 불리지만 다르고, 장단점이 있습니다. 사견으로는 잘 되는 경우에는 워시드나 더블 워시드가 낫고, 잘 안 되는 경우에는 세미 워시드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세미 워시드 쪽이 발효로 인한 부정적인 특성이 생길 리스크가 적은 대신, 특별히 잘 될 기회도 없다라고 할까요.

 


`

4. 내추럴

 

 워시드와 함께 2대 클래시컬 가공법입니다. 어디서 커피 배우면 일단 워시드와 내추럴 가공법을 배우지요. 그런데 상세한 건 잘 안 가르쳐줍니다.


 

 내추럴 커피는 커피체리를 그냥 말립니다. 말린 후에 과육을 제거합니다. 체리를 말리면 생것일 때보다 과육 제거가 쉬워집니다. 이 과정에서 발효도 일어나고, 체리의 각종 성분들이 씨앗 부분인 생두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워시드 커피를 세계 곳곳에서 생산하는 반면, 내추럴 커피는 스페셜티를 제외하면 생산 국가가 한정된 편입니다. 이유는 기후입니다. 건조하고 쨍쨍한 날씨가 있는 나라/지역에서만 내추럴 커피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어요. 에티오피아, 예멘, 브라질이 내추럴 커피를 많이 만듭니다. 특히 아라비카 커피의 원조국가 에티오피아는 오래 전부터 내추럴 가공을 많이 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내추럴 커피의 품질은 워시드만큼 인정받지는 못했었지요.


 

 커피가 아직 유럽에 전해지기 이전, 이슬람권에만 유통되던 커피는 생두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말린 커피체리를 그냥 유통했었지요. 그러니까 내추럴 방식은 아주 오래 된 방식입니다. 참고로 체리를 수확해 말린 것만 내추럴입니다. 따기 전에 말린 다음 따면 파체라고 따로 부르는데,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업용도로 유통하지는 않습니다.

 

 내추럴 커피의 기본적인 단점은 상기하였듯 워시드에 비해 결점두가 생기기 쉽다는 것입니다. 클린컵도 떨어지기 쉽고요. 그러니까 결점두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면, 워시드에 비해 등급이 쉽게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잘 수확하고 잘 가공하면 등급은 얼마든지 올릴 수 있습니다.

 

 기후가 따라주지 않는 나라에서도 내추럴 커피를 만듭니다. 시설을 좀 이용하면 가능하니까요. 내추럴은 워시드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추럴 커피의 장점을 좋아합니다.


 

 커피도 나무열매입니다. 과일이란 말이지요. 내추럴 커피는 커피 과육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 때문인지 좀 더 과일스러운 커피가 나옵니다. 워시드와 비교하면 덜 시고, 더 달콤하고, 더 과일 향이 나고, 조금 더 복잡성이 있기 쉽고 그렇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기 쉬운 특성이지요? 에티오피아나 브라질 같이 기후가 따라주는 나라 아니고선 내추럴 가공하면 생두가 비싸지는데, 비싸니까 더 좋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게 내추럴이 각광받는 한 원인이라고 생각도 합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칭타칭 매니아라도 비싸면 맛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품질이 좋은 내추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워시드보다 좋아할 만한 풍미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워시드를 좋아합니다만, 근래 가장 맛있게 마신 커피는 내추럴 가공된 것이었습니다. 근래 내추럴 커피가 인기가 좋아서 좋은 게 많이 들어옵니다. 내추럴 가공을 예전보다 더 많이 하고요. 그렇지만 나는 기본적으로는 워시드가 더 좋습니다.


 

 좋은 품질로 완성된 내추럴이라도 다음과 같은 단점은 있습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워시드에 비해 플라워리 노트가 감쇄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산의 밝음이나 발랄함, 그와 연관된 각종 노트가 곧잘 억제됩니다. 이는 신 커피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샤르도네 와인을 좀 드셔보신 분들은 의도적인 말로락틱 발효나 오크통 숙성이 주는 주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이해가 있을 겁니다. 워시드는 의도적인 말로락틱 발효 및 오크통 숙성을 안 한 느낌에 가깝고, 내추럴은 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말로락틱 발효 / 오크통 숙성한 샤르도네가 더 고급에 비싼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샤블리와 상파뉴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워시드 커피를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여담인데 요새는 커피에 말로락틱 발효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그런 커피를 들고 나온 바리스타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고 있고요. 좋은 트렌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내추럴 가공은 떼루아 특유의 느낌도 워시드 대비 감소합니다.

 

 한편으로 나는 내추럴 커피가 워시드에 비해 최적의 볶음 정도가 더 타이트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은 내추럴 커피는 (일본식 기준) 미디엄 로스트에서도 매우 훌륭한 특성을 보입니다만, 보통은 하이에서 시티 정도가 최적이고 풀시티 수준으로 볶았을 때는 그야말로 아무 장점도 없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내추럴 생두는 수분은 낮고 더 많은 당분과 체프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해도 타기 쉽고 클린컵도 워시드만큼 잘 안 나오고, 어차피 산도 억제되어 있으니까 하이에서 시티 정도가 최적이 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상기하였듯 내추럴 생두는 볶을 때 워시드보다 쉽게 타버립니다. 특히 대류열이 강하게 걸리는 머신일수록 내추럴 생두의 속을 태워버리기 쉽지 않나 생각합니다. 로스터의 의도보다 더 타버린 내추럴 생두는 부정적인 특성을 쉽게 드러냅니다. 그러니까 더 신경 써서 볶아야 하고, 실력 있는 로스터가 볶아도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존성 나쁜 건 내추럴의 최대 단점입니다. 원두는 물론 생두도 보존성이 워시드보다 나쁩니다.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과육의 당 성분이 스며들어 보존성을 나쁘게 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싱글오리진 커피 입문하시면 내추럴 커피 드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상기하였듯 바리스타들도 대체로 워시드 좋은 줄 모릅니다. 내추럴이 대중적으로 훨씬 잘 통하는 맛입니다.

 

 여담으로 코스타리카 라스 라하스 농장에서는 펠라 네그라알마 네그라라는 가공법의 커피를 팔고 있는데, 나는 일단 이 방식을 내추럴의 일종 같다고 보고 있습니다.

 



5. 펄프드 내추럴

 

 브라질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커피체리는 제거하고 점액질은 남겨둔 상태로 만드는 것까지는 워시드와 같은데, 물에 담가 발효하는 대신 내추럴 가공 방식처럼 그냥 말립니다. 일반 내추럴과 비교하면 말리는 시간도 짧아지고, 실패율도 줄어듭니다.


 

 브라질에서 이 방식이 개발된 이유는 워낙 커피 생두 생산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었지요. 워시드는 물이 많이 필요하고, 내추럴은 너무 오래 말려야 하는데다 품질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과육만 벗겨서 말리는 방식이 개발된 것입니다. 생산성과 품질을 모두 잡는 좋은 방식이다 보니 90년대 초반에 개발된 방식인데 현재는 브라질 생두 중 40% 정도가 펄프드 내추럴로 가공됩니다.

 

 


6. 허니



 코스타리카에서 개발되어 사용되는 방식인데, 장점이 있다 보니 라틴아메리카 지역 스페셜티에 많이 적용되는 중입니다. 사견으로는 이름이 맛있어 보인다는 게 최고 장점 같습니다.

 

 기본적인 방식은 일단 펄프드 내추럴처럼 커피체리를 제거합니다. 그리고 이후 점액질(뮤실리지)도 일부 제거합니다. 점액질을 다 물리적으로 제거하면 세미 워시드인데, 허니는 다 제거하진 않습니다. 제거하는 정도는 다양하고,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얼마나 발효시키는지도 다양합니다.



 코스타리카 등지에서는 점액질을 제거하고 발효를 얼마나 시키는지에 따라 다양한 컬러 이름을 붙이곤 합니다. 점액질을 아주 조금만 제거하고 비교적 오래 발효한 건 블랙 허니고, 아주 조금만 남겨둔 건 화이트 허니입니다. 대략 점액을 많이 남기고 많이 발효한 쪽부터 블랙 - 레드 - 골드 - 옐로우 - 화이트입니다. 그러니까 블랙 허니는 펄프드 내추럴에 가까운 맛이고, 화이트는 세미 워시드에 가까운 맛입니다. 다른 가공 방식까지 포함하여 여기까지 언급한 걸 일렬 정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더블 워시드 - 워시드 - 세미 워시드 - 화이트 허니 - 옐로우 허니 

- 골드 허니 - 레드 허니 - 블랙 허니 - 펄프드 내추럴 - 내추럴

 

 앞쪽일수록 워시드스러운 거고, 뒤쪽일수록 내추럴스러운 겁니다. 여담으로 오렌지 허니라는 방식도 있는데, 그건 설명을 보면 아예 다른 프로세싱이라 세미 워시드의 일종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주관적으로는 대체로 허니 프로세스는 워시드보다는 내추럴에 좀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워시드같은 장점을 어느 정도 잡으려는 내추럴의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물에 담가 발효하는 게 아니고, 점액질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 말려서 발효하다 보니 펄프드 내추럴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허니 프로세싱은 때때로 펄프드 내추럴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걸로 보이는데, 사실 펄프드 내추럴을 하다 보면 점액질도 일부 제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화이트 허니쯤 되면 워시드스러운 느낌도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습니다. 세미 워시드보다는 살짝 내추럴 느낌이 있는 정도라고 할까요.

 

 허니 가공된 생두는 대체로 워시드에 비해 가격이 살짝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딱히 워시드에 비해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나는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종종 아주 멋진 허니 가공의 결과물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허니 프로세싱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7) 웻 헐드

 

 현재진행형으로 웻 헐링, 현지어로 길링 바사라고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커피의 전통적인 가공법입니다. 인도네시아 생두를 보면 보통 웻 헐드의 처참한 흔적을 볼 수 있지요. 분류하자면 워시드의 일종입니다.


 

 일반 워시드와 웻 헐드의 차이는 파치먼트(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속껍질)를 언제 벗기느냐에 있습니다. 일반 워시드는 세척을 끝낸 커피씨앗을 다 말리고 난 후 벗깁니다. 파치먼트가 남아있는 상태가 보존성이 좋아서, 일단은 파치먼트가 붙은 상대로 보관하다가 팔기 전에야 벗긴다고도 하고요. 그러니까 깔끔하게 벗겨집니다. 그런데 웻 헐드는 다 안 마른, 아직 젖은 커피씨앗에서 파치먼트를 벗깁니다. 젖은 커피씨앗은 조직이 약한데, 파치먼트는 아직 분리가 잘 안 되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물리적인 힘으로 벗기게 되면서 커피씨앗이 쉽게 손상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생두를 가공하는 이유는 인도네시아의 기후와 생두 생산/유통구조에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날씨는 에티오피아와는 정 반대입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체리를 그냥 내다 말려도 될 정도로 건조한데, 인도네시아는 걸핏하면 비가 옵니다. 잘못하면 생두가 제대로 안 마르고 가공에 실패해서 완전히 망할 위험이 있단 말이지요.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커피농부는 과육만 제거한 상태로 중간 상인에 빨리 팔아넘기고, 이 중간 상인은 가공소에 넘기고, 가공소에서는 웻 헐드로 빨리빨리 가공하면서 서로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웻 헐드된 커피는 아무래도 결점두가 많이 나옵니다. 최대한 잘 가공하고 골라낼 만큼 골라낸다 해도 보통 약간은 남지요. 일반적인 워시드 가공 수준의 클린함은 보장될 수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웻 헐드된 특성이 꼭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많은 애호가들을 가지고 있고, 계속 웻 헐드된 커피가 생산되어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웻 헐드된 커피의 기본적인 특성은 낮은 산미와 다소의 결점두에서 비롯되는 흙 같은 독특한 풍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웻 헐드된 생두는 일반 워시드에 비해 파치먼트가 붙은 상태에서 발효되는 시간이 짧습니다. 워시드 생두는 발효과정에서 산과 각종 향기 성분이 많이 생기는데요. 커피의 새콤함은 싫어하는 분들도 많고, 새콤함에 동반되는 향기 성분들은 사실 풀시티 수준으로 커피를 볶으면 거의 다 날아가서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니까 웻 헐드된 커피는 하이 이하의 로스트에서는 별 장점이 없는 걸 넘어 거의 쓸모가 없는데, 원천적으로 산미와 생두 자체의 향기를 포기하는 시티 중후반 이상의 로스트에서는 매력적인 커피가 되어버립니다.

 

 흙 같은 느낌은 기본적으로 결점두의 특성이긴 한데, 인도네시아 만델링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은 흙 같은 느낌이 조금 있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드문 게 아니라서, 와인에서도 구세계 와인과 신세계 와인에 대한 취향을 판별하는 데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신세계 와인이 부정적인 특성을 완전히 없애는 데 주력한다면, 구세계 와인은 부정적인 특성도 포함하여 개성과 복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나쁜 풍미라는 건 누군가 정해줄 수 있는 게 아니고, 각자가 좋아함과 싫어함이 있는 것입니다.

 

 

8) 애네어로빅

 

 요새 스페셜티 커피에 유행하는 방식입니다. 영어로는 Anaerobic. 대중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영단어라서인지 각자 개성적으로 읽는 경향이 있는데, 영국식으로 읽으면 애네어러우빅이고 미국식으로 읽으면 애너로우빅입니다. 나는 영국식에 가깝게 애네어로빅으로 읽습니다. 그런데 아나에어로빅이나 언에어로빅 같은 식으로 읽는 분들이 많습니다. 뜻은 무산소성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무산소발효 방식을 의미합니다.


 

 애네어로빅 발효라고 칭하는 것들은 매우 다양하고, 아직 일관적인 방식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공통점은 있습니다. 사견으로 공통된 특징이라면 내추럴에서 더 나갔다는 겁니다. 쉽게 이야기해 내추럴보다 더 내추럴스럽습니다. 때때로 과발효를 감수하기도 하는데, 일단은 기존 내추럴과는 달리 실패를 통제하려는 시도들이긴 합니다. 요약하자면 워시드와는 아주 반대 느낌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네어로빅 퍼멘테이션(발효) 프로세싱을 나는 일단 내추럴 방식의 연장선으로 봅니다. 어떻게든 커피과육을 활용할 방안에서 기인한 것 같단 말이지요. 좋은 커피체리를 재배하면, 당연히 과육의 품질도 좋아집니다. 커피 과육을 먹어도 됩니다. 그것도 카페인이 있지요. 양질의 커피과육 맛을 생두에 담을 수 있는 방식은 워시드가 아닌 내추럴입니다. 그런데 커피체리과육 맛을 최대한 생두에 담으려 하다 보니까 잘 알려진 과실주 양조법이 적용되었고, 그 과정에서 애네어로빅이 나왔다는 게 나의 추정입니다. 아무리 봐도 현대적인 와인 담그는 방식이거든요.

 

 현대적인 와인 양조방식일수록 산도가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커피의 애네어로빅 퍼멘테이션도 이와 비슷한데, 일단 유명해진 코스타리카 코르디예라 데 푸에고의 경우 과육을 제거한 커피씨앗에, 커피과육과 점액을 (본래 커피씨앗에 붙어있는 것 외의 것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섞어 스뎅 통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무산소 공간을 만든 후 발효합니다. 이후 그대로 말리면 무산소 내추럴. 씻어 말리면 무산소 워시드라나요. 사견으로 애네어로빅 퍼멘테이션은 워낙 효과가 강해서그 이후 워시드 가공을 하건 내추럴 가공을 하건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좀 더 단순하게 커피체리를 비닐로 싸서 공기접촉을 차단한 채 발효시키거나, 발효시간을 길게 가져가기 위해 저온 장시간 발효시킨다거나 하는 방식도 있고 그렇습니다. 여담인데 그나마 커피체리만 사용하면 다행인데, 요새 가공한다고 하는 것들 보면 온갖 것들을 다 넣어서 이미 순수한 커피의 영역은 넘어서는 것들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가공할 때 뭘 하건 자유지만 명시는 제대로 해줬으면 합니다.



 일반적인 커피 프로세스에서는 호기성 발효와 혐기성 발효가 같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애네어로빅 프로세스에서는 거의 혐기성 발효만 일어나지요. 그 결과는 내가 판단하기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시트러스의 느낌이 대체로 없습니다. 구연산 형성이 잘 안 되거나 손실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산미도 감소합니다. 사견으로는 아마도 사과산의 손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신 황도나 열대과일처럼 산도가 낮고 달달한 과일 느낌이 두드러지고, 생강이나 시나몬 같은 스파이시한 특성도 강해집니다. 본래 커피체리가 가졌을 플라워리한 느낌도 클로브(정향)처럼 스파이시한 방향 또는 마르고 커다란 꽃의 (다 피고 시들어버린 꽃의) 느낌에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품종향과 떼루아 느낌이 많이 감퇴합니다. 과발효된 뉘앙스가 쉽게 생기고, 관련하여 현저한 부정적인 노트(된장이나 청국장 같은)가 거의 예외 없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애네어로빅에 대한 나의 사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멉니다. 싸면 모르겠는데 비싸기까지 합니다. 품종향과 떼루아를 날려버리는 커피에 대해 왜 많은 돈을 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저 그런 품종에 그저 그런 지역의 커피라면 적극적으로 해볼 만 합니다. 문제는 이제 게이샤 같은 고급 품종 + 좋은 지역 커피에도 이런 발효를 적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품종향과 떼루아가 많이 날아가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좋은 품종, 좋은 지역 커피에 하는 게 더 결과물이 맛있긴 합니다만... 와인에서 비롯된 가공방식이라는 걸 감안하면 왜 피노 누아나 리슬링이 고급 품종 취급받는지, 그런 품종들이 어떤 방식으로 양조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애네어로빅은 가공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서 커머셜 커피엔 영 적용할 만한 방식이 못 되기도 합니다.

 

 장점이라면 일단 향기의 강도가 강하다는 겁니다. 이는 컵노트를 자세히 적지 않고 향기의 강도 등을 우선적으로 적는 비즈니스 커핑 폼에서 좋은 평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어택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공법과 1:1 비교를 하면 좋게 느끼기 쉽습니다. 따로 마시면 향기의 퀄리티 좋은 게 좋지만 같이 마시면 강도 높은 게 이깁니다. 그 외 차갑게 마실 때 퍼포먼스가 좋습니다. 차가운 커피를 선호하시는 분은 애네어로빅에 대해 긍정적이기 쉬울 걸로 생각합니다. 애네어로빅 특유의 부정적인 느낌이 차가운 온도에서는 덜 느껴집니다


 

 한편으로 카보닉 마세라시용(CM)이라는 방식도 있습니다. 영어식으로 읽으면 카보닉 메서레이션입니다. 탄산 침용. 와인 좀 드신 분들은 읽자마자 뭔지 알 겁니다. 보졸레누보 만드는 그 방식입니다. 커피체리에 카보닉 마세라시용을 적용하면 사실 양조개념으로 보면 그냥 무산소발효인데, 좀 더 철저한 무산소발효입니다. 현재 커피업계에서 카보닉 마세라시용 프로세싱은 따로 표기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좀 더 비싼 가공법이라 그런 거 같습니다.

 


 

9) 이스트 첨가 발효 커피

 

 상기하였듯 나는 애네어로빅 퍼멘테이션 프로세싱에 부정적입니다. 가공법 자체는 한 개성으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 쳐도 고급 커피에 적용하기엔 품종향과 떼루아를 너무 많이 잃어버리게 하는 동시에, 커머셜한 커피에 적용하기엔 가공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런데 이번에 기술할 이스트 첨가 발효 커피는 어쩌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웃풋에 비해 비용이 싸거든요. 최고급 커피에 적용하기엔 여전히 부적절하다 생각합니다만.


 

 커피는 발효과정에서 커피에 있는 본래의 천연 효모가 기능합니다. 빵을 굽거나 와인을 담글 때도 따로 이스트를 쓰지 않아도 본래의 천연 효모만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공장제 이스트를 첨가하는데, 그 쪽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기 때문입니다. 커피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쓸 만한 커피용 이스트가 유통되고 있는지는 모르겠고요. 물론 인공적인 이스트를 첨가할 때 잃는 개성을 생각한다면, 최고급 커피에는 이스트 첨가를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호품은 일정 품질 이상에서는 개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와인과 달리 커피는 알콜생성으로 인해 알콜에 약한 이스트가 일찍 죽어버리는 문제 같은 것도 없지요.

 

 이스트 발효 커피가 아직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나도 접해본 게 매우 제한적입니다. 접해본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단 애네어로빅이 유행 중이라, 이스트 발효한 커피들은 애네어로빅도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도 합니다. 무언가 손을 많이 댄 커피가 많이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게다가 싸게 만들 수 있는 방식임에도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라 비쌉니다.

 

 그래도 나는 아마 앞으로 언젠가는 커피 가공에 상업용 이스트를 많이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건 그저그런 맛을 내는, 그저그런 떼루아 커피의 품질을 균등하게 올릴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계 대부분의 커피 생두는 그저그런 품질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비해 현대의 커피 생두 품질이 많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중남미에서 주로 티피카와 부르봉 키우던 시절엔 가공이 문제였지 품종은 지금보다 훨씬 좋았지요.

 

 종합적으로 요새는 기존에 없던 생두 가공법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와인이 옛날에 지나왔던 변화를 커피가 뒤늦게 따라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최고급 생두에 CM이나 인공 이스트 첨가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 꽤 발전과정을 거쳐야겠구나 싶긴 합니다.

두서없는 커피 이야기

식이 2020. 5. 13. 03:30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srEz0awS--U

 

 

 커피 애호가가 아닌, 만인의 음료인 커피에 대한 대중적(?) 이야기입니다. 커피라는 게 용어가 많은 분야라 쉽게 적으려 해도 가독이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만, 별로 어려운 내용들은 아닙니다. 모르는 단어는 일단 스킵하고 보시면 됩니다.

 

 사견이 듬뿍 들어간 글입니다. 틀린 내용 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 자유롭게 의견 및 보완해주셔도 좋겠습니다.

 



 

1) 다른 첨가물이 없을 경우 브루잉한 커피(추출을 마친 커피)은 세 가지입니다. 신맛, 쓴맛, 지방맛. (최근의 연구를 참조하면) 사람의 미각은 6가지 맛을 느끼는데, 커피에는 그 중 단맛과 짠맛과 감칠맛은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커피의 바디감을 구성하는 감각은 주로 떫은 느낌의 촉각입니다.

 

 커피의 감각적인 부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은 향기, 즉 후각에 해당합니다. 설탕 등을 넣지 않은 커피에서 달콤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후각적인 감각입니다. 생두에는 꽤 많은 당분이 들어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다당류고 단당 또는 이당류는 로스트 과정에서 크게 손실되며, 아무리 약하게 볶더라도 원두에 남아있는 단당/이당은 추출 후에 의미 있는 단맛을 낼 정도의 양이 아닙니다.



 

2) 인스턴트커피를 좋아하는 취향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한국식 인스턴트 커피믹스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괜찮은 편이고, 입맛은 각자의 개성입니다. 물론 설탕을 넣은 카페라떼나 플랫화이트, 카페오레 등을 인스턴트 커피믹스보다 맛있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만, 아무래도 노동력과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갑니다.

 



3) 커피는 커피나무라는 꼭두서니과 나무의 열매 안에 들어간 씨앗을 말린 다음, 익히고 가루내서 물로 추출(브루잉)한 것입니다. 인스턴트커피는 추출이 끝난 커피를 동결건조한 거고요. 커피나무의 열매를 커피체리라 부르긴 하지만 실제 체리와는 별 관련이 없고, 커피 씨앗을 콩(/Bean)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실제 콩하고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익히지 않은, 마른 상태의 커피콩을 생두(Green Bean)라 합니다. 생두는 볶기 시작하면 노란 색으로 변하다가 점차 갈색을 띠고, 이후 많이 볶을수록 검어집니다. 다 볶은 커피콩을 원두라 하며, 많이 볶지 않은 원두는 신맛이 강하고 향기 성분이 화사합니다. 이후 더 볶으면 신맛이 줄고 고유의 향기 성분은 감소하지만 달콤한 향과 맛이 더 생겨나고요. 동시에 쓴맛도 강해집니다. 이후 더 많이 볶으면 신맛은 거의 사라지고 쓴맛이 많이 증가합니다.



 

4) 커피의 볶은 정도(배전도)를 표현하는 방식이 일본과 미국이 다릅니다. 이건 커피를 어느 정도 잘 아는 사람한테도 혼동을 줄 있습니다. 정확하고 표준적인 표현법이 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대략 낮은 로스트(볶은) 정도부터

 

 일본식은

라이트 - 시나몬 - 미디엄 - 하이 - 시티 - 풀시티 - 프렌치 - 이탈리안 입니다.


 미국식은

익스트리밀리 라이트 - 베리 라이트 - 라이트 - 미디엄 라이트 - 미디엄 - 미디엄 다크 - 다크 - 베리 다크 - (익스트림 다크) 입니다.

 

 정리하자면

 

라이트() = 익스트리밀리 라이트()

미디엄() = 라이트()

시티() = 미디엄()

 

 가 되는데, 혼동이 안 될 수가 없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일본식 표현을 많이 써 왔고, 일본식 표현이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면이 있습니다만, 근래 SCAA같은 미국 협회의 영향을 우리나라도 많이 받다 보니 미국식 표기를 하는 사람/카페/회사도 늘어나고 있긴 합니다. 게다가 저런 SCAA기준 말고 또 다른 기준으로 라이트, 미디엄이니 약배전이니 등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요새는 많습니다. 또한 미국은 그 나라 자체적으로도 로스트 단계를 부르는 기준이 통일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조해야 하는, 그나마 통일된 기준이 아그트론(Agtron) 넘버입니다. 한중일이 같은 한자를 다 다르게는 읽어도, 뜻은 대략 통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아그트론 넘버는 커피의 볶은 정도를 판별하는 색도계로 SCAA가 제시하는 가장 표준적인 것입니다.

 

 아그트론은 숫자가 높을수록 밝고(덜 볶은) 거고, 낮을수록 어두운(많이 볶은) 겁니다. 일본식 볶음 정도에 대응하는 아그트론 넘버는(NCS학습모듈 기준) 다음과 같습니다. 라이트(90~95) - 시나몬(80~90) - 미디엄(70~80) - 하이(60~70) - 시티(50~60) - 풀시티(40~50) - 프렌치(30~40) - 이탈리안 (20~30).

 

 그러니까 어떤 원두 판매처에서 아그트론 넘버 55 정도의 미디엄 볶음입니다. 라고 한다면 그건 미국식 표현이고, 일본식으로는 시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런데 실제 원두를 볶다 보면 라이트나 시나몬로스트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고, 1차팝 절정기 쯤에 배출한 걸 약배전이나 미디엄이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면 실제 아그트론은 통상 65~60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하이는 1차팝 이후 휴지기로 보기도 하는데, 이러면 아그트론이 55~50 정도가 되지요. 이렇게 치면 시티는 기준점이 43~45 정도. 풀시티는 40+. 그래서 실제로는 미디엄-하이-시티 표현에 혼란이 많은 상황입니다.)

 

 참고로 앞으로 본문에서 쓰는 모든 로스트 기준 표현은 일본식입니다. 나는 일본식 로스팅 표현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5) 커피콩을 볶다 보면 2번 터집니다. (Pop) 또는 크랙(Clack)이라고 하는데, 이 팝이 커피콩에 주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팝은 반드시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만, 웬만하면 일어납니다.

 

 대략 라이트나 시나몬은 1팝을 아직 (거의) 안 시킨 거고, 1팝을 시킨 상태가 미디엄에서 하이, 그리고 대략 시티부터는 2팝을 시키기 시작한 걸로 여겨도 됩니다. 그래서 시나몬과 미디엄, 하이와 시티는 차이가 꽤 있고 시티와 풀시티도 실제로는 차이가 꽤 있습니다. 2차 크랙이 시작되는 정도에서 배출하면(로스팅을 마치면) 대략 시티가 되고, 2차 크랙이 진행되고 배출하면 풀시티 이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정리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정리입니다.)

 

 라이트나 시나몬 로스트 커피는 적어도 대중적으로는 잘 안 마십니다. 팝이 전혀 안 터진 원두를 실제 핸드밀(손으로 돌려서 원두를 가는 도구)로 갈아보면 잘 안 갈립니다. 힘을 꽉꽉 줘서 돌리면 아예 안 갈리는 건 아닙니다만, 힘이 많이 들어가긴 합니다.

 

 그러니까 근래 한국에서 보통 마시는 원두커피는 4단계 로스트 정도입니다. 1팝을 시킨 미디엄 및 하이, 2팝을 시키기 시작한 시티, 2팝을 충분히 시킨 풀시티. 이렇게요.

 

 미디엄이나 하이로스팅에서는 커피가 신맛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핸드밀로 갈아보면 상대적으로 단단합니다. 대조적으로 풀시티 정도로 볶은 원두는 신맛은 미미하거나 거의 없고, 핸드밀로 갈면 쉽게 갈립니다. 시티는 그 중간 정도지요.

 

 나는 주관적으로 미디엄은 가볍게/약하게/적당히 약하게 볶았다. 하이는 스페셜티(고급커피) 기준 표준적으로/조금 많이 볶았다. 시티는 많이/충분히 볶았다. 풀시티는 강하게 볶았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커피를 많이 안 드셔보신 분들이 생각하는 블랙커피 풍미는 풀시티 이상 볶음에 가깝습니다. 생두는 조금 볶을수록 고유한 특성을 많이 드러내면서 신맛이 강한 반면, 많이 볶을수록 볶아서 생긴 표준적인 풍미가 나고 신맛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6) 이브리크(터키식 커피)나 커핑 볼을 사용한 커핑을 제외한 브루잉된 커피는 커피가루를 걸러주는 필터를 통과합니다. 그런데 이 필터의 소재에 따라 브루잉된 커피의 특성도 달라집니다.

 

 필터의 소재는 크게 3가지입니다. 종이, , 금속입니다.

 

 종이 필터와 천/금속 필터는 필터링 성능이 다릅니다. 종이 필터 쪽이 여과능력이 더 좋지요. 그래서 종이 필터를 통과한 커피는 커피의 오일 성분이 필터링됩니다. 커피콩도 식물의 종자라 기름기가 꽤 있는데, 종이 필터를 통과한 커피는 기름기가 없는 커피가 된단 말이지요. 그리고 여과력이 좋으니까 미세한 커피분말도 다 걸러줍니다. 결과적으로 깔끔한 커피가 됩니다.

 

 그런데 종이 필터는 종이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피필터지가 우러난 맛은 떫은 맛 쪽인데, 취향에 따라서는 이 떫은맛이 커피의 구조감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만, 나는 꽤 싫어하는 편입니다. 이 종이 필터맛은 미리 뜨거운 물로 필터지를 헹궈주는 린싱을 하면 많이 줄어들긴 합니다. 그리고 갈색 종이필터보다는 표백된 흰색 종이필터가 종이맛이 덜한데, 흰색 종이필터가 미세하게 비싸기도 하고, 표백을 하면 나쁘다는 오해가 있기도 하고, 커피필터지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시중에는 갈색 필터가 더 많습니다. 실제 커피필터지의 표백은 인체에 무해합니다.

 

 대조적으로 천 필터나 금속 필터는 오일을 걸러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천이나 금속 필터만 통과한 커피는 기름기가 남아있는 커피가 됩니다. 기름기가 있는 커피와 없는 커피는 맛, , 바디가 다 다릅니다. 그리고 여과능력 차이가 있으니까 미세한 커피가루가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촘촘한 천 필터는 미분을 잘 잡아주는데, 금속 필터는 영락없이 미분이 통과합니다. 이 미분도 맛 등에 영향을 꽤 줍니다.

 

 카누 같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95% 인스턴트커피에 5% 정도의 원두 미분을 넣은 겁니다. 그러니까 카누를 좋아하는 분은 미분이 좀 있는 커피도 좋아할 확률이 높습니다. 미분은 물속에 혼합될 뿐, 절대 용해되지 않습니다.

 

 추출법에 따라 어떤 소재의 필터를 쓰느냐를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프레소 : 금속

핸드드립 : 주로 종이. ()이나 금속망을 쓰기도 합니다.

드립식 커피메이커 : 종이, , 금속 모두 사용

프렌치프레스 : 금속

더치(콜드브루) : 종이, , 금속 모두 사용

모카포트 : 금속 (종이 필터 적용 가능)

에어로프레스 : 종이 (금속 필터 적용하는 경우도 많음)

사이폰 : (종이 필터 적용 가능)

파드 : 종이

캡슐 : 원리상 금속

티백 : 종이




7) 커피에 설탕이나 시럽을 넣어 마시는 취향은 존중받아야합니다.

 

 에스프레소의 원조인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게 표준입니다. 다만 설탕을 데미타세(에스프레소 잔)에 넣기만 하고, 젓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첫맛은 쓰고 끝 맛은 매우 달게 마십니다.

 



8) 커피는 많은 단점을 가진 음료입니다.

 

 큰 단점 중 하나는 커피는 결점두의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한 잔의 커피에 상태 많이 나쁜 콩 한두 개만 섞여도 티가 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로 팔리는 원두에 들어가는 에티오피아나 인도네시아 생두, 완벽하게 핸드픽하려고 보면 이걸 대체 어떻게 마실 수 있는 건가 싶은 수준일 때도 꽤 많습니다. 결점두가 너무 많아서 다 골라내면 남는 게 얼마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딱 봐도 심각한 결점두만 골라내고 미미한 결점두는 그냥 마시게 됩니다.

 

 결점두에서 오는 나쁜 향미를 커버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합니다. 사실 그게 상업적인 커피의 첫 번째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숙련된 커피 로스터는 그저 그런 생두로도 제법 마실만한 커피를 만들어냅니다.

 

 그래도 나는 단점이 있는 커피는 2차팝을 시킨 후 스팀밀크와 시럽을 쓰는 커피를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쪽이 더 맛있어집니다.

 



9) 커피는 감성이라 하는데요.

 

 핸드드립 감성으로 한다고 동드리퍼나 동드립포트 같은 거 장만하는 건 어지간해서는 커피맛에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구리는 열전도율이 높습니다. 온도변화가 빠르고 빨리 식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프라이팬 소재로는 좋지만, 드리퍼 소재로는 별로 안 좋습니다. 저렴한 플라스틱 드리퍼 쪽이 어지간해선 맛이 더 좋게 나옵니다. 플라스틱은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감성은 커피 브루잉/제조 끝나고 즐겨도 됩니다. 커피도 요리입니다. 맛있는 음식 만드는 건 다분히 과학적인 영역입니다.



 

10) 커피를 추출할 때는 대략 다음과 같은 순서로 풍미가 추출됩니다. 신맛 - 단맛(실제론 단향) - 쓴맛. 그러니까 커피를 너무 길게 추출하면 쓴맛이 더 많은 커피가 됩니다. 재추출하면 안 되는 것도 그래서고요. 다만 커피추출이 길어지면 묽은 커피가 되기 때문에, 농도 차이로 쓴맛을 덜 느낄 수는 있습니다. 농도를 맞춰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11)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이야기하자면 커피믹스를 드실 때는, 믹스 포장으로 커피를 젓지 않는 게 좋습니다. 믹스 포장에는 이런저런 인쇄가 되어있는데, 그 인쇄에 사용한 성분이 용출될 수 있습니다. 그건 먹을 게 아니지요.

 



12) 베리에이션 커피 트렌드는 라떼아트입니다. 라떼아트는 카페라떼/카푸치노의 전반적인 스타일에 영향을 많이 줬습니다.

 

 라떼아트가 잘 되려면 좀 낮은 온도의 벨벳밀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라떼아트가 잘 되는 우유거품은 거품의 크기가 곱고 미세해서, 표면이 벨벳처럼 윤이 나야합니다. 그리고 온도가 좀 낮아야 해요. 여기에 색이 진한 커피를 써야 라떼아트가 근사해 보입니다.

 

 이렇게 벨벳밀크를 사용한 카페라떼의 텍스춰는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만, 모두의 취향에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더 크리미하고 풍성한 거품과 더 뜨거운 온도를 좋아합니다. 라떼아트의 유행 이후 카푸치노 위에 시나몬가루를 뿌려주는 케이스도 줄어들었고요. 보통은 말하면 뿌려주긴 합니다만.

 




13)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통상 둘 다 파는 곳은 커피 비율이 더 많으면 카페라떼, 스팀밀크 비율이 더 높으면 카푸치노라 합니다. 그리고 카페라떼보다 커피 비율이 더 높으면 플랫 화이트라 합니다. 카페라떼를 중간으로 보고, 우유가 더 많이 들어간 건 카푸치노, 우유가 덜 들어간 건 플랫 화이트라 생각하면 됩니다.

 



14) 마끼아또는 이탈리아어로 점을 찍는다는 뜻입니다.

 

 일반 카페라떼는 카페라떼 잔에 에스프레소를 먼저 받은 후, 스팀밀크를 부어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우유와 혼합된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거품이 얹어지게 됩니다.

 

 라떼 마끼아또는 반대입니다. 먼저 스팀밀크를 마끼아또 잔에 받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습니다. 그러면 우유거품을 뚫고 에스프레소가 안으로 들어간 후, 우유와 우유거품 사이에 자리잡습니다. 그래서 우유거품에는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점이 남습니다. 라떼 마끼아또는 여기서 믹스하지 않고 그냥 층이 있는 걸 마십니다.

 

 잘 알려진 카라멜 마끼아또는 이 변형판입니다. 원조인 스타벅스 카라멜 마끼아또 레시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마끼아또 잔에 바닐라향 시럽을 담습니다. 그 위에 스팀밀크를 담습니다. (우유와 바닐라향 시럽이 혼합됩니다.)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습니다. 우유와 우유거품 사이에 에스프레소가 자리잡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카라멜소스를 드리즐합니다. 즉 우유거품 위에 카라멜소스를 모양내 뿌려줘서 완성합니다

 



15) 모카라는 말을 커피에서 많이 쓰는데, 뜻이 여러 가지입니다.

 

 일단 본래 모카는 예맨이라는 나라의 서남부에 있는 항구도시 이름입니다. 영어 표기는 Mocha도 쓰고 Moka도 씁니다. 15~18세기에는 홍해에 접한 이 항구가 예맨 최대의 항구였고, 당시엔 세계 최대의 커피 거래장이 이 모카였습니다.

 

 이 모카 항을 통해 당시 거래되던 커피를 모카커피라 불렀는데, 모카가 세계 최대의 커피거래소였던 시간이 길었다 보니 커피를 그냥 모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용례로 사용되는 말이 모카포트(Moka Pot)나 모카빵입니다. 나는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의 모카도 이 뜻으로 사용된 걸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예맨의 커피에는 모카라는 이름이 곧잘 붙습니다. 예맨 모카 마타리가 대표적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세계 3대 커피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 가격도 꽤 비싼데... 현대적인 커피 평가 기준으로 보면 일반적인 예맨 모카 마타리를 좋은 원두라 하긴 어렵습니다. 대신 개성적이고, 매력이 있긴 합니다. 또한 에티오피아의 하라(:Harrar)’ 지역 커피나 옛 지명 시다모(:Sidamo)’지역의 커피에도 모카라는 이름이 붙곤 합니다.


 그 외 카페모카라는 베리에이션 커피가 있는데 이건 위의 예맨 모카와는 전혀 상관없는, 카페라떼에 초콜렛 시럽/소스 들어간 베리에이션 커피입니다. 그러니까 모카시럽이니 모카소스니 이런 건 초콜렛 시럽/소스입니다. 어쩌다 이리 되었느냐 하면 예맨 모카커피에서 초콜렛 향이 나는 경향이 있어서 그리 되었다는데... 여하튼 커피에선 초콜렛 시럽/소스를 모카라고 표현을 합니다.

 

 또 모카라는 품종들도 있습니다. 일단 Mocca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건 부르봉(Bourbon:버번)의 변종입니다. 몇 년 전 생두 최고가 기록을 세웠던 엘 인헤르토의 판테레온 마이크로 모카가 그 품종이었지요. 그리고 에티오피아 하라 지역에서 키우는 Mocha라는 품종이 있다고 합니다.



 

16) 인스턴트커피는 참 좋은 발명품입니다. 그렇지만 인스턴트커피는 어쩔 수 없이 맛이 없습니다. 프림이건 크림이건 우유건 설탕이건 다 뺄 때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커피 원두에 직접 손대면 귀찮아지는 게 하나 둘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나는 캡슐 커피가 괜찮다고 생각하고요. 그 중 네스프레소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나온 버츄오 말고 일반 캡슐이 좋다고 생각하고요. 네스프레소 머신 용 호환 캡슐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환 캡슐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네스프레소를 접함에 있어 가장 주의하고 싶은 건 룽고는 절대 비추라는 겁니다. 내 생각엔 그건 시음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머신을 구매한 후라면 모를까, 머신을 들이기 전에 룽고 마셔보면 인상이 매우 나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좋은 캡슐을 사용할 경우, 네스프레소는 참으로 훌륭한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그럭저럭 맛있게 마실만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줍니다. 머신의 저렴한 가격과 관리/추출의 용이함을 생각해보면 강력추천할 만 한데, 단점은 많이 마시면 캡슐 값이 은근히 제법 들어간다는 겁니다.

 




17) 원두로 직접 집에서 커피를 해 드시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건 집에 핸드밀이건 전동밀이건 자체적으로 밀이 포함된 전자동 기계건, 여하튼 커피를 원두상태로 사서 갈아먹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절구나 믹서로 가는 건 안 됩니다. 일정한 굵기로 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커피 원두는 추출 방식에 맞춰 일정한 굵기로 갈아야 합니다.

 

 갈지 않은 원두의 보존성도 충분히 나쁩니다만, 갈은 원두의 보존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카페 매장에서도 원두를 미리 갈아서 쓰는 건 절대엄금입니다. 편하려고 그렇게 하다간 금방 망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증식하던 카페베네가 순식간에 망한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식으로 무개념하게 하는 매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핸드밀로 커피 가는 건 꽤 귀찮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전동밀에 비해 가성비가 좋고, 커피를 매일 한두잔만 마시는 분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추출 전에 원두의 단단한 정도를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도 한 장점이고요.

 

 전동밀은 편한데, 좋은 전동밀로 갈수록 많이 비싸집니다. 단순히 커피를 가는 데 돈을 많이 투자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아주 본격적으로 커피를 드시는 분이 아니면 가성비가 좋다고 하긴 어렵지요.

 

 원두를 넣으면 자동으로 드립커피나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가정용 머신들이 있는데, 가정 내 커피소비량이 많으면 나쁘지 않습니다. 커피소비량이 적으면 캡슐이 낫고요. 캡슐이 좋은 게, 갈아놓은 원두지만 캡슐 안에 넣어뒀기 때문에 산패에 어느 정도는 저항력이 있습니다.




18) 커피를 마실 때 가장 유의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갓 볶은 커피는 맛이 없다는 겁니다. 이건 실제 카페를 차리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차려서 당황하는 경우까지 있다는데, 원리를 이해해야합니다.

 

 볶은 지 얼마 안 되는 커피를 갈아서 핸드드립을 해 보면 거품이 물을 붓는 대로 심하게 부글부글 올라옵니다. 볶은 정도가 강한 커피일수록 그렇지요. 이런 상태의 원두를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으면 크레마가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맛은 없습니다.

 

 볶은 커피는 조직이 부풀어 오르면서 안에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 성분이 많이 찬 형태가 됩니다. 이 가스가 커피빵이나 과한 크레마를 만드는 주 원인인데요. 가스가 빠지지 않은 상태로 커피를 추출하면, 가스 때문에 커피 알갱이에서 물이 커피 성분을 잘 용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기체가 있는 곳엔 물이 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갓볶은 원두를 봉투 안에 밀봉해두면 원두에서 가스가 빠지면서 부풀어 오릅니다. 이렇게 가스를 빼는 과정을 디개싱이라 하고요. 디개싱에 걸리는 시간은 원두마다 다르고 각자 의견도 다릅니다만, 보통 3~7일 정도 걸린다고 생각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19) 고급 커피의 트렌드는 하리오 V60같은 드리퍼로 추출한 약배전 새콤 커피입니다. 내가 주로 마시는 커피도 이 쪽이고요. 그러나 나는 남들에게 어지간해선 내가 즐겨 마시는 타입의 커피를 권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신 커피를 싫어합니다. 커피 좀 드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과테말라 안티구아 시티를 에스프레소 추출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든 정도도 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요.

 

 한국인들은 원래 신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긴 합니다. 평균적인 입맛이 그렇습니다. 김치가 피크를 지나 시어지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신 것 = 나쁜 것으로 관념이 생긴 것일지, 평소 음식에 향기가 풍부하거나 섬세한 경향이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신 커피(약볶음 스페셜티)와 안 신 커피(보다 커머셜한, 베리에이션 위주의 커피)의 이분화가 어느 정도 되어 있고, 시장 내 점유 비율은 안 신 커피가 우월합니다. 문제는 스페셜티 애호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신 커피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이건 스테이크 애호가들이 남들 다 웰던으로 소고기 구워먹던 시절에도 레어-미디엄레어 먹던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신 커피를 보급하려는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대중화와 함께 평균적인 원두의 볶은 정도는 내려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프렌치나 이탈리안 정도로 볶은 원두도 흔했지만, 요새는 많이 볶아봐야 풀시티 정도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시티 정도로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평소에 마시는 건 미디엄 수준으로 볶은 원두가 좋지만, 이탈리안 수준으로 볶은 원두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요샌 진짜 강배전 원두는 잘 없습니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생두의 품질이 좋아졌다는 겁니다. 세계 시장 전반의 생두 품질이 올라간 덕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좋은 생두 수입에 힘쓴 덕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프렌치 이상으로 볶으면 생두의 특성이 많이 사라지기 때문에, 낮은 품질의 생두에 적용하기 쉬운 게 아주 강한 볶음입니다.

 

 또한 로스터 입장에서는 강배전을 잘 하는 게 쉽진 않습니다. 일단 강배전을 하면 일부분만 타버리는 티핑이나 치핑이 잘 발생합니다. 볶는 실력이 좋으면 줄일 수는 있지만, 많이 볶을수록 결점두가 잘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결점두 중 쉘빈도 나쁜 맛을 내게 됩니다. 티핑을 다 골라낼 필요는 없지만, 저렴한 생두에 주로 적용하는 게 강배전인데 인건비도 비싸진 시대에 핸드픽이 늘어나는 건 효율이 안 나오는 행위입니다.


 많이 볶은 원두는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간도 짧습니다. 약배전과 강배전 원두를 비교해보면, 강배전 원두가 좀 더 빨리 상하는 감이 있습니다.

 

 그 외 사견으로는 담배가 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요새는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아예 금지되어있지요. 나는 흡연자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흡연자들은 강하게 볶은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걸 즐기는 경향이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젠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 또한 커피의 약볶음 추세의 한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1) 더치커피(Dutch Coffee)와 콜드브루(Coldbrew)는 유의어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구분을 할 때는 콜드브루는 찬 물에 원두가루를 장시간 우려낸 것, 더치커피는 더치커피 기구로 장시간 소량의 찬물을 드립해 만든 것을 의미하긴 합니다. 그런데 더치커피는 일본식 조어에 가까워서, 영어로는 워터드립(Water Drip) 정도로 표현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콜드브루가 더 넓은 범주의 표현이며, 더치커피 또는 워터드립은 콜드브루의 한 종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콜드브루는 특유의 맛이 있는데, 찬물의 특성 상 커피 원두의 성분을 충분히 용출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가지는 최대 장점이, 상태가 좀 나쁜 원두를 사용하기 쉽다는 겁니다. 핸드드립을 해 마시기엔 신선도가 좀 떨어지는 올드크롭 생두나, 로스팅한지 조금 지나서 맛있게 마실 시기는 지난, 그러나 산패되었다고 하기엔 애매한 원두, 또는 로스팅이 좀 실패한 원두를 비교적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식입니다. 비유하자면 스테이크용 고기 샀는데 조금 오래 되서 스테이크 해먹기 뭐하면 양념 재우거나 국 끓여먹는다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한동안 콜드브루는 카페인이 없다는 오해나 홍보가 있었습니다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콜드브루도 카페인이 꽤 많습니다. 카페인이 없길 기대하면서 콜드브루를 마시면 안 됩니다. 카페인을 피하고 싶으면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콜드브루 커피의 최대 문제는 오염입니다. 일반적인 커피는 뜨거운 물에 추출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살균됩니다. 그렇지만 콜드브루 커피는 추출과정을 거치면서 오염되기 비교적 쉽습니다. 그리고 차게 장시간 보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찬 온도에서도 세균은 번식합니다. 그러니까 콜드브루 커피는 철저하게 관리/보관되어야 합니다.

 



22) 커피는 카페인을 가진 대표적인 식물/음료입니다. 카페인에 대한 내성은 각자 다릅니다만, 커피를 좋아하면서 카페인에 약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루에 마시는 카페인 양을 신중히 계산하면서 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페인을 가진 식물은 대략 커피, , 카카오, 콜라, 과라나, 마테 정도입니다. 이 중 차는 차나무(Camelia Sinensis)Camelia Taliensis라는 (중국어로는 大理茶) 차나무의 친족으로 만든 본래의 (:)’만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녹차, 백차, 황차, 오룡차(:우롱차/청차), 홍차, 흑차 및 보이차만이 해당됩니다. 흔한 오해 중 하나로 장기간 숙성된 보이차/흑차/백차는 카페인이 줄어든다는 통념이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카페인은 그냥 둔다고 분해되지 않습니다.

 

 초콜렛은 카페인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거기 카페인이 있다는 걸 망각하곤 합니다. 물론 카페인 성분은 카카오매스 같은 것에 들어있기 때문에, 카카오매스 함량이 낮은 밀크초콜렛 계열은 카페인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무시할 정도는 아니며, 다크초콜렛은 카페인이 꽤 많습니다. 초콜렛이 들어간 모든 음식물은 카페인이 들어가 있습니다.

 

 콜라는 본래 목본성 식물 이름입니다. 코카콜라는 처음엔 코카 잎과 콜라 열매로 만드는 음료라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고요. 그런데 코카 잎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그건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요. 콜라 열매는 계속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어서요. 여하튼 콜라 열매에는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데, 근래 출시되는 콜라에 콜라열매를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카페인은 들어가 있습니다.

 

 과라나는 브라질 원산의 식물로 씨앗에 카페인이 많습니다. 과라나 음료는 주로 브라질과 홋카이도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라나에서 비롯된 카페인은 많이 섭취합니다. 핫식스, 레드불, 몬스터 같은 에너지음료에 과라나 추출 카페인을 쓰거든요.

 

 마테는 차처럼 잎을 우려마시는 식물입니다. 남아메리카에서 많이 마시는데, 카페인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돕니다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마테라고는 잘 안 부르고, 마테차라고 주로 부릅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건 갈아놓은 잎도 있고, 티백도 있고, 인스턴트도 있고, PET음료도 있습니다. 맛은 담배 맛 비슷한데 나는 비흡연자이지만 마테는 그럭저럭 맛있는 음료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스턴트 마테는 찬 물에도 잘 녹습니다.

 

 의약품에도 카페인은 많이 쓰입니다. 카페인 정제도 있고, 펜잘이나 게보린 같은 진통제에도 카페인이 들어가 있습니다.

 



23)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는 좋아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음료입니다. 다만 카페인 또는 커피에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 지장이 있다고들 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적인 커피에 비해 풍미가 뒤떨어지고, 가격은 더 비쌉니다. 카페인을 빼는 공정은 어떻게 해도 커피의 풍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공정이 추가되니까 가격도 올라가고요. 심지어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옛날 방식의 공정이라면 모를까 요새 공정은 건강에 해롭다는 근거가 없습니다.

 

 디카페인 커피가 가지는 장점도 있긴 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가공 과정에서 카페인 외에 오일 성분도 일부 잃어버립니다. 그러니까 그 결과 일반 커피보다 오일이 적은 커피가 됩니다. 프렌치프레스 같은 간편한 툴로 브루잉해도 그다지 오일리하지 않은 커피가 나온단 말이지요. 또한 산패에도 일반 원두보다 강한 편입니다.

 


 

24) 커피에 넣을 수 있는 밀크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일단 예전부터 많이 쓰던 프림(크리머)은 팜유를 주성분으로 한 식물성 크림입니다. 과거에 비해 요새는 프리마를 직접 사서 먹는 사람은 꽤 줄어들었지만, 나름대로 맛있고 싸고 보존성이 좋습니다. 사실 여전히 사람들은 프림을 많이 먹고 있는데, 일단 맥심이나 맥스웰 하우스 커피믹스에 프리마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냥 우유를 넣는 건 간편하면서도 좋은 선택입니다. 인스턴트 다방커피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뜨거운 커피엔 적당히 데운 우유가 어울립니다. 물론 우유 대신 가당한 연유를 사용하는 것도 일반적인 레시피입니다.

 

 커피 대비 우유의 양이 너무 많으면 밀크커피가 아닌 커피우유가 됩니다. 커피우유도 맛있는 음료지요. 나는 커피 마시자고 누군가와 편의점에 갈 때면 커피우유를 곧잘 마십니다. 어지간한 PET병 커피나 캔커피보다는 커피우유가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페에서는 주로 스팀밀크를 씁니다. 스팀밀크는 증기가 나오는 스팀완드를 이용해 우유를 데우면서 거품 낸 것입니다. 우유를 스티밍하면 단백질이 데워지면서 주입된 공기를 감싸게 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으면 거기 있는 스팀완드를 쓰면 되지만, 스팀완드가 없어도 스팀밀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어쨌든 데운 우유에 공기를 넣으면서 믹싱하면 우유거품은 생기거든요. 머랭 만들 때 쓰는 거품기로도 만들 수 있단 말이지요.

 

 휘핑크림을 얹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물론 휘핑크림에도 식물성은 있습니다. 제대로 된 생크림을 쓰는 게 몸에도 입에도 낫습니다만, 식물성 크림이 더 싸지요.

 

 두유를 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주로 비건들이 먹긴 합니다.



 

25) 카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커피 브루잉 방식은 에스프레소입니다. 여담인데 Brew(ing)라는 영단어는 에스프레소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만, 편의상의 문제인지 한국에서 브루잉 커피라고 하면 에스프레소가 아닌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Espresso는 이탈리아어로, 영어 Express와 같은 뜻입니다. 그러니까 에스프레소 커피는 신속하게 추출한 커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라틴어 Presso, 영어 Press는 누르거나 압착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는 압력을 가해 눌러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는 중의적인 어감입니다.

 

 카페 매장에서 커피를 주로 에스프레소로 추출하는 이유는 내 생각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빨라서. 다른 하나는 진해서 베리에이션 커피를 만들기 좋으므로. 마지막 하나는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실 때의 퍼포먼스가 좋아서입니다.

 

 좋은 생두를 최적의 풍미가 나게 볶아서 추출한다고 가정하면, 핸드드립으로 추출해 따스할 때 마시는 게 가장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일 겁니다. 어지간하면 그렇게 마시는 게 최고의 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드립은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베리에이션 커피에 약점을 보이며, 차갑게 마실 때의 퍼포먼스도 애매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견으로 일반적인 품질의 생두는 굳이 핸드드립으로 마실 만큼 충분히 좋은 맛이 나지 않거나, 맛은 좋더라도 뚜렷한 개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에스프레소 추출 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26)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에서 커피의 특성을 표현하는 말은 마일드입니다. 내가 보기에 모카는 그냥 가져다 붙인 말이고, 실제 모카골드 마일드 커피의 특성은 마일드 쪽입니다. ‘마일드와 노란색은 예맨이나 에티오피아 모카커피의 특색이 아닌 브라질 커피의 특색입니다. 브라질 커피는 아라비카가 많은 반면 맥심 모카골드는 메이비 로부스타라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마일드 커피는 대략 높이가 낮은 플레이버, 차분함, 좋은 밸런스, 낮은 개성, 신맛과 쓴맛이 동시에 약함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화려함이나 밝음이 없는 수수한 커피라는 뜻도 됩니다.

 

 인스턴트 커피라도 마일드보다는 오리지날쪽이 덜 마일드합니다. 그러니까 맥심 커피도 노란 모카골드보다는 붉은 오리지날이 좀 더 커피스러운 맛이 난다는 건데요.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카골드를 선호하게 된 건, 그다지 커피그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커피 그 자체보다는 커피가 들어간 음료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실제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하는 사람들조차 순수한 커피 그 자체를 좋아하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드립커피보다 카페모카나 카라멜마끼아또를 좋아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요. /전업 바리스타가 아닌 자격 취득자가 대상입니다.



 

27) 현재 우리나라에 카페는 정말 많습니다. 카페가 나름 블루오션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카페 수가 너무 늘어나서 심각한 레드오션이 되어버렸지요.

 

 2018년 기준 카페의 폐업률은 14.1%입니다. 치킨집은 10%니까, 치킨집보다 폐업률이 높은 겁니다. 게다가 2018년에 폐업한 카페 중 52.6%는 영업기간이 3년 미만이었습니다. 오래 하던 카페보다도 새로운 카페들이 문을 더 닫는다는 것입니다.

 

 카페가 많이 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 대비 카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만, 그 다음의 주된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커피에 대한 이해와 애호가 부족한 채 카페를 차리는 경우도 많다는 걸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페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얼음 관리입니다. 대체로 카페에서는 제빙기 및 얼음보관통을 쓰는데, 이 세트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온이니까 위생문제가 덜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카페에서 가장 오염되기 쉬운 게 얼음입니다.

 

 얼음을 제대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비용은 가벼운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핫 아메리카노의 원가는 절대 같지 않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 비싸다 해도 의문을 가질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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