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 관련 몇 가지

사회 2019. 8. 29. 17:07 Posted by 해양장미


 최대한 간단히 씁니다.

 

 오늘 판결은 향후 우리나라 경제, 사법, 정치, 사회 전반에 복합적인 악영향을 끼칠 겁니다. 경제면에서 어떤 악영향이 있느냐 하면,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CEO도 아니고 회장도 아닌데요. 그가 하는 일은 외부 비즈니스, M&A 같은 겁니다. 그런데 근래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육성을 하려 했었지요. 그리고 여기서 이재용의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하면서 1차로 비메모리 육성을 막았고요. 2차로 이번 판결이 막았습니다. 참고로 삼성전자만 문제냐 하면 아닙니다. 근래 하이닉스도 파운드리 관련 M&A하나를 포기했습니다. 내가 몇 달 전에 하이닉스가 현금 없어서 채권 발행한 건 관련 포스트를 한 적이 있는데요. 내가 보기엔 지금 하이닉스 돈 없습니다. 재작년 작년에 번 거, 노조한테 보너스로 너무 줬습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돈은 있는데, 그 돈을 사용해서 뭘 할 수 있는 이재용의 운신폭이 좁아졌습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면 되는 거 아니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미 삼성전자는 권오현이라는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체제로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재용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요.

 

 묵시적 청탁 문제는 무죄추정원칙과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모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하여 몇 가지 오해들이 있는데, 묵시적 청탁과 같은 개념이 성문법에 있거나 죄형법정주의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경우에는 문제가 적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경우가 전혀 아니고요.

 

 본 판결은 이재용이 무죄냐 유죄냐를 가리는 판결이 아닙니다. 이재용이 무죄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집행유예가 나온 2심 판결도 어차피 유죄였습니다. 관건은 형량이고, 이 형량을 높이려니 묵시적 청탁 같은 형법 교과서에도 없는 개념이 날조 삽입되는 겁니다.

 

 한편으로 이재용이 이 범죄에 연루되게 된 본질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상속세 문제가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상식적인 상속관련 룰을 가지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문제는 생기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재용을 엄히 처벌하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왜 이재용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이재용이 엄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지간해서는 죄를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들고, 죄를 지으면 규정에도 없는 수준으로 엄하게 처벌하는 것. 그야말로 옛이야기에 나오는 폭정인데요. 그런 폭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외 우리나라에는 차등의결권주가 없는 등 상법적 문제도 있으나 본문에서는 생략.

 

 무죄추정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가 망가지면 권력을 쥐면 무죄, 권력을 잃으면 유죄가 됩니다. 극단적으로 가면 니 죄를 니가 알렸다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권 들어 성인지 감수성에 이어 묵시적 청탁 같은 개념이 대두되면서 법치가 망가졌는데요. 이렇게 되었으니 이 정권의 권력자들은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앞으로 뭐든 더 집요하게 할 겁니다.

 추천 브금

 

https://youtu.be/psqEfVdJN_Q

 



 작년 11, 손정의가 쿠팡에 거액을 추가 투자했다는 소식은 나에게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아마 관련 소식에 관심이 있던 분들 중 다수는 나처럼 의아함을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손정의가 무엇을 생각하고 쿠팡에 추가 투자를 했는지를 여러 모로 생각해봤습니다만, 현재의 잠정적인 나의 결론은 손정의의 오판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연관하여 나는 올해 이마트의 소액주주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이마트의 주식을 보유한 적이 없었고요. 이번 포스트에는 국내 유통업계의 변화 양상과 기존 유통업계들의 우점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해볼까 합니다.


 

 우선 2010년대 우리나라 유통업 이야기를 약간 해보자면, 00년대에 승천하던 대형할인마트의 성장은 10년대 들어 대형마트의무휴무제가 시행되고, 준대형마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온라인 및 홈쇼핑이 활발해지면서 꺾인 상황입니다. 그와 함께 일반적인 소매점 경기도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경향이 있지요.

 

 그런데 온라인 쇼핑이 딱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2000년대가 되면서 우리는 즉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게 되었지요. 온라인 쇼핑과 대형할인마트는 거의 유사한 시기에 같이 성장했습니다. 그렇지만 대형할인마트는 10년대 들어 강제적인 규제를 당했고,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지는 못하고 있으며, 1가구당 구성원 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사회 변화에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쿠팡, 위메프, 티몬 등은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본래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었습니다. 한시적인 할인 상품 및 음식점 이용권을 제공하던 곳이었지요. 그런데 소셜커머스는 과당경쟁에 시달렸고, 소셜커머스를 통해 홍보하고 자리를 잡으려던 음식점들은 할인가로 찾아왔던 손님들이 할인되지 않은 가격으로는 다시 오지 않으려 하게 되는 걸 겪게 되었습니다. 그에 수많은 소셜커머스들이 문을 닫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남은 소셜커머스들은 점차 오픈 마켓처럼 변하게 되었습니다.

 

 오픈 마켓화된 소셜커머스가 배송 경쟁에 뛰어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출혈 경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몇 년 동안 대형마트들은 힘든 시기를 맞이했었지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 기업들의 이익입니다. 위메프와 티몬은 창업 이후 단 한 해도 흑자를 낸 해가 없습니다. 이미 완벽한 자본잠식에 빠진지 오래이며, 점차 더 적자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쿠팡은 손정의에게 2015년에 10억 달러, 그러니까 1.1조 이상을 투자받았으나 순식간에 다 까먹고 2018년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작년에 2.3조 정도를 손정의가 또 투자했지요. 그러나 작년 한 해 동안에 1.1조를 추가로 까먹었습니다.


 

 기존 오픈 마켓은 나을까요? 일단 11번가는 답이 없습니다. 만년 심하게 적자입니다. 옥션과 G마켓은 이베이가 소유하고 있고, 이미 한 회사로 합쳐놓은 상태입니다. 여긴 그나마 조금씩 흑자를 봅니다. 인터파크도 흑자를 보는 해가 많은 편인데, 근래의 인터파크는 점유율이 많이 줄었고 콘서트 티켓이나 여행권, 도서 등에 특화된 곳이 되어서 사업 모델이 좀 다르다고 해야겠습니다.


 

 한편으로 최근에는 새벽배송이 시끄럽습니다. 마켓컬리가 유명해졌던가요. 그런데 마켓컬리도 이미 완전한 자본잠식 상태고, 실제 새벽배송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입구가 닫혀있어서, 방문자가 들어가려면 요건이 있는 세대를 호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객이 잠든 새벽에 호출을 하게 되면 문제가 되지요. 실제 호출해서 문제가 된 케이스도 있다고 압니다. 보통은 경비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경비실에 항상 사람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배달원은 경비원을 계속 기다릴 수 없으니까 물건을 경비실이나 공용현관 앞에 두고 간다거나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현관비번을 기입하는 란이 있다는데, 이는 해당 아파트의 보안을 떨어뜨리는 요안이 되기에 언제든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쿠팡의 경우를 다시 이야기해보자면, 매출 신장세는 무척 빠릅니다. 그런데 적자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독특하게도 배송 체계를 직접 구축하고 있는데, 그 투자 규모를 보면 본격적으로 물류업에 뛰어들고 있다고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물류업이 블루오션이냐하면 아닙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 물류업은 더할 나위 없는 레드오션입니다.

 

 쿠팡의 물류업 투자가 마냥 아주 터무니없는 건 아니긴 합니다. 왜냐하면 물류량 전반이 늘어나는 걸 감안해 보면, 기존 물류업체들의 가격결정권이 점차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현재 우리나라의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이 44%, 한진과 롯데가 각각 12%, 우체국이 7% 정도를 점유한 과점시장이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하위 업체들의 배송 서비스 품질이 너무 나빴기 때문인데, 쿠팡처럼 자체적인 물류 체계를 갖추면 배송비용이라거나 서비스 품질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쉽긴 합니다.


 

 문제는 투자 대비 이익인데요. 쿠팡은 이미 지난 5년 사이에 3조원 이상을 날렸습니다. 회계와 경영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현금 또는 현금성자산을 사용해서 대지, 창고, 차량 등을 구매하는 것 자체는 손실이 아닙니다. 현금 1억으로 1억짜리 집을 샀다고 순자산이 감소한 게 아니잖아요? 그것과 똑같습니다. 집을 사는 과정에 비유해보면 세금, 부동산 복비, 인테리어 및 수리비용 중 주택 가치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 인부들 짜장면이나 음료수나 술 사준 비용, 계약 시점부터의 감가상각 같은 게 손실입니다. 쿠팡은 이런 걸로 3조 넘게 날렸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3조 넘게 날린 걸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유통업 전반이 그렇지만, 특히 오픈마켓은 해자(moat)를 가지는 사업이 아닙니다. 게다가 비용이라는 면에서 쿠팡과 같은 형태의 유통은 비효율적입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체가 배송하는 쪽이 비용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포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형할인마트의 배송 시스템은 대체로 추가적인 포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동네 배송이니까, 마트에 있는 물건을 바구니 같은 데 실어서 배달만 해 주면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국에 대형할인마트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오프라인 기반이 없는 쿠팡 같은 경우 결국 택배로 물건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시스템이라, 제품을 포장해 보내야 합니다. 하나하나 포장하는 데 박스와 포장재, 그리고 인력을 소모해야 한단 말이지요. 그래서 쿠팡이 아무리 투자를 해도 대형마트보다 물류비를 줄이는 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이 관련하여 예전부터 골판지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쿠팡은 매출을 올려서 청사진을 만들어낸 후, 그것으로 투자를 계속 받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왔습니다. 투자를 많이 하니까 매출이 올라온 것이기도 한데, 이건 대단히 불안정한 사업 모델입니다. 초기매출 성장세가 가파른 스타 스타트업들이 결국 이윤을 충분히 내지 못하면서 침몰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현재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자본을 많이 소모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자본소모를 줄이고 흑자를 보려고 할 경우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무척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원천적으로 온라인 상점은 오프라인 상점에 비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할인마트의 경우 미끼상품이 있더라도, 그 미끼상품까지 가는 동선에 다른 상품들을 배치함으로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품을 할인한다고 해서 갔다가, 마트에 온 김에 시식 코너에서 시식을 한 후, 그 시식한 상품을 구매해 본 경험은 거의 누구나 있을 겁니다.


 

 대조적으로 온라인 상점에서는 체리피킹이 쉽습니다. 아무리 이런저런 상품을 화면 구석구석 보여줘도 소비자는 사려는 물건만 사게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물건을 고르는 데 필요한 동선이 없기 때문입니다. 괜히 온라인 상점들이 누적적자가 심하고 자본잠식이 심한 게 아닙니다. 미끼상품만 팔리면 그 어떤 마켓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마트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이마트는 글로벌 유통공룡업체들의 습격을 00년대에 모두 이겨냈습니다만, 강제휴무가 시행되고 사회주의적 트랜드가 대형할인마트를 적대한 이후엔 여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마트는 단 한 해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이익을 창출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나는 대형할인마트라는 사업 모델 자체는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형할인마트의 주 고객이 기혼 중산층 가족이었다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대형할인마트를 이용할 만한 중산층 가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겠지요. 1인 가구는 굳이 대형할인마트까지 이용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온라인 쇼핑이나 편의점이 더 친하지요. 서민 가구도 준대형마트나 SSM,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게 더 낫습니다. 그리고 남은 중산층은 점차 소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할인마트보다는 복합쇼핑몰이나 창고형 할인마트를 이용하는 게 나은 선택이 됩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도 관련하여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지요.


 

 쇠퇴하는 동네에서는 대형할인마트가 점점 사라질 겁니다. 작년에 이마트는 인천 최초의 대형할인마트이자 제4호점이었던 이마트 부평점을 폐점했습니다. 갈산역에서 멀지 않은 그 자리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게 되었지요. 무언가가 사라지고 대체된다는 건, 그 대체된 게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거라 기대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마트 없애고 주상복합 짓는 게 돈이 된다는 겁니다.


 

 나는 지금이라도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통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건 당연한 것인데, 대형마트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로 보는 이마트와 신세계그룹의 상속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무거운 상속세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 무거운 상속세는 국가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우리나라 서민들은 상속세를 낼 일이 없고 부자에 대한 질투심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상속세가 경제 전반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잘 모르고, 상속세를 낮추고자 하는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과세체계 전반은 부자에게만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렇게 누진이 심한 사회주의적 체계는 그 자체로 복합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마트의 경우 이명희 회장이 18.22%, 정용진 부회장이 10.33%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희는 1943년생으로 고령이기 때문에 정용진은 지분을 증여받건 상속받건 해야 합니다. 이 승계에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지요.



 재벌들이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가 주가를 낮추는 겁니다. 재벌의 재산은 대부분 주식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주가가 낮아지면 재산평가액도 줄어들고 그러면 증여 또는 상속시 세금도 줄어듭니다. 주가를 낮추기 위해 굳이 주가조작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너가 기업 주가를 낮추는 건 쉬운 일입니다. 실제 지난 1년간 이마트의 주가가 어떻게 변했는지 볼까요.


 

 보시다시피 거의 반토막났습니다. 반토막날 일이 딱히 없었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코스피 전반의 하락, 대형할인마트 사업의 쇠퇴와 매출 감소, 쿠팡의 증자와 매출 성장 등이 있겠습니다만 그것만으로 반토막날 정도로 엉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마트의 PBR0.6배 정도에 불과하며, 작년 ROE5.48%로 딱히 크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익은 줄었지만 매출액은 재작년 대비 15342억원 증가하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나는 이마트가 승계작업을 위해 주가가 낮아져 있는 상황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소액이나마 이마트 주식을 모았고, 얼마 전 나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공시가 올라왔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이 평단가 172,000원에 주식을 14만주 장내매입했다는 뉴스가 그것입니다. 정용진은 책임경영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습니다만, 나는 염가에 추가지분확보를 한 것이 우선적이라 이해합니다. 이번에 정용진이 확보한 주식은 전체 주식의 0.5% 정도였지요. 만약 이마트가 진짜로 주주가치를 위하려 했다면 자사주 매입을 했을 겁니다. 이마트는 배당성향이 높지 않은 회사입니다.


 

 높은 상속세율이 우리나라에 끼치는 악영향 중 하나를 설명하자면 위와 같습니다. 승계를 앞둔 기업 오너가 주가관리를 상방으로 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작업을 할 거면 하방 작업을 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되지요. 이렇게 하면 당연히 전반적인 주주들이 손해를 봅니다. 너무 많은 기업이 이런 상황을 맞이합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가치투자/장기투자를 잘 하지 않는데, 오너가 주가의 상승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하나의 주된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개인 주식투자자들은 투기적인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지요.


 

 근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에 대한 논박이 뜨거운데, 이 후보자의 경우 오로지 내부정보를 주식거래에 사용했느냐, 투자한 관련 기업을 재판한 게 문제가 없느냐가 논점일 뿐입니다. 나는 잠정적으로 관련 문제에서 이 후보자를 유죄추정하기 어려우며, 처음에 보도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 후보자 부부는 탁월한 성적을 거둔 투자자는 아니었으며, 현 정권이 내세운 다른 후보자들이나 김의겸 전 대변인 같은 사례와 비교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후보자일 확률이 높다고 잠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트를 작성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했던 소리 중 심각하게 수준이하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판사는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에 투자해선 안 된다는 식의 헛소리들이 많았지요. 나는 자칭 자유보수정당의 의원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제정신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자 코어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미선 후보자 부부는 특정 기업에 장기적인 가치투자를 한 것으로 잠정하는데, 현 시점에서 근거가 불충분한 의혹들에 무죄추정을 적용한다면 부동산에 투자한 통상적인 다른 정치인 및 임명직들보다 시장경제에 바람직한 투자를 한 셈입니다. 그리고 결국 논란 끝에 이미선 후보자는 보유주식을 모두 팔았는데, 이건 정말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한 국가에 있을 만한 해프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가치-장기투자가 일반적이지 않은 한국에서 자금은 주로 부동산에 흘러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높은 편이 아닙니다만, 전반적인 유동성이 유동자산이 아닌 비유동자산에 흘러들어가고 기업보다는 부동산에 돈이 모이는 상황은 시장경제에 정말 안 좋은 겁니다. 즉 높은 상속세가 시장경제를 악화시키고, 부동산에 돈이 모이게 하는 하나의 주된 요인이란 말이지요.

 


 다소 장문의 포스트에서 복합적인 주제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장경제가 더 활성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부유해져서 더 나은 삶을 누리길 바라며 본문을 맺습니다. 관련하여 이런저런 영양가 있는 의견들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홍종학과 부의 대물림 문제에 대한 이야기

정치 2017. 11. 3. 14:00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bzWLwASzJpM


 

 요즘 좀 시끄러운데.

 

 개인적으론 상속에 대해 자꾸 이의제기를 하고, 세금을 걷으려 하고, 위선 떠는 부류를 경멸합니다. 부의 대물림은 당연한 것이며, 상속세는 개인의 재산에 대한 국가의 재산권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나는 세에는 명분이 필요하며 원칙적으로는 소득세와 소비세면 된다는 주장을 일관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속세는 현실적으로 부의 대물림을 막는 데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상속세가 0인 나라도 많고, 많은 선진국들이 상속세를 없애는 추세입니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이스라엘, 뉴질랜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멕시코, 스웨덴, 오스트리아, 체코, 노르웨이는 이미 상속세가 없습니다. 언급한 이 국가들이 사회적 지출이 낮은 국가들도 아니고, 좌파들이 항상 포장해대는 스칸디나비아 3국 중엔 이미 2국가가 상속세 0입니다.


 홍종학 문제는 간단합니다. 자꾸 위선 떨면서 부의 대물림 운운하고, 그러면 안 된다는 식으로 목소리 높이면서 권력 취득한 사람이, 본인은 영 다르게 내로남불 하니까 말이 나오는 겁니다. 사실 이건 정치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서, 이런 정치인은 정치인으로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이러지 않는 게 좋지요. 합법이냐 불법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면 시민들이 정치불신이 심해집니다.

 

 그렇지만 원천적으로 상속세는 폐지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 제도 있어봐야 편법증여 방식이나 발달하고 쓸데없는 사회적 코스트도 많이 발생합니다. 명분도 없고, 그런 게 부의 대물림을 막지도 못합니다. 국가는 각자의 재산을 지켜줘야 하는 의무가 우선이며, 함부로 각자의 재산을 권력자가 착취하는 국가는 결코 성공하지도 오래가지도 못합니다.

 

 그럼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분배 문제는 어쩌느냐. 하면 상속으로 쉽게 번 돈 쉽게 쓰게 하는 게 좋습니다. 세금이 아니라도 그 돈 마구 쓰게만 하면 별 문제가 없어요. 자금을 숨기고 못쓰고 재산을 축적하게 하면 그게 진짜 나쁜 겁니다.


 

 위선자의 위선이 권력욕 앞에 폭로되었고, 위선자의 추종자들은 파시스틱하게 날뛰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서 뭐가 좋은지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지키기 힘든 걸 지켜서 타인에게 헌신하는 사람은 선인으로 대접해 마땅하겠으나, 지키기 힘든 건 가능한 안 만들어두는 게 좋습니다. 위선자 본인도 못 지킬 거라면 상당히 지키기 힘든 거 아니겠어요.