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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브금


https://youtu.be/bi6YgsALjiM



 20세기는 미국의 마천루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던 시대였습니다. 1931년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이후 40년 동안이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지요. 아직도 뉴욕의 그 건물은 마천루의 상징 같은 건물로 남아있습니다.


 

 1971년에 완공된 세계무역센터 제1빌딩이 그 기록을 잠시 깹니다. 그 건물은 2001년에 911테러로 무너지지만요. 그리고 1974년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가 완공됩니다. 이후 시어스 타워는 20세기 말인 1998년 말레이시아에 페트로나스 타워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이었습니다. 70~80년대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시어스 타워를 기억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그 시어스 타워를 소유했던 시어스는 1886년부터 시작한 유통업체였습니다. 시어스 백화점 카탈로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해리 트루먼이, 서방자유주의의 장점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한 권의 책으로 꼽히기도 했을 정도였지요. 이런 식으로요.

 

"우리가 금요일에 시어스 카탈로그를 모든 러시아인들 우편함에 넣어두면, 공산주의는 월요일이면 죽어버릴 것이다(If we could put a Sears catalog in every Russian's mailbox on Friday, communism would be dead by Monday morning)."

 

 잘 나갈 때 시어스 카탈로그는 무려 700페이지에 이르렀다고도 합니다. 그런 시대가 있었지요. 그렇지만 작년 10월이었던가요. 그 시어스가 망했습니다.



 파산 신청을 했어요. 아마존에 밀렸다고 합니다. 시어스 타워는 소유주가 바뀌고 이미 2009년에 월리스 타워로 이름이 바뀌었다고도 하네요.

 

 여담인데 현재 세계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는 다름 아닌 서울 송파의 롯데월드타워입니다. 세계 전체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는 잘 알려진 부르즈 칼리파고요.



 시어스 타워 이야기를 한 건, 그토록 잘 나가던 시어스도 망하는 시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유통업체 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그런데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를 소유한 롯데가, 근래 인천에서 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 문제의 대략적인 발단은 인천터미널에 있었던 인천 신세계 백화점 부지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신세계 인천점은 전국 신세계 백화점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매출을 내는 백화점이었습니다. 원도심인 동인천이 몰락하고 구월동 일대가 인천의 최대 도심이 된 후, 신세계 인천점은 인천 상권의 가장 중심이 되는 지역에 있었지요. 거기서 머지않은 곳에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있었지만 매출이건 규모건 차이가 꽤 컸습니다. 예전 한 때 자주 갔었는데 바글거려서 자차 몰고 가면 주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백화점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송영길 시장 때였던가요. 인천시가 재정난을 호소하다가 (당시 인천 재정난은 송영길과 민주당의 프로파간다가 많이 섞여 있었습니다) 터미널 부지와 신세계 백화점 부지를 매각합니다. 그런데 이미 영업 중이던 신세계한테 우선적으로 사라니까 가격 깎으려고 들면서 안 샀습니다. 그래서 공개입찰 전환되었고, 롯데쇼핑이 그걸 사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부터 신세계가 경쟁사인 롯데한테 임대료를 내고 백화점 영업을 하는 웃기는 상황이 몇 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이후 부지를 매입한 롯데는 신세계 측에 점포 빼라고 요청했고, 신세계는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맞섰지만 이길 리가 있나요. 법원은 롯데 편을 들어줬고, 신세계는 결국 올해 초에 방을 뺐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이 하루아침에 롯데백화점으로 바뀌는 사태가 벌어졌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되고 보니 이제 인천에 남은 백화점이 롯데백화점 3점밖에 없다는 겁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원래 인천에 이렇게 백화점이 없진 않았습니다. 90년대만 해도 다양한 브랜드의 백화점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백화점의 전성기는 90년대로 끝났습니다. 그래서 현재 인천에는 백화점다운 백화점은 롯데백화점만 남아 있으며, 이름만 남은 간석동 올리브 / 신현동 서경 / 작전동 현대 백화점은 아울렛 또는 동네 프라자 급으로 떨어졌습니다.


 

 여하튼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공정위는 롯데백화점이 인천 내에서 독과점 상태임을 오래 전부터 문제삼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롯데는 인천터미널점 외에 그 인근의 인천점과 부평점을 매각하려고 오래 전부터 노력 중입니다만, 문제는 공정위에서 이것을 백화점용도로만 팔길 강요하고 있다 보니 팔리질 않습니다. 인천 시민들은 백화점을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인천에서는 아울렛 같은 형태가 더 인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된 건 인천의 경제력이 많이 떨어진 탓도 있습니다. 80년대 인천의 경제력에 비해, 근래 인천의 경제력은 안습한 수준입니다. 다음 링크의 영상을 보시지요.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1985년에만 해도 인천은 전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였습니다. 이 때는 아직 동인천이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동네 반열에 들어갔었지요. 그렇지만 이후 인천과 경기도는 몰락합니다. ‘국토균형발전이 수도권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제대로 인지하는 분들이 너무 없습니다. 인천과 경기도의 수많은 지역이 계속 소외당했고, 착취당했고, 제몫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인천 시민들이 낸 세금은 인천을 위해 쓰이지 않았습니다. 인천이 최악의 재정난을 겪을 때도, 잘 나가던 동네가 통째로 유령도시가 되고 슬럼이 되는 와중에도 인천 시민들이 낸 세금은 지방으로 끊임없이 빠져 나갔습니다. 서울, 특히 강남에 부동산을 소유한 기득권자들은 국토균형발전과 고교 교육 평준화를 이야기하면서 주변의 인천과 경기를 몰락하게 만들고 강남불패 전설을 이룩하지요. 이런 세월이 무척 긴데도 아직 인천, 경기 시민들은 상황 파악을 못 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런 게 지방자치가 강화되어야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10669241

 

 공정위에 의해 롯데는 과징금을 물 상황이 되었습니다. 부평점과 인천점을 감정평가액의 50%에 매각한다 해도 사는 사람이 없는데, 과징금은 물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인천터미널점 인근의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폐업한다고 합니다. 부평점도 매출이 없는 곳이라 폐업하게 될 지도 모르지요. 작년 전국 백화점 3사 지점 중 가장 매출이 없는 곳이 부평점입니다. 부평점이 매출이 없는 이유는 그게 부평역 인근 번화가에 있는 게 아니고, 대로에서 1블럭 떨어진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과징금을 내야 할 상황일까요? 나는 롯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싫어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과징금을 낼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롯데는 위에 링크한 기사에서 보듯 독과점을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징금을 물린다면, 이는 공정위가 공권력을 과도하게 휘둘러 폭력을 행사하는 거라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롯데 탓이 아니고, 지역균형발전을 빌미로 인천경제를 망가뜨린 대한민국 중앙 정부들 탓이고 쇼핑 트랜드 및 유통업 생태환경의 변화 탓입니다. 백화점이 인천에서 수요가 있었다면, 인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송도와 청라에 백화점이 없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송도와 청라에 들어섰고 들어서려 하는 것은 아울렛과 대형할인마트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쇼핑몰이지 백화점이 아닙니다.



 과연 롯데백화점 부평점이 있다고 손해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거의 아무도 없습니다. 인근 주민들에겐 그게 있어서 좋을 뿐이지요. 독과점도 그로 인해 누군가 손해 보는 사람이 있어야 피해가 있는 겁니다. 신세계가 구월동에서 계속 영업하고 싶다면 롯데 인천점을 사도 됩니다. 그렇지만 안 사지요. 거기선 이익이 안 나올 것 같으니까요. 대신 실질적 계열사인 이마트가 청라에 스타필드를 조성하려고 하고 있고요.

 

 시대의 변화를 모르고 정치권력이 자유시장의 룰에 어긋나는 폭력을 휘두르는 건 잘못입니다. 정치권력에 의한 시장자유의 침해는 국가가 실패하는 제1이유로 꼽힙니다. 가진 자들의 로비, 권력자의 사익 및 오판,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 등이 섞인 국가의 개입은 시장에 큰 비효율을 만들 수 있고, 이 비효율은 발전을 방해하고 자본과 인력이 떠나가게끔 만들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효율적인 나라였지만 노무현 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비효율적인 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문재인 정권에서는 국가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비효율이 증대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롯데백화점이 인천에서 겪는 문제를 남의 일이라 느낄 분들이 많겠지만, 본 사건은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중앙정치권력의 과도한 개입과 갑질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가 참으로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