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층은 새누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소득에 고학력인 사람들이 많다. 단 아예 재산수준이 많이 올라가면 새누리당 지지층이 많아지지만, 보통 새누리당을 주로 지지하는 계층은 보다 저소득에 저학력인 서민들이다.


 실제 간편한 예로, 지난 대선 때의 월 소득구간 별 투표율만 봐도 다음과 같다.


*200만 원 이하: 朴 56.1-文 27.6%

*201만~300만 원: 朴 40.1%-文 47.6%

*301만~400만 원: 朴 43.5-文 47.3%

*401~500만 원: 朴 39.4-文 50.6%

*501만 원 이상: 朴 40.8-文 46.4%


 이런 현상에 대해 소위 진보좌파들은 ‘기득권이 어리석은 서민을 혹세무민시켜, 계급 투표를 하지 못하게 한다!’ 라는 식으로 해석하곤 한다. 그런데 그게 진실일까? 왜 소위 계급론으로 해석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 이런 현상이 (일부 유난히 감정적이고 말이 많은) 중산층 진보에게 실망감을 줄 경우, 이 자칭타칭 깨어있는 시민들은 ‘이제 난 더 이상 서민을 위하지 않겠다.’라는 식으로 유치한 실망감을 드러내곤 한다. 그러나 모든 현상은 이론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계속 서민을 놓친다면, 그것은 민주당과 그 지지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현상에 대한 나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우선 민주당은 노년층에게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노년층은 평균적으로 재산과 관련 없이 월소득이 현저히 낮다. 대신 상대적으로 한참 돈을 버는 30~40대에서 비교적 민주당의 지지층이 두텁다. 어쩌면 저런 통계를 ‘월소득’이 아닌 ‘사유재산’으로 뽑았다면 결과는 좀 다르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IMF이후 한국 사회에서 소득이 한참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시기는 30~40대 정도다. 50대가 되면 돈을 쓸 일은 많지만,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안정적으로 계속 돈이 들어올 거라는 보장은 없어진다. 이 시기에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많고, 축적재산이 충분한 경우엔 자본가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어느 방향이건 간에 일단 측정되는 월소득은 줄어들기 쉬워지고, 이전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정치를 바라보기 쉬워진다.


 사실 민주당과 진보좌파의 큰 약점이 이 지점에 있다. 좌파는 사회주의적 발상을 바닥에 깔고 있는 이상 사유재산의 축적에 대해 적대적이다. 복지해줄 테니, 젊은 시절 쌓아올린 재산을 달라고 할 때 순순히 내놓을 한국인은 거의 없다. 현실적인 영역으로, 경제라는 면으로 갈수록 민주당은 약점을 드러낸다. 또한 이는 단순하게, 연령대와 관계없이 저소득층이 새누리당을 지지하게 되는 이유일 수도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선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상대가 아니다. 이 말이 결코 새누리당이 경제를 다 잘한다는 건 아니다. 민주당이 강점을 보이는 경제분야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새누리당이 크게 앞선다.


 진보좌파의 흔한 오해와는 달리, 서민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두려운 것도 아니고 무조건 새누리당을 찍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 생각엔 민주당이 서민들의 절실함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말을 바꾸고 신뢰를 잃는다. 이런 경향은 현재 민주당의 가장 극렬한 지지층인 깨시민에게서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그들은 굉장히 쉽게 새누리당 찍는 서민들을 우매하고 계몽이 필요한 대상으로 여기곤 한다. 물론 깨시민들이 그런 태도를 드러낼 때, 서민들은 깨시민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쌓는다.


 풀뿌리 조직을 만드는 데서도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호남지역을 제외하면, 새누리당은 좀 더 풀뿌리 정치에 깊이 들어가 있다. 간단한 지역 모임이나 친목 모임, 종교활동, 계나 부동산 투자처 같은 사적인 금융 정보가 오고가는 만남 등에서 새누리당은 언제나 어느 정도 이상 우위에 있다. 이것은 깨시민들 같이 화를 잘 내거나 가르치려는 태도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엔 싸워서는 못 얻는 것들도 있다.


 또한 메세지의 명료함도 격차가 있다. 새누리당이 하는 말은 대체로 좀 더 정치적으로 잘 연마된 언어다. 그렇기에 새누리당의 메세지는 일관적이고 단순하다. 말을 복잡하게 할수록 서민 표나 부동층 표는 떨어져 나간다. 사실 박근혜와 문재인은 이 면에서 매우 대조적인 편인데, 박근혜는 굉장히 말을 골라서 일관적으로 꾸준하게 말을 하는 정치인인 반면 문재인은 완전히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는 비록 영리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신뢰가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반면 - 깨시민은 이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만큼 선거에서 매번 진다. - 문재인은 말을 매번 바꾸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지금껏 새누리당의 강점을 살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강점을 가지는 부분을 보자. 민주당은 거의 언제나 명분과 문화에서 강점을 가진다. 이것이 중산층이, 당장 내일 걱정이 없는 젊고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다.


 나쁘게 말하면 민주당의 강점은 좀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통한다. 정의의 욕구, 문화적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싶은 욕구 같은 데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훨씬 앞선다. 실제로 민주당이 더 정의로운지 어떤지를 떠나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매번 어떻게든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물론 실제로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그런 빌미를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일관적이라 할 만큼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공분을 일으키고, 자신을 정의의 편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이는 진실이라기보다는 사실 선거 전략에 가깝다. 민주당이 권력을 쥐었을 때 정의가 잘 실현되었다는 통계나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한편 문화적인 면에서 민주당이 가지는 장점은 사실 세대적인 지지의 차이 탓도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이 면에서 좀 더 구식이고, 꼰대 같고, 패셔너블하지 못하고, 뒤쳐져 있다는 인상을 줄 때가 많다. 이따금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이야기할 때도 많은데, 사실 민주당에서도 그런 문제는 종종 발견되긴 하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어느 정도 한번 필터링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막 터져나온다는게 문제. 다만 때때로 민주당도 과격한 이미지로 페널티를 얻기도 한다.


 사실 명분과 문화는 민주정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강한 일면이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언제든 불안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자세한 면과 일관성에서 민주당은 언제나 약하기 때문에, 보통은 새누리당이 이긴다. 젊은 중산층과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부자와 서민과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정치에 관심이 적은 부동층은 대체로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깨시민들의 중산층스러운 모습들은 사실 여러 면에서 나타난다. 그들은 ‘참여’와 ‘소통’을 이야기하는데,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말했지만 사실 이것은 진짜 서민들에게는 가능한 게 아니다. 민주당계 정당에 깨시민이 SNS 등을 통해 압력을 행사할수록, 민주당은 보다 중산층 아이덴티티가 강한 정당이 된다. 90년대의 민주당계는 보다 서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만, 노무현이 집권을 한 후에는 전형적인 중산층 정당이 되었다. 그래서 민주당은 노년층과 서민 및 영세상인의 지지를 잃었고 그 이후 매번 지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재의 민주당은 깨시민의 중산층의 문화적이면서 이념적인 만족감을 위한 정당이 되어 있다. 서민은 그런 민주당을 보고 좀처럼 지지하기 어렵다. 실제 민생입법이라고 민주당, 친노세력, 깨시민들이 내세우는 것들은 서민들이 처한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들이 많다. 서민에게 당장, 진짜로 중요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입법에 민주당이 앞장 서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현실적으로 깨시민들도 왜 민주당을 찍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당선되었을 때 서민에게 어떤 이익이 오는지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토론을 이성적으로 잘 하는 경우도 드물고, 새누리당, 이명박, 박근혜를 욕하고 알바, 일베충, 국정원 직원 등이라고 비아냥거리곤 하는 게 그들의 모습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민주당은 고쳐 쓰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고, 깨시민은 새로운 수구 세력이 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그 동안 민주당에게, 그리고 깨시민에게 지출하고 소모한 온갖 선의와 개혁 의지들을 생각해볼 때 이는 매우 비극적인 결과물이다. 그러나 현실이 아무리 암담하다 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개선은 없다. 사회의 진정한 개선을 원하는 이들이 좀 더 이성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