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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02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것에도 그럴싸한 이유는 있기 마련입니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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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Fdo06_YMbWA

 

 지난 29,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강정민은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 건설 재개 반대쪽의 전문가로 참여했던 인물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목적을 고려할 때 좀 이상한 인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쨌든 현 정권이 탈원전을 강행하겠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원자력 발전에 호의적인 식물생물이 아닙니다. 이 견해는 평소에 여러 번 밝혀왔습니다. 원전은 기술적으로 제법 안전하며 통론에 비해 사람을 많이 죽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기술을 가진 소수의 인물들이 관리와 운영을 주도하면서 필연적인 담합 문제와 비리, 그에 따른 각종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데다, 발전비용계산에 이견이 많고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비용을 계산하는 게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향후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발전방식이 나오고 기존의 발전방식도 개량되면서, 현재의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내가 보기에도 현 정권의 탈원전 행보는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습니다. 현 정권의 에너지 정책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상식적인 사람은 누구라도 이 행보가 납득할 수 없으며, 훗날에 문제가 생길 것임이 명백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좀 살펴볼까요. 강정민이 임명되던 29,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됐습니다. 8차 기본계획에서 예측하는 2030년 전력수요는 100.5GW입니다. 그런데 지난 제7차 때의 예측은 113.2GW였는데요. 이게 2년 전에 나온 겁니다. (원래 2년마다 세웁니다.) 당장 올해 전력수요가 대략 90GW쯤 됩니다. 2년 사이에 정권이 바뀌었다고 13GW 수요예측 차이가 나온 겁니다. 13GW면 대략 원전 10기 발전량입니다. 게다가 4년 전인 6차 때 2030년 예상 전력수요는 126GW였습니다. 4년 사이에 26GW나 예측수요가 줄어들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현 정권은 앞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GDP 성장도 더뎌지고 기기들 전력효율 좋아져서 그럴 거라는 식입니다. 덤으로 전기차로 인해 늘어날 전력은 겨우 0.3GW로 계산해놨습니다. 이런데도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 전력수요도 과다예측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 정권이 그런 환경단체들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여하튼 현 정권은 이러한 수요예측 아래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노후석탄발전소 폐쇄 등을 강행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소를 많~이 짓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판단과 움직임에 정말로 위험성이 없을까요?

 

 일단 4년 전보다 20%이상 낮춰 잡은 수요예측에 문제소지가 없을 걸로 판단하는 건 어렵습니다. 특히 현 정권이 답정너 수준으로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 보니 더더욱 신뢰성이 바닥입니다. 더구나 전력수요예측은 언제나 틀려왔습니다. 항상 예상보다 더 많은 전력을 사용했지요.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게다가 탈원전은 통상적인 인식보다 훨씬 비가역적입니다. 탈원전은 할 수 있지만, 탈원전 이후 몇 년이 지나 다시 새 원전을 짓는 건 꽤 힘들다는 말입니다. 원전기술은 소수의 인원이 독점하고 있는데, 탈원전을 하고 나면 그 기술은 빠르게 소멸합니다. 기술자들이 다른 직업을 찾을 테니까요. 현장의 진짜 기술은 문서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태된 산업분야의 기술은 금세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됩니다. 탈원전 이후 다시 원전을 짓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의 효율을 재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신규원전 건설 전면 백지화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만, 현 정권의 판단에는 그 어떤 신중함도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기본계획을 면밀히 살펴보면 의아한 점이 꽤 있기도 합니다. 일단 석탄발전량은 감소한다고 분명 명시되어 있음에도, 실제 설비용량 숫자는 2022년은 물론 2030년에도 지금보다 석탄발전량이 늘어나는 걸로 되어있습니다. 계획 자체가 모순되어있고 완성도가 없습니다. 요금에 대한 전망 등에선 전혀 객관성이 보이지 않고 투자 사기용 문서 수준으로 작성되어있기까지 합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어이없는 아몰랑급 계획과 정책이 나오는 걸까요?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이번 정권 구성원들의 세계관에 있습니다. 도그마로 가득 찬 그들은, 학계 주류 의견과는 상관없이 자신들만이 세계의 진실에 근접한 선택받은 자라 생각하고, 중생들을 령도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원전에 대한 비이성적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것이 올바른 관점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독단적이고 절차를 무시한 원전 공사 중단 및 공론화 사건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아집에 사로잡혀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정권의 성격 자체가 굉장히 도박적이고, 헤지라거나 보험 같은 건 별로 염두에 두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서 무언가 굳게 믿고 뒷일 생각 않고 저지르는 성향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성격인 사람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되도 않는 사업 벌였다가 망하는 사람도 꽤 많지요. 국가권력 잡고 되도 않게 도박적으로 일벌이니 보고 있는 자국민 입장에선 어떻게 저것을 좀 내쫓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해집니다만.

 

 그런데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것에도 그럴싸한 이유는 있기 마련입니다.

 

 현 정권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 로드맵은 70조원쯤 되는 규모입니다. 대략 오늘자 기준 현대자동차와 포스코와 카카오 시가총액을 합친 것만큼의 돈을 태양광 발전에 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사업을 좌파 시민단체 출신 협동조합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보조금도 잔뜩 주고, 서울시 같은 경우는 협동조합이 사업을 따기 쉽게 특혜도 주고 있습니다. 눈먼 돈이 잔뜩 오고가는 데 클린할 리가 없지요. 서울시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그림을 하나 첨부합니다.



 쉽게 이야기해 이건 대운하-4대강 때랑 비슷한 겁니다. 그 때 땅투기한 친정권 인사들 돈 많이 벌었지요. 이것도 마찬가집니다. 친정권 인사들 돈 좀 만지게 해주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면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전력수요예측과 해당 관점에 대한 사고방식 자체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 정권은 시민들에게 충분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없고, 많은 고용을 창출하지만 동시에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제조업 비중을 유지하겠다는 청사진도 없는 것입니다. 전력을 쓰지 않게 하는 건 가능합니다만, 그 대가도 있기 마련입니다. 좌파 특유의 반기업-반산업 세계관 없이는 이런 긴축 전력수요 예측을 밀어붙일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전기차는 굴뚝 없는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요.

 

 이런 아몰랑급 예측과 정책의 대가는 후불입니다. 당장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이대로 가면 아마 나중에 전기요금 잔뜩 내면서 노후원전이라도 무리하게 돌려야 할 겁니다. 블랙아웃보다는 노후원전 돌리는 게 낫잖아요. 물론 근사한 자가주택 가진 부자들은 다들 태양광 패널 설치했으니까 전기요금이 아무리 올라도 별 부담 없을 거고요. 모두 돈 많이 벌어서, 미래의 전력난에 미리미리 대비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