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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치아는 채식의 증거인가?

인류 2013. 5. 5. 20:07 Posted by 해양장미

 채식주의자, 또는 채식주의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인간의 송곳니는 위아래 한 쌍인데 반해, 어금니는 소구치와 대구치를 포함해 위아래 다섯 쌍이기에 곡물 등의 채식을 주로 하는 게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그럴까?


 이는 생물학에 대한 몰이해로 빚어지는 오해이다. 생물학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싸할 수 있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치아의 진화는 꽤나 복잡하고, 식이의 진화에 비해 필연적으로 느리다. 우리 인류는 포유강-영장목-사람과[각주:1]이기 때문에 영장목-사람과 계통의 치아와 감각을 가지고 있다.


 영장목의 치아는 그 내부에서도 비교적 복잡한 다양성이 있지만, 대체로 그 개수로 볼 때 송곳니보다는 어금니가 발달한 편이다. 송곳니는 길이가 긴 경우는 있어도 숫자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영장목은 각각의 종에 따라 그 식이가 비교적 다양한 편이며, 대체로 잡식성이다. 대형 유인원인 사람과의 경우는 다른 영장목에 비해 어금니의 개수가 적은 편이다.


 사실 치아의 비율이 어떠한 종의 식이를 판별하는 데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식육목에 속하는 판다는 거의 하루 종일 대나무만 먹고 사는 99% 초식동물이지만, 여전히 곰의 치아와 소화계가 남아있다. 식이 진화는 복잡하게 발달하고, 그것이 항상 좋은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판다는 별로 좋지 못한 선택을 한 종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번식력이 낮고, 멸종 위기종이 되었다. 판다는 대나무에서 충분한 영양을 얻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최소한으로 움직이면서 대나무를 먹는다.


 영장목의 주된 식사는 평균적으로 나무 열매와 여린 잎, 새알과 곤충 등이다. 대부분의 영장목은 억센 잎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여린 잎과 나무 열매를 구분할 수 있는 시각이 발달했다. 포유강 중 영장목을 제외하면 적색을 구분할 수 있는 포유강은 원시적 포유강에 해당하는 유대하강 뿐이다. 우리가 키우는 대부분의 포유강 애완동물은 붉은색을 구분하지 못한다. 최소한 적록색맹인 것이다.


 어금니가 곡물을 씹기 위해 발달한 것이라 생각하면 오류다. 야생에는 곡류가 거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고기를 먹을 때도 어금니를 잘만 쓴다. 무얼 먹건 간에 인간의 식이에는 어금니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류가 사냥을 하고 고기를 먹어온 역사 동안 송곳니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적은 없다.


 인류는 대략 700만 년 전, 열대의 정글에서 사바나로 나온 초기 사람과부터 그 역사를 시작한다. 사바나에는 정글과는 달리 사람과가 먹을 수 있는 식물성 음식들이 잘 없다. 그래서 우리의 직간접적인 조상들, 즉 원시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했고 그 중 육식을 선택한 이들이 살아남았다.


 우리의 옛 친척들 중에는 식물 뿌리를 주식으로 삼으로 한 이들도 있었다. 만약 이들이 현재까지 살아남았다면, 그들은 아마 우리보다 턱이 비교할 수 없이 더 발달했을 거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화식을 하고 전분질을 거의 먹어오지 않았기에 턱이 발달하지 않았고, 밖으로 별로 튀어나오지 않았으면서도 비교적 갸름한 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곡류는 맛있다. 운동 때의, 또는 병에 걸렸을 때의 에너지원으로도 좋다. 그러나 우리는 99%의 시간 동안 이렇게 곡류를 먹어오지 않았고, 그나마도 이렇게까지 도정된 곡류를 일상식으로 먹게 된 것은 그야말로 극히 최근의 일이다.


 우리의 어금니는 결코 이런 곡류를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이를 잘 닦아도 피할 수 없는 치아우식의 주범은 당분이고 곡류다. 우리의 어금니는 절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구운 고기와 과육, 부드러운 새잎, 견과, 곤충 등을 씹는 데 사용되어 온 것이다. 우리의 치아 구조는 우리가 채식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다.



  1. 실제 인간의 생물학적 분류 계통도는 훨씬 복잡하다. 이것은 많이 축약한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