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좀 더 상세하고 자세히 쓰고 싶은 내용입니다만, 시간문제로 일단은 간략하게 운만 띄웁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후에 다루겠습니다.

 

 지난 7년간 한국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잃어버린 7이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민생이라는 면에서 87체제 대한민국이 실패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GDP PPP의 눈부신 성장은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삶을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고, 국민들의 행복도는 오르기는 커녕 지속적으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7년은 심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기업 소득이 사회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위해 간단한 사회적 담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사회가 사회적 공익을 위해 부당하게 기업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것은 자유민주정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그러나 또한 국가, 정부, 사회가 없이는 기업도 없습니다. 기업은 사회의 한 구성 요소일 뿐, 기업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자유로운 개인이 일련의 사회적인 책임이 있듯, 기업 또한 그런 게 있는 것입니다. 기업이란 사회 위에 선 초사회적, 초법적, 초인적 존재가 아닙니다. 이따금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착각합니다. 초법적 기업은 부패한 후진적 국가에서만 초사회적 권력을 가집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한국 경제규모는 꾸준히 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 대략 기업과 가계 간의 소득 개선 격차가 커집니다. 이는 쉽게 이야기해서 법인이 번 돈이 계속 법인에만 남아있고, 그게 자연인에게 충분히 배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인이라는 게 자연인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임을 감안해볼 때 이는 분명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고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가장 쉽게 보이는 문제는 평균임금입니다. 지난 7년간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기업의 평균적인 자산축적정도보다 덜 상승했습니다. 최저임금은 많이 오른 편이지만, 평균임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임금은 법인이 번 돈이 개인에게 나가는 가장 효율적인 분배 수단입니다. 그런데 일차적으로 이 루트가 근래 정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기업에 대해 임금을 더 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없었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리고 실제 돈을 잘 번 기업들은 임금 인상도 나름 해줬습니다. 또한 최저임금도 많이 올랐습니다. 진짜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 구조가 변했다는 데 있지요.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빨리 벗어난 데는 제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잘 맞아떨어진 덕이 큽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과 유럽에서 제로금리, 양적완화를 통해 소비를 촉진했는데 이 시점에서 한국 공산품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은 꽤 괜찮은 제품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마침 한국은 2008년 초에 원화가치를 많이 떨어뜨려놨던 상황이어서, 리먼 사태 이후 공산품을 팔아 들어온 외환이 더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GDP로 보면 외환위기에서 거의 최고의 선방을 거둔 나라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의 착시현상입니다. GDP 타격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환율과 물가를 반영한 PPP는 꾸준히 올랐지만, 이는 몇몇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낸 결과고 그보다 작은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전체 지표가 실상을 가려버리는 상황이 빚어진 거지요. 쉽게 이야기해 GDP가 그대로라는 건, 환율 문제를 제외하면 몇몇 대표 대기업이 성공한 만큼 다른 기업들이 망했다는 것이었으니까요. 특히 환율로 인해 당시 중견중소기업 중 피해본 기업이 많았습니다.

 

 금융위기 기점 이후 성공한 대기업은 몇 안 되었기 때문에, 그런 기업들의 성공 덕에 임금상승 혜택을 받게 된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노동자가 더 많았고, 그나마 당장 아주 어려운 기업이 아니라도 미래를 대비해 인력을 감축하는 기업이 늘어납니다.

 

 더구나 거의 정확하게 이 무렵부터 수도권 부동산 경기침체가 닥치면서 시중 자금흐름에 문제가 생깁니다. 한국 가계 자산은 다른 국가에 비해 금융자산은 적고,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율이 매우 높은데 이 비금융자산의 상승에 제동이 걸렸고, 전세 제도라는 특수한 제도 때문에 매매가 사라지고 전세가격만 급상승하게 되면서 한국 부동산은 (전세금으로) 돈이 들어가기만 하고 (매매로) 빠져나오지는 않는 블랙홀이 되어버립니다. 또한 이 무렵 기후 문제나 수급, 가축 전염병 등으로 먹거리 물가가 불안해지는 일이 잦았는데, 이 결과 종합적으로 한국 내수시장엔 깊은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이런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직종은 서비스업, 판매직, 단순노동직 등입니다. 이 직종들은 다른 직종들보다 임금이 덜 올랐습니다. 물론 이런 직종들에 주로 타격이 있다는 것은 사회가 더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안정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도 위축시켰습니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직원도 안 뽑습니다.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입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본 블로그에서 정말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소위 진보라는 인물들이 사태파악을 못하고, 문제를 악화시키는 선동만을 반복했습니다. 그렇다고 소위 보수라는 인물들이 획기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느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당장 말아먹진 않을 정도였지요. 최악과 차악 정도의 관계라고 하면 맞겠습니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느냐를 이야기하려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수많은 중간 과정이나 인과관계를 일단은 생략하겠습니다. 그에 대한 글은 천천히 작성해보던지 하기로 하고, 두괄식으로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 생태계에 있습니다.

 

 만약 이 전제에 동의할 수 있다면, ‘진보적인 관점에서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으므로, 정부는 기업 생태계에 개입해서 망가진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근래의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는 모두 이런 데서는 낙제입니다. 김대중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기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현저하게 부족했습니다. 그러니까 나라가 이 꼴이 된 거죠.

 

 그럼 왜 기업 생태계가 문제인지 최대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박정희때 큰 몇몇 대기업 빼면 규모가 작습니다. 80년대부터 창업하여 재벌에 편입된 기업집단은 셋뿐이라 하며, 그나마도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90년대 이후에는 기존의 재벌 중 망하는 그룹이 있을 뿐, 새로 창업하여 편입되는 기업은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떠오르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그나마 몇몇 나온 기업들도 IT기업들이었는데, 이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수명이 짧고 고용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근시안적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100200년 갈 제국을 만들려는 경영자는 아무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을 대합니다. 그렇지만 경영자에게 장기적인 마인드가 부족할 경우, 그 피해는 우선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오게 됩니다. 잠깐 쓰고 말 노동자에게 기업은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인건비를 최대한 아껴서 단기적인 수익을 얻으려 하지요.

 

 물론 이런 방식은 기업에도 좋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받는 만큼 일하려고 합니다. 만약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하려 한다면, 가장 능력 있고 발상의 전환이 빠른 사람이 가장 먼저 그 직장을 그만둡니다. 결과적으로 보다 무능력한 직원이 직장에 남지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국 기업 생태계는 그 역동성이 너무 떨어져 있다 보니, 기존 기업들이 문제를 일으켜도 그것을 대체할 만한 새 기업이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만약 새로 생기는 기업이 기존 기업보다 더 노동자 대접이 좋고 더 장기적인 마인드로 더 좋은 경영을 한다면, 기존 기업은 도태되고 새 기업으로 노동자가 몰려들 것입니다. 더 좋은 인력이 모인 기업이 성공할 확률도 높겠지요.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 그러한 현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한국은 창업자의 지옥이거든요.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노동자고,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노동자로 살 사람들입니다. 물론 은퇴할 나이가 된 후에야 한국에서 창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암담한 행위인지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지요.

 

 창업은 그냥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씨앗이나 삽수가 잘 자라려면 기후 및 토질이 맞아야 하듯, 기업의 성장 또한 기후와 토질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 맞아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 30년간 이렇다 할 괜찮은 기업이 거의 자라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토양 및 기후의 문제입니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에 대한 자료를 창업진흥원이라는 곳에서 보기 좋게 정리한 도표가 있습니다. 이 표를 보면 한국이 왜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중국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요.

 

 기업 생태계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발달과 산업 기술의 발달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이전에 사람들은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거나, 물고기를 잡거나 하는 등 직접 식량을 구하는 빈도가 높았지요. 그 시대에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먹고 사는 데 있어서는 시장의 영향을 덜 받고, 대신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조적으로 요즘 도시인들은 시장 및 기업 의존적이라 볼 수 있고요.

 

 한국에서 새로운 기업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아주 복합적입니다만, 개인적으로 보기에 큰 요인들로는 투자 리스크 대비 리턴 문제와 문화적인 결함, 그리고 제도적인 문제 등을 꼽아야할 것 같습니다. 이것들은 위의 도표에도 나온 내용들입니다.

 

 간단히 쓰려고 한 글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서 최대한 요약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겠습니다. 기업을 창업하는 데는 자본이 필요한데, 한국 투자자들은 굳이 신생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투자성향이 강한데, 새로운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장기적으로 돈이 묶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신생 주식회사에 지분 투자한 투자자가 자본을 회수하려면 상장이 되거나 인수합병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한국은 이 모두가 잘 안됩니다. 소위 착한 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별로 없고요.

 

 여기엔 제도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코스닥 시장은 본래 신생 기업을 위한 시스템입니다만, 코스닥 상장 조건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박근혜정부에서 새로 도입한 시장이 코스닥의 하위 시장인 코넥스인데, 코넥스는 아직 개인 투자자에게 완전히 개방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코넥스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훨씬 낫습니다. 박근혜정부의 진보적인 움직임 중 하나였지요. 그렇지만 아직도 한국은 한참 멀었습니다. 시스템의 도입이 금융위기 이후 불경기에야 된데다, 아직 정부 주도 수준이라 사회에 뿌리를 제대로 내릴지 어쩔지는 미지수이기도 합니다.

 

 이 연장선상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한국은 차등의결권 제도가 없는데다 이젠 신규순환출자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참조 링크) 창업자는 본인이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창업하는 게 아닌 이상 향후 의결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합니다. 아니면 투자를 받는 데 있어 제약을 감수해야 하지요. 이런 조건에서 창업자는 보다 쉽게 단기적인 시각을 가질 것이라 저는 판단합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기업이 노동자에 투자할 의지는 더욱 낮아지게 됩니다.

 

 왜 한국 경영자들이 단기적인 시각을 많이 가지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동시에, 저는 거기에 대해 아직 충분한 정답이라 할 만한 걸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단 그보다 제가 중요하게 보는 관점은 장기적이고 보다 건전한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엔 여러 제도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적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위에 이야기했듯 박근혜정부는 그나마 약간이라도 이 기업 생태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그런데 보다 진보적이고, 서민의 편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이니 정의당이니 등등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별 관심도 없을 뿐더러, 아예 사태파악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도를 개선한다는 건 정치적인 문제인데, 누구보다도 민생에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태계라거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는 일, 실제 한국 기업들의 현실 등을 이야기하면서 본문을 전개하기엔 힘이 너무 많이 듭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일단 생략합니다. 다만 기존부터 해왔던 이야기 중 한국엔 중소기업이 더 클 만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다시 한 번 반복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는 한국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아주 핵심적인 요인입니다.

 

 그럼 다음 중요한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한국 GDP PPP의 성장을 보면, 저 앞에 이야기했듯 그 주역은 몇몇 대기업입니다. 그런데 그 대기업은 유보금을 쌓고 있고, 그에 결국 기업 -> 사회로의 재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보금 과세 논란까지 일어 저는 따로 그것에 반대하기도 했었지요. 제가 유보금 과세에 반대하는 건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또한 재분배는 필요합니다.

 

 사실 한국 대기업들이 커온 역사를 보면 이 기업들은 사회에 토해내야 할 게 많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상당한 특혜가 주어진 것은 물론, 위기 땐 공적 자금도 투입되는 등 온 국민이 키워낸 게 한국 재벌들입니다. 물론 현재 한국 기업들은 역수입이 더 싸다거나, 에어백을 부실하게 달아준다거나, 구명용 질소에 과자를 끼워 파는 등의 행위로 전 국민적인 분노를 자아내고 있기도 한데 일단은 재분배 이야기에 집중해 봅시다.

 

 잠시 잘못 끼운 첫 단추부터 이야기해봅니다. 금융실명제 이전엔 기업은 아직 정부의 발아래 있었습니다. 이후 IMF때 공적 자금을 지원할 때, 만약 정부가 그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지원해줬다면 재분배 문제는 고민할 것도 없었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그 부채의식을 지우고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도 있었지요. 그러나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정권은 이런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노무현이 보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느니, ‘문제의 본질은 불법도청같은 태도는 사태를 거의 한계까지 악화시켰지요.

 

 이명박 시대에 들어서야 우리 사회는 재분배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만, 멍청하고 탐욕스러운 자칭타칭 진보좌파들은 모든 기력과 시간을 소모해 그저 반MB만 외치고 노무현 신격화나 했지 어떻게 하면 좀 그럴싸하게 재분배를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충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하는 말이 유보금 과세니, 법인세 인상이니 정도니 참 한심하고 기가 막히죠.

 

 만약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이 번 돈이 사회로 더 흘러들어올까요? 문제는 별로 그렇지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법인세수와 법인세율을 비교 연구해보면 무려 반비례 관계가 성립합니다. 세율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세수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문외한 또는 답정너들이지이요. 법인세는 회피하기가 정말 쉬운 세금입니다.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자주 빚어지는 일이죠. 괜히 그 전체 세율 높은 북유럽 국가들 법인세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게 아닙니다.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현 정부도 이러저런 수단으로 기업들을 적당히 갈구고 있긴 합니다만, 그런 게 그다지 잘 통하지는 않습니다. 21세기엔 좀 더 세련된 방식이 필요하지요.

 

 개인적으로 그나마 가장 좋은 방안이라 생각하는 건 기업의 형태에 따라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와 부동산의 거래에 대한 과세를 손보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거대 산업 기업은 산업으로 돈을 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있어야 합니다. 정부와 사회에서 필요한 방향으로 기업이 행동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는 하고 있지만, 현저하게 부족한 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보다 강력한 방식도 있습니다. 금융의 유동성을 억제하거나, 노동 시간에 더 큰 제약을 두는 방식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 차등의결권 제도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기업 상속에 대한 제약도 줄여야 합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노동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듯, 성공한 기업인에 대한 인센티브도 필요하거든요. 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했던 걸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 정도만 되어도 기업 정리하고 그걸로 안정적인 투자 하면 웬만해선 본인 일가친척은 평생 큰 문제없이 먹고살 수 있습니다. 뭔가 그 이상을 해서 노동자 많이 고용하는 기업까지 만드는 데는, 그리고 더 나아가 노동자들이 충분히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데는 좀 다른 동기가 필요하지요.


 물론 생산적 재투자를 강권하고, 그걸 무시하면 강력하게 세무 조사하고 횡령 배임 터는 좀 더 단순하고 바람직한 방법도 지도자라면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무능하고 어리석은 한국 정치인들, 특히 이상한 데 집착하는 자칭 진보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방식이겠습니다.

 

 실제 2008년 이후 재벌들이 번 돈 중 정말 많은 금액이 부동산 구매나 재벌 3세 등을 위한 상속을 위해 소비되었습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전혀 컨트롤하지 못했고, 야권은...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사라지는 게 낫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태파악 및 문제인식조차 못하면서 권력만 가지니까요.

 

 이 정국에서 믿을 만한 정치세력은 현재 없습니다. 그러니 시민 사회부터 일부라도 인식을 바꾸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시작부터 신자유주의적이었고, 야권 정치세력과 공공연하게 짝짜꿍하는 기존 시민 사회는 더 이상 이 사회에 도움이 안 됩니다.

 

 창업, 금융, 재투자, 부동산, 시장경제 등은 보수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자칭 진보세력은 사회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눈을 감는 건 그들이 사회주의라는 구시대적 인습에 물들어 너무 나태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미 그들은 진보의 간판을 걸 자격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자유민주정체에서 진보하려면 저런 의제에서 밀리면 안 됩니다. 적어도 미국 민주당은 저런 의제에서 공화당에 밀리지 않습니다. 충분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경쟁해서 승리하곤 하지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의제를 올바르게 설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질병이나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바른 진단이 먼저 필요하듯, 사회문제 역시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외에도 자영업자 문제, 사회안전망 문제, 파산 제도 문제, 사기에 대한 처벌 문제 등등을 더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이런 사회문제들을 모두 다루는 것은 어렵습니다. 본문에서 우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기업 생태계의 문제와 그 해결방안에 대한 간단한 발제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정도만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이 사회는 거의 생산적인 논의를 하지 않습니다. 특히 민주당계를 광신적으로 지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들 분위기는 정말 심하지요.

 

 기업 소득이 사회로 더 재분배되려면 새로운 기업이 많이 생기고, 성공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 환경은 성공적인 자유민주정체 국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조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법인세를 올리고, 순환출자를 금지시키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혹세무민하는 말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그런 건 오히려 현실을 악화시킵니다. 사태의 본질을 일단 바로 보고 시작해야 한다는 게 본문의 요지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분량 및 시간상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근래 민주당 하는 걸 보고 있자면 뭐라 형용할 말이 없다. 한심하고, 다시 봐도 한심하고, 또 보면 더 한심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심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그날그날의 소식을 보면 뭐라 형용을 못할 정도로 한심하니 그저 한숨이 나올 따름이다.





 이번에는 추미애가 한 건 터뜨렸다. 사실 추미애가 이런 말을 한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는데,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국회로 들고 나올 셈인가보다. 참 어떻게 이렇게 멍청한 소리를 다 하나 싶은데, 우선 추미애의 주장이 얼마나 뻘한 소리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유보금에 대해서 조금 정리해보도록 하자.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기업들은 대체로 다 주식회사이면서 법인이다. 법인이라는 것은 기업과 사람을 분리하는 체계인데,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의 경우 사업자가 운영하는 회사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은 모두 그 개인 소유이지만, 법인은 그렇지 않고 독립적이다. 주식회사법인은 (명목상이건 실질적이건) 투자자의 증권 지분으로 소유를 결정하며, 그 증권(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이 소유한 만큼씩의 권리를 나눠 갖는다.


 즉 이 주식회사의 원칙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이건희 게 아니고,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게 아니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리 단순하지는 않다. 대체로 사람들은 삼성전자를 이건희 거라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인다. 이건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그리 많지 않지만, 순환출자라는 제도와 그 동안 쌓아온 지배가 그런 직관을 뒷받침한다. 물론 그런 현실에 대해서는 비판도 많긴 한데, 주로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소위 진보좌파들이다. 그렇지만 사실 삼성전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건희가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게 좋다.


 본문에서 주로 다룰 문제의 유보금은 주식회사가 배당하지 않고 회계적으로 쌓아놓은 이익금을 의미한다. 즉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예를 들어서 삼성전자가 올해 장사를 잘 해서 법인세를 내고 나서도 30조의 이익을 얻었다고 치자. 그리고 그 중 10%에 해당하는 3조를 배당했다고 치자. 그럼 27조가 남는다.


 기업은 주주의 것이기 때문에,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려주지 않은 돈은 원칙적으로 기업의 소유가 아니다. 이런 돈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재투자되거나 배당되어야 하는 것이 일차적인 원칙이다. 투자나 배당을 아직 결정하지 않은, 즉 결정을 유보한 이익금을 유보금이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유보금을 배당하지 않고 쌓아 놓으면 그것은 주가에 반영된다. 더 확실한 반영을 위해서는 유보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익소각까지 시키는 법도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다른 형태의 배당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보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명목상 아무 것도 안 해도 주가는 오른다. 쌓인 이익이 증권의 시가총액에 반영되는 것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삼성전자의 2012년 말일 기준 주가는 1주당 152만 2천원이었다. (현재는 조금 내려가서 142만 4천원이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증권의 1주당 액면가는 5000원이다. 액면가라는 것은 처음 삼성전자를 세우던 시기를 기준으로, 초기 투자금이 명목상 저 가격이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런 차이가 날까?


 간단하다. 삼성전자가 엄청난 돈을 쌓아놓고 또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쌓아놓은 돈과, 앞으로 벌어들일 돈의 예상치가 현재의 주가를 만든다. 2012년 말일 기준 삼성전자가 쌓아놓은 유보금은 120조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년초보다 주가가 다소 떨어진 현재에도 200조가 넘는데, 이렇게 높은 시가총액을 막대한 유보금이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위에도 이야기했듯, 원칙적으로만 보면 이런 유보금은 결국 투자되거나 배당되어야 하는 돈이긴 하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업 투자를 유도하겠다.’라고 매번 하던 말은, 이런 유보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도록 해 고용도 늘리고 경기도 살리겠다는 식의 뜻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근래 기업이 쌓아놓은 유보금이 상당히 늘어났고, 이것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분명히 좋지 않다. 그래서 추미애는 작년부터 유보금 탓을 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유보금에 과세를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기사를 둘 첨부한다.


[대기업 투자안하면 과세하겠다고?]

[투자않고 쌓아둔 유보금 과세 추진... 재계 발칵]



 그럼 이제 상황을 설명했으니 한숨부터 한 번 더 쉬고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저런 어이없는 법안이 통과되지도 않겠지만, 이름 있는 민주당 의원이라는 사람이 저리도 무식하니 민주당이 맨날 그 모양 그 꼴이라는 생각 이상은 안 든다.


 우선 꼭 설명해야 할 것은 유보금은 이미 법인세를 낸 후의 금액이라는 것이다. 법인세를 낸 후의 이익금은 기업이 사실 어디에 쓰건, 위법한데 쓰는 게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자유다. 유보금을 쌓아두면 징벌하겠다는 말은 사실 민주주의적인 태도가 아니다. 쉽게 말해 그건 독재국가에서나 할 수 있는 발상이다.


 게다가 유보금은 절대로 현금이 아니다. 추미애는 무슨 삼성전자가 지폐로 120조를 쌓아놨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단언컨대 아니다. 세상에 돈이 있는데 그냥 쌓아놓고 놀릴 것 같은가? 기업인들은 멍청이들이 아니다. 유보금은 회계적으로는 쌓여있는 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도 그런 건 아니다. 이걸 착각하면 대단히 곤란하다.


 현실적으로 추미애식의 주장은 암만 잘 봐줘도 유보금 쌓지 말고 배당하라는 말 이상은 안 된다. 추미애의 의도야 기업이 투자를 해서 돈을 풀어야 사회에 돈이 돈다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세금 물린다고 투자가 잘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멍청한 말이 나오는 이유는 추미애가 기업이 왜 유보금을 저리 쌓아놓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를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한국 기업들 한국 거 아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대기업들의 지분을 상당량 가지고 있다. 현실을 보여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외국인비율을 보시라. 저 비율만큼 저 기업들은 한국 게 아니다.





 유보금 안 쌓고 배당하면? 외국인 주주가 가진 지분은 100% 확실하게 바로 외국으로 다 빠져 나간다. 그렇지만 유보금을 쌓아두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쨌든 칼자루는 계속 쥐고 있게 되는 거다. 자본엔 국경이 없다. 있어도 아주 희박하다. 그러나 기업과 사람엔 국경이 있다. 이게 글로벌 금융의 위험한 점이다.


 적대적 M&A(인수합병) 가능성은 더 큰 문제다. 한국의 금융시장은 상당한 수준으로 개방되어있고, 언제든 외국 펀드가 주식을 매입하면서 기존 총수를 몰아내고 자신들의 바지사장을 앉히려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시도가 많았다. 이게 우리가 가진 IMF의 회복 못한 상처들이다.


 그나마 한국 조건에서 외인의 적대적 M&A에 보호막이 되어줬던 것이 순환출자였다. 그런데 별.. 참으로 다양한 멍청이들이 경제민주화니 뭐니 하면서 순환출자 없앤다고 그래왔고, 그나마 박근혜가 되어서 그런 멍청한 흐름이 조금 진정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절대 기업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언제 법의 보호가 사라질지 모르고, 적대적 M&A가 들어올지 모른다.


 쉬운 말로 워런 버핏이 삼성전자 사버리겠다고 마음먹는다 생각해보자. 지금은? 순환출자때문에 아무리 버핏이 돈이 많아도 못 산다. 그렇지만 순환출자가 향후 경제민주화니 뭐니 하는 뻘법안으로 사라져버리면, 버핏 정도 돈 있는 사람은 삼성전자를 진짜로 접수할 수 있다. 그러면 삼성전자는 미국기업 되고, 이건희 가문은 손 떼야 하는 거다. 한국 재벌들이 돈 많은 것 같은가? 세계에 돈 많은 사람들 정말 많다. 그런 사람들이 펀드로 돈 모아서 쳐들어올 수 있다. 전투기 타고, 총 들고 오는 것만 침공이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벌 문어발 경영 막는다고 이런저런 규제하고, 그룹 간 내부거래도 못하게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투자하려고 해도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식으로 옛날부터 막았으면 현재의 한국 대기업들은 없었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는 다들 잘 아실 텐데, 삼성전자와 밀접한 다른 삼성 계열사로 삼성 SDI가 있다. 삼성 SDI가 뭐하는 회사냐 하면, 쉽게 이야기해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를 만드는 회사다. 즉 삼성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는 삼성 SDI에서 만든다. 삼성전자는 삼성 SDI주식의 20% 이상을 가진 최대주주인 상황이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만약 삼성 SDI쪽 사업투자를 위해 유보금을 사용하려 하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에 더 투자를 해야겠다... 라고 마음먹는다면 그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옛날엔 이런 문제가 딱히 없었다.


 정말 답답해서 요지를 좀 세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주주중심경영? 재벌 해체? 경제민주화? 사실 내 보기엔 강아지 풀 뜯는 소리들이다. 나도 뭣도 모를 땐 저런 풀 뜯는 소리가 진짜 맞는 줄 착각했던 적도 있지만, 좀 알고 나면 풀 뜯는 소리 이상은 아니다. 내가 이런 말 한다고 수꼴 취급하는 멍청이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멍청이들은 지들 하는 말이야말로 월가 신자유주의자들이 하는 말하고 완전 판박이라는 걸 꼭 알아야한다.


 그리고 또 엄중한 진실. 추미애 식으로 유보금에 세금 부과하면 확실하게 주가 폭락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 더 하라고 압력 넣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유보금이 세금으로 나가기 전에 뽑아먹으려 할 거다. 물론 재벌들은 적대적 M&A에 훨씬 취약해질 거다. 폭락한 주가와 줄어든 유보금. 그 다음 사태는?


 대기업의 유보금을 사회에 풀고 싶으면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각종 산업진흥 및 경기부양 법안들 얼른 처리하고, 뻘한 경제민주화 같은 거 접고, 그룹 내부거래 규제 완화하고, 어느 정도 경영권 보장해주면 된다. 그리고 주주중심경영 하지 말고, 기업의 미래를 위해 경영하라고 해야 한다. 주주들은 기업의 먼 미래엔 어차피 별 관심이 없다. 세상에 주주중심경영해서 잘 된 기업이 얼마나 있다고 주주중심경영 하라는 건지.


 이건 좀 더 분명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으니 짚고 넘어가자. 주주중심경영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저건 당연히 미국에서 나온 말인데, 미국엔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다. 이건 한국엔 없는 제도다. 이걸 설명해 드리자면 원래 주식은 주식 1주당 의결권 1인데, 차등의결권을 가진 창업주는 주식 1주당 200의 의결권도 가질 수 있다. 이건 절대 권력이다.


 차등의결권 처음 들어본다고? 그러니까 순환출자 폐지논란이 웃기는 소리다. 미국 본토는 순환출자보다 더한 제도를 이미 가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하자는 사람들은 이런 진실은 안 말하지만 미국 기업은 차등의결권이 있다 보니, 창업주는 신과 같은 전권을 가지고 유보금도 잘 안 남기면서 경영할 수가 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세르게이 브린, 레리 페이지, 마크 주커버그도 모두 차등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잡스의 차등의결권은 후계자에게 넘어갔고.)


 월가 투자자들이 차등의결권을 별로 좋아할 리는 없다. 그러니까 주주중심 경영하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차등의결권은 때때로 너무 창업주를 오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주주를 신경 쓰는 건 그들의 독단적인 면을 감쇄시킬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저 위에 말한 모두도, 삼성도 현대도 차등의결권이나 순환출자로 인한 경영 안정성을 가지고 대성공을 이룩하였다.


 경제에 대한 말을 할 때, 일단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이 자기 돈 벌고 싶어서 하는 말인지를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멍청이들은 이걸 못한다는 데 있다. 어리석음과 선의가 합쳐질 때가 최악이다. 안 좋은 방향으로 근면성실하기 쉽기 때문이다.


 추미애의 어리석은 제안이 기각될 거라 믿는다. 그렇지만 이런 걸로 어이없는 딜을 시도하려 들 것을 우려한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어떤 게 사회와 자기 자신을 위한 길인지를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