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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1 코레일과 철도민영화 문제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 8

 근래 수서발 KTX 법인을 따로 만든다고 하여 아주 시끄럽다. 금방 잠잠해지려나 했는데, 계속 너무 시끌시끌하다 보니 간단히만 이야기하고 넘어갈까 한다.


 저 소식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뭐 저런 걸로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정도다. 사실 이 문제를 키우는 건 일정 이상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품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 현 정권을 또 다른 방향에서 흔들려는 것이다. 적당히 좀 했으면 좋겠는데, 그것을 위해 이야기를 푼다. 참고로 파업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본문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알 만한 분들은 다 알겠지만 코레일이 20년 전에도 코레일인 것은 아니었다. 철도청이라고, 정부 기관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이게 10년 전 쯤에 코레일 공사 및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되어 나갔다. 노무현 때 일이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적자를 면할 수 없는 철도청을 왜 코레일로 전환시켰을 지를 먼저 떠올려 봐야 한다. 이런 분리에는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항상 뒤따른다. 노무현 정권은 건국 이래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행보를 밟은 정부였고, 철도청을 공사화시킨 것은 그런 행보 중 하나였다.


 당시 교통부의 성명은 가관이었는데 (링크 클릭), 만약 지금 박근혜정부에서 저런 식으로 교통부에서 나오면 아마 깨시민들 쪽에서 게거품을 물고, 촛불을 들고, 하야를 외칠 거라 확신한다. 게다가 코레일은 단일기업도 아니고 기업집단이다. 노무현 때 이미 이 구조는 완성되었다. 코레일 홈페이지만 가도 계열사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다. 귀찮으실 분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드리겠다. (클릭) 


 왜 구조를 이리 만들어놨을 지를 생각을 해야 한다. 이번 수서발 자회사는, 모든 디테일을 떠나 그냥 자회사 하나 더 생기는 것뿐이다. 이미 코레일은 노무현때부터 민영화하려면 그리 어렵지 않게, 금방 할 수 있게 구조가 개편되어 있었고, 그때 코레일 간부들은 지금도 코레일 간부다.


 나는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번 사태가 민영화라는 목표로 나아가는 한 과정이라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뚜렷한 의지 하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코레일 등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은 오래 된 일이고,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반대하고 간섭하기엔 별로 명분도 없고 잘 이루어질만한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청와대나 미래부쪽에서 내놓는 정책들은 대체로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정치는 협상과 타협, 밀고 당기기의 영역인 부분이 많고 이런 일련의 민영화 과정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세워진 거대한 권력과 조직,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가진 철학 수준의 문제라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면, 공기업 적자에 대해 위험하다고 외치는 목소리들을 경계해야 한다. 공기업은 많은 경우 흑자를 내기 쉽지 않고, 코레일 같은 공기업이 흑자를 내려면 그럴 만한 운임을 받아야 한다. 한 발의 화살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으니, ‘착한 적자’를 감수하거나 요금인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요금을 합리화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골치 아픈 쪽이 요금은 동결하라 하면서 공기업 적자는 뭐라 하는 바보들이다. 그리고 문제는 요즘 이런 바보들이 너무나 많다는 데 있다. 그 사람들이 진보와 정의의 탈을 쓰고 있으니 더욱 문제다.


 철도의 운임동결이 목표라면 공사를 다시 정부부처 산하 기관으로 편입시켜서 국가재정으로 철도를 운영하는 것이 옳다. 이 면에서 잘못된 흐름을 만든 것은 노무현 정부였고,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편으로 현 상황에서라도 공공성을 유지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적자 누적을 감수하고, 운임 체계를 대폭 손봐야 한다. 코레일의 경우엔 화물열차의 운임부터 손봐야 할 것이다.


 시민 사회가 합리성을 잃고, 정치 논리에 빠져 합리성 없이 아귀다툼을 벌이고, 근시안적인 이익만을 추구하여 운임동결을 외치고 특정 정치인을 영웅화하려 한다면 장기적으로 민영화를 피할 방법은 없다.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 사회를 볼 때, 철도의 민영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보인다. 철도 민영화에 앞장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가장 민영화되기 쉽게 만들고 있다. 그들은 운임을 올리려 해도 반대할 것이고, 현 정권에 극단적으로 반대하며 철도청을 코레일 그룹으로 만든 친노세력에 무조건적 호의를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서 코레일을 없애고 철도청을 부활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철도는 효율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이고, 가급적 많은 이들이 철도를 이용해야 도로가 너무 많은 자동차로 막히는 빈도가 줄어든다. 그런 공공성은 철도가 국가기관의 산하일 때 최대가 된다. 그러나 철도청의 부활은 실질적으로 이뤄질 만한 바람이 아니다. 만약 대통령이 이렇게 한다면 유신의 부활이니, 개발독재 시대로의 회귀니 하면서 엄청난 공격이 시작될 것이고, 새누리당 내의 지지도 얻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정한 진보세력이 충분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들의 손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 그런 건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