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민련은 참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름을 복고정치공학연합 정도로 바꾸면 어떨까 싶을 정도입니다. 보궐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막장정치 대결에서 그들은 승자가 되었습니다. 과연 누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이번 공천의 이슈로 동작과 광주를 들겠습니다. 다른 데가 문제없다는 건 아닙니다. 동작은 한마디로 생난리를 쳤는데[각주:1], 결과적으로 나경원에게 국회의 한 자리를 헌정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나경원은 차후 김한길안철수에게 감사의 화환정도는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광주광역시쪽 퍼포먼스는 동작을 상회합니다. 천정배를 찍어내고 권은희를 공천하는 걸 보고 있자면, 매우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이 지나간 후 결국 광주 시민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권은희 공천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는 대단히 정치적인 공천이며, 현 새민련의 철학이 어떠하냐를 엿볼 수 있는 중간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할 텐데, 제가 개인적으로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가능한 한 축약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권은희 - 김용판 사건[각주:2]에 있어, 김용판은 현재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상황입니다. 이 판결들에 강한 외압이 들어가 결과를 바꿨다고 하기엔 일단 1심 판사가 그럴 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며, 2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온 데다 근래 사법부의 독립성은 어느 정도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권은희는 앞뒤와 사실관계가 어긋나는 증언을 여럿 하였고, 증언의 이런 문제를 뒤집을 만한 증거도 확보한 게 없습니다. 그녀가 변호사 출신이라는 걸 감안해볼 때, 그녀의 언행은 어딘가 신뢰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결국 권은희의 공천은 거의 순수하게 정치적인 문제가 됩니다.

 

 제 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용판의 언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권은희 공천은 그보다 더 큰 문제입니다. 내부고발 자체는 사회정의를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만, 권은희는 그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도 못했고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그 무엇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오기만 하면 거의 당선되는 광주 공천을 받았습니다. 수사과장이 갑자기 국회의원이 된다면 대단한 출세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권은희가 그저 증거만 확보하지 못했을 뿐이고, 권은희의 이상한 증언들은 모두 그녀의 단순한 착각 및 모자람에서 기인한 것이며 다른 많은 사람 모두가 미리 모의하고 일관적으로 거짓말을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각주:3] 그리고 그녀가 순수하게 사회정의를 위하고 있다고도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이렇다 해도 권은희의 전략공천은 여러 모로 문제가 됩니다.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야권의 평균적인 인사들은 민주정에 대한 이해가 너무 모자랍니다. 이는 지지자들 또한 대체로 마찬가지로, 민주정에 대한 이들의 반지성주의는 사실 민주정이 가진 구조적 불안요소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자연스레 민주정이 탄생한 나라라 하긴 어렵기에 이 불안요소는 그 크기가 더욱 큽니다.

 

 야권 인사 및 지지자들에게 민주주의란 아직 달성하지 못한 어떤 이상향 같은 것입니다. 이들의 의식 속에 민주주의란 하나의 어떤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며, 더욱 적극적인 시민참여와 절차적 순수성을 강력하게 추구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 통치 및 사회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면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각각의 사안에 대해 이들은 너무 많은 경우 과격하고, 너무 거칠면서 심하게 비과학적비합리적입니다. 사실 이들의 언행을 보면 이데올로기도 철학도 없습니다. 더 나아가 이들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란 거의 위험한 망상이나 다름없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민주정은 현상이자 결과물일 뿐, 어떠한 이데올로기 또는 이데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들이 정치를 대하는 마인드는 도덕주의 그 자체에 가깝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민주정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현실 정치의 특성 상 어느 정도의 잡음이나 부정은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모두는 그것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통치와 사회문제 해결에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누누이 말해왔듯 야권은 언젠가부터 통치 및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정치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정의의 달성에 진지한 관심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들이 민주정을 거부한다고 느끼기까지 합니다. 민주정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굳은 의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정이 아닌 다른 것입니다.

 

 그들은 실제 민주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딴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각주:4] 87체제를 내심 인정하지 않습니다. 권은희를 공천했다는 건 3권 분립의 현실 또한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본 공천은 권은희는 옳으나, 외압이 있어서 바른 판결이 나오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 현 정부는 정당성이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작년에 그 난리를 쳤던 시위 및 국회파행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하겠지요.

 

 사실 현 정부가 저지르는 각종 실책들에 대해 새민련은 아무런 보완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잘하건 못하건 박근혜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된지 오래입니다. 새민련은 반대 말곤 거의 아무 것도 안하니까요. 이번 공천 역시 너무나도 정치공학만을 우선하는 선택입니다. 권은희가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뭘 해줄까요?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이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새민련 지도부의 머릿속에는 민주정의 작동방식 및 성공적인 통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광주 시민들은 또 한 번 희생을 강요받는 것입니다. 저는 광주광역시에는 가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저라면 그런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 지역에 아무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호남에 대한 정치적 편견만 늘릴 것이니까요. 이런 건 정상적인 민주정이 아닙니다. 민주정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줄 대표자를 뽑을 권리가 있고요. 쉽게 이야기해 이는 새민련 지도부가 광주를 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천정배 편은 아닙니다만, 어떻게 어딜 봐도 천정배가 광주 국회의원에 훨씬 더 어울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공천의 결과가 현 새민련 지도부에 좋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선거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중입니다. 결과가 나쁘다면 비노가 물러나고 친노가 다시 부상할 텐데요.

 

  1. 당시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참조용 기사 하나를 링크합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709500066 [본문으로]
  2. 사건을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한 간략한 참조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www.nocutnews.co.kr/news/4057089 [본문으로]
  3. 당연한 말이지만 이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권은희 본인의 증언들만 봐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권은희가 무식하고 법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권은희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개업 변호사 출신입니다. [본문으로]
  4. 그들은 이 딴 마음을 참여 민주주의니 직접 민주주의니 같은 식으로 포장하고 실제 생각도 그리 합니다만... 그런 건 민주정을 파괴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본문으로]

 나는 한 때 안철수에게 일련의 기대를 품었으나, 그는 나를 철저하게 실망시켰다. 그리고는 민주당의 다운 그레이드 버전 정당을 만들어 버렸다.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강령/정강 정책을 보자면 그들에게 기대라는 걸 품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강령을 보면 뭉뚱그려서 좋은 말만 적어놓은 것 같지만, 수준 이하인 것만 몇 가지 인용하면서 비판을 해보겠다. 인용 부분은 파란 글씨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의 결합>

 

 정치인들만의 정치로 전락하는 위험성을 노정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가미할 수 있도록 시민과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개방을 통한 협의제 민주주의를 보완적으로 추구한다.

 

: 여전히 야권은 직접민주주의 운운하는 뻘짓을 반복하고 있다. 내가 안철수를 한 때 지지해볼까 했던 주된 이유는 최장집의 합세였는데, 결국 내치더니 역시나 최장집의 이론과는 완벽하게 반대로 가고 있다. 직접민주주의? 노무현 정권과 개혁당-국참당이 망했던 길을 다시 한 번 반복하고 싶은가. 겪고도 배우는 게 없으니 바보다.

 

 

2. 경제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하에서 혁신과 함께하는 경제로 번영하는 국가를 만든다. 정부 주도의 양적 성장이라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저출산고령화 및 경제의 세계화에 적극 대응하고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혁신적 경제운용 패러다임을 구축한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방지하며,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여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 민간의 창의와 혁신을 극대화함으로써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뒷받침하며,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튼튼하게 하여 정의롭고 더불어 잘사는 경제, 사람이 중심인 경제를 만든다.

 

 

<공정한 시장경제>

 

 경제주체들간의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고, 경제력집중의 폐해를 시정한다.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부당내부거래 해소 등 재벌개혁을 추진하며, 불법적 경제행위에 대한 징벌을 강화한다. 약탈적 금융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독립적인 소비자보호기구 설치 등 금융감독체계를 보완한다. 소비자 존중의 경제운영과 소비자 주도의 개방형 혁신을 활성화한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여 세금탈루를 막고, 공평과세 정의를 구현하며, 계층세대 간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확립한다.

 

: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만약 이 정강이 좋아 보인다면, 당신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아예 없거나 신자유주의자다. 위와 같은 주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미화시키며 표현하는 전형이며 심각할 정도의 신자유주의적 발상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포스트를 따로 작성한 적이 있으니, 지난 포스트 허울 좋은 경제민주화 사기극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경제의 안정적 운영 및 위기관리>

 

 나라 곳간이 국민경제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명심하여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한다. 불안정한 국제금융질서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한다. 또한 가계부채의 급증에 대해 체계적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 ‘국가재정의 건전성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신자유주의자다. 다른 나라들이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빚을 늘리면서 지출을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낮은 한국은 국가재정의 건전성부터 챙길 입장이 아니다.

 

  

 이 외에도 지적하자면 지적할 게 많지만 정말 한심한 것만 찾아서 비판하였다. 이게 진짜 심각한 문제인 게, 도저히 강령의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새민련의 강령은 과정과 목표를 같이 언급하고 있는데, 도저히 그 과정으로는 그 목표를 이루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위에 언급한 <공정한 시장경제> 바로 다음에

 

<혁신적 성장 경제>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지식, 정보,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므로 자율적, 분권적으로 경제주체와 부문을 새롭게 연결하고 융합함으로써 생동하는 경제를 만들고, 창의적 인재양성과 정보기술 강화로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고, 벤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발전하는 성장사다리를 만들어 기업가와 기업이 생동하는 혁신경제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을 향상시켜 내수활성화를 도모함으로써 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고용친화적 성장을 이룬다.

 

 이런 내용이 들어가는데, 보고 있자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좋아 보이는 말만 써 놓으면 단가 싶다. 바로 위에서는 정부가 개입 안함같은 식으로 말해놓고, 밑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정부가 시장에 참 많이 개입해야 겨우 될까 말까 할 만한 걸 적어놓으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야권은 철학이 없다는 거다. 정권을 노리는 사람들이라면, 정부가 어디에 얼마만큼 개입할 건지 계획을 세워놔야 한다. 그런데 새민련은 도대체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것 같다.

 

 복지 부분을 보면 더 가관이다. 온갖 좋은 말만 가져다 써놓긴 했는데, 위에는 정부 재정은 건전하게 만든다고 하고 복지 부분을 보면 돈 엄청나게 들 것 같고, 정부 재정확충은 어떻게 할 지 말도 없고 또 위에 보면 자영업자는 살리겠다고 하고 밑에 보면 최저임금은 올리겠다고 하고. 도무지 책임감이라는 게 있는 건가 싶다. 거기에 내수 활성화같은 목표까지 적어놨으니, 참 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너무 많이 써 놨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이 정도 정강이면 사기를 치는 것에 가깝다. 무슨 만병통치약 광고 보는 기분이다. 사실 안철수가 옛날부터 이래오긴 했는데, 강령까지 이런 식으로 만들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이 집권하면 어쩔 건지는 대략 감이 온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고, 중간 중간 엄청나게 신자유주의적인 언급이 있는 거 보면 안 봐도 뻔하다.

 

 야권은 노무현 때 이미 엄청난 신자유주의 굴착을 해댔다. 그런데 그런 오류들에서 도무지 배우는 게 없다. 애초에 남탓만 할 줄 알지 자기반성이 없고, 공부도 안 하는 족속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안철수는 한 술 더 뜨는 것 같다.

 

 새정치 하겠다는 족속이, 지들이 정의라는 족속이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만약 이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시민들은 더욱 큰 정치적 실망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철학과 개념이라도 있다면 이 모양 이 꼴로 정강을 만들지는 않는다.

 

 본문을 마무리하면서 식견 있는 진보주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새누리당 싫다고 이런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요즘 야권이 솔직히 어딜 봐서 진보인가? 그리고 새누리당보다 딱히 실질적으로 나을 건 뭔가? 미련하고 광신적인 파시스트들이 야권에 계속 힘을 실어주고 광신적으로 실드를 쳐대면서부터 야권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고쳐서도 못 쓸 지경이 된지 오래니, 사실 쳐다도 안 봐주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안철수는 한 술 더 뜨는 인물이었다.

 

 정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철학이 있어야 하고, 문제를 직시해야 하며 해결책을 제시해야한다. 그리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야권이나 광신적인 야권 지지자들은 이 중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새누리당보다 더 신자유주의적이고, 진정성 또한 모자라며 더 반민주주의적이다.

 

 

야권을 버려야 야권이 산다.

정치 2014. 4. 11. 02:45 Posted by 해양장미

 바빠서 조금 오래간만에 포스트. 쓸 게 많은데, 일단 간단하게 근래의 야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친인들은 절대 다수가 야권 지지층이다. 그렇다고 소위 강경지지자는 거의 없지만, 적어도 젊은 세대의 어느 정도 선량한 사람들에겐 새누리당은 심히 밉보인 지 너무 오래다.

 

 그러나 근래의 야권 행보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혼란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난 한 달쯤 전에, 안철수가 합당하던 날 분명히 말했다. '안철수는 끝났다'고. 그리고 역시나,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더 분명해졌다. 분명히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다시 한 번 야권이 안 되는 이유를 말해야겠다. 야권은 정치인들이건 지지자들이건 뭘 모른다. 경제()의 기초도 모르고, 정치()의 기초도 모른다. 정말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뭐가 신자유주의인지, 뭐가 케인즈주의인지도 모르고, 뭐가 민주주의인지, 뭐가 민주주의에서 거리가 먼지도 전혀 구분을 못한다.

 

 야권 지지층의 평균적인 언행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공부하지 않고 말하는 것에 가깝다. 그들은 이너서클 내에서 떠도는 잘못된 지식들만을 공유하고, 제대로 된 지식들은 멀리하며 이따금 들려오는 바른 말들을 가혹하게 공격하고 그런 말을 하는 자들을 내 쫓는다.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니들이 광신도 파시스트다.’

 

 정말 많은 경우에 나는 친인들을 붙잡고 복잡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어디서 못된 것만 잔뜩 주워들어가지고는, 오해를 해도 어지간히 단단히 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은 나와 친분을 가지고 있고, 나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내 말을 어느 정도 들어준다. 그러나 친분이 없는 경우, 대체로 야권 지지층들이 보이는 배타성과 적대의식 및 피해의식은 정말 난감한 수준이다.

 

 야권 지지층들이 저열해진 것은 철학과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가 옳다고 단단히 믿고 있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비아냥과 욕과 음모론과 뒷담화 뿐이다. 제대로 근거를 들고 토론을 할 실력이 안 되고, 피해의식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해보자. 야권은 공천문제 가지고 한 달 넘게 내전을 벌였다. 이건 정말 소모적이고, 무의미하고, 정말 많은 국민들에게 정치적 실망감과 혐오감을 안겨다주는 일이다. 대체로 국민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고, 좀 더 분명히 이야기해서 이런 쓰잘데기 없는 문제로 싸우면서 정치력 소모하는 것을 대단히 혐오한다. 극렬 야권 지지층의 문제가, 광신적인 정치병 환자다보니 남들도 그럴 줄 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 국민들은 절대 안 그렇다.

 

 평범한 국민들이 지금 야권에 원하는 게 뭐 같나? 야권 정치인이나 지지층은 이런 걸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저 지네들만 잘나가지고, 국개론이나 떠들면서 피해의식만 가득 차 있으니 알 리가 없다. 내가 항상 친인들한테 말한다. ‘도대체 야권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단 말이야?’ 이것에 대해 아무도 희망을 입에 담지 못한다.

 

 예를 들어서, 근래 박근혜정부는 수많은 개혁을 행하고 있는데 그것이 모두 충분한 것은 아니다. 박근혜정부의 태생적인 한계가 있고, 잘 못하고 있는 것도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어쨌든 지금 양상은 박근혜정부만 고군분투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잘하건 못하건, 박근혜정부의 규제개혁과 각종 노력들, 그리고 외교 행위 등을 대단히 좋게 평가한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이나 선거 당시 지지율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이다.

 

 야권 지지층은 이것을 이해 못한다. 그러니까 그들이/너님들이 머리도 나쁘고 성격도 나쁘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좀 좋으면 이걸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인한테 당해도 너무 당해서, 잘하고 못하고를 넘어 열심히 하는 것 같으면 좋아해줄 정도에 이르렀다. 근데 야권 지지층들은 정치공학이나 신경 쓰고, 절차적 정당함에나 신경 쓰지 실제 정치의 각종 목적들에는 무관심하고, 아는 것도 없지 않은가.

 

 한편으로 공천은 당연히 당이 해야 하는 것이다. 안철수가 정치의 지읒자도 모르니까 이걸로 뻘짓 하는 건데, 뻘짓을 반복하니 지지율이 폭락하는 거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안철수는 끝났다. 안철수를 아직도 지지하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그는 정치적 대안으로 불충분하다는 게 증명된 것 같다.’ 공천문제 약속? 이명박이 대운하 약속 안 지켜서 다행이잖아? 4대강도 안 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을.

 

 지금 야권이 제대로 된 야권이라면, 정부의 각종 실제 정책들에 대해 비판하고 견제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야권은 그러지 않는다. 야권은 이미 작년의 정부 세수 개혁에 대해 명분도 정의도 없는 엉터리 태클을 걸었고, 부동산 문제들에 대해 정부도 못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엉터리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으며, 통신 문제 등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머릿속에 든 게 없고, 국민을 전혀 쳐다보지 않으니까 그렇다. 그런 주제에 선민의식은 또 속된말로 쩔어준다. 한 발짝만 물러서서 보면 그야말로 토탈 패키지, 완전체 악당들이다

 

 오래도록 야권을 지지했던 친구들이 가끔 그런다. 그래도 새누리당 혼자 독식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정치적 견제가 필요하지 않느냐. 그런데 사실 그런 심리가 오래 지속되었고, 야권은 계속 뻘짓과 헛짓만을 반복하면서도 무슨 언데드같은 명줄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들은 항상 뼈를 깎는 쇄신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젠 깎을 뼈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백골도 안 남은 악령에 비유할 수 있다.

 

 일단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이름부터가 문제다. ‘새정치라는 당명을 몇 년이나 사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남들한테 새정치연합이라 불러달란다. 도무지 존중이라는 게 없는 자세다. 누가 다른 당을 새정치로 아무렇지 않게 부를 수 있을까? 니네가 새정치면 우리는 헌정치냐는 생각이 안 들 수 있을까? 이건 과거 열린우리당이 약칭을 우리당으로 불러달라고 한 거랑 비슷하다. 한심하고 무개념하다. 무엇보다도 하는 짓이 헌정치 오브 헌정치잖아?

 

 내가 근래 친인들에게 주장하는 것은 이것이다. 이제 야권은 새누리당보다 진보적일 것도 전혀 없고, 민주적이지도 않고 고쳐서도 못 쓴다. 그냥 망하게 두자. 그러면 새로운 야권이 생겨날 것이다. 어쩌면 새누리당이 분당할 수도 있다. 현재의 새누리당은 동일 이념 집단이 아니다.

 

 야권은 대안이 되어야 하고 희망을 줘야 한다. 지금의 야권에서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최소한 새누리당보다 더 진보적이고, 더 민주적인 정당이 야권을 해야 한다. 지금의 새민련은 새누리당보다 더 보수적이고, 더 수호자주의/철인정치론 스타일에 정치공학을 최우선한다. 사실 새민련 당헌당규 보니까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더라. 일일이 뭐라 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수꼴정당이다.

 

 마지막으로 꼭 한 마디를 해야겠다. 야권 지지층들을 보면, 정말 많은 이들이 국개론을 설파하거나 내심 국개론과 선민의식을 가진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반민주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파시스트의 자세다. 우리 좀 민주적으로 하자. 가끔 보면 죽어라 꼰대인데 자긴 민주적이라 생각하는 윗대가리들이 있는데, 강경한 야권 지지자들이 윗자리 앉으면 그 쪽으로 완전체일 거다.



어디서 못된 것만 배운 안철수

정치 2014. 3. 6. 13:07 Posted by 해양장미

 내가 한 때 안철수에 대한 유보적 지지를 보낸 주된 이유 중에 최장집이 있었다. 시작부터 안철수는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등의 어이없는 발언을 했지만, 최장집과 같이 간다면 그런 뻘소리는 더 이상 없을 거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최장집과 갈라졌고, 그 이후의 행보를 보면 도저히 성공하기 힘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근래 안철수가 도마에 올렸던 것 중 하나가 공천문제다. 정당이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건,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발상과 별 다를 게 없다. 안철수는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고, 존중도 없다. 그리고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웠다.

 

 민주주의는 너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시스템이다. 현행 민주주의 시스템은 정당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소위 개혁적이라는 인물들이 정당의 힘을 와해시키며, 직접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식의 언행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런 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만에서 나오는 것이다.

 

 도시에서 출발한 초기의 민주주의와는 달리, 현대의 국가 단위 민주주의는 너무 큰 대상(Nation)을 다룰 뿐만 아니라 너무 전문적이고 복잡한 걸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현대의 민주주의는 전문가 집단과 안정적으로 고용된 정규직들(공무원)을 기반으로 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여기에 국민들이 선거로 뽑은 지도자를 앉혀 전문 관료집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를 운영하게 된다.

 

 정당이 필요한 이유는 더 나은 정치인을 선별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쇠락하지 않으려면 항상 새롭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배출되어야 하며, 성공적인 회사가 그렇듯 정치인 또한 정당한 노력을 통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새누리당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정당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전통을 잃어버렸고, 젊은 당원들을 키워낼 만한 상황도 아니며 입당 지원자도 별로 없고 실질적으로 정치 자영업자의 협회처럼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정당에서 공천권을 빼자는 건 곤혹스러운 발상이다. 유능한 지도자가 지휘하는 정당이 유능한 정치인들을 발굴해서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게 정상이다. 그것은 마치 유능한 소믈리에가 와인을 추천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니들 알아서 고르세요.’는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소믈리에가 괜히 있는 게 아니듯이, 정당인들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 좋은 정치인을 발굴할 수 있단 말인가.

 

 정당의 올바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선 정치인들이 바른 길을 걸을 수가 없다. 어떻게든 나서서 이름을 날리고 시민들의 눈도장을 찍어야만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 힘을 잃고, 구심점이 되지도 못한다면 정치인들은 정당을 이용하려 들 뿐이다.

 

 어리석은 실패한 실험들이 현재의 망가진 민주당을 만들었다. 새누리당이 그나마 현재의 위용을 갖추고 있는 것은 위기를 극복할 만한 뛰어난 지도자가 있었고, 조직이 와해된 적이 없으며 이상한 실험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야권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더 민주적이라 착각할지 모르겠지만, 훨씬 완성도 높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진 게 새누리당이고 그래서 새누리당이 선거 승률이 좋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많은 야권 지지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개념을 못 잡고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깨시민들이 그리도 파시스트처럼 구는 거고. 뭐가 민주주의고 뭐가 수호자주의고 뭐가 파시즘인지, 뭐가 뭔지 아예 개념을 못 잡거든.

 

 안철수는 최장집에게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본다. 정치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고집만 부리니까 최장집이 떠났으리라. 안철수에게서 어떠한 진보성을 찾을 수 있는지, 어떠한 새정치를 찾을 수 있는지 나로서는 더 이상 모르겠다. 수많은 이들이 빠졌던 함정에 안철수 또한 빠진 것이다. 이게 다 공부를 안 해서, 뭐가 옳고 그른지를 구분하지 못해서 그렇다. 안철수가 의술이나 프로그램은 알겠지만, 정치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결국 그는 올바른 말을 무시하고,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는 그를 도우려던 사람들까지 배신해 버렸다.

 

 현재 안철수가 제시하는 구조로 통합신당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운이 좋아 집권을 하더라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정당으로서 구심점이 제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잘 나갔던 열린우리당이 무너지는 데는 6개월로 충분했다.

 

 

 


안철수는 끝났다.

정치 2014. 3. 2. 15:59 Posted by 해양장미

 사실 안철수는 이번 지선에 독자 출마해야한다는 글을 다 써놓은 상태였다. 아직 올리질 않았을 뿐.


 그런데 민주당하고 합쳐서 새 당 만든다더라. 보고서 기가 막혔다. 정치적 재능이 없다는 건 깨닫고 있었지만, 이정도면 상상을 초월한다. 세상에 정치를 못해도 어떻게 이렇게 못하는지 모르겠다. 선택마다 실수를 범하니, 이대로 빨리 몰락해주는 게 국민을 위한 길일 거다.


 안철수의 근처에는 이미 민주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안철수도 독자 출마하겠다고 공언을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되면서 말을 확 바꾼 셈이 되었고, 지지자들과 그를 따르는 정치인들을 한 번 더 배신한 격이 되었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안철수의 행보를 보면, 안철수 밑에 남아있을 사람이 별로 안보인다. 저렇게 정치하면 충의지사는 떠나가고 간신배만 들끓는다. 맨날 새정치 외치더니, 새정치는 커녕 스타일은 엄청 헌정치에 그 수준은 완전 풋내나는 수준이다.


 그리고 안철수, 과연 그가 민주당 내에서 당권을 장악할 수 있을까? 안철수는 정치에 재능 없는 정치초짜다. 김근태도 손학규도 나가리 만든 게 친노세력인데, 안철수는 그 안에서 그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는 철학도 대의도 제시하지 못하고, 새정치라는 모호한 말만 하다가 밀실야합을 한 것이다. 새정치는 없었다. 본래 정치도 모르고 정치철학도 없던 인물이라, 빨리 잘 만들길 기대해봤지만 그의 정치적 재능은 평범 이하였고, 역시나 정치를 하기에 적합한 지식 기반이 없다는 것만 증명하였다. 이렇게 차기대선에서의 승산까지 거의 사라져 버렸다.



 개인적으로 반 년 정도 안철수를 한시적으로 지지했다.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는 그가 빨리 성장해서 좋은 대안세력이 되어주기를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위치에 있었고, 그가 처한 각종 상황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내 기대와는 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에 입문하려고 기웃기웃 거린지도 좀 되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매번 판단하는 걸 보면 좀 미덥지가 않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실망스럽다. 이번 차기전투기사업과 법인세 인상불가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보고 지지를 철회하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안철수가 아직도 정치적 초보티를 내고 있으며, 소위 진보적인 인사들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가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세웠을 때 그것이 ‘진보’가 될지 ‘자유주의’가 될지, 멋진 융합 형태가 될지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기존 진보를 답습하는 행태가 되기 쉬워졌다고 판단한다. 과거에도 수많은 안철수들이 있었지만, 다 실패했다. 이래서는 그 역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안철수가 정치에 있어 특별한 재능을 가졌기를 바랐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진보주의자들이 말하던 각종 거짓말들과 오류를 그 역시 반복하기 시작했다.


 지지는 철회한다. 그러나 계속 지켜보기는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대통령을 제외하면 지지하는 정당도 세력도 인물도 없다.


 지지를 철회하게 된 기사 둘을 링크하여 부연한다.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18&aid=0002850870&date=20130926&type=0&rankingSeq=6&rankingSectionId=10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8&aid=0003116906



안철수가 가야할 길

정치 2013. 8. 19. 13:44 Posted by 해양장미


 안철수는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모호함 자체가 어쩌면 그가 가진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가연성이 큰 사회, 그러니까 작은 갈등의 불씨로도 잘 폭발하는 사회에서는 모호함 자체가 주는 이익이 크긴 하다. 다만 모호함 속에서도 불빛은 있어야 시민들이 그 불빛을 따라 모여든다.


 이 면에서 볼 때 내 생각에 안철수는 아직까지 자신의 생각을 대변해줄 이념 체계를 찾지 못했거나, 충분히 구축하지 못한 것 같다. 태생적으로 너무 늦은 나이에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닌가 싶은데,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많으니 그가 빠른 성숙을 이루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애초에 쉬운 일은 아니다.


 그의 대선 이후 근래까지의 행보는 ‘나쁘지는 않았다.’ 의원 자리도 얻었고, 이번 시위에 휘말리지도 않으면서 조용하게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최장집과 갈라선 건 대단히 좋지 않은 일이다. 둘은 애초에 꽤 큰 이념 차이가 있었는데, 결국 그 갭을 메울 수 없었나보다.


 안철수가 아껴오던 이미지가 최장집의 이탈로 인해 어느 정도는 나쁜 식으로 규정되었다. 알 수 없었다는 건 좋은 식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었다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포용력이 나쁘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대중들은 최장집의 이탈에 별 관심이 없고, 심지어 최장집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민주 정치란 정치에 가장 무관심한 대중을 잡는 일이어야 한다.


 다만 근래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정치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모호함으로 보호받고 있는 안철수가 거기에 대항할 무언가를 가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가 보여주는 워딩의 일관성이나 각종 논제 설정 등을 보면 민주당하고는 정치 실력 자체가 하늘과 땅도 넘어 우주와 심해 차이쯤 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노무현 탄핵정국 이후 자기 실력으로 승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10년의 승리는 MB가 인기를 잃었고, 보편적 무상급식 이슈에 이상할 정도로 불이 붙은데다가 때마침 DJ이후 민주당 역사상 유일하게 친노가 아닌 손학규가 리드한 선거가 되어 이긴 것이었다. 오히려 근래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주는 정치력을 보면, ‘사실 DJ의 정치력을 계승한 자는 박근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능한 진보좌파들은 박근혜가 왜 선거의 여왕인지 전혀 모르고, 시민들이 멍청해서 박정희만 그리워해서 그런다고 생각하니 절대 이길 수가 없다.


 안철수는 민주당의 백태클을 피하면서 새누리당이라는 키퍼를 상대로 골을 넣어야 하는 축구 선수에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사실 안철수에게 그런 실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안철수가 이기려면


1) 민주당에 들어가서 친노를 물리치고 동교동계를 복권시키면서 새로운 민주당을 탄생시키던지

2) 쭉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박근혜의 레임덕을 기다리면서 차기 새누리당 주자를 견제하던지 - 박근혜는 이명박 재임 기간 동안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하였다. -

3) 내가 잘 모르는, 숨겨왔던 정치적 천재성이 있어서 그걸 보여주던지


 해야 한다.


 사실 안철수가 가진 유일한 장점은 인지도다. 그 누구도 현재 차기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인지도가 없다. 5년 전의 박근혜와 같은 입지와 실력을 지닌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직도 차기 대통령 지지율 1위는 안철수이다.


 안철수는 그럴싸한 워딩을 만들어야한다. 그리고 이따금 툭툭, 일관성이 강하게 던지면서 민주당의 실수를 이용해야한다. 어차피 민주당은 자기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그가 성공하려면 먼저 현재의 민주당을 밟고 올라서야한다. 이것 자체는 그가 잘 이해하는 것 같다. 문재인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좋다. 그가 근래 보여주는 트위터 정치는, 한 정치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악의 태도다. 그의 모습은 전쟁에 패해 쫓긴 한 군주가 자신을 추종하는 이들 사이에 둘러앉아, 그 좁은 세계에서만 - 현실에서는 트위터 깨시민들 - 열변을 토하고 만족감을 얻고 호응을 얻는 것과 같다. 지금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그를 잡지 않는 이유는, 그와 깨시민들의 어리석은 언행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어쨌든 그러지는 않으니 새누리당 안에서만 차기 대통령을 골라야 하는 불상사는 안 생길 것 같아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그의 이념 자체를 선명하게 만들어야한다. 그는 ‘이념’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것 같지만, 사실 그가 하고 있는 생각 또한 하나의 이념이다. 다만 그에게 그런 걸 이야기해줄 사람은 없을 거고, 그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거다. 그의 곁에 현명한 조언자가 없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옳다면 그것을 선명하고 쉽게, 반복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언어가 시민들과 적의 머릿속에 틀어박힌다면, 그 정치인은 정말 강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이걸 가장 잘 하는 정치인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살면서 딱 한 번 패했다. 그 패배가 어째서 일어났는지를 안철수가 이해할 수 있다면, 차기 대통령은 그의 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안철수 본인이 박근혜를 꺾을 수도 있었던 또 다른 인물이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성공적으로, 힘을 크게 들이지 않고 안철수를 꺾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두 번 패하지 않았다.


 또 이미지 문제도 있다. 현재의 안철수는 너무 도도하고, 그래서 친근하지는 못한 반면 또 카리스마는 모자라 보인다. 여기에 포용력이 모자라다는 인상까지 생겨났다. 이미지가 상당히 나쁘게 흘러가고 있다. 이걸 극복하려면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시간은 있지만, 처음 나왔을 때의 신선함은 이제 사라졌다. 10월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어느 정도는 관건이 되겠다.



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정치 2013. 6. 10. 22:45 Posted by 해양장미

 대선이 끝난 지도 반년이 다 되어간다. 개인적으로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지지했던 입장이었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이 정도 할 줄 알았다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라도 내 기대보단 잘 하고 있다. 실제 지지율도 60%가 넘었다. 상대적으로 문재인은 존재감이 없어졌다.


 어쨌든 당시엔 문재인 후보의 패배가 잠시나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었고, 한동안 패배의 이유를 추론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려 애썼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좀 시간이 흘러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보니 문재인은 그렇게 해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선거를 잘못 치른 것이다.


 만약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문재인이 온전히 흡수하였다면 문재인은 큰 표차이로 이겼을 것이다. 어차피 그사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20대는 문재인을 지지했다.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해외 부재자 투표도 문재인이 승리했다. 여기에 반 MB 정서 등, 여러 유리한 입장에서도 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문재인의 실수들을 꼽아보자.



1) 대선에 출마하면서 현충원을 찾았을 때,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


: 대통령 후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소수의 이승만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박정희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을 반영구적으로 멀리 밀어버린 사건이었다. 또한 시작부터 분열과 갈등의 이미지를 심음으로 평화적인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도 멀어졌다. 박근혜는 김대중, 노무현 묘소 일부러 참배 안하는 것 같은 밴댕이짓은 안했다.



2) 어이없는 경선 모바일 투표 과반 전승


: 이 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과 손학규 지지자들이 다수 이탈했다. 탐욕스러운 친노세력의 바지사장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 시점부터 분열되었고, 문재인은 이 당 내분을 수습하는 데 실패하였다.



3) 안철수와의 관계


: 문재인은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만 찾았다. 그 결과 안철수가 대선의 주역으로 비춰졌고, 문재인은 제 1 야당의 후보로 무게감 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로 혼자 서는 데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안철수 쪽이 언제든 독자 출마도 가능하다는 듯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4) 이정희와의 관계


: 토론에서 비록 사실관계가 ‘옳을’지언정 충분히 ‘예의’를 갖추지 않은 이정희에 대해, 시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문재인이 여기서 이정희와 거리를 두지 못함으로 인해 도매급으로 묶여버렸다는 데 있다. 더구나 이정희는 적잖은 국민들에게 ‘종북’으로 낙인찍힌 상황이었는데, 문재인까지 여기에 휘말려 버린 셈이다.



5) 친북성향


: 평창 올림픽을 북조선과 같이 치르겠다는 둥, 바로 북조선 요구를 들어주고 남북대화부터 하겠다는 둥 북조선에 적대적으로 변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친북 성향의 태도를 보였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도 북조선에 대해 주도적인 태도를 보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6) 심각한 경제적 무지 및 좌파성향


: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둥, 각종 기업들의 순환출자를 바로 폐지해야 한다는 둥의 어이없는 공약과 발언 등으로 주로 40대 이상 중산층, 자산가 및 투자자 계층의 폭발적인 이탈을 초래했다. 소위 기득권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좌파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난 것이다. 참고로 한국은 부동산 소유가구가 소유하지 않은 가구보다 2배는 많으며, 순환출자를 폐지시킬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도 더 어려워진다.



7) 지역적 민심이반


: 평창 올림픽이나 북조선 문제 등 때문에 강원 및 경기 북부 지역의 민심이반이 두드러졌고, 대선의 주요 격전지인 충청권에도 전혀 어필하는 게 없었다. 역대 충청을 잃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었다. 문재인은 이회창과 선진당을 흡수한 박근혜에게 충청권에서 일방적으로 밀렸고, 경남에서 어느 정도 선전을 했지만 결국 선거에서 이길 수 없었다.



8) 명성의 부족


: 대선 2년 전, 박근혜를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었지만 정 반대로 문재인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문재인은 한명숙이나 안희정 정도의 인지도도 없는 인물이었고, 현직으로 정치를 하던 인물도 아니었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도 문재인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려는 시도가 별로 없었다. 문재인은 안철수만 불러댔고, 토론에서도 이정희가 더 두드러져 보였으며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이 문재인보다 더 어필될 정도였다.



9) 광적인 친노-노빠-깨시민들


: 몇몇 구역을 제외하면 온라인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이들은 대단히 편파적인 정보를 마구 퍼뜨리면서 타 후보를 공격했으며, 그 결과 역효과를 냈다고 보인다. 친노세력은 이들을 이용해 민주당을 잠식하고 손학규를 떨어뜨리고 안철수까지 사퇴하게 했지만, 박근혜와의 본선 무대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자들이었다. 문성근-명계남-탁현민 등은 아예 광화문 유세 때 ‘무대 근처에 민주당 국회의원은 아예 오지도 말라’ 라는 식의 정신 나간 소리를 했고, 재야인사들은 단일화 당시 안철수에게 지속적인 압력을 가했으며 기타 온갖 이중잣대와 만행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10)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함


: 박근혜가 국회의원 자리까지 내려놓으면서 패배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비장한 모습을 보인 반면, 문재인은 초선 국회의원 자리를 내려놓으라는 말에도 불구, 권력에 집착하는 듯한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친노 인사들이 임명직 불참 선언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문재인은 어차피 친노의 바지사장 또는 얼굴무슈[각주:1]였고, 권력에 대한 친노의 욕심은 그 어떤 정치세력보다도 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48%이나 받았던 건 기본 구도 자체가 워낙 반 MB정서가 강했고, 박근혜 캠프가 말을 중간 중간 바꿔가면서 실수를 한 면이 있었던 데다 안철수의 인기를 흡수한 것도 커서였다. 물론 문재인 후보 자체의 매력도 있었지만, 문재인이 좋아서 찍은 사람은 결국 대체로 야권 후보를 찍었을 사람이었다 할 수 있다. 대선 1년 전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이 받은 득표율은 결코 문재인 후보가 가진 지분이었다 하기 어렵다.


 문재인이 선전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과 박근혜의 득표율 차이는 3.6%였다. 이는 노무현과 이회창 사이의 2.3%이나 김대중과 이회창 사이의 1.6%보다 훨씬 큰 차이다. 문재인은 애초에 대통령감도 아니었고 - 그의 다른 면보다는 그의 정치 경력이나 명성, 그리고 대통령이 되려 노력했던 세월이 그렇다는 것이다. - 그렇다고 안철수처럼 신선한 느낌이 있는 후보도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굉장히 진보적인 편이다. 좌파적이라는 게 아니고 새로운 가치,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대를 항상 추구하려 한다. 박근혜는 5년 전의 실패를 딛고, 박정희의 그늘조차 벗어나며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유신에 대한 사과도 했고,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제안 또한 내세웠다. 그러나 문재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지지하는 자들을 배격하고, 부동산 소유주들도 대기업도 평창도 투자자들도 모두 내치고, 편을 갈랐다. 참여정부 때의 사회혼란과 분열이 다시 찾아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시민들은 그런 문재인을 지지할 수 없었다.


 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위의 문제들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반대로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질 수밖에 없었던 행동을 너무 많이 했기에 그와 친노세력은 결국 패배하였고, 역사의 뒤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1. 프랑스어에서 마담은 여성대명사, 무슈는 남성대명사. [본문으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짧은 이야기

정치 2013. 4. 25. 20:36 Posted by 해양장미


 민주당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초, 한명숙이 당대표가 되면서부터였다.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당권을 장악한 친노는 총선과 대선을 연이어 말아먹으면서 이명박 정권 내내 미약한 숨을 이어오던 민주당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끝내고 말았다.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죽은 이유는 분명하게 말해 친노세력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내내 아무것도 한 것 없던 이들이 쿠테타를 일으켜 당권을 장악한 후, 총선을 말아먹었음에도 온갖 무리수를 둬가며 대선까지 접수했음에도 결국 그 대선을 무기력하게 패배함으로 인해 민주당이 끝난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친노세력과 그들의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을 도와주지 않은 비노 탓을 하는데, 정말 양심도 개념도 없는 짓이다. 친노세력이 친노는 실체가 없다 놀이까지 해가면서 문재인을 최종후보로 만들었고, 그렇게 덕이 없으니 지원을 못 받는 게 당연한 거다. 문재인은 애초에 민주당 당원도 아니었고, 정치를 하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고 나서도 친노의 탐욕은 끝나지 않았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문희상 또한 친노다.


 대선 패배 이후의 민주당 행보도 대단히 나빴기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 군데에서라도 승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친노가 노무현 탄핵사태 이후 선거에서 이긴 적도 없었고.


 안철수가 상당히 쉽게, 무려 60.46%의 득표로 승리를 했기 때문에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는 32.78%. 거의 더블스코어. 노회찬의 아내인 김지선은 겨우 5.73% 득표. 이는 소위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 비율을 흡수한 성과다.) 이제 향후 구도는 민주당을 더더욱 배제하는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다. 만약 안철수가 패배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안철수의 노원병 출마 결심은 좋은 선택이었다. 앞으로도 안철수가 좋은 선택을 해나간다면 향후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재인은 이번에도 부산에서 그리 큰 영향력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그는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한 대리인이었을 뿐, 스스로 자기 지분을 충분히 지닌 큰 정치인이 아니다.


 민주당은 안철수의 행보에 따라 크게 붕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번 크게 흔들리고 붕괴되었던 정당이기에, 민주당의 결합력은 대단히 약하다. 어쩌면 노무현 정권 때의 민주당처럼 거의 유명무실화된 후, 아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담. 만약 안철수가 이번에 실패했다면 안철수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결국 다른 제 3의 세력이 나오거나 새누리당이 찢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민주당은 더 이상 생명력이 있는 정당이 아니다. 의석만 많을 뿐, 박근혜 정부에 대한 네거티브 외엔 별로 하는 게 없다. 기껏 내놓은 일부 그럴싸한 법률은 막히고. 애초에 힘을 모으지도 못하고.




 노원병 주민이 아니지만, 안철수라는 정치 개혁의 주역을 볼 때 현재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에서 안철수에게 던지고 있는 언행들은 역시나 기득권의 한 행태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물론 노회찬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에 대해 관련 포스트도 썼었다. 그러나 민주당도, 노회찬도 지나치게 과거의 언행과 상반된 모습으로 안철수를 대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 친노세력은 삼성X파일 사건이 그 모양이 되게 만든 주역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할 말이 없어야 맞다. 그러나 애초에 양심도 없고 뻔뻔한 친노는 스스로를 반성하고 새로운 개혁 세력인 안철수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보다는, 줄곧 발목을 잡고 이용하려 한 것을 넘어 의원총회에서까지 ‘독수리는 알 깨고 나오기 전에 죽여야 한다.’ 같은 식으로 나왔다는 소문이 들리는 등 추잡하기 그지없는 언행을 반복하고 있다.


 노회찬의 경우는 더 우습다. 18대에선 민주당과 서로 단합을 못하다가 7막 7장으로 유명한 홍정욱에게 패배. 그래서 4년간 노원병 의원은 홍정욱이었는데, 홍정욱이 19대 선거에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나라도 책임을 지겠다.’ 라는 식으로 출마를 안했고, 민주당도 야권대통합이라고 출마를 안 하면서 노회찬이 당선된 거였다. 그런데 노회찬은 애초에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출마는 각자의 선택’이라는 식으로 서울시장 선거 나왔다가 한명숙이 떨어지고 오세훈이 되면서 소위 친노세력한테 가루가 되도록 까였었는데 - 난 그 때 당시의 진보신당 뿌리가 뽑혔다고 본다. - , 이제와선 안철수 출마하는 것보고 언론 플레이 하면서 본인의 아내가 ‘정의를’ 위해 노원병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걸 보면 얼척이 없다.


 애초에 소위 ‘야권연대’에서 안철수보고 부산 영도 가라는 건 안철수보고 죽으라는 거다. 안철수에게 현재 노원병 출마는 일종의 외통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번 4월 재보선에 출마를 안 할 경우, 내년 6월 지선까지 기반을 다지기엔 시간이 부족해진다.

2) 부산 영도에 출마할 경우, 노무현과 친노세력의 뒤를 답습하는 듯한 모양새가 된다.

3) 부산 영도 출마 시, 주도권을 실질적 경쟁그룹인 친노에게 빼앗기기 쉽다. 만약 안철수가 당선되더라도 문재인 등 친노가 같이 유세 다니면서 안철수를 당선시키면, 안철수는 독자적인 힘으로 당선된 모양새가 아니게 된다.

4) 만약 부산 영도 출마 후 문재인 등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떨어지게 되면, 안철수는 재기할 수 없다.


 애초에 안철수는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뒤를 잇는 정치세력이 아니다. 그는 새로운 개혁세력으로 한국 정치 자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그에게 친노는 새누리당 못지않은 수구세력일 것이다. 그가 문재인과 단일화를 한 것은 그 혼자만의 힘으로 집권할 수 없고, 박근혜보다는 민주당 쪽이 더 개혁적이었기 때문이지 그가 문재인과 이념적으로 비슷한 색채를 지녀서가 아니었다.


 현재의 야권연대도 결국은 반MB-반박근혜-반새누리일 뿐이다. 이러한 안티 연맹은 선거국면에서 일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정한 한계가 분명히 있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 내내 한번도 네거티브를 입에 담지 않았고,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고만 말을 했다. 그는 야망이 큰 사람이다.


 솔직히 작년엔 그도 꽤 미숙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기대를 가질 만한 가능성이 있었다. 자칭 보수와 자칭 진보로 갈려 서로의 발목을 잡고 물어뜯는데 열성인 시민들의 첨예한 갈등을 잠재우고, 그가 중도적인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되길 기원해본다. 그러려면 일단 노원병에 출마해서, 당당하게 승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